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69
제69화
챙! 채쟁!!
불꽃 튀는 치열한 대결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미 멜빈 백작에게서 서임을 받은 정규 기사들은 어느덧 숙련된 엑스퍼트 검사로서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후우. 굉장히 인상 깊은 검술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한번 검을 나눠 보고 싶군요. 합격입니다.”
6명의 정규 기사들은 심사관들과 거의 대등한 실력을 선보이며 가볍게 심사를 통과했다.
관중석에선 쉴 새 없이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고, 참관인석의 귀족들도 더 이상 기사단의 실력을 의심하지 못했다.
적당히 구색만 갖춘 기사단이라 비꼬던 이들은 붉어진 안색을 감추기 급급했다.
그리고 때마침 그들의 눈에 새로운 먹잇감이 잡혔다.
“크흠. 이제 수련 기사들이 등장하는군요. 그런데 솔직히 수련 기사들까지 정식 갑옷과 무기를 제공하다니…. 너무 유치하고 저급한 발상 아닙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부족한 기사단 머릿수를 저런 식으로 눈속임하려고 하다니. 멍청한 시민들은 저들이 모두 기사인 줄로 착각할 것 아닙니까?”
“진짜 기사들의 위상과 입지를 생각한다면 저런 비열한 행위는 금지시켜야 합니다. 기사 협회는 도대체 뭐 하고 있답니까?”
“맞아요! 누구는 돈이 없어서 수련 기사들에게 갑옷을 안 맞춰 준답니까? 그게 다 기사단의 위계질서를 생각해서….”
또다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기 시작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심사장의 분위기도 살짝 바뀐 느낌이었다.
공정한 심사라고 하지만, 참가자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당연했다.
이제부터 등장하는 것이 수련 기사들인 만큼 심사관들의 마음도 조금 편해지기 마련.
그리고 일부 심사관들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수련 기사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2차 심사인 지도 대련은 참가자의 검술 수준과 결투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심사였다.
지도 대련이란 명칭답게 심사관은 참가자의 수준에 맞춰 대련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란 뜻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련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마나 소드 정도에 그쳤다.
애초에 제이크나 피어스같이 대놓고 마나 블레이드(유형화된 검기)로 대결이 진행되는 것은 드물었다.
챙! 챙!
긴 손잡이가 특징인 투핸드 소드가 간결하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까다롭군.’
심사관이 슬쩍 혀를 찼다.
양손 대검은 장단점이 극명한 무기로 알려져 있었다.
긴 검날과 무게로 인해 강력한 베기와 찌르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반해, 민첩함이 떨어지고 근접거리를 내주면 대응이 취약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당연히 심사관은 참가자와의 간격을 줄여 빈틈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좀처럼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수련 기사가 아니었던가? 대단하군.’
알렉이라는 상대방 참가자는 철저하게 자신의 간격을 확보하며 부드럽게 공방을 이어 가고 있었다.
자신의 무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괜히 애쉬튼 백작가가 명문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구나. 검술도 훌륭하지만, 수련 기사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상대방의 나이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대 중반에 불과했다. 그런데 검술에 대한 숙련도나 대처법을 보면 실전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검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검술 자체만 놓고 봤을 땐 더 이상 심사할 것이 없어 보였다.
어느덧 3분이 지난 것을 깨달은 심사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쳤다.
“여기까지. 훌륭한 검 실력이군. 합격을 주지 않을 수 없겠어. 심사관님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합격입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재심을 요구하는 바요!”
당연히 합격이 나올 줄 알았던 심사관이 순간 멈칫했다. 보조 심사관 중 한 명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군요. 제 판단에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이의를 제기한 심사관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솔직히 제대로 된 대련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째 내 눈에는 대검 간격 밖에서 적당히 검을 섞으며 시간을 보낸 걸로 보였습니다만.”
“뭐라고…!? 진심입니까? 아니 제대로 보긴 한 겁니까?”
“이상하군요. 제가 봤을 땐 합격을 받기에 충분한 실력이었습니다만.”
또 다른 보조 심사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제 의견은 변함없습니다. 재심을 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는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때 본 심사관의 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이자가 설마…?’
이의를 제기한 심사관의 제복에 달려 있는 브로치의 문양.
그건 랜달 백작가의 방계에 해당하는 그로난 자작가를 뜻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문제가 엮인 모양이었다.
“멋대로 하시오!”
본 심사관은 이를 뿌득 깨물고는 거친 발걸음으로 보조 심사관석을 향해 걸어갔다.
재심은 보조 심사관에게 주어진 권한이니 더 이상 그가 손쓸 방법은 없었다.
‘더러운 놈들. 신성한 기사들의 전당에 정치적인 문제를 끌어들이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오늘 심사가 끝나고 나면 협회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생각하며 심사관은 분을 삭였다.
재심 시간은 1분. 이의를 제기한 보조 심사관이 직접 대련을 하게 된다.
1분을 버티면 자동 합격이고, 버티지 못하면 두 번의 대련에 참가하지 않은 최후의 보조 심사관의 결정에 따라 당락이 정해진다.
어쨌든 재심은 결정되었고, 수련 기사 알렉은 다시 한번 심사를 받아야 했다.
심사관 베른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알렉을 바라보며 자신의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네놈은 여기서 떨어져 줘야겠다.’
본가에서의 지령도 있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애쉬튼 놈들의 수련 기사 따위가 심사를 통과하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
어느새 그의 레이피어가 붉은 마나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쉐에엑!!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레이피어가 붉은 유성처럼 알렉을 향해 날아들었다.
‘감히 네가 이 검을 받을 수 있겠느냐!!’
레이피어는 금방이라도 알렉의 허벅지를 꿰뚫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베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피했다고…?’
고작 수련 기사 따위가 랜달가의 검술 ‘슈팅 스타’를 피하다니.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베른이 연이어 검식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마치 레이피어의 움직임을 미리 읽기라도 하는 듯 알렉은 철저하게 공격을 막아 냈다.
기본적인 실력 차가 있었기에 반격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거기까지!”
어느새 1분이 지나갔고, 보조 심사관들이 대련을 멈춰 세웠다.
“알렉 참가자. 합격입니다. 훌륭한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후우, 끝났구나.’
대검을 갈무리하고 심사관들에 예를 표한 알렉이 호흡을 가다듬고는 몸을 돌렸다.
와아아!!
쏟아지는 함성을 만끽하며 알렉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라울이 아니었다면 알렉이 이번 심사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라울은 서임식의 시험 방식이 뭔지, 심사관이 누구고 그들이 어떤 검술을 쓰는지, 어느 가문과 관계되어 있는지까지 모두 조사했다.
심사관들 중에 랜달가 관계자들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라울은 직접 레이피어를 들고 ‘슈팅스타’를 펼치며 수련 기사들의 훈련을 도왔는데,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다.
알렉은 그런 마스터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모든 게 마스터의 말씀대로였어!’
이제 단 한 걸음만 남았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그도 당당한 한 사람의 기사로서 마스터의 곁에 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평생을 그분의 곁에서 그분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알렉은 굳게 다짐하며 연무장을 뒤로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망연자실한 심사관 베른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
“허허, 이거 참 공교롭다고 해야 하나. 루벤 왕국 기사들의 실력이 뛰어난 이유를 정말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크흠!”
“확실히 예년과는 다르군요. 올해만 특별히 까다롭게 심사를 보는 이유가 뭘까요?”
콜로세움 가장 중간에 위치한 귀빈석.
루벤 왕국 기사 협회장 카슨의 귀에 불편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심사장에서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퍼스트 기사단의 수련 기사 알렉이 통과한 이후에도, 퍼스트 기사단의 수련 기사들이 심사를 보는 곳에서 연이어 재심 결정이 내려지고 있었다.
정말 문제가 있어서 재심이 내려진다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전의 참가자보다 실력이 뛰어난 이들을 연이어 재심을 받게 되니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런 괘씸한 놈들!!’
점잖은 척 심사 장면을 관람하고 있는 협회장의 주먹이 미세하게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급하게 직원을 보내 상황을 수습하게 했지만, 이미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있었다.
게다가.
“협회장님. 이건 조금 의외군요. 설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대놓고 물어보는 언론사 사장이 있는가 하면,
“하하. 설마 그렇겠습니까? 루벤 왕국의 기사 협회라면 전 대륙 기사들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말입니다. 그저 심사관들의 의욕이 넘치는 탓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 유명한 현자 그레이가 옆에서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 귀빈석엔 그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권력자들이 상당수 자리하고 있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협회장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크흠….”
“허허….”
“이건 상상 이상이군요.”
퍼스트 기사단에 대한 심사관의 견제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수련 기사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검술 수준 자체가 랜달가보다는 애쉬튼가가 앞선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역시 명문은 명문이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신흥 가문의 한계가 아닐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스터인 허드슨 백작의 실력이야 의심할 바가 아니지만, 기사들의 수준은 확실히 애쉬튼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참관인석의 분위기나 기류가 바뀌고 있었다.
원래 수도에서의 영향력은 랜달가가 애쉬튼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검술이나 기사들의 수준도 랜달 가문이 우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런 고정 관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참관인석이 아닌 관중석을 살펴보면 이건 역효과 정도가 아니라 아예 퍼스트 기사단을 띄워 준 격이 되어 버렸다.
“역시 퍼스트 기사단!!”
“수련 기사분들조차 전원 통과라니!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빠! 나 나중에 크면 퍼스트 기사단의 기사가 될 거야!!”
“어째서 애쉬튼 백작가가 알려지지 않은 거지? 신생 기사단이 이 정도면 본가의 기사단은 얼마나 강하다는 걸까?”
솔직히 여태까지 퍼스트 기사단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제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목격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게이트에서 구원을 받은 이들이나 용병 일부가 떠드는 이야기가 전해졌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문에 더해서 실제 대련하는 모습을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기사들에 비해 나이도 어렸고 번쩍이는 화려한 신상 갑옷과 무기까지 갖췄으니 연무장에서 그들의 모습이 빛나 보이는 건 당연했다.
“하아, 벌써 마지막 참가자야? 너무 몰입했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이봐! 저걸 보라고! 마지막 참가자는 바로 그분이야!!”
“아아. 그분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예요.”
“꺅! 라울 공자님~! 여기 좀 봐 주세요!!”
재심으로 길어진 심사 탓에 지칠 법도 하건만, 관중들은 오히려 흥분한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2차 심사의 마지막 참가자가 바로 라울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