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8
제298화
‘하아, 죽겠다.’
김일우는 요즘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넥트 내에서는 실질적인 플레이어 랭킹 1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당연히 수련과 사냥에 많은 시간은 할애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퍼플 길드와 퍼플 협회의 일까지 처리해야 했고, 요즘 따라 급격히 늘어난 신규 플레이어들도 신경 써야 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그의 특별한 능력 덕분.
성장을 계속한 그의 분신생성(S) 특성은 놀랄 만한 발전을 이뤘다.
상급 분신술사의 경지에 올라선 김일우가 동시에 생성해 낼 수 있는 분신의 수는 100여 개체에 달했다.
그리고 본체의 능력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분신도 10개체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최근 사냥과 훈련은 본체가 아닌 분신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아예 넘사벽인 배도현을 제외하고 ‘1인 군단’이란 칭호를 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분신들이 열일(자동사냥 등)을 하는 동안 일우는 시스템 창을 통해 협회와 길드의 일을 처리했으니….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사실.
현실에선 ㈜퍼스트 매니지먼트의 부사장으로서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다.
사실 그것도 이상했다.
직함은 매니지먼트사의 부사장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퍼스트 컴퍼니의 대외적인 일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치고 있었다.
아무리 김일우가 유명한 플레이어이고 회장 라울과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닌가.
‘아니, 다른 계열사 대표 이사들은 뭐냐고?’
한번은 라울에게 직접 따져본 적도 있었다.
라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들은 그저 전문 경영인이고, 너는 내 대변인이잖아? 왜, 직급을 좀 더 높여줄까?”
그 말에 김일우는 말 그대로 펄쩍 뛰며 고사했다.
직급이 오른다는 건 월급이나 대우가 오른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딱 봐도 일이 더 많아진단 얘기잖아!’
이미 대우는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히 받고 있다.
이 이상 일이 늘어난다면 그는 정말 일에 치여 죽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현재 상황이 엄청 불만스럽다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는 이런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물론 라울의 어마어마한 지원과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가 능력이 부족했다면 애초에 이렇게 오래 자리를 유지하지 못했으리라.
겨우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고아가 이제는 전 세계를 상대하는 대기업의 대표 격이 되다니!
일우 자신이 생각해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아직도 한 번씩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을 할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정말 어쩐다?’
일우는 눈앞에서 화려한 검술을 펼치고 있는 자신의 두 분신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라울의 권유에 따라 검술을 비롯한 무기술을 훈련한 지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났다.
커넥트 내에선 본신의 검술 실력만으로 엑스퍼트 상급기사를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후우웅!
쾅! 퍼벙!
대련을 펼치고 있는 두 분신의 검에선 엑스퍼트 기사의 상징이라는 마나 블레이드가 솟아 있었다.
비록 그 길이가 손바닥 남짓하여 이제 갓 엑스퍼트에 오른 수준처럼 보였지만, 일우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커넥트 내부가 아니라 ㈜퍼스트 컴퍼니 본사에 있는 비밀 연무장이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일우는 현실 세계에서 분신을 두 개나 생성했을 뿐만 아니라 마나 블레이드까지 만들어내는 경지에 올랐단 뜻이었다.
“휘유! 역시 부사장님은 성취가 남다르다니까?”
그때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이들이 있었다.
휘파람을 불며 감탄하는 이는 바로 루이스 블레이크.
전체 랭킹 5위의 미국 격투가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왕천명, 한서현, 린다 등 랭커이자 매니지먼트사 이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 많다고 투덜대더니 혼자서 이렇게 연습 중이었어? 치사하네요.”
“그러게. 그냥 회장님께 일러바칠까 보다. 일우 부사장이 실제론 여유가 많다고.”
“푸하하, 그것도 재밌겠네.”
농담하듯 얘기하는 그들의 말에 김일우가 사색이 되었다.
“아니, 제발 그것만큼은!”
당장 쭈그러들며 사정하는 일우의 모습에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같이 몸 좀 풀어보자고.”
스르릉.
왕천명이 장검을 빼 들었고, 루이스 블레이크가 건틀릿을 꼈다.
그리고.
우우웅.
그들의 무장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으니, 그건 분명 마나의 힘이었다.
“그럼 나도!”
서현이 눈을 감고 집중하자 허공에서 퐁 하고는 작은 은빛 여우가 나타났으니.
바로 그녀의 첫 번째 소환수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실버폭스 ‘은별’이었다.
그렇게 연무장에 들어선 이들이 모두 각자의 특성을 발현하며 훈련을 시작했다.
모두 커넥트에서 사용하던 자신의 능력을 지구에서 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여서 훈련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
처음에는 반딧불 같았던 능력이 지금에 와선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니, 커넥트로 치면 이미 50레벨은 넘어섰으리라.
‘문제는 최근 들어 능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새로운 시나리오가 시작된 이후로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서 최근에는 눈 뜨고 일어나면 레벨이 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일우는 그게 더 불안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구르르르르릉!
“헉!”
“으앗!”
“뭐야 이건!”
연무장에 모여 있던 이들의 안색이 퍼레졌다.
“방금 느꼈어?”
“너도?”
저릿한 느낌이 느껴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그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일순 느껴진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
그건 커넥트 내부에서도 거의 느껴보지 못한 절대적인 무언가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그들은 미친 듯이 날뛰는 몸속의 마나를 겨우 억누르며 하나둘 연무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우르르릉, 콰광!
번개가 치고 대기가 울부짖었다.
한낮임에도 사방은 어둑어둑했고, 하늘은 붉은 무언가에 뒤덮여 제빛을 잃었다.
웅성웅성.
차들은 멈춰 섰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도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늘이 빨갛다니!”
“구름도 없는데 어째서 번개가?”
사람들은 하늘의 기묘한 변화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머릿속을 잠식해 가는 생각.
뭔가 불안하다.
무서운 일이 생겨날 것만 같다.
번쩍.
섬광이 스쳐 지나가고 허공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게이트다!”
“모두 도망쳐! 빨려 들어가면 큰일 나!”
쿠당탕탕!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반투명한 원형의 구멍.
그건 분명 커넥트에 등장했던 게이트임에 분명했으니.
사람들은 이 의아한 사태에 머리가 마비된 듯했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순식간에 게이트 주변의 인파가 씻은 듯이 뒤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멀어지기 무섭게 작은 진동과 함께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빛을 뿜어냈다.
“지, 진짜 게이트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원래라면 신기한 현상에 호기심을 보이고 촬영하는 이들이 있을 법했지만, 그런 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매체를 통해 커넥트 세상에 대해 알려져 있었고, 플레이어들의 주 활약 무대인 게이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삐이익!
“모두 물러서세요! 위험합니다!”
“도로에 머물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왜애애애앵!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호각을 부는 경찰 병력이 게이트 주변을 통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강구해 둔 것일까.
아니면 경찰들도 커넥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
통제는 빠르게 이뤄졌고, 다행히 게이트에 빨려 들어간 이는 없는 듯했다.
그리고 사옥 옥상에서 그런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김일우와 랭커들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
* * *
‘이거였나?’
칼립스 성의 상황실.
라울 또한 굳어진 안색으로 마법 스크린에 투사되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위주로 어마어마한 수의 게이트가 출몰하고 있어. 게다가 게이트 등급이…. 현재 보고된 것만 해도 최대 초록색!”
“초록색? C등급이라고!”
라벨의 황급한 목소리에 라울이 입술을 깨물었다.
C등급 게이트라면 적어도 엑스퍼트급 이상의 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저곳은 지구.
과연 대처하는 것이 가능할까?
더 큰 문제는 당장 라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퍼플 길드원들은? 들어온 소식은 없어?”
“아직 개인적인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만, 행적은 파악되고 있습니다.”
파밧.
화면이 전환되며 지구에 있는 김일우와 랭커들의 모습이 각각 스크린에 비쳤다.
그들은 지구에 돌아간 길드원들과 함께 경찰을 도와 게이트 주변의 피난을 돕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장 연락을 취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제길. 이렇게 무력할 수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저곳에 나타난 게이트를 조사하고 싶었지만, 그저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아직 피해자는 보고되지 않았어. 게이트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야.”
라벨의 말처럼 게이트는 아직 잠잠했다.
점차 밀도가 높아지며 제 색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을 현혹해 빨아들이거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재앙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미 나타난 게이트는 어떻게든 활동을 시작할 터였으니.
“당장 게이트와 관련된 자료와 영상을 방송으로 송출하고, 각국 정부에 관련 자료를 보내줘! 그리고 현재 커넥트에 접속해있는 랭커들을 소집해!”
“알았어!”
“통보하겠습니다, 마스터!”
라벨이 커넥트 관련 방송 채널을 통해 그간 정리해 두었던 게이트 대처 방법과 공략법을 송출했다.
케인은 길드 통신과 자체적인 연락망을 통해 길드원과 협력 길드 랭커들에게 소식을 전했으니.
‘제길. 시간이 충분했으면 좋겠는데….’
초조해진 라울이 주먹을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 * *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생업에 충실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재산과 생명은 우리 정부와 군이 책임지겠습니다!”
방송에선 연일 공식 채널을 통해 정부의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이트가 지구에 등장하고 1주일.
강렬한 기세로 존재감을 키워가던 게이트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침묵했다.
그리고 정부는 군경을 동원하여 게이트 주변에 방어선을 쌓고 격리구역을 설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게이트 주변을 철통같이 막아선 군인과 탱크 및 각종 병기들을 보며, 시민들은 조금씩 혼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정부의 말대로 다시 직장으로 출근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모습을 우려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강제로라도 대피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무슨 수로? 우리가 무슨 경찰도 아니고, 정부에서 싫다는데 어떻게?”
서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린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의실에 모여 있는 퍼플 길드의 랭커들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줄이야. 그래도 조금은 융통성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간 정부는 ㈜커넥트와 퍼스트 컴퍼니에 나름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들의 조언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잖아. 정치인들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 만약 대피시켰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거나, 그들의 말처럼 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 낭패 아니겠어? 강제이주당한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 봐도 뻔하지.”
미국 시민인 루이스의 말이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다.
게이트라는 천재지변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상,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든 피해자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정치인들 입장에선 가능하면 표심을 잃지 않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 뻔했으니, 고작 게이머들의 말로 국민들을 게이트 일정 지역 밖으로 강제 대피시킨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들 알잖아? 이대로 있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리 현대 병기가 강력하다 하지만, 정말로 몬스터에게 통할까? 그리고 도심 내에서 쏟아부을 수 있는 화력이 제한되어 있는데….”
이미 라울은 ㈜퍼스트 컴퍼니의 이름으로 각국 정부에 국민들을 즉각 피난시킬 것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커넥트의 알렉스 송 회장이 보낸 경고까지 무시했으니, 아무리 커넥트 최고의 랭커라 한들 김일우 등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을 리 없었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합시다. 여러분은 최대한 많은 랭커들과 합세하여 방송을 통해 게이트 근처의 시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고하세요. 저는 어떻게든 정부와 여당을 움직일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홀로그램 영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라울의 말에 일행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라도 가능한 많은 이들이 커넥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홍보도 부탁합니다. 커넥트에서 익힌 것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최대한 많은 이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만약의 경우에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테니까요.”
게이트가 등장하고 일주일.
지구에 나타난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게이트의 등장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기 중의 마나는 커넥트에 접속했던 플레이어들이 각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랭커들처럼 싱크로율이 높은 이들이 아니더라도 이능을 발현하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건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푸확!
구르르르.
잠든 것 같았던 게이트가 요동치며 불길한 마나의 파동이 지구를 휩쓸었다.
탓.
D-90.
몬스터가 지구에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