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4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49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영국으로 왔으니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을이는 9살 때, 여름이는 7살, 겨울이는 5살 때 영국으로 건너와 살기 시작했고, 보미는 아예 영국에서 태어났다.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름이나 겨울이는 가끔 한국어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집 안에서 한국어를 쓴다고 하더라도 교육을 영어로 받고 친구들과 교우생활도 영어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우아… 여기가 한국이야?”
심지어 여름이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거 같은데, 겨울이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뭔가 엄청 세련됐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서서 겨울이가 그리 외쳤다.
뉴캐슬 시내와는 분위기부터 다르긴 하지.
“아빠, 차가 거꾸로 다녀!”
자동차를 좋아하기 시작한 여름이는 신기한 얼굴로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가리켰다.
“여름아, 영국놈… 아니, 영국만 반대로 다니는 거야. 대부분 차는 오른쪽으로 다닌단다.”
혐성국놈들이 지배하거나 영향을 준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측통행이긴 하지.
“아으아!”
보미는 여기가 어디인 줄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옹알이를 했다.
그때 일행들 눈앞에 높디높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와…….”
여름이와 겨울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건물을 바라봤다.
“놋데 타워를 첨보던가?”
“지나가다 봤어도 기억 안 날 걸요?”
뉴캐슬어폰타인에서는 볼 수 없는 초고층 빌딩에 아이들이 넋을 놓는 사이 가을이는 오빠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서 오빠 팬미팅 하는 거야?”
“그렇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일개 축구 선수가 팬미팅을 왜 하는 거지?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다고 팬카페 회원들이 간절히 원하는데 안 할 수도 없었다.
축구 선수도 결국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사람이니까.
“전 가서 준비할게요.”
“그래, 준비 잘 하고!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 엄마.”
할아버지 두 분은 오랜만에 친구를 보러 가셨고, 가족들은 팬미팅을 구경하기로 했다.
보미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엄마가 보미만 데리고 대기실로 가면 되니까.
“근데 팬미팅이면 뭐 노래나 그런 거 하지 않니? 준비한 거 있어?”
“음…….”
축구밖에 모르는 놈이 뭘 준비했겠냐 싶겠지만, 이리 보여도 은퇴하고 나름대로 알차게 살아왔던 사람이다.
보여줄 게 있긴 했다.
“근데… 되려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에이, 원래 Q&A만 하고 끝이었던 팬미팅에 없던 이벤트니, 어떻게든 되겠지.
* * *
[태양 동궁전 궁녀들께 알려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게시물이 팬카페에 올라왔다.
그것도 동궁전 게시판에 말이다.
평소라면 오로지 태양만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이 게시판에 갑자기 왜 딴 사람이?
여긴 운영자도 건드려선 안 되는 곳인데?
그런 곳에 운영자도 태양도 아닌 태양 에이전시라는 곳에서 공지를 올린 거다.
[휴식기 중에 태양 님이 한국에 귀국할 일이 생겼습니다.이에 팬미팅을 열고자 하오니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팬미팅이란다.
-어맛
-진짜야?
-엉엉 ㅠㅠㅠ 꿈에 그리던 순간이 온 건가요 ㅠㅠ
-세자 저하 제가 감니다유ㅠㅠ
-아니, 선착순 실화야?
-아니 팬카페 안에서 티켓팅 해야 하다니 ㅠㅠㅠ
-다른 곳에서 티켓팅 안 하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함 ㅠㅠ
-아니 팬들이 13만 명이나 되는데 고작 1,500명? ㅠㅠ 너무해요 ㅠㅠㅠ
-근데 여기 장소 보면 롯데 콘서트홀이잖아? 여기 2천 명은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천오백?
-글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안나의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유료 팬미팅을 원했지만, 태양은 거부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지만, 수많은 인원을 마주하고 무언가 보여줄 것도 없는데 유료 팬미팅을 하는 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대신 팬미팅 장소는 에이전시가 대관한 대신, 팬들에게 선물할 일종의 굿즈 같은 태양의 사비로 제작됐다.
그렇게 모든 게 준비되고 태양이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에 티켓팅 아닌 티켓팅이 팬카페에 시작됐다.
티켓팅 방법은 간단했다.
댓글을 달면 되는 거였다.
-아싸ㅏㅏㅏㅏㅏㅏㅏ
-2등
-1등인가?????
-그냥 당첨마 ㄴ되줘ㅠㅠㅠㅠ
-1등???이ㄴ?
-ㅇ
-ㅇㅇㅇ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며 그렇게 인원이 단숨에 차버렸다.
중간에 잠시 서버가 멈추는 일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참여하지 못한 궁녀들이 아쉬워할 뿐이었다.
[당첨되신 분들의 아이디와 인적사항은 모두 보관하고 있으니 반드시 인증가능한 핸드폰을 들고 참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이번 팬미팅을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태양과 사계절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할 예정이오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라이브 ㅅㅅㅅ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어 다행 ㅠ
그렇게 생각보다 더 큰 반응에 라이브 방송까지 예정된 태양의 팬미팅이 드디어 찾아왔다.
2천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잠실 롯데 콘서트홀로 향했다.
콘서트홀로 입장하기 전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팬들에게는 에이전시에서 준비한 굿즈가 주어졌다.
“이게 뭐지?”
성질 급한 일부 팬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굿즈를 확인했다.
굿즈는 뉴캐슬 구단의 협조로 만들어진 한글 이름과 등번호가 마킹된 유니폼, 싸인과 태양 모양이 그려진 금색 작은 축구공, 숫자 7 모양의 키링, 태양 모양의 볼펜, 태양의 사진들로 꾸며진 다이어리였다.
“아니, 이걸 그냥 주는 거야?”
“어디 엔터테인먼트랑 계약이라도 한 거야? 굿즈 퀄이… 와…….”
“이거 포토샵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와… 너무 잘생긴 거 아니니?”
“세자 저하 웃는 거봐.”
생각보다 좋은 퀄리티에 앉은 사람들이 술렁이는 사이에 어느새 객석이 꽉 찼다.
그리고 잠시 뒤 누군가 무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저 사람 이영재 아냐?”
“아나운서 이영재네?”
사회자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스포츠 캐스터이자 스타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태양의 팬카페 태양의 동궁전에는 궁녀들만 있는 게 아니라 일명 내관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영재는 바로 그 내관 중 한 명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궁녀, 그리고 내관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자처해서 오늘 세자 저하의 전담 내시가 된 아나운서 이영재입니다.]그가 스스로 내시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러면 우리 세자 저하를 모셔볼까요? 세자 저하, 나와 주십시오!]순간, 무대 위만 제외하고 콘서트 홀 조명이 꺼진다.
그리고 이내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졌다.
태양은 안으로 들어오다가 사람들이 환호성에 살짝 놀라며 보미를 바라봤다.
엄마가 센스 있게 귀를 막아줬는데, 그런데도 소리가 시끄러울 법도 하건만, 보미는 오빠를 보고 싱긋 웃고 있었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아이야.
태양은 보미를 보고 씨익 웃고는 관객들을 바라봤다.
시작된 팬미팅은 이영재의 주도하에 주로 질문과 답변을 하고 퀴즈를 내서 맞추는 사람에게 태양이 직접 선물을 하고 포옹이나 악수를 해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짧은 팬미팅의 끝은 태양의 노래였다.
스탭이 가져다준 기타를 손에 들고 자리에 앉은 태양은 수준급 연주를 보여주며 데스파시토를 불렀다.
사실, 겉보기에 화려할 뿐이지 가장 간단한 코드의 연주인데다가, 원어민 수준의 스페인어가 어설픈 모습을 감춰주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많은 궁녀들이 태양의 모습을 보며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다시 한번 제 팬미팅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고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그렇게 마무리된 팬미팅.
하지만 팬미팅이 끝나고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자리 대부분을 차지한 궁녀들과 소수의 내관들과 달리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 되는 어린이들이었다.
태양은 남은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선물을 주었다.
그들은 전국 각지에서 초대된 고아원 아이들이었다.
에이전시나 가족들은 태양이 난데없이 고아원 아이들을 초대한 것에 의아해했지만, 태양은 그럴 만했다.
부모님도, 할아버지 두 분도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최악이라 할 만한 고아원에서 힘들게 자란 태양이 아닌가.
더 이상 가족들을 위해 돈 걱정할 필요도 없을 정도가 되고 보니 태양은 자신과 같은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던 돈을 빼돌리고 아이들을 돈으로만 보던 그런 고아원이 아닌,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 세워진 고아원들을 선별해 그 아이들을 초대해서 선물을 하고 같이 하는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고아원에는 기부금을 냈다.
팬들에게나, 태양에게나 뿌듯한 팬미팅이었다.
* * *
팬미팅 이후 태양의 가족들은 한국 유람을 떠났고, 태양은 한국에서 예정된 광고와 화보를 찍었다.
고작 한 시즌 만에 프리미어 리그를 정복한 태양은 지금 시점에서 과거 스포츠 스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액의 광고료가 책정되어 있었다.
일단, 한국에서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가 대세가 아닌 북미에서도 태양의 얼굴이 알려져 있는 판인데, 축구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은 남미나, 유럽, 동남아는 오죽하겠는가.
세계 시장을 노리는 곳이라면 어떻게든 태양을 섭외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태양이 한국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방송사에서도 태양의 방송 출연을 원했지만, 태양은 깔끔하게 이를 거절했다.
국내로 오기로 예정된 팀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뉴캐슬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윤태양 특수를 노리기 위해 한, 일, 동남아를 순회하며 친선경기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뉴캐슬 UTD VS K리그 올스타] [K리그 올스타와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의 대결!] [사실상 국내파 국가대표팀, 과연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에게 통할 것인가?] [윤태양을 보기 위해 티켓팅에 나선 사람들, 서버 다운으로 불만 폭주.] [티켓팅 3분 만에 마감. 상암을 가득 메울 관중들.] [태양의 출전 시간은 얼마나?]-ㅋㅋㅋ 설마 자기 나라에서 노쇼하겠냐? ㅋㅋㅋㅋ
-십수 년이 지났지만 PTSD처럼 남아있는 노쇼두 ㅠㅠㅠ
-태양이 말고 일리뉴 같은 애들이 노쇼하는 거 아님? ㅡㅡ
-걔들이 노쇼를 하든 말든ㅋㅋㅋ 태양만 나오면 됨 ㅋ
-맞지맞지 태양만 나오면 다 필요 없음
-아 나도 보고 싶었는데 ㅠㅠㅠ
K리그 올스타와 뉴캐슬의 경기를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우리 아들 몸조심하고!”
“아프지 말고, 이?”
“네, 조심히 가세요!”
태양은 가족들을 영국으로 보내고 팀에 합류했다.
그런 태양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오, 꼬맹이! 왔구나?!”
실바였다.
“아니, 은퇴한 양반이 여기 왜 있어요?”
태양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실바와 주먹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