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5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0화
전지훈련 겸 아시아 투어.
이건 다분히 아시아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일이었다.
한편으론, 구단의 이름을 아시아에 널리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
우리 팀은 신기할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를 사랑해 준 올드 해외팬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축구팀으로 알려졌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랜 시간 우승과 거리가 멀고 스타 선수가 적다보니 해외에는 생각보다 팬들의 유입이 적다.
그걸 이번에 만회해 보겠다는 거다.
어떻게?
나라는 선수를 내세워서 말이다.
그건 그거고.
“이제 코치로 시작하는 거예요?”
“어, 코치 일 하면서 코치 자격증 따야지.”
“그렇군요.”
실바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닌, 뉴캐슬의 코치로 활동하게 됐다.
이것도 뉴캐슬의 장기 계획 중 하나였다.
바이에른 뮌헨처럼 구단의 레전드 선수들이 은퇴할 즈음, 행정가나 코치 공부를 시켜 구단의 보드진이나 코치진에 합류시켜 팀의 근본과 기강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 1호가 바로 마테오 실바였다.
그 실바는 난생처음 한국에 온 주제에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나를 호텔 안으로 안내하며 쉴 틈 없이 떠들어댔다.
“한국은 공기가 탁한 거 같아.”
“영국이나 여기나 거기서 거기죠.”
“그건 그런가? 어? 이봐, 카우쏘!”
로비를 지나치는데 누군가를 발견한 실바가 손을 흔든다.
카싸마였다.
그는 호텔 로비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가 나와 실바를 보더니 손에 든 작은 잔을 들어 올린다.
“한잔할래요?”
“아니, 괜찮아. 아침부터 에스프레소라니, 대단하네.”
“포르투갈 사람들도 이탈리아 사람 못지않게 에스프레소를 즐기죠. 태양, 한국도 그런가?”
카싸마는 포르투갈 사람이기보다 어딘가 프랑스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우아하고 고귀한 듯 보이면서 오만한 그런 느낌을 풍긴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무례하지는 않다.
“아니, 한국은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지. 그 에스프레소를 물에 희석해서 얼음을 넣고 먹는달까?”
그 말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커피인데?”
“먹어보면 생각보다 괜찮아. 그나저나 우리 팀에 올 줄은 몰랐네. 파리에서 못해 주드나?”
그 말에 카싸마는 내 말을 피했고, 실바는 음흉스레 웃으며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너한테 패스해 주고 싶어서 왔다잖아.”
뭐, 그 말이 아예 없는 말은 아니겠지.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이적할 팀을 선택할 때 고려사항이고,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즈음에 PSG의 두 스트라이커 그라디나루와 칠리기리스가 싸움이 났거든.
정확한 이유는 기억 안 나는데 여기에 카싸마가 가운데 끼어 결국 삼파전이 되어 버리고 파벌까지 생겨서 서로 원수가 될 정도로 싸운 거로 알고 있다.
카싸마는 PSG 선수단의 단합력에 크게 실망하고 이적을 결심하고 원래 맨유로 이적한다.
맨시티던가?
아무튼, 떠나는 이유는 내부 알력 다툼 때문이다.
그걸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카싸마, 이 사람 입이 무겁구나.
자고로 입이 무거운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별로 없는 법이지.
중요한 건 카싸마란 존재가 우리 팀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거다.
그는 누가 뭐래도 발롱도르 수상자 출신의 미드필더다.
수비적인 성향이 좀 더 강한 메넨데즈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카싸마 둘이 중원에 자리잡는 걸 생각해 봐라.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자, 카싸마는 여기서 됐고 다른 이적생들도 소개시켜 줘야 하나?”
“대충 누가 왔는지는 들었어요. 소개야 훈련장 가서 하면 되죠.”
“그건 그래. 네 방을 안내해 주마. 따라오시죠, 왕자님.”
“이젠 왕인데요?”
“…넌 영원한 왕자야.”
입을 비죽이는 실바를 보고 나는 웃음을 흘렸다.
글쎄, 과연 왕자에서 끝날지 그건 팬이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다른 이적생들.
나는 우리 팀 스카우터 시스템에 감탄했다.
이미 프리미어 리그는 물론이고 빅클럽에서 주목하던 프랑코 다미아노는 둘째치더라도, 실비오 아우레는 대단하다 할 수밖에 없었다.
얘는 유럽 입성이 조금 늦어 2년 뒤쯤에 본머스에 이적해 리그에서만 19골을 넣으며 리버풀로 이적, 곧 바로 주전을 꿰차고 맹활약하는 선수거든.
그걸 일찍이 저렴한 가격에 데려올 줄이야.
대단해, 스카우터들.
여기에 추가로 영입된 친구들도 만만치 않다.
발렌시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핵심 선수이자 스페인 붙박이 주전이 될 윙어 다니엘레 파티노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와서 활약했던 윙백 빅토르 가브리엘, 바이에른 뮌헨의 듀얼 코어 중 하나로 불리게 될 선수였던 프라이부르크의 노버트 베르치까지.
지금 아닐지 몰라도 하나같이 빅리그, 빅클럽에 들어갈 선수들이었다.
확실히 우리 팀 스포츠 과학팀과 스카우터팀이 합작은 무시무시하다.
그럼 사람들은 왜 지난 삶에서는 뉴캐슬이 그렇게 크지 못했냐고 물을 거다.
당연하지.
토트넘에서 쫓겨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그 빌어먹을 디괄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그놈이 다 말아먹어서 뉴캐슬의 대계가 다 무너진 거다.
내 기억에 내가 은퇴가 거의 다다랐을 즈음에서야 뉴캐슬 숨통이 트이고 커지기 시작했다.
그 암울한 미래가 우승 한 번으로 바뀌게 된 거다.
뭐, 아무튼 이렇게 되면 다음 시즌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일단 주급부터 시작해 골 한 번 넣으면 5천만 원이 벌리는 것도 짜릿할 거 같고.
얼른 다음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
아, 그전에 안나한테 시킨 한국 부동산 연결해서 건물 좀 알아보라고 한 건 해결했나?
“태양, 뭐해! 여기가 네 방이야!”
한국지사부터 만든다고 했던가?
너무 바빠 잊고 있던 걸 상기하며 나는 실바를 따라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친구들도 못 만난 것 같네.
다들 잘 지내려나 모르겠다.
“호텔이 배려해서 다들 혼자 쓰는 방이더라고. 푹 쉬고 내일 보자고. 다들 시차 적응하느라 쉬고 있거든. 일정이 타이트해, 내일 바로 시합인 거 알지?”
“네.”
씨익 웃으며 물러나는 실바를 배웅하고 침대에 누웠다.
시차 적응하는 사람보다 사실 내가 더 피곤하다.
광고 찍느라 살인 일정을 보냈거든.
그 덕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훈련을 위해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대한민국의 홈구장이자 서울 UTD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유소년 선수 생활을 시작한 나지만, 그 시간이 짧기도 하고 해서 인연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의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 UTD의 자랑 윤태양 선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서울 유나이티드 팬들의 이름으로 거대한 현수막이 보인다.
“저기 네 이름 걸려있다, 태양.”
버스 안.
내 옆에 앉은 일리뉴가 현수막을 보더니 묻는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일리뉴를 바라봤다.
“너 한글도 읽냐?”
“읽는다. 한글 쉽다.”
아니, 그런 놈이 알파벳 철자는 왜 심심하면 틀리는 건데?
그래도 이젠 좀 알 거 같다.
이놈은 단순히 멍청한 게 아니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고 다른 건 아예 관심을 안 두는 거다.
“꺄아! 세자저하 여기 좀 봐주세요!!”
경기장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바깥에서 여자들의 비명 같은 함성이 들려온다.
“궁녀단인가…….”
“궁녀단? 그게 뭐냐?”
“내 팬들.”
“팬들을 궁녀단이라 하냐?”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좁다, 저쪽으로 가라.”
이거 우리 뉴캐슬 버스도 아니어서 더럽게 좁은데 이놈이 왜 내 옆에 있는 거야.
싫다는 듯 자는 척을 하는 일리뉴의 마빡을 딱 하고 때려서 기껏 쫓아냈더니 내리란다.
어휴, 다음엔 혼자 앉겠다고 해야지.
* * *
경기를 앞두고 시작된 뉴캐슬의 훈련은 기자들이 볼 수 있는 공개 훈련으로 진행됐다.
애초에 이번 경기 목적이 아시아 투어를 통한 팬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고, 친선경기인 만큼 굳이 비공개로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이자, 한국이 낳은 천재 윤태양이 소속된 뉴캐슬의 방문인 만큼 모든 언론사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이 경기장을 찾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뉴캐슬 선수단이 구장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태양이다!”
“저기 있다!”
“카메라! 카메라!”
“윤태양 선수 여기 좀 봐주세요!”
“윤태양 선수!!”
뉴캐슬 선수들이 들어서기 무섭게 기자들이 일제히 윤태양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보며 카싸마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를 가도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 자신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자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하긴…….”
손홍민 이후 박민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한국 축구에서 윤태양이라는 괴물이 나왔으니 그럴 만하다 싶다.
카싸마는 시선을 돌려 윤태양을 바라봤다.
경기장에서 어딘가 오만하고 나태한 듯 보이던 그는 고국에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자가 원하는 대로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주 잠시 포토타임을 만들어준 그는 휙 하니 돌아서서 기자들이 부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훈련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카싸마는 가만히 서서 그런 윤태양을 바라봤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푼 태양은 난데없이 스윽 일어나더니 말했다.
“바나나.”
뭐? 바나나.
“바나나를 깜빡했다. 바나나 좀 주세요!”
그 모습은 마치 중독자 같았다.
바나나가 없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절실하게 말하는 태양의 모습에 경기 준비를 지원하는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던져요, 그냥!”
부랴부랴 달려오는 스탭에게 태양이 외치자 스탭은 어쩔 줄 몰라하다가 태양의 말대로 바나나를 던졌다.
짧다 싶은 순간, 태양은 다리를 들어 발끝으로 바나나를 툭 차서 자신에게 끌어와 손에 쥐었다.
“오오!”
그걸 보고 코치가 된 실바가 히죽 웃더니 스탭에게 바나나를 뺏어 그에게 던졌다.
바나나를 까서 입에 넣던 태양은 인상을 찌푸리며 실바가 던진 바나나를 발등으로 가볍게 받으며 도로 실바에게 던졌다.
“오렌지는 들어봤어도 살다살다 바나나로 저런 볼터치를 보여주는 놈은 첨보네.”
카싸마는 혀를 내둘렀다.
공도 아니고 하다못해 둥그런 것도 아닌 물체를 저리 다루다니.
저 볼터치 감각은 귀하다.
사람들이 흔히 볼터치는 연습으로 갈고닦는다 생각하지만, 타고난, 천부적인 볼터치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
저런 감각이 있으니 저 나이에 괴물같이 축구를 잘하는 건가?
그건 아닌 듯하다.
바나나를 입에 물고 본격적으로 공을 다루기 시작한 태양의 모습은 인외의 것이었다.
기자들에게 서비스라도 하려는 듯 온갖 곡예를 보여주는데 이따금 저게 인간의 신체로 구현이 가능한가 싶은 무빙도 보여준다.
자신이라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데, 코어조차도 타고난 듯하다.
볼터치뿐만 아니라 그냥 신체 모든 게 타고났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신체.
“음.”
카싸마는 벌써부터 태양과 시합이 기대됐다.
가만, 오늘 후반전에만 뛰기로 했었는데, 태양은?
“코치, 오늘 태양은 얼마나 뜁니까?”
“오늘 자기 나라에서 하는 경기라고 풀타임으로 뛴다던데?”
“…그럼 저도 풀타임으로 뛰겠습니다.”
비록 친선경기라고 하더라도 태양과 축구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몸을 달래기 힘들었다.
“음… 그래, 감독님께 말씀드려 보지.”
코치의 말을 듣고 카싸마는 가볍게 몸을 풀며 태양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