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14
114
114화 철벽
“E-메일은 잘 보았어요.”
채강윤은 나이가 10살이나 많지만, 존대를 유지했다. 허나 자존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냥 넘기기에는 힘든 말이 있더군요.”
그녀가 일군 아드레안은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가 있었다. 아드레안이라는 간판을 단 매장에는 하루에도 많은 손님이 들락거린다.
다소 비싼 가격이 문제이지만.
손님들의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았다. 아시아 지역에도 순조롭게 확장 중이었다. 순풍에 돛 단 배처럼 거침없이 1인자의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
상대가 삼송의 회장이었다면, 차라리 이런 도발을 무시했으리라. 하지만 마왕은 모든 생리를 무시하는 존재였다.
손을 대는 것마다, 무조건 성공을 하고 경쟁자들을 도태시켰다. 그 대단한 코타콜라마저도, 두 손 두발을 들고, 마왕과 협업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화장품에 눈을 돌린 모양이다. 자존심을 무조건 세울 때는 아니었다.
“기분이 나쁜가?”
“약간은요.”
“어쩔 수 없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까.”
마왕 컴퍼니는 장애물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저 뚫고 지나가버릴 뿐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당신이 가진 패는 무엇이죠? 잠깐 들여다 볼 수는 없을까요?”“맨 입으로?”
마왕의 질문에 채강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앞으로 상채를 숙인다. 그리고 테이블에 자신의 두 팔을 올려놓는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자연스럽게 연출된 것일까? 아니면 노린 것일까?
그녀는 가슴골이 훤희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가슴골이 모이면서, 저절로 그곳에 눈길이 가지 않는가?
“……”
채강윤은 나이가 42살이지만,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일도 완벽하게 해내지만, 자기 관리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
연예인을 연상시킬만큼, 잘 빠진 몸매에다가 얼굴도 아름답다. 입가에 점은 수많은 남자를 함락시키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매출 1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여성 CEO 비율은 고작 6%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 CEO는 분명 패널티로 작용했지만, 그녀는 그조차 뛰어넘는 존재였다.
절대 헤프게 다닌다는 뜻은 아니었다. 화장품 산업에서 아름다움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된다. 채강윤은 그것을 어느 누구보다 잘 표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온 몸으로 말이다.
“외모에 자신감이 있군.”
“자신감이 아니라 자존감이라고 말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저는 저의 단점조차 사랑하니까요.”
채강윤의 단점?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보였다.
“단점이라….. 예를 들어서?”
“저는 돈은 많지만, 씀씀이가 헤퍼요. 억지로 젊음을 유지하고 싶지만, 주름살은 늘어가고 있구요. 욕심은 많지만, 어떻게 해도 그것을 채울 방법이 보이지 않아요.”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취적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김미나가 이지적이고 차가운 물을 떠올린다면, 채강윤은 도발적이고 타오르는 화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마족이라면 좋았을텐데.’
마왕의 심미안은 여전히 인간이 아니라, 마족의 초점으로 맞춰져 있었다.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채강윤이 질문을 던진다.
마왕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매사에 진중한 사람으로서 농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난 단점이 없다.”
“네?”
“단점을 키우기엔, 너무 적이 많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강해져야 했지.”
그것은 마족 시절의 이야기였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서, 마왕은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헤쳐야 했다. 남이 파고들기 쉬운 단점은 절대 허용할 수 없었다.
“어머….. 그러셨군요.”
채강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그녀가 보기에 마왕은 중증의 왕자병으로 보였다.
.
.
.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고기는 부드럽고, 와인의 풍미는 깊었다.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면서, 마왕이 말했다.
“나름 즐거웠다. 너와 말을 섞는 것은 지적 유희를 충족시키는군.”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저도 김민철씨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네요.”
다른 이가 들으면, 약간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말이었다.
“나를 즐겁게 해주었으니, 선물을 한 가지 해주지.”
마왕이 꺼낸 것은 작은 화장품이었다. 마왕이 직접 만든 것으로서 페리페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주력으로 생산한 제품이다. 한 번 써보도록.”
“고마워요. 소중하게 잘 쓰겠어요.”
두 눈을 반짝이는 채강윤.
사실 이번 만남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예상보다 큰 수확을 얻었다. 이것으로 마왕 컴퍼니가 가진 능력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군.”
마왕이 떠나기 전, 그녀의 귓가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
채강윤은 곧바로 자신의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왕이 준 화장품을 가지고 연구소에 들어갔다.
마왕이 준 화장품의 성분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평범한 비비크림 성분이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블레미시 밤(Blemish Balm)’. 피부과 치료 후 피부 재생 및 보호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잡티를 가려주고 피부톤을 정리해준다. 연예인들이 ‘생얼화장’을 할 때 사용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연구원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보고된 적이 없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카피할 수 있나?”
“글쎄요. 해보긴 하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았어.”
그녀는 연구원을 돌려보내었다.
“효능을 살펴볼까?”
다른 이도 아니고, 채강윤은 그것을 직접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의 제품들도 그녀가 가장 먼저 사용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자…. 너의 숨은 능력을 보여 다오.’
*****
마왕은 공방에서 아키샤 보드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새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다.
안전 장구를 포함해서 총 2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다.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투자된 비용과 노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액수였다.
띠리리리….
호출음이 들린다. 마왕은 인터폰을 누르고 말했다.
“무슨 일이지?”
“사장님. 지금 채강윤 사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아드레안의 CEO?”
“네. 그 분이 맞으셔요.”
마왕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지 않은가?
“곧 올라가지.”
마왕은 머리를 한번 빗어 넘기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이이이…..
띵!
로비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채강윤을 발견했다.
“흠흠…. 그 날 이후 처음이네요.”
마왕의 손을 덥썩 잡으려던 충동을 억지로 누룬다. 그녀는 거대 기업의 CEO였다.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허나…..
마왕은 이미 그녀의 속내를 파악했다.
‘어지간히 달아올랐군.’
마왕이 준 BB 크림의 효능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잠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네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마왕은 직접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그러는 동안, 회사 내에 사람들은 채강윤의 미모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와….. 엄청난 미인이네.’
‘피부가 정말 곱다. 무슨 화장품을 쓰는 것일까?’
‘사장님의 중요한 손님인 것 같아. 무례가 아니면 물어보고 싶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그녀에게 가서 꿀 같은 피부의 비결을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제일 궁금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신이 준 비비크림.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녀의 나이는 42세다.
아무리 관리를 받아도, 전성기 시절 때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세월을 다시 붙잡을 수 없기에, 그녀는 지금의 피부라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마왕이 준 비비크림을 바르자, 상황은 바뀌었다.
주름은 사라지고, 피부는 촉촉해졌다. 윤기가 드러나고, 예전보다 화사한 피부톤이 늘 유지되는 것이다.
따로 화장을 더 하지 않아도, 그 미가 더욱 배가 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마왕이 준 아이템은 완벽한 사기 아이템이었다.
.
.
.
마왕의 집무실.
중요한 안건은 거의 이곳에서 처리되었다.
“앉지.”
“네. 그러지요.”
마왕은 펀한 자세로 앉았다. 몸을 뒤로 넘기고 여유만만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강윤은 그러지 못 했다.
어떻게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안절부절한 모습을 숨길 수가 없었다.
“어떤가?”
“네?”
“내가 준 화장품 말이다. 그것을 쓰고 와서 이렇게 찾아온 것이 아닌가?”
“맞아요.”
채강윤은 처음부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패배감을 맛보았다.
그 성능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그녀만 하더라도, 천금을 주더라도, 마왕의 비비크림을 더 구하고 싶었다. 그것이라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쓸만하지 않는가?”
쓸만하냐고?
아니, 쓸만한 것을 떠나서, 이것은 혁명이었다. 여자라는 생물은 늘 아름다움을 갈구한다. 그녀가 이 제품을 판매한다면, 똑같은 무게의 금으로 팔 자신이 있었다.
거부들은 그조차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거기에 있었다.
“당신은 무서운 남자로군요. 처음부터 제가 이렇게 행동할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채강윤은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름다운 미녀인 동시에, 활동적인 사업가이기도 했다. 마왕이 가진 아이템만 있다면, 세계의 화장품 사업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물론이죠. 같은 편에 서지 않으면, 파괴한다는 그 말. 이제는 허투를 들을 수가 없겠네요.”
그럼에도 그녀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허나 사장님도 화장품 사업에는 초보시더군요.”
그렇다.
마왕은 늘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화장품 분야에서는 그 어떤 기반도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 맨땅에 헤딩하기에는 마왕도 쉽지 않았다.
“저를 사업 파트너로 삼은 점은 훌륭해요. 후후…..”
그녀는 자리에 일어섰다. 그리고 자연스레 마왕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마왕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벌써 이야기가 그것까지 진행이 되었나?”
“호호….. 선수끼리 이러지 말아요.”
입가의 점이 눈에 띈다. 싱그러운 입술과 그 사이에 드러난 치아가 가지런하다. 남자를 홀리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 같았다.
하지만……
“선수라?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군.”
마왕은 목석과 같았다.
‘내 미모가 통하지 않아?’
채강윤은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사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특히 요 근래에 그녀는 전성기의 아름다움을 찾지 않았던가?
굳이 비교하자면 스페인의 무적함대만큼 막강할 터였다. 그녀는 고승도 유혹할 만큼 자신의 미모에 확신이 있었지만.
여전히 마왕은 단단한 철벽을 유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