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46
제46화
우우웅.
알 수 없는 마력 패턴이 느껴진다.
라울은 눈에 마나를 모아 앞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F등급 차원 게이트]총원 제한 : 300명
동시 입장 제한 : 없음
현재 입장 인원 : 0/300명
현재 스택 : 0/2 스택
게이트 유형 : 토벌형
‘다행이야. 분석안이 통하는군.’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게이트의 정보는 게이트 등급 정도에 불과했다.
등급은 대충 무지갯빛 스펙트럼으로 구분되는데, 빨간색의 F등급부터 시작해 남색의 A등급을 지나 S등급 이상은 검은색이었다.
그래서 애매한 빛을 띠는 게이트는 등급을 확정 짓기 어려웠다.
게다가 등급 이외의 정보는 몇 년 뒤에 게이트 분석 장비가 나오기 전까지는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유용하겠군.’
분석안 덕분에 게이트 공략을 준비하기가 한결 편해질 게 분명했다.
“진입!”
라울이 외치자 준비하고 있던 정찰조 인원 셋이 가장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라울을 비롯한 길드원 40여 명이 게이트에 입장했다.
잠시 시야가 암전되는 듯 깜깜해졌지만,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정상으로 돌아왔고 어느새 출발한 곳과는 다른 어느 숲 앞에 도착해 있었다.
등급 : F
목표 : 게이트 내부의 모든 몬스터 토벌
시간제한 : 없음
보상 : 경험치, 골드
시야 한쪽에 작은 퀘스트 창이 팝업되어 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새삼 느껴졌다.
‘게이트는 오랜만이네.’
감회에 빠져들 시간도 없이 필립이 다가와 보고했다.
“마스터, 총원 45명 모두 무사히 진입했습니다.”
“좋아, 서두르지.”
라울과 동행한 이들은 바로 퍼스트 길드의 정식 길드원들.
필립, 제이크, 피어스 같은 기사들을 비롯해 행정 총관인 버나드까지 순수하게 길드에 소속된 이들만 있었다.
F등급에 불과한 게이트에 이렇게 지나치게 과한 전력이 투입된 이유는 단 하나.
“일단 시야 오른쪽에 보이는 퀘스트 창을 확인할 것. 목표가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상위 등급 게이트에선 정찰 전까지 목표가 제시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미로 형태가 아닌 게이트에서는….”
바로 길드원들에게 게이트 공략을 위한 시스템의 사용법을 전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이론 교육은 마친 상태지만 실전에서 사용하는 법은 또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설명은 여기까지. 빠르게 정리하고 나간다.”
지시가 떨어지자 정찰팀의 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가 들어왔다.
「고블린 5개체 발견.」
「고블린 7개체 발견.」
「고블린 촌락으로 추정되는 곳 발견. 고블린 50개체 정도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임.」
정찰은 신속했다.
대략 지름 2km 정도의 숲으로 이루어진 타원형 필드.
등장하는 몬스터는 최하급 고블린 무리.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무난한 F등급 게이트였다.
그리고 라울까지 손을 보태자 필드에 존재하는 240여 개체의 고블린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30분 후 자동으로 귀환합니다.
-시스템 명령을 통해 언제든지 귀환할 수 있습니다.
라울은 주저하지 않고 귀환을 택했다.
나중이면 몰라도 지금은 전리품 보단 시간이 생명이었으니.
휘이잉.
“어! 돌아왔다!!”
게이트 주변을 통제하고 있던 용병들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별다른 징조도 없이 허공에서 사람들이 나타난 탓이었다.
라울을 포함해 모든 인원이 빠져나오자, 불길한 기운을 내뿜던 게이트가 급격하게 쪼그라들더니 이내 작은 점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진짜 없어진 건가?”
“끝난 거야?”
용병들과 구경꾼들이 웅성거렸지만, 라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간은?”
“현재 시각, 새벽 2시 5분입니다. 게이트에 진입하시고 30분 정도 지났습니다.”
작전실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자, 라울이 시스템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축은 이상이 없군.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겠지.’
라울은 작전실의 지도를 확인했다.
왕궁이 있는 내성을 제외하고 붉은 점은 총 50개.
F등급이 35개, E등급이 11개, D등급이 4개였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게이트 토벌 작전을 시작한다!”
원래 계획은 충분한 훈련을 통해 길드원들과 용병들의 합을 맞춘 뒤 차근차근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예상보다 게이트의 수가 많았고, 말려든 피해자도 상당했다.
다행인 것은 게이트 자체의 난이도가 전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훈련은 실전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작전 목표는 우선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F등급 게이트부터.
첫 실전투입인 만큼 안전하게 100명씩 조를 나눴고, 7개 조가 우선 투입되고 3개 조는 예비대로 남겨두었다.
라울은 버나드와 함께 작전실에 남아 전체 병력을 지휘하기로 했다.
“모두 건투를 빈다. 출진!”
연설 따위를 할 여유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라울은 짧은 한마디와 함께 병력을 출진시켰다.
오늘 밤, 어쩌면 저들 중 누군가는 크게 다칠지도 몰랐고 전사자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명령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고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겠지. 앞으로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경험할 테니까.’
라울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저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
* * *
조쉬. 21살. C급 용병. 천재.
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그래. 왜 갑자기 자기소개냐고?
그야 저 앞에 서 있는 수습기사들을 보니 눈꼴이 시려서 그렇지.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살도 안 돼 보이는데 수습기사라니! 분명 부모 잘 만나 꽃길만 걸어온 샌님들이 분명하다니까?
내가 용병이 된 것은 18살이 되던 해였어. 부모님은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었고,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
너무 흔해 빠진 이야기 아니냐고? 그래서 어쩌라고!
당당하게 가출한 나는 F급부터 시작해 3년 만에 C급 용병이 되었어.
그게 대단한 거냐고? 훗. 말을 말자, 풋내기들.
하여튼 내가 지금 이렇게 쟁쟁한 용병들 사이에 끼어서 멍 때리고 있는 건 저 어린 수습기사들과 무관하지 않아.
어느 마음씨 좋은 귀족 나으리가 용병에게도 저 녀석들처럼 기사가 될 기회를 준다고 하지 않겠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몸담고 있던 용병단에서 탈퇴해 버렸지.
덕분에 여기에 서 있긴 한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오, 단상에 오른 저분이 바로 그 귀족 나으리 신가? 생각했던 것하고 너무 이미지가 다르잖아!
너무 잘생겨서 그런가? 얼굴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이 냄새.
틀림없어. 강자의 냄새야.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리다고 들었는데 이게 말이 돼?
그러고 보니 애쉬튼 백작가라. 한 때 잘나가던 명문 무가라고 하던데 솔직히 처음 들어봤어.
그래서 혹시 사기당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저택에 도착한 순간 걱정은 한순간에 날아갔지 뭐야.
이렇게 큰 집 주인이 사기를 칠 리가 없잖아? 게다가 푹신한 잠자리에 훌륭한 식사까지. 애쉬튼 백작가 만세!
잡생각을 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네.
문이 어쩌고 작전이 어쩌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냥 눈치껏 남들 따라가다가 몬스터가 나타날 때 실력발휘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두고 보라지. 내가 저 애송이 수습기사들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게 날뛰어주마!
그러면 정말 번쩍거리는 저 갑옷을 입을 수 있게 되는 거겠지?
그런데 저게 뭐야!? 문이 사람을 집어삼키잖아?
잠깐! 잠깐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으아악!!
* * *
“별난 놈이 다 있군.”
제이크가 피식 웃었다.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녀석이 고개를 뒤로 돌리고는 손도 아니고 부들부들 떨리는 발끝을 뻗어 간신히 게이트를 넘어가는 게 아니겠는가?
“어디 보자, C급 용병 조쉬라. 공자님이 관심 가지고 지켜보라고 했던 녀석이군.”
제이크는 살펴보던 인사기록부를 인벤토리에 다시 수납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아직도 게이트에 진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용병들이 많았다.
굉장한 공자님을 상관으로 둔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대장 노릇을 하게 생겼다.
기사단의 팍팍한 분위기에 질려 세상 구경이나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 따라나섰는데, 이렇게 출세(?)하게 될 줄이야.
‘출세가 맞겠지? 어쨌든 부기사단장이고 부하가 100명이나 생겼으니까.’
귀찮은 건 싫지만, 감투를 써보니 이게 또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여튼 따라다니면 심심할 걱정도 없고 돈도 많은 공자님이니 앞으로도 찰싹 붙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제이크였다.
“그럼 나도 슬슬 들어가 볼까? 귀찮으니까 후딱 해치워버려야겠어.”
그렇게 제이크를 포함한 2조 공략대가 F급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 * *
“으라차차!! 따핫!! 빠샤!!!”
웬 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젊은 용병 하나가 날뛰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쥐 머리에 어린아이 몸을 가진 ‘랫맨’이 벌써 다섯 마리나 쓰러져 있었다.
‘조쉬라고 했던가?’
확실히 공자님이 지켜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아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조쉬처럼 의욕적으로 나서서 실력을 뽐내는 이들.
반대로 적당히 자리를 지키며 지시를 내려야만 움직이는 이들.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애초에 급수도 비슷했고 선발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부류가 너무 대조되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라울이 체크한 이들은 모두 전자에 속한다는 점이었다.
‘공자님이 사람 보는 눈은 정말 정확하구나.’
그러니 싹수가 보이는 이들만 모아서 길드원으로 만들지 않았겠는가?
그나저나 조쉬라는 용병은 확실히 발군이었다.
분명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지 않은 것 같은데 검에 힘이 실려 있었다.
어디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나만 다룰 수 있다면 금방 실력이 늘 것 같은데? 싸우는 폼도 딱 내 스타일이고. 무엇보다….’
랫맨 하나를 베어버린 조쉬와 제이크의 눈이 마주쳤다.
“으라차랏차!! 아비요~!”
조쉬가 과하게 기합을 내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랫맨 무리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뺘샤! 뚜샤! 아자자!!”
제이크의 입에서 피식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곁에 두면 심심하지 않겠어.’
그렇게 몇몇 인물들이 제이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고, 게이트 공략은 아무런 피해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게이트에 빨려들어간 사람들도 상당수 구출되었다.
사망자를 제외하고도 30명 가까이 되었으니 게이트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을 홀렸는지 알 수 있었다.
공략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다른 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첫 공략이 끝났지만, 휴식은 길지 않았다. 아직 구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라울은 10개 조를 쉬지 않고 돌려가며 게이트를 공략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피해자들의 생존률은 떨어질 테니까.
늦었지만 수도 치안대에서도 구출팀이 진입했다고 하니 더 많은 이들이 구조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정신없는 밤이 지나고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