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보고하도록.”
낮은 중저음의 음색이 방안을 채웠다.
“왕실은 특별한 반응이 없습니다. 수도 경비대에 순찰을 강화한 정도입니다.”
“템플턴 공작가는….”
“맥닐 후작가는….”
차례대로 보고를 받은 임페리얼 하운드 루벤 왕국 지부장 실버 제로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핵심 타격 대상인 수도의 병력 상태가 예상치를 초과했다.
모두 애쉬튼 백작가의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 때문이었다.
“6호. 애쉬튼 백작가가 원래부터 종교에 독실한 집안이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귀족들에 비해 신전에 대한 처우가 좋긴 하지만, 평범한 수준입니다. 저는 오히려 다른 쪽을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지?”
“애쉬튼 백작가가 움직인 것은 신전이 신탁을 공표한 시기보다 빠릅니다. 아무래도 뭔가 다른 정보통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애쉬튼 백작령의 병력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각지에 분산되어 있던 영지군과 기사들이 소집되어 병력을 재편하는가 하면, 본성에 처박혀 있던 골든베어 기사단의 기사들이 요충지로 파견을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에 용병들이 모여든 시기를 생각하면 신전의 공표보다 한참 앞서 움직였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탁, 탁.
실버 제로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하던 그때 수도를 전담하고 있는 8호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레이가 움직인 건 아닐까요? 아카데미에서 애쉬튼 백작가의 라울이란 녀석과 몇 번 접촉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일리가 있군. 그래서 문제의 그레이는?”
“그게…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평범하게 아카데미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듯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제로가 물었다.
“8호. 애쉬튼 백작가가 고용한 용병들의 상황은? 우리 쪽 요원은 침투했나?”
“면목 없습니다. 모두 침투에 실패했습니다.”
“뭐라고? 천 명이나 뽑는데 한 명도 들여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예심은 통과했지만 본심에서 모두 떨어졌습니다. 라울이란 녀석의 감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라울. 라울이라….”
골치 아프다는 듯 제로가 인상을 쓰자, 조용히 있던 1호가 말했다.
“굳이 신경 쓸 필요 있습니까? 아니 오히려 잘된 일 아니겠습니까?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금을 들이며 용병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놈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죠. 다들 알잖습니까? 그게 어떤 물건인지 말이죠.”
“맞습니다. 처음에야 군침을 삼키고 달려들지 모르겠지만, 금방 독이 든 사과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애송이가 쓸데없이 돈을 날렸다는 걸 알면 본가에서 질책을 당할지도 모르죠. 탐욕스런 귀족 놈들은 결코 우리의 대계를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비슷한 의견들이 이어지자 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군들의 말이 옳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요원들의 배치는 어떻게 되었나?”
“배치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곧 대계가 시작된다. 포악스런 돼지 놈들의 심장부에 비수가 꽂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각자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도록.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 * *
째깍, 째깍.
초침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0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어어! 저게 뭐야!!”
연무장에 대기하고 있던 용병의 눈에 밤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유성이 비쳤다.
문제는 유성의 수가 수십 수백 개를 넘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구르르릉.
“지, 지진이다!!”
때를 맞춰 대지가 진동했고, 몇몇 겁먹은 용병들은 고개를 땅에 박고 엎드렸다.
스르륵.
또한, 지상의 존재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거대하고 투명한 장막이 하늘 위에서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장막이 행성 전체를 빈틈없이 뒤덮는 그 순간.
신기루였던 것처럼 유성우가 사라지고 지진이 멈췄다.
동시에 라울의 눈앞에는 커다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업데이트 완료 공지]pre-scenario v1.0 업데이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숨겨져 있던 고대 던전이 일부 개방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추가적으로 던전이 개방됩니다.
-디멘션 게이트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분들은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를 탐색하고 클리어하면서 푸짐한 보상을 획득해 보세요. 기간 한정 퀘스트 [게이트 러쉬!]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 NPC가 시나리오 NPC로 지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 NPC를 해치면 페널티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길드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길드원 수가 적어서 답답하셨나요? 이제 중형 길드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직접 확인해 보세요.
“후우. 드디어 시작이구나.”
밖에서 웅성거리는 용병들의 소리를 뒤로 한 채, 라울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등급 : EX
목표 : 게이트를 최대한 많이 클리어하세요.
기한 : 30일(커넥트력 521년 6월 28일까지)
설명 : 이게 무슨 일인가요? 출처를 알 수 없는 디멘션 게이트들이 커넥트의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게이트를 클리어하여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세요.
추신 : 게이트가 부족할까 걱정이신가요? 걱정은 노노~. 시나리오 개시 기념으로 매일 자정 게이트가 재생성됩니다.
보상 :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1위를 차지하는 개인과 길드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퀘스트를 확인한 라울이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쾅!
라울이 분을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쳤다.
보상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현재 플레이어는 라울뿐이고 길드도 하나뿐이었으니.
라울이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매일 자정 게이트가 재생성됩니다.
즉, 아무리 게이트를 많이 소멸시켜도 소용없단 말이었다.
애쉬튼 영지와 왕국 수도에 발생할 게이트를 모조리 정리해 버리려던 라울의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설마 했는데….’
한숨을 내뱉는 라울의 머릿속에 단어가 하나 떠올랐다.
[시나리오 강제력]시나리오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연계 시나리오 발생에 지장을 주는 플레이를 막아 버리는 커넥트의 방어 시스템이었다.
지금처럼 퀘스트 자체에 특별한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지만, 시나리오 진행 도중에 추가 퀘스트나 돌발 퀘스트 등으로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일도 많았다.
‘제길.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거지? 이렇게 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라울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급히 작전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웅성웅성.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수도 투리엄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조금 전의 기현상에 불안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어, 저게 뭐지?”
길 한 가운데 반투명한 직사각형 모양의 물체가 어둠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성인 남성 키 높이 정도의 직사각형 물체는 불길하게도 붉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허공에 떠 있었다.
그 물체를 처음 발견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게 다가갔다.
꿀꺽.
왠지 모를 끌림에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남자의 손이 물체에 닿은 그 순간, 그의 모습은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으힉!”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목격한 이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그의 눈에 또 다른 이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이들이 차례차례 괴물체를 만지고는 사라져갔다.
“뭐, 뭐야? 도대체.”
위험하단 생각에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그가 뒷걸음질 치려던 그때.
“엇! 안 돼, 디키!! 이리와!”
그의 6살 난 아들이 겁도 없이 괴물체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남자는 허겁지겁 비틀거리며 달려가 아들을 붙잡아 뒤로 던졌다.
“어서 빠져나가….”
다행히 뒤쪽에 있던 누군가가 아들을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운이 좋지 못했다. 어느샌가 그는 괴물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제4외성 B구역 32섹터에서 게이트 발견! 제길, 벌써 몇 명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보호조치 들어가겠습니다.」
「제3외성 F구역 21섹터 게이트 발견! 다행히 인적이 없어 보입니다. 경비대에 인계하고 탐색 속행하겠습니다.」
「제4외성 C구역 14섹터…」
「제1외성 귀족 거주구 3섹터…」
길드 통신을 통해서 쉴 새 없이 보고가 들어왔다.
작전실이 마련된 100석 규모의 작은 강당 전면에는 커다란 지도가 부착되어 있었다.
바로 수도 투리엄의 지도였다.
지도 곳곳에는 각종 마크가 붙어 있었다.
파란 점은 파견된 길드원.
붉은 점은 발견된 게이트.
녹색 점은 수도 치안대의 거점과 병력들의 위치였다.
게이트를 표시한 붉은 점의 밑에는 대략적인 피해자의 숫자가 기재되었다.
“제4외성 B구역 32섹터에 10명, C구역 14섹터에는 5명 파견해!”
“제3외성 F구역 21섹터는 3명만 보내서 배치 확인하고 19섹터로 움직인다!”
필립의 지시에 이어 버나드가 부대 명부에서 파견할 대원들을 결정하고, 전령들은 정신없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의 개수는 이미 30개를 돌파하고 있었다.
‘제기랄 도대체 얼마나 많이 튀어나온 거야!’
라울이 굳어진 표정으로 전면의 상황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이번 시나리오와 퀘스트에 대한 정보는 연결고리 카페에도 없었다.
그저 게임 배경 설명에 기록된 ‘커넥트력 521년에 게이트가 등장해 각 왕국과 영지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다.’라는 역사적인 사실 뿐.
수도에 나타나는 게이트의 수, 위치, 등급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빨려 들어간 이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길드원들과 천명의 용병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피해자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분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그때, 다급해 보이는 길드 통신이 들어왔다.
「제2외성 3구역 17섹터! 마스터가 언급한 노란빛의 게이트 발견! 노란빛의 게이트 발견!」
「절대로 접근하지 마! 자칫 대원들도 빨려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라울은 길드통신으로 직접 주의를 준 뒤 말했다.
“타겟은 제1번 D등급 게이트로 지칭하고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B급 용병 3인을 투입하고 해당 구역 경비 대장에게 직접 서신을 전하도록.”
지시를 마친 라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D등급까지 등장하다니….’
F등급과 E등급까지는 병사들로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는 게이트였다.
하지만 D등급 게이트부터는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소드유저 이상이 아니면 상처조차 입힐 수 없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머릿수로 해결할 수 있는 건 E등급까지라는 얘기였다.
게다가 단순한 토벌전에 불과한 F, E등급 게이트와 달리 D등급부터는 특별한 클리어 조건이 등장한다.
그래서 기사라 할지라도 함부로 발을 들였다간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 바로 D등급 게이트였다.
‘영지는 괜찮을까?’
생각보다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 속이 타들어 갔다.
어느새 지도에는 붉은 점이 4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