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5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3화
“엉아, 다녀와!”
“그래.”
태양이 훈련장으로 향하고 동생들만의 하루가 시작됐다.
3학기가 끝나고 한 학년이 마무리된 동생들은 방학이 한창이었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형을 배웅한 여름이는 겨울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은 인형놀이 하자.”
“음, 나는 반대야.”
“오빠는 왜 맨날 반대야?”
“내가 인형놀이를 어떻게 하냐?”
“나는 오빠가 하자는 거 해주잖아?”
“그럼 난 안 해줬어?”
“인형놀이는 안 해주자나!!”
“다른 건 몰라도 인형놀이는 안 돼!”
단호한 여름이의 말에 겨울이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소꿉놀이?”
“그건 어제 했잖아. 아, 그래. 어제 너 하고 싶은 거 했으니 오늘은 나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이잉… 그럼 내일 소꿉놀이 해주는 거다?”
“그래.”
크게 다투지 않고 타협한 뒤 여름이는 마당으로 나갔다.
언제나 제 마음대로인 영국 날씨답지 않게 지금 이 순간은 맑디 맑았다.
물론, 언제 순식간에 날씨가 흐려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날씨 좋네. 패스 놀이 하자.”
여름이의 말에 겨울이가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오빠 축구 못하잖아.”
“…축구 말고 패스 놀이.”
여름이는 보미를 제외하고 남매들 사이에서 발감각이 제일 둔했다.
사실, 조금 억울한 면이 있긴 하다. 형, 누나, 동생이 비정상적으로 발감각이 타고난 거지 여름이가 정말 공을 아예 다룰 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스 놀이도 재미없어, 오빠랑 하면.”
그 말에 여름이는 입술을 비죽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왜, 오빠?”
“저거 봐.”
여름이가 가리킨 곳을 본 겨울이의 눈도 휘둥그레 떠졌다.
“저게 뭐야?”
“몰라… 여우나 늑대?”
“그런 게 여기 왜 있어?”
태양의 집은 경비가 삼엄했고, 일단 기본적으로 높디높은 담벼락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게.”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걸까?
겨울이가 경계하면서도 그쪽으로 다가가려 하자 여름이가 기겁을 하고 겨울이를 잡았다.
“뭐해? 위험해!”
“아무리봐도 새끼잖아. 새끼가 위험할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그럼 어떻게 해? 궁금한데!!”
“누, 누나라도 불러오자.”
“그럴까?”
여름이와 겨울이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가을이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나!”
“언니!!”
재미있는 책이 있어 어제 늦게까지 책을 읽어 모처럼 늦잠을 자던 가을이는 부스스한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누나/언니, 마당에 여우가 있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둘을 바라보며 가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우-?”
아니, 난데없이 웬 여우?
의아한 얼굴로 가을이 물어보자 여름이 고개를 갸웃했다.
“늑대인가?”
“응, 늑대일 수도?”
“늑대?”
얘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동생들을 내려다보니 여름이와 겨울이가 가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을이는 못 이기는 척 둘을 따라 정원으로 나섰다.
“어? 없다?”
“아냐, 오빠! 저기 있어!”
가을이는 겨울이가 기리킨 곳을 바라봤다.
“저게… 뭘까?”
가을이는 의아한 얼굴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곳을 바라봤다.
“어머.”
가을이는 홀린 듯 그곳으로 다가갔다.
“누나!”
“위험해, 언니! 늑대야!”
“아냐, 애들아 얘는… 강아지야.”
“가, 강아지?!”
“강아지가 어떻게?”
의아한 얼굴로 여름이와 겨울이도 가을이를 쫓아갔다.
셋의 눈앞에 수풀 사이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우아…….”
“우와…….”
여름이와 겨울이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숨 막히게 귀여웠거든.
그건 가을이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생명이 있을 수 있는 거야?
넋을 놓고 있을 때였다.
“아르르르르…….”
어디선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셋은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강아지보다 몇 배는 큰 개가 있었다. 셋이 보기에는 늑대만 하다 느껴질 정도로 큰 개였다.
놀라긴 했지만, 가을이는 개가 먼저 달려들지 않은 걸 보고 침착하게 여름이와 겨울이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섰다.
“저 강아지 엄마인가 봐. 우리가 다가가니까 위험할까 봐 우리한테 오지 말라고 하는 거 같아.”
“그렇구나.”
“귀엽긴 해도, 엄마가 있으니까 함부로 건드리지 말자.”
“쟤만 엄마 있나? 우리도 엄마 있잖아! 엄마한테 이야기하자!”
셋은 우르르 몰려가 엄마에게 갔다.
“개가 있다고?”
엄마는 너무 놀라 마당으로 나섰다. 개가 사람을 보고 강아지를 데려갔는지 사라졌지만, 마당 깊숙한 곳 정원까지 둘러보니 배설물 등 개의 흔적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엄마는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되어 집을 경비하는 경비원들에게 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개가 언제 아이들을 공격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혹시 개가 공격할지 모르니까 깊은 곳에 들어가서 놀지 마렴. 알았지?”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앞 데크에 섰다.
엄마 말대로 위험할지 모르겠다만, 강아지와 개가 눈에 자꾸 밟혔기 때문이다.
“강아지들 밥은 먹고 다닐까?”
“마당에 먹을 거 없을 텐데…….”
“먹을 걸 두고 올까?”
“집에 사료가 없잖아.”
고민하던 셋은 조심스럽게 식자재가 모여 있는 팬트리로 가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먹을 것과 접시를 챙겨서 정원으로 나와 아까 강아지가 나타났던 곳에다가 접시에 먹을 걸 담아 두고 갔다.
셋은 모르고 있었지만, 멀리서 그걸 엄마 개와 강아지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 * *
-엄마 : 집에 개가 들어왔네?
-아버지 : ???
-엄마 : 진짜야. 들개인지 유기견인지 모르겠는데 개가 우리 집에 와서 새끼를 낳은 거 같더라궁
-아버지 : 헐… 위험하려나?
-엄마 : 애들 보고 달려들진 않았다는데 혹시 몰라서 조심하라 그러긴 했어, 경비원 아저씨들한테도 얘기해 두고.
집에 개라니.
별일이네.
위험한 거 아니야?
애들 다치기 전에 개를 잡을 수 있는 업체를 부르든지 해야겠네.
그나저나 오늘 바나나 맛있네.
“너는 진짜 바나나만 처먹냐. 다른 건 관심 없어?”
바나나 하나를 까먹고 아쉬워서 하나 더 먹으려고 배식대로 가는데 린데만이 옆에 선다.
“아침 먹고 오니까.”
“뭐? 그런데 와서 바나나를 더 먹는 거야?”
“간식을 여기서 먹는 셈이지.”
“대단하다 너도.”
린데만은 그리 말하며 먹을 걸 이것저것 담았다.
나는 어느새 식판 가득 쌓이는 음식들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겉으로 보기에 팀 최고 대식가는 리첼라나 일리뉴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바로 이놈.
린데만이 제일 많이 먹었다.
아니, 대식가 수준을 넘어섰다.
이놈은 먹방 너튜브를 해도 될 놈이었다.
스포츠 과학팀에서 말하기를 생각보다 영양을 흡수하는 수준이 좋지 않아서 그냥 먹게 냅두라고 하던데, 과연 그 사람들이 얘 먹는 걸 보고 똑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너 새 이적생 온 거 아냐?”
자리에 앉는 사이, 린데만이 나에게 말한다.
“이적생? 뉴스 기사 뜬 거 없던데?”
“극비 이적이라는데? 다른 데 안 뺏기려고 첩보 작전 수준으로 데려왔다고 하더라.”
“넌 그걸 어디서 들었냐?”
“아까 지나가다가 코치들 말 들었음.”
허…….
첩보 작전 수준으로 극비리에 영입할 선수라니.
도대체 누구지?
카싸마도 대놓고 데려오는 마당에 누굴 극비리에 데려온다는 거야?
뭐 4대 스트라이커라도 되나?
칠리기리스라거나 펠리시아노 같은?
에이, 몰라.
이따가 알게 되겠지.
“난 먼저 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제 다다음주 정도면 시즌이 시작된다.
시즌 시작부터 제대로 하려면 폼을 바짝 올려야 하는데 말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라커룸 문을 연 나는 멈칫했다.
라커룸 안에 낯선 뒷모습이 보인다.
우리 팀 최장신이라고 할 수 있는 리첼라만큼이나 큰 사람이었다.
“뭐야?”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그 사람이 뒤돌아선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내 말에 사내는 눈썹을 꿈틀하며 말했다.
“이적을 했으니까 여기 있겠지.”
그러니까 왜?
“바이스티거, 뮌헨에서 종신하는 거 아니었음?”
내 앞에 있는 사내는 세바스티안 바이스티거.
19살 나이로 뮌헨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뮌헨의 미래이자 뮌헨의 장벽이라 불릴 놈이 내 앞에 있었다.
뮌헨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말년에 주전에서 밀리기 전까지 뛰었고,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은퇴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적하며 아쉽게 커리어에 두 개의 클럽이 기록된 놈이 난데없이 여기 있으니 놀랄 수밖에.
“내가 왜 바이언에 종신할 거라 생각한 거지?”
“뭐… 뮌헨이니까?”
그 말에 바이스티거는 흡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팀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그런데 왜 왔어?”
내 물음에 대충 넘어갈 법도 한데, 바이스티거는 진지하게 말했다.
“재미가 없었다. 고작 19살인 나 하나 뚫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는 곳 보다 여기가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하긴… 분데스리가가 좀 그렇긴 하지.”
이 말은 어느 정도 동의한다.
분명 분데스리가는 빅리그고 도르트문트와 같은 빅클럽으로 분류할 수준의 팀이 있지만, 어느 순간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만 있는 리그가 되어 버렸다.
2012년 이후로 바이에른 뮌헨은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다.
한 팀이 무려 33년이나 장기집권을 한 거다.
한 팀만 계속 우승하고 다른 팀은 빛을 보지 못하니 갈수록 리그 내부의 선수들 수준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물론, 분데스리가 유스 시스템이 워낙 우수하다 보니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나왔지만, 나오면 뭐해, 금방 뮌헨이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데려가는데.
“그래서 뉴캐슬로 왔다?”
“재밌을 것 같아서.”
“음… 뭐, 여러모로 재밌긴 하지. 우리 팀이.”
바이스티거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선수들이 하나, 둘 라커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 이적생인가.”
“그… 뮌헨에서 뛰던……?”
다들 대충 알아보고 반기는 시늉을 하는 가운데 밤톨머리 일리뉴만 바이스티거를 보고 인상을 팍 찌푸린다.
“날 막았던 놈이다. 싫다.”
“널 막아서 싫다고? 그러기엔 너무 못하던데.”
바이스티거는 자신이 싫다는 일리뉴의 말에 바로 발끈해서 일리뉴를 도발했다.
생겨 먹은 건 냉동고에서 한참이나 있다 나온 것같이 생겨서는 생각보다 다혈질이다.
“일리뉴가 못한다고? 웃기지 마라.”
일리뉴가 바이스티거에게 다가간다.
두 덩치가 나란히 서자 넓은 라커룸 안이 꽉 차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이, 일리뉴 그만하고 이리 와. 이제 같은 팀이라고.”
내 말에 일리뉴는 바이스티거를 한참 노려보다가 물러선다.
“좋을 때구만. 사소한 걸로 자존심 싸움도 하고 말이야.”
실바, 이 양반은 언제 들어온 거야?
두 사람의 신경전을 지켜본 건지 실바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아니, 마티. 코치면 코치답게 훈련 준비나 하시죠?”
내 말에 실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시험 봐야 해서 공부하러 들어가라고 하던데, 감독님이.”
“그럼 공부를 하러 가야죠.”
“아, 좀. 너까지 잔소리 할래?”
“아니, 곧 40살 될 양반이 왜 이리 공부를 싫어해요, 애도 아니고. 감독하고 싶다면서요.”
“에이, 더럽고 서러워서 공부하러 간다, 공부하러 가. 은퇴하니 완전 찬밥 신세로구만.”
실바는 그리 말하다 멀뚱히 선 바이스티거를 보고 말했다.
“저기 저 친구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봤지? 코치도 개똥 취급하는 거. 자칭 뉴캐슬의 왕이거든. 왕 대접 안 해주면 너도 개똥 취급당할 거야.”
“우와, 개똥이 말을 하네.”
“봤지?”
나와 실바의 대화에 바이스티거는 혼란한 표정을 지었다.
응?
네가 말한 우리 팀이 재밌을 것 같다는 게 이 말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