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2화
지금 동아시아에서 가장 축구 선진국은 분하지만, 일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2022년 유럽행 선수 100명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선수들을 해외로 내보낸 결과 지금에 와서는 200명이나 되는 선수가 크고 작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국가대표로서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한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패스 중심의 축구가 완전히 이식되어 아시아에서는 깡패 소리까지 들을 지경이었다.
피파 랭킹만 해도 무려 17위.
아시아 No.1은 자신들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것은 유소년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한일 교류전에서 판이 커져 동아시아 교류전이 된 지금, 일본은 유소년 압승을 기대하고 있었다.
-영양가 없는 아시아 교류전은 왜 하는 거야? 이럴 시간에 유럽이랑 싸워서 경험을 쌓게 해야 해
-유스 전적을 보니 18년 동안 중국과 한국에게 진 적이 없네요(웃음)
-중국은 제2의 축구굴기를 15년 동안 했는데 유럽 리거가 단 한 명도 없네wwww
-우리 어린 사무라이 재팬이 조심해야 할 건 한국뿐인가
-최근 한국은 프로젝트 2038 추진하면서 뛰어난 유스가 많더군요
-그래봤자 한국은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지금 한국은 U-17 아래론 골짜기 세대라 부르며 심각한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어
-3대0 그 이상으로 우리 어린 사무라이 재팬이 이길 거라 예상한다
이에 일부 한국 축구팬들은 일본 인터넷 쓰레드 댓글 반응을 가져오며 분개했다.
-시벌 ㅅㅋ들 우리가 못 이긴다고?
-근데 ㄹㅇㅍㅌ이긴 해; 쟤들 말대로 유소년 대표팀은 전 연령이 18년 동안 일본 못 이기긴 했음
-진짜 ㅂㅅ들인가? 왜 못 이기냐 일본을?
-일본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데 왜 지냐고;;;;
-ㅋㅋㅋㅋ위에 억까들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솔직히 일본이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축구 인프라도 ㅈㄴ 좋은데 비비는 게 신기한 거야
-유럽파는 일본이 더 많을지 몰라도 빅리거 비율로 비비는 건 대단한 거임
-1군 vs 1군끼리 붙으면 박빙이긴 하지
-일본은 1군을 낸 적이 없음.
-ㄹㅇ
-뭔 개소리야; 전에 한 번 붙었는데
-일본 전설의 1군 모르냐?
-ㅋㅋㅋㅋㅋ 전설의 1군 ㅋㅋ
-문제는 국내파 vs 국내파로 붙으면 일본이 압살하는 게 문제지
-j리그 >>>>>>>>>>>>K리그 아니냐
-위에 ㄹㅇㅍㅌ
-그런데 희한하게 아챔은 K리그가 더 많이 먹음 ;;;
-ㅋㅋㅋ 우리나라 축구 존나 희한함
-희한해서 아모른직다
-ㄹㅇ 격차 많이 벌어졌다 그러는데 A매치만 하면 항상 박빙이잖아
-ㅇㅇ한일전은 ㄹㅇ 어케 될지 모름 지켜보자
-근데 이거 중계하긴 하냐? ㅋㅋㅋㅋ
-국축갤, 해축갤도 관심 없던 유소년 경기를 중계하겠냐? ㅋㅋ
-파프리카TV에서 중계함
-오
* * *
오랜만에 파주에 왔다.
리모델링 전이라서 마지막으로 왔을 때랑 비교하면 엄청 낡았네.
“와, 잔디 봐! 천연잔디야!”
감성에 젖어 축구 센터를 바라보는데 옆에서 신난 목소리가 들린다.
공세환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멀대같이 큰 진유준도 있었다.
세환이네 운전기사님이 파주까지 태워줘 함께 온 거다.
“천연잔디 좋다. 엄청 푹신푹신해!”
“인조잔디는 따라가기 힘들지.”
“아빠한테 말해서 우리 학교 잔디도 천연잔디로 바꿔 달라 할까?”
“해주시겠냐?”
“나 5대 독자야.”
…금수저도 모자라 5대 독자라니 엄청난 배경이네.
“우, 우리 안 들어가?”
“들어가야지.”
진유준의 말을 따라 나란히 파주 축구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집합 장소가 제2회의실이라고 했던가?
리모델링전에는 와본 적이 없어서 어디인지 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물어물어 제2회의실에 도착했다.
“최지우?”
“너희는……!”
소집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서 우리가 제일 일찍 온 줄 알았는데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최지우.
공세환에게 개발리고 무릎 꿇었던 수원 U-15의 차세대 에이스였다.
“큭큭큭, 왔는가 북패의 아이들이여.”
북패라는 말에 공세환의 눈이 세모가 된다.
“뭐? 북패? 언제적 북패냐 이 해골 새끼야.”
해골은 과거 서울을 포함해 라이벌 구단의 축구팬만 보면 폭력을 행사해 악명을 높였던 소규모 축구모임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영구 출입 금지를 당했는데, 그 이후에도 점조직으로 꾸역꾸역 축구장을 찾아와 온갖 악행을 일삼아 악명이 드높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 서울이 난지도, 북패로 불리듯이 그들의 멸칭이 되었다.
“큭큭, 해골이라니. 이봐, 이봐, 나를 자극하지 말라고. 내 안에 잠든 흉포한 자아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깐 말이지.”
뭐래는 거야 저 새끼.
“뭔 소리야 미친놈아.”
공세환이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최지우가 눈에 불을 켜며 말했다.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어쩌면 이번 국가대표 소집에서 또 다른 내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라구.”
“나오면 어쩌라고 그래봤자 넌 후보일 텐데.”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너 나한테 개발렸잖아. 나보다 못하는데 주전으로 나오겠냐? 후보지?”
공세환이 씩 웃으면서 말하자 최지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큭, 그건 또 다른 나를 억누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뿐. 전력을 다하면 날 이기지 못해!”
“어쩌라고, 개발린 건 팩트인데.”
“큭큭, 바로 이곳, 파주에서는 다를 거다. 큭큭큭.”
가만히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보니 최지우란 아이를 알 것 같다.
저 새끼… 정상이 아니다.
제대로 돌은 놈이다.
중2병 말기 환자로 몸 안에 흑염룡이 3,000마리는 사는 놈이 분명하다.
워낙 데면데면한 사이라 내가 몰랐던 걸까? 커서는 저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면 이불킥 꽤나 했겠네.
“그리고 공세환, 네놈은 내 상대가 아니다. 내 상대는…….”
최지우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바로 너다. 윤태양……!”
“아니, 난 왜?”
“나의 수원을 짓밟은 너를 내 평생의 라이벌로 생각하기로 했다.”
“넌 미드필더고 난 공격수인데?”
“뭐? 그때는 미드필더로 뛰었잖아?”
“원래 공격수야. 후반에는 공격수로 올라가서 뛰었잖아.”
최지우가 그럴 수가……! 라며 멍해지자 공세환이 비실 웃으며 말했다.
“공격수보다 미드필더 못하는 놈이 뭔 라이벌 타령이야. 골드가 챌린저 이긴다고 깝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
“난 골드 아니다, 플래티넘이거든?!”
최지우가 자랑스레 말하자 공세환이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마스터임. 롤 존나 못하네.”
아니, 초딩이 무슨 재주로 마스터까지 올라간 거지? 그 정도면 프로 게이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공세환의 의외에 재능을 발견했다 싶은 순간 하나, 둘 대표팀에 차출된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K리그 주니어 A팀 소속이어서 얼굴이 낯익은 아이들도 있었고, 지난 삶에서 본 것 같은 아이들뿐 아니라 아예 처음 보는 애도 있었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하나같이 다 중학교 1학년, 우리와 동갑이라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2학년, 3학년을 아무도 뽑지 않은 건가?
이게 말이 되나? 아니지, 축미새인 이정후라면 가능한 일이다.
자기가 원하는 축구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니까.
그때였다.
끼이익.
낡은 회의실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이성호다.”
“쟤가 이성호야?”
“쟤가 그렇게 잘한다며?”
“인천 초등학교 이성호 유명하잖아.”
이성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워낙 유명했던 놈이어서 그런지 회의실 안이 크게 술렁인다.
“쟤 조만간 유럽 간다며?”
“듣기론 스페인 간다는데?”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이성호는 20살이 돼서야 유럽으로 간다.
어디로 갔더라?
처음에는 적응 문제로 실패하는데 아무튼, 성공한다.
그럴 만한 놈이다.
재능도 재능인데 축구에 누구보다 진심인 놈이니까.
축구로 도 닦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그런 놈이 나에게 다가왔다.
“네가 윤태양이지?”
중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부진 체구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이성호는 뜨거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어디서 본 스포츠 만화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어, 그쪽은 이성호?”
“그래, 나 이성호야. 악수 한 번 하자.”
뭐야 이 녀석.
최지우랑 다르면서 같다.
스타일이 다른 또 다른 중2병이란 소리다.
“그래, 뭐, 악수한다고 손이 닳는 것도 아니고.”
“반갑다.”
“그래. 나도 반가워.”
거참, 손에 힘 좀 빼지.
눈은 또 왜 이리 불타.
천하의 이성호가 나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건가?
예전이라면 한 수 접어줬을 거다.
그때 나는 그저 묵묵하게 후방에서 공이 오면 전방에 볼을 배급하는 선수에 불과했고, 그는 팀의 에이스이자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전설 계보를 잇는 스트라이커였으니까.
지금은 다르지.
멀쩡한 몸을 지닌 지금의 나는 그와 함께 경쟁할 재능을 지닌 유망주였으니까.
눈을 피하지 않고 나 역시 그를 바라봤다.
끼이익.
그때 또 문이 열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는 순간, 처음으로 14살이 아닌 사람이 나타났다.
“와, 진짜 3학년은 나밖에 없는 거야? 아니, 2학년도 없나보네?”
그를 본 아이들이 이성호 때 보다 더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배, 배상현 형이다.”
“저 형이 왜 한국에 있냐?”
“와, 포스 장난 아니네.”
배상현.
일찍이 독일로 유학 가서 차범근 감독이 뛰었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스팀에 소속되어 있고, 구단이 애지중지할 정도로 뛰어난 수비수였다.
“아니, 1학년들만 데리고 뭘 하라는 거야?”
존재감을 드러내며 안으로 들어온 배상현은 투덜거리면서 우리를 둘러봤다.
“어, 성호네. 아는 애는 성호밖에 없네.”
“안녕하세요, 형.”
“그래, 넌 유럽 안 가냐?”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엘리트는 엘리트끼리 논다 이거냐?
둘이 대화를 나누는 걸 주변에서 부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나마 저기서 비빌 수 있는 선수는 최지우, 그리고…….
“천재 스트라이커 등장!”
지금 막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김효준, 그리고 그 옆에 류준서와 파퀘트 나이엘.
저 셋은 전북 선수들이었다.
K리그의 레알 마드리드.
K리그 부동의 최강팀.
어느 순간부터 유스팀 전 연령에서도 적수가 없다고 소문난 전북에서도 에이스 삼총사로 유명한 놈들이다.
쟤들은 각자 유럽으로 진출하기 전까지 전북 트리오로 불리며 서울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전북의 우승을 책임졌었지.
이렇게 보니 내 또래 애들도 황금세대라고 볼 만했다.
그나저나 이제 다 모인 건가?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서로를 탐색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이정후를 위시한 스탭들이었다.
이정후는 우리를 보고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말했다.
“반갑다. 내가 너희들을 총괄하는 유스 총괄 감독 이정후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모두 절도 있게 인사하자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너희는 이번 동아시아 교류전에 차출된 국가대표팀이다. 나이를 떠나서 엄연히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거다.”
“네, 맞습니다!”
“그래, 그러니 잘해야겠지?”
“네!!”
“그래, 무조건 잘해야 해. 난 중국도 일본도 북한도 싫어. 아마 너희 대부분 다 그럴 거다. 아니, 못해도 최소 한 나라 정도는 무조건 싫어할 거다. 그렇지?”
그 말을 하는 이정후의 눈이 번들거린다. 광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 그 시선에 아이들이 입을 다물고 이정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새끼들이 슬슬 우리라를 만만하게 본단 말이지. 일본이야 축구 라이벌이라 그렇다 쳐도, 중국이나 북한 따위가 우릴 만만하게 보는 게 말이 되냐? 자존심 상하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근데 지면 어떻겠어? 아마 놈들은 다 우리를 비웃을 거고 우리는 쪽팔린 것도 모자라 막말로 빡칠 거야. 나는 그게 싫어서 너희를 뽑은 거다.”
이정후는 그리 말하고 뒤돌아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쾅!
그리고 소리 나도록 화이트보드를 때린다.
“우리의 목표는 이거다.”
화이트보드에는 ‘압도적인 승리’라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