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81
제281화
휘릭.
막사 전면에 내려진 가림막 위에 마법 스크린이 표시되었다.
서쪽 금역 전체를 표시한 지도가 각종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1차 전진 라인까지 도착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피해는 대략 5만. 아군 병사들은 사망자 없이 중경상자가 천 명 미만입니다.”
“거 참. 다칠 구석이 어딨다고들, 에잇.”
케인이 브리핑을 하자, 제이크가 다친 병사들 수를 듣고는 혀를 찼다.
“그 넓은 범위의 몬스터들을 밀어냈는데 사상자가 없기를 바라면 욕심이겠지. 다친 병사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섭섭하지 않게 보상하도록. 현재 전선 상황은?”
라울이 묻자 케인이 지도를 가리키며 브리핑을 이어갔다.
“일단 몬스터 숲의 경계까지 확실히 확보를 마쳤습니다. 후발대가 남은 몬스터를 정리 중이고, 본대는 숲의 경계를 지키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케인의 손이 북동쪽을 가리켰다.
“지시하신 대로 북동쪽 숲은 B등급 이상의 개척지를 이어 방어선을 형성 중입니다. 제국 측 전진 요새와의 거리는 10km 이상.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남쪽의 지도가 확대되었다.
“해일 작전으로 인해 기존 남쪽에서 남동쪽으로 형성했던 방어선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현재 남쪽에서 시작된 방어선이 숲의 경계를 따로 동북쪽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앞으로 관리만 잘한다면 몬스터의 유입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의 보름간 쉴 새 없이 몬스터 숲을 가로지른 덕분에 드넓은 개척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숲에 있던 몬스터들이 몬스터 평원으로 쫓겨나면서 몬스터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포식자들과 피식자들이 섞인 대이동에 기존의 몬스터 서식지는 파괴되었고, 한 번 시작된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으니.
“정찰대로부터 영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크린에 표시해.”
파앗.
전선이 정리되고 일부 비행 소환수를 가진 플레이어들(한서현 등)이 공중 정찰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상공에서 촬영한 몬스터 평원과 북쪽 숲의 상황이 마법 스크린에 표시되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효과가 어마어마한데요.”
몬스터 평원을 세로로 삼등분했을 때 중앙은 오크족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앙 평원의 2/3가량을 몬스터들에게 빼앗기고 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특히 남쪽은 완전히 서쪽으로 밀렸고, 반대로 북쪽 숲 경계는 오히려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제국과의 전쟁 때문에 병력이 북쪽에 밀집해 있던 탓이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론 비스듬한 사선을 그리며 중앙에서 남서쪽으로 자리 잡은 상황.
“예상보다 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평원으로 진입한다 해도 오크족과 부딪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방어선 위쪽에 있던 오크 놈들이 서쪽으로 모조리 도망쳐 버렸으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진입할까요?”
라울이 지도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어.’
애초에 해일 작전을 구상했던 이유는 바로 제국과 오크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고 평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팽팽하게 대치하며 전력을 소모 중인 두 세력이지만, 언제 균형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너무 시간을 끌었다간, 오크족이 중앙 평원에 완전히 정착해버릴 여지도 있었다.
그래서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내 오크들을 서쪽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다행히 첫 단추는 잘 끼웠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지.’
지금까지는 숲에 가려 자신들의 모습이 저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평원으로 진입하게 되면 저들 또한 눈치채게 될 것이다.
물론 전쟁 중인 그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이쪽을 공격하긴 쉽지 않을 테지만.
자칫 과하게 움직이다 그들을 자극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전군 진군 준비. 2단계 작전의 키워드는 속전속결이다. 저들이 눈치채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네, 마스터!”
해일 작전 2단계가 시작되었다.
* * *
“이거 실화냐? 정말 이렇게 끝도 없는 평원이 숲 너머에 있었다고?”
“대박. 진짜 개척지는 여기 숨어 있었단 거 아냐?”
“다른 금역에서 삽질 중인 길드들 배 아프겠다, 크크. 뭐? 숲은 확장성이 없다고? 정글 쪽이 자원이 더 많다고? 하여튼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몬스터 숲을 지나 평원을 마주한 플레이어들은 그 광활하고 비옥한 대지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동안 숲에 둘러싸인 조그만 개척지들을 확보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게 허무해질 정도.
“야, 근데 개척할 수 있긴 한 거냐?”
“글쎄. 우리 머릿수도 만만치 않긴 한데…. 저걸 보니 좀 으스스하네.”
물론 모든 게 순탄해 보이지는 않았다.
넓게 펼쳐진 대평원.
그곳에는 수많은 몬스터 부락과 중대형 몬스터들이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플레이어들에게 밀려나 성이 잔뜩 오른 놈들.
영역이 확보되지 않아 지들끼리 혈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벌써부터 새로이 무리를 짓고 자리를 잡으려는 놈들도 보였다.
결국 저곳을 확보하려면 놈들과 다시 드잡이질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이번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 안 그래도 슬슬 실력 발휘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았어.”
“어찌 생각하면 잘된 것 같기도 하네. 공적치를 올려야 배정받는 땅도 많아질 테니까.”
“그래, 잘 생각해보면 이건 기회 아니겠어?”
플레이어들이 전의를 다짐하는 그 때.
지휘관들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이제부턴 긴 횡대가 아닌 전투 대형으로 이동합니다! 플레이어 분들은 각자 길드와 파티로 합류하여 진형을 갖춰주세요!”
“이곳, 몬스터 평원에는 ‘개척 포인트’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확보하는 땅이 그 자체로 개척지가 됩니다. 지시에 따라 정해진 지역까지 몬스터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어차피 평원 지역에 들어온 이상, 이제는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숲이라는 공간이 제약된 곳에서는 진형을 이용해 수적 압박을 가하기 용이했다.
하지만 평원에선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길게 대열을 펼쳐 봤자, 뒤쪽에 받쳐주는 이들이 얼마 없다는 걸 몬스터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단 얘기였다.
아무리 200만이라는 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해도, 전선 자체가 워낙 길었다.
그러니 한 지역에 투입되는 실제 병력 수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
전투는 필연적이었다.
“아, 근데 이거 우리가 총알받이 되는 거 아냐?”
“정말로. 우리가 앞장서서 힘 빼놓고 실제 열매는 퍼스트 길드가 다 빼먹는 거 아닌가 몰라.”
“제길, 공적치는 막타가 최곤데. 이래서야 후열에 있는 놈들만 유리하잖아?”
많은 이들이 모인 만큼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처럼 최전선에 배치된 것은 뒤늦게 합류한 플레이어들이었으니.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의 불만은 뒤로 쏙 들어갔다.
다그닥, 다그닥.
“물러서라. 기사단과 기마대가 지나갈 길을 열어!”
대륙 최강이라 불리기 시작한 퍼스트 기사단.
그리고 전통의 명가 애쉬튼 후작가의 각급 기사단.
거기에 퍼스트 백작가와 애쉬튼 후작가의 정예 기병대까지.
플레이어들을 앞세워 왔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NPC 정예들이 최전방으로 배치되었다.
“어, 어? 진짜?”
“와, 간지 쩐다. 나 기사단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이게 위압감이라는 거냐?”
“엇, 저분은 설마! 나의 여신인 케일리 님 아니야?”
“어디 어디? 정말로 대륙 최초의 여성 마스터 켄 님이라고?”
플레이어들의 말처럼 대열의 선두엔 퍼스트 기사단 제5 전투단이 배치되었고, 당연히 그 단장인 켄과 부단장 란센트가 나란히 서 있었다.
왕국 내전과 이후의 시나리오를 통해 이미 퍼스트 길드의 초인들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진 상태.
당연히 그들의 강함과 멋짐을 동경하는 팬덤이 형성되었다.
그 가운데 한 손에 꼽히는 이가 바로 그리어 후작가 출신의 여기사 켄(케일리).
그러니 그녀의 모습을 직접 본 플레이어들이 환호하는 건 당연했다.
“야, 오늘 전투는 내가 공적치 1등 찍는다!”
“꺼져, 내가 제일 활약할 거거든?”
“까불다 뒈지지 말고, 형님한테 양보해라.”
대형 퀘스트인 만큼, 매일 작전이 끝나면 공적치 상위의 플레이어들은 따로 지휘 막사에 불려 가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순위권에 든다면.
‘케일리 님과 직접 말을 나눌 수 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투지를 불태우니, 그 열기가 숲을 넘어 평원을 뒤덮으려 했다.
어쨌든 각 방면의 선두에 애쉬튼-퍼스트 연합군의 최정예들이 나섰다.
라울이 속전속결을 외친 만큼, 단번에 몰아쳐 목표 지점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원 전투 준비!”
“대열을 갖춰라!”
“기사단이 돌진을 마치면 우리 차례다! 어벙하게 몬스터 흘리지 말고, 확실하게 처리해!”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뿌우웅!
돌격의 나팔 소리와 함께 기사단과 기마대가 평원을 향해 달려 나갔다.
“와아아!”
“다 죽여 버리자!”
그리고 텐션이 오른 플레이어들이 그 뒤를 따라 전진하기 시작했다.
“구오오오!”
“크르릉!”
“죽어라, 인간!”
인간들의 모습을 확인한 몬스터들도 마주 달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만만치 않았다.
“사격 개시!”
투두두둑, 촤라락!
기사단의 1차 공격은 석궁과 활을 이용한 원거리 저격이었다.
이는 퍼스트 군단 기마대의 필수 훈련 항목이었으니, 기사(騎射)에 익숙하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나까지 실린 화살과 볼트들은 사정없이 몬스터들의 몸을 파고들며 그들의 기세를 꺾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기사들은 활을 집어넣고 투척용 창과 도끼를 집어 들었다.
“투척!”
휘리링, 퍼벅!
그리고 각종 빛에 휩싸여 날아간 투척용 창과 도끼들은 화살과는 다른 파괴력을 발휘했다.
몬스터들이 창에 머리나 심장이 꿰뚫리거나 도끼에 머리통이 박살 났다.
그리고 마지막 수순은 최강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기사단 돌격이었으니.
“거창!”
휘리릭.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최전방의 기사들은 인벤토리에서.
나머지 기사와 기병들은 안장에 길게 걸려 있던 장창을 뽑아 전방으로 겨눴다.
구우우웅!
그리고 기사단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돌격 장막이 생성되었다.
“충돌 대비!”
어느새 몬스터 무리의 선두와 가까워지고 있었고.
“돌파!”
콰과과과과광!
마스터 케일리가 진형의 꼭짓점을 맡으며 몬스터들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선명한 돌격 장막은 어설픈 중급 몬스터를 짓뭉개 버렸고, 상급의 중대형 몬스터도.
푸슉! 퍼버벅!
케일리와 부단장 란센트의 오러 스피어가 사정없이 박살 내버렸으니.
드넓은 평원을 메운 몬스터 무리였지만, 그 누구도 기사단의 돌진을 막아서지 못했다.
그리고 운 좋게 기사단 돌진의 범위를 벗어나 있던 몬스터들을 기다리는 건 공적치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이었다.
“죽어라!”
“핫!”
“진형 흩트리지 마! 저래 보여도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고!”
콰광! 푸슉!
플레이어의 물결이 몬스터들을 덮쳐갔다.
그 위력이 기사단 돌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기세만큼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개개인의 실력을 놓고 보면 플레이어들이 훨씬 밀렸다.
이번 원정의 최소 지원 레벨은 30.
그에 반해 금역 내의 몬스터들은 최소 50레벨 이상이었으니.
하지만 실제로 쓰러지는 것은 몬스터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리 저렙 플레이어라 해도 자신의 역량은 알고 있었다.
“시선을 분산시켜!”
“시간만 끌면 타격대가 정리할 거다!”
“각자 목숨은 알아서 챙기라고! 한 방이면 훅 간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각 대열에는 고렙과 저렙 유저들을 적절히 배분해 두었다.
그래서인지 정면충돌이었음에도, 생각보다 플레이어 측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자, 고지가 멀지 않았다. 앞으로 300m!”
“X발. 입에서 단내 나는 거 안 보여?”
“좀만 더 버텨! 기사단이 이미 한 번 쓸어 버렸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밀고 들어가자, 몬스터 무리들도 더 이상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모두 방어 대형으로! 여기서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는다.”
최초 목적 지점을 확보한 연합군이 방어진을 형성하고 숨을 돌리는 사이.
되돌아온 기사단과 일단의 플레이어 및 병사들이 방어진 뒤쪽으로 모여들었다.
“자, 시간 없다. 바로 작업을 시작하지! 마법사는 땅을 고르고, 공병대는 그들을 보조하도록.”
“물건들은 이쪽으로 꺼내!”
쿵. 쿵.
몬스터 평원에 둔탁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