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47
제47화
“10조가 무사히 게이트를 빠져나왔습니다. 사상자 없음. 실종자 15명 구조 완료!”
버나드가 소식을 전하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휴.”
“후아, 끝났나?”
지도의 현황판을 보니 50개 가깝던 빨간 점이 확연히 줄어들어 이제는 15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짝짝!
버나드가 박수를 쳐서 시선을 집중시키곤 브리핑했다.
“현재 시각 9시 30분. 1단계 작전 목표 F등급 게이트 35개가 모두 클리어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투입 인원 총 1천 46명 중 경미한 부상자 5명을 제외하곤 전원 무사 귀환했습니다. 구조한 주민 수는 총 563명, 확인된 희생자 수는 230여 명입니다. 마스터, 지시를!”
라울은 잠시 지도의 현황판을 확인하고는 단상에 올라 말했다.
“큰 피해 없이 게이트 공략에 성공한 각 조장과 지휘관들에 치하를 보내는 바이다. 여러분들 덕분에 왕국의 많은 국민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음에 대신 감사한다. 이 시간부로 1단계 작전이 완료되었음을 공식 선언한다. 차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병력들에게 푸짐한 식사와 휴식을 제공하도록. 모두들 수고 많았다. 이상!”
짝짝짝!
“와아!!”
라울이 작전 종료를 선언하자 작전실의 대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길드 이름을 걸고 실시한 첫 대규모 작전을 무사히 완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게이트와 구해야 할 인명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병력들에게 휴식을 줘야 했다.
교대했다고 해도 밤새 평균 3번 이상씩 게이트에서 전투를 치렀으니까.
‘F등급 게이트야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E등급은 또 다른 얘기지. 등장하는 몬스터 등급도 오를 뿐만 아니라 수도 늘어나니까.’
아무리 실종자들의 구출이 중요하다 한들, 부하들의 목숨보다 우선할 순 없었다.
E등급 게이트 공략은 병력들이 피로를 풀고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도전하는 게 옳았다.
‘후우, 피곤하군.’
작전실에서 잠깐씩 눈을 붙였지만, 긴장한 탓인지 몸이 뻣뻣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많은 병력을 지휘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전생에는 혼자 아니면 많아야 5인 파티 정도로 움직여 왔으니까.
다행인 점은 그에게 훌륭한 부하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휘관 특성을 가진 필립과, 관리자 특성을 지닌 버나드는 라울의 어깨를 굉장히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라울이 잘 모르는 실무적인 측면을 꼼꼼하게 보좌해 주었으니.
그리고 기사들의 존재는 언제나 든든했다. 한명 한명이 강력한 인간 병기임과 동시에 숙련된 지휘관이었다.
골든베어 기사단 같은 커다란 기사단의 단원들은 언제든 병력을 지휘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을 받는다.
따로 장교를 육성하지 않고 기사들이 그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영지는 어떻게 됐지?’
형과 아버지에게 대처법과 정보를 전달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게이트가 등장한 탓에 불안했다.
서둘러 통신실에 도착한 라울이 통신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 아이고, 우리 막내! 얼굴이 반쪽이 되버렸구만. 왜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냐? 역시 트레이닝이 부족했던 건가?
한참을 기다린 후에 수정구에 비친 딜런은 넉살 좋게 실실 웃으며 말을 꺼냈다.
“형님!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됐어요?”
– 뭘 그렇게 걱정하냐? 정보도 있고 준비도 완벽하게 해놨는데 말이야.
형이 전달한 애쉬튼 백작가의 상황은 라울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백작령 전체에 나타난 게이트의 개수는 무려 100여 개. D급 게이트도 10개나 되었다.
하지만 현재 남은 것은….
“뭐라고요? 전부, 전부 정리했다구요?”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백작령의 게이트들이 쓸려나갔다.
라울의 멍한 표정을 본 딜런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 푸하하, 라울 너도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요새 너무 귀염성이 없어져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히죽거리는 딜런의 표정에 욱한 라울이 소리쳤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D등급 이상 게이트는 위험하니 일단 놔두라고 말씀드렸는데!”
– 놔두면? 뭐, 네가 와서 그 묘한 힘으로 어떻게 하려고??
딜런은 잠시 라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팔짱을 끼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 막내야.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애쉬튼 백작가는 강하다! 이 형과 아버지가 15살짜리 꼬맹이에게 걱정 받을 정도로 약해보이더냐?
“…….”
딜런의 팔뚝이 꾸드득 소리를 내며 부풀어 올랐다.
– 우리는 언제든 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전으로 다져진 수백의 기사들, 수만의 정예병력이 빈틈없이 영지를 지키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라울!
딜런이 팔짱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 너는 영지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거라. 뒤는 아버지와 형이 책임질 테니 말이야.
딜런의 말에 라울은 살짝 울컥했다.
형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자신만의 기사단을 만들고 천명에 가까운 부하들을 거느리다 보니 우쭐했던 모양이었다.
본가에는 필립, 제이크, 피어스에 못지않은 기사들이 득실거리는 골든 베어 기사단이 있었고, 제2, 제3 기사단과 수습기사들, 일족들에게 종속된 기사들을 포함하면 기사 수만 천이 넘을 것이다.
병사들은 어떠한가? 금역에서 흘러나온 몬스터들을 상대로 다져진 정예병들이 넘쳐났다.
솔직히 라울의 부하들은 백작가의 전력에 견줄 바가 못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지만 언젠가는….’
진짜로 백작가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말리라.
마지막 다짐을 마음속에 꾹 눌러담은 라울이 약간은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제가 실수했네요. 형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 그래, 막내야. 근데 사실 아까 빼먹은 얘기가 있는데 말이지…
이어진 딜런의 얘기를 들은 라울이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E등급, D등급 게이트가 소멸하지 않는다니….’
아무래도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 * *
라울의 집무실 겸 회의실.
라울과 버나드, 그리고 9명의 기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D등급 게이트는 어떻게 공략했답니까?”
제이크가 묻자 라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인물들께서 산책을 다녀오셨다는군.”
“네??”
하긴 이들이 지구의 은어를 알 리가 없었다.
“백작님, 골든베어 기사단장님, 총사령관 기타 어르신들이 움직인 모양이다.”
“아이고,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이 왜 현장을 뛰고 그러신대요.”
애쉬튼 백작가에는 소드 마스터가 없었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에 한없이 가깝다고 칭해지는 인물은 세 명이 있었으니.
현 애쉬튼 백작가주 멜빈 백작.
골든베어 기사단장 트레버 경.
영지 총사령관 어네스트 경.
셋 모두 50줄을 넘겼지만 왕성하게 현역에서 활동 중이었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엑스퍼트 최상급에 발을 디딘 기사가 적어도 다섯은 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현역에선 은퇴한 상태라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직접 검을 든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부탁하신 거겠지.’
어쨌든 이번 일 덕분에 진짜 ‘명문의 힘’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힘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문제는 그게 아니야. 클리어했음에도 소멸하지 않는 게이트가 있다는군.”
“네? 그렇다면 큰일 아닙니까!”
아직 이들은 소멸한 게이트가 재생성 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소멸조차 하지 않는 게이트 얘기가 나왔으니.
“그래서 말인데,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게이트가 소멸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다른 방법이 없는지 말이야.”
라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을 준비할까요?”
버나드의 말에 라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엔 소수 정예로 간다. 나하고 필립, 제이크, 피어스까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소수 아닙니까?”
“들어보니 저쪽 분들은 혼자서 게이트를 씹어 드신 모양인데 우리도 질 수 없지. 아, 생존자를 챙겨야 할지도 모르니 용병 10명 정도 지원을 받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버나드가 인선을 위해 자리를 떠나자 제이크가 신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 옛날 생각나는데요? 확실히 우리끼리 움직이는 게 더 홀가분할 것 같긴 합니다. 도시락이라도 챙겨갈까요?”
“옛날이라니? 겨우 두 달 전 일이 아닌가.”
피어스가 무표정하게 건조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하자 제이크가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이래서 활쟁이를 싫어한다니까? 조크 아니야 조크!”
“마스터가 참석하신 회의 자리다. 불필요한 얘기는 삼가도록.”
“아이고, 이런 벽창호같은 자식. 어떤 때 보면 단장님보다 심하다니까? 아, 아니 단장님 욕하는 게 아니고!”
결국 필립에게 등짝을 한 대 맞고서야 입을 다문 제이크였다.
* * *
“흐음.”
“어떻게 할까요?”
라울 일행은 어느 협곡 사이를 돌파해 커다란 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E등급 게이트도 딱히 어려울 게 없었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랫맨과 고블린.
F등급에는 없었던 랫맨 병사와 고블린 사냥꾼이 등장했지만, 라울과 기사들에게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을 뿐이다.
협곡이 길게 이어져 있었기에 그저 몬스터를 잡으며 전진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게이트였다.
문제는 몬스터를 모두 소탕한 뒤에 생겼다.
절벽 앞에 다가서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경고 :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가디언 퇴치]가 생성되었습니다.
-히든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으면 30분 후 자동으로 귀환합니다.
‘퀘스트 확인!’
등급 : D+
목표 : 게이트 가디언을 퇴치하시오.
설명 : 강력한 가디언이 게이트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디언을 퇴치하여 게이트를 무력화하세요!
보상 : 경험치, 골드, 하급 랜덤 아이템 박스
“다들 확인했어?”
라울의 물음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깨긴 해야겠지만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
라울은 따라왔던 용병들을 불러 절벽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특별히 이상한 느낌도 없었다고 했다.
‘역시…. 플레이어가 아니면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해놨구나.’
사실 이럴 거란 예상을 하긴 했었다.
애초에 게이트고 던전이고 커넥트 NPC 수준으로도 충분히 공략 가능했다.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따지면 플레이어들보다 NPC 쪽이 압도적으로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야 게임이 성립되겠는가?
그 때문인지 던전과 게이트에는 강력한 제약이 걸려 있었다.
첫째, NPC는 게이트 가디언과 던전 보스 방에 입장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초인이라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게이트와 던전을 닫을 수 없단 얘기다.
둘째, NPC는 게이트와 던전에서 아무런 보상을 획득할 수 없다.
이건 시작도시에 있는 신의 영역(플레이어 존)과 마찬가지 설정이었다.
결국 커넥트를 좀먹는 게이트와 던전을 정리하려면 플레이어가 반드시 필요하단 얘기였다.
이방인인 플레이어가 커넥트 세상에서 환대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임적인 장치였다.
‘게이트 무한 재생에 플레이어 존 적용이라니… 이건 그냥 막지 말란 얘기잖아?’
라울이 단순한 게임 플레이어였다면 이게 웬 떡이냐 싶겠지만, 지금의 커넥트는 라울에겐 현실이었다.
뭔가 타개책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퀘스트부터 해결하고.’
“들어가자!”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E등급 게이트 가디언 ‘검은 저주의 고블린 전사’는 등장한 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삭제되어 버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