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59
제59화
달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깨에 견착한 쇠뇌의 무게가 처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거지!’
일촉즉발의 상황. 떨려오는 전장의 기운.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바로 그가 바라던 것들이었다.
게이트 안에서 이런 수성전을 벌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제국 마병이라니?
역사서에나 등장하는 괴물 아니었던가?
뭔가 자신 또한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고양감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조준선 너머로 기괴한 생명체의 모습이 들어왔다.
“쏴!!”
핑! 드르르륵!!
“키야악!!”
달튼이 발사한 볼트가 정확하게 놈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리고 뒤이어 성벽에서 날아간 수십 개의 볼트가 마병들을 덮쳤다.
“쿠와아!!”
머리에 볼트가 박힌 몇몇 마병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놈들은 몸에 볼트가 박혔어도 괴성을 지르며 요새를 향해 달려들었다.
“재장전!”
용병들과 달튼이 재장전하는 사이 라울을 비롯한 십여 명의 기사들은 쉬지 않고 활을 쏘아댔다.
단발의 파괴력은 쇠뇌가 확실히 강력했지만 연사력은 도저히 활을 따라갈 수 없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더 활 쏘는 연습을 해둘 것을….’
솔직히 검술을 제외한 무기술은 그저 사용법 정도만 익혀둔 상태였기에 실전에서 쓸 수준이 아니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미 전투는 벌어진 것을.
달튼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쇠뇌를 재장전 하고는 다시 마병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 퍼벅!
‘좋았어!’
또 하나의 머리를 날려버린 달튼이 속으로 환호성을 외치는 사이 어느새 마병들은 요새와의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거창!”
필립의 외침에 용병들이 쇠뇌를 내려놓고 강철로 만든 2m가 넘는 장창을 들어 올렸다.
무게를 고려한 것인지 강철 방패 사이에 거치대까지 준비해 두었기에 용병들이 수월하게 다룰 수 있을 듯했다.
스르릉.
물론 달튼은 창이 아닌 자신의 롱소드 두 자루를 꺼내 들었다.
‘모조리 베어주마!’
마병이 다가오자 그 혐오스런 생김새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가죽갑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갑옷 틈새로 보이는 시퍼런 핏줄과 파충류같이 비늘 덮인 피부는 결코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리저리 비틀려버린 얼굴 생김새와 톱날 같은 이를 보니 아까까지 상대했던 늪 두꺼비가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쿠웅. 쿠구궁.
“크롸라!”
성벽 아래 도착한 마병들은 달려오던 탄성 그대로 성벽에 몸을 들이박았다.
사람보다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몸집으로 박치기를 해대니 통짜 돌 블럭으로 만든 요새에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무 목책이었다면 대번에 박살 났겠는데?’
다행히 요새는 몸통박치기 따위에는 끄떡없어 보였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마병들이 일제히 성벽 위를 올려다보았다.
성벽의 높이는 3m. 거기에 높이 1m짜리 철제 방패를 둘렀으니 실제론 4m에 가까웠다.
“준비!!”
필립의 말에 용병들이 장창을 아래로 겨눈 채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바밧!
마병들이 마치 개구리처럼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
저 육중한 덩치들이 거의 3m이상을 뛰어올라 방패벽을 붙잡으려 하자 용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찔러!!”
하지만 놀람도 잠시. 필립의 명령에 용병들이 겨누고 있던 장창을 힘껏 찔러 넣었다.
“키~엑!!”
쿠웅.
창에 찔린 마병이 괴성을 지르며 성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떨어져 내린 마병은 어지러운 듯 잠시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멀쩡하게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일반적인 공격으론 마병의 두꺼운 가죽을 뚫어낼 수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모든 마병이 성벽에서 떨어져 나간 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머릿수는 이쪽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텅! 채쟁!!
방패에 달라붙은 마병이 긴 손톱을 뽑아들고 휘두르자 용병들이 황급히 창대로 막아냈다.
“흐아압!”
그리고 용병들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달튼이 기합을 내지르며 마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익~텅!
푸슉!!
왼손의 검으로 마병의 긴 팔을 쳐냈고, 오른손의 검이 깔끔한 궤적을 그리며 마병의 목줄기를 꿰뚫었다.
마병은 힘이 빠진 듯 방패를 놓치고 성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음!?’
하지만 달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뭔가 손맛이 달랐던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반응했단 말인가?’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죽이 두꺼웠던 탓도 있는 듯했다.
바닥에 떨어져 내렸던 마병이 잠시 꿈틀거리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런…!’
설명을 들었지만 저렇게 터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마나 블레이드를 써야 하나?’
단순히 마나를 불어넣은 마나 소드로는 일격에 숨통을 끊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라울의 기사들은 이미 검기를 뽑아내 마병의 목을 잘라내고 있었다.
“쳇.”
또다시 마병 하나가 철방패에 달라붙었고, 이번엔 달튼도 실수하지 않았다.
그의 롱소드 두 자루에서 10cm가량의 붉은색 검기가 솟구쳐 올랐고, X자로 교차한 검은 마병 하나의 머리를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후아! 다 덤벼!!”
숨을 고른 달튼이 자신감을 되찾고는 고함을 질렀다.
단순히 라울의 친구인줄만 알았던 용병들도 달튼이 엑스퍼트급 검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한결 든든하다는 표정으로 마병을 상대해 나갔다.
* * *
“쩝.”
에밀이 요새의 전투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손에 쥔 석궁용 볼트를 다시 한번 확인한 그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장인은 아니었지만, 이 볼트가 일반적인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일단 나무로 만들어진 게 아닌 통짜 금속이었고, 재질 또한 일반적인 쇠가 아니었다.
‘은이라….’
그도 흑마기를 몸에 품고 있었다. 볼트에서 은(silver)의 항마력이 느껴진다는 걸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긴 그게 아니었으면 아무리 강력한 쇠뇌라 하더라도 마병의 두개골을 한 방에 꿰뚫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겠지?”
은의 항마력은 마기뿐만 아니라 언데드와 상극이었다. 아마도 언데드를 가정하고 준비한 것이리라.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한 요새도, 마병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는 장창도 딱히 보기 드문 것들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전장 안에 그 요소들이 모여 마병들을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공교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적들의 전력이 심상치 않군.’
생각보다 적 하나하나의 실력이 뛰어나단 생각이 들었다.
애쉬튼 백작가의 기존 전력과 신생 퍼스트 기사단의 알려진 정보를 충분히 고려하여 병력을 동원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들의 예측보다 숨겨진 것들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뭐, 그래 봤자지만….’
마병만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요새가 등장한 순간 그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마병이 아무리 흉악한 괴수라고 하지만 엑스퍼트급 검사를 상대로 정면대결을 펼칠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제1식 마병의 한계지. 그래도 힘을 좀 많이 빼놨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B급 이상의 용병들만 끌고 온 모양이군.’
B급이면 기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들. 충분히 마병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적의 전력을 대충 확인한 에밀이 외쳤다.
“전투 준비!”
그의 명령에 임페리얼 하운드의 진짜 전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 끝까지 발악해 봐라.’
* * *
화르르륵.
‘응…?’
갑자기 언덕 아래쪽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달튼은 상대하던 마병을 뒤로 밀쳐내고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조심해! 마법이다!!”
사람 상체만 한 커다란 불덩어리가 언덕 아래에서 성벽을 향해 성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적어도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발동한 파이어볼로 보였다.
‘맙소사, 그러고 보니 우리 쪽엔 마법사가 없잖아?’
사실 루벤왕국에는 마법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애초에 기사의 나라인 만큼 기사를 위한 인프라는 훌륭했지만, 마법사를 위한 시설들이 부실했다.
그래서인지 고위 마법사는 대부분 레슬리 왕국에 밀집되어 있는 마탑에 상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 귀족가에 소속된 마법사는 기껏해야 3서클 수준의 하위 마법사가 많았고, 그나마도 전투가 아닌 마법 통신이나 파워아머의 유지보수에 특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금 이 자리에 적의 마법을 막아낼 마법사가 없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게다가 달튼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성벽 네 방면에 동시에 마법이 날아들고 있었다.
적어도 마법사가 넷이 넘는단 얘기였다.
파이어볼이 날아오는 그 짧다면 짧은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던 달튼이 입술을 깨물고는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된 이상….’
달튼이 어떤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던 그 순간.
“모두 자리를 지켜!!”
라울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펑! 퍼벙! 펑! 펑!!
기세 좋게 날아오던 화염구들이 성벽을 몇 미터 앞에 두고 폭발해 버렸다.
화르르륵!
“끼에엑!”
덕분에 떨어져 내린 불의 파편이 마병들을 덮쳤고, 불길에 휩싸인 마병들이 바닥을 뒹굴며 난장판이 벌어졌다.
“와아아!!”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랐지만, 마법을 막아냈단 사실에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불 때문인지 마병들의 공격이 약간 느슨해 지는듯했다.
“모두 정신 차려! 2파가 온다!”
하지만 라울은 방심하지 않고 소리쳤다.
그의 말처럼 또 다른 화염구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번엔 그 화염구 뒤편에서 일단의 무리가 빠른 속도로 요새를 향해 달려들었다.
즉시 상황을 눈치챈 필립이 외쳤다.
“적의 기사들이다! 용병들은 방어태세로 전환하라!!”
필립의 명령에 십여 명의 용병이 창을 놓고 성벽을 내려갔다.
그들은 석궁을 든 채 요새의 중심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 설치된 것인지 간이 망루가 세워져 있었다.
성벽보다 살짝 높게 설치된 이단의 목재 망루에 자리잡은 용병들은 석궁을 망루에 거치하고 본격적으로 지원 사격에 들어갔다.
성벽에 남아 있는 용병들도 창을 포기하고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개인용 방패와 둔기류(해머, 망치, 도끼 등)로 무장한 채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천명의 용병 중 선발된 이들답게 진형의 변경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빈틈은 퍼스트 기사단의 기사들이 메꿨다.
필립을 포함한 정규기사 6인과 수습기사 7명, 그리고 라울과 달튼까지 총 15명이 최전방에서 적들을 맞이했다.
쾅! 채쟁! 퍼벅!!
“죽어라!”
“너나 죽어!”
임페리얼 하운드 측의 2파는 매서웠다.
엑스퍼트가 분명한 7명의 기사가 검기를 내뿜으며 성벽 위로 단번에 튀어 올라왔다.
또한 그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새 문신을 붉게 물들인 10여 명의 요원들도 불길한 검은빛 검기가 물든 검을 들고 성벽 아래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라울 측의 방어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이쪽도 기사전력은 충분했고, 연신 날아오는 마법은 라울이 염동력을 실은 비수로 꾸역꾸역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요새 멀리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십 분 남았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필립과 아슬아슬하게 검을 나누고 있던 부관 에밀이 그 소리를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제기랄! 모두 봉인 해제!”
성벽 위의 전황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