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7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78화
아무래도 우리 구단의 주인, 사우디의 왕은 서민(?)의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
“헬기는 필요 없다고 해주세요.”
“저… 폐하의 성의입니다만…….”
“헬기를 탈 일도, 둘 곳도 없어요.”
세상에 헬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물론, 가격은 내 벌이를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수십억짜리 헬기다.
물론, 엄청난 금액인 건 맞지만 주급만으로도 한 달을 모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유지 관리를 해야 하고 헬기를 운전하는 사람까지 고용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귀찮기 그지없다.
그에게는 이런 헬기와 헬기를 운전하는 사람까지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어 아무 상관 없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뭐랄까 비행기보다는 좀 위험해 보이잖아.
내 눈에는 하늘을 나는 바이크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그럴 줄 알고 폐하께서 다른 선물도 준비하셨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하지 말라고요.
“폐하께서 보낸 다른 선물입니다.”
왕이 보낸 왕실 비서가 나에게 자신의 태블릿 PC를 건넸다.
“이건 뭔가요?”
“최근 윤태양 선수의 동생 분 때문에 야구 코치를 섭외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어디서 들은 건지 몰라도 정보력하나는 대단하네.
“네, 뭐. 제 동생 재능이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알아야 하겠지만요.”
다른 건 몰라도 동생들이 스포츠 쪽에 재능과 관심을 보인다면 나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스포츠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분야다.
어중간한 재능으로 꿈만 바라보고 달리기에는 그 결말이 잔인하기 그지없는 곳이지.
막말로 어른이 될 때까지 프로를 목표로 열심히 달리다가 프로 문턱도 넘지 못하고 일찍 꺾여 버린 사람을 어디 한, 두 명 봤겠는가?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꿈이 끝나 버리는 허무함을 동생들에게 주긴 싫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뉴캐슬의 스포츠 과학팀의 장비와 기술력과 미국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확실하게 연구해 드릴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리고 만약 동생 분의 재능이 확실하고, 윤태양 선수의 결심이 선다면 그 코치 분을 당장 영국으로 모셔올 생각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코치를 섭외했길래 저리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할 수 있지?
나는 태블릿 PC를 바라봤다.
“오……!”
“마음에 드십니까?”
“누구인지 모르겠는데요?”
“…….”
미안하지만, 나는 야구는 야자도 모른다. 진짜로.
그나마 아는 선수라고는 할아버지가 늘 국민의 위안이 됐다고, 그 사람 같은 선수가 되라고 말씀하셨던 박잔호 선수 정도?
이게 다야.
“음… 월드 클래스 선수입니다. 축구로 치면 카싸마 정도의 위상을 가진 선수라고 보면 될까요?”
이해가 확 되네.
“진짜요? 대단한 선수를 모셔왔네요?”
“선수가 아니라 코치죠. 이미 은퇴했으니까요.”
카싸마 정도 되는 선수였다면 오히려 못 가르치는 거 아냐?
이 쉬운 걸 왜 못해? 라고 할 수도 있잖아 나처럼.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말했다.
“은퇴한 뒤 그는 스포츠 과학 석사 학위를 따고 최고 수준의 코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선수죠.”
공부하는 선수는 흔치 않은데, 대단한 열정이구나.
“이런 사람을 불러오시다니… 그저 감사하단 말밖에 안 나오네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동생 분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다면 미국 유학비까지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 하셨습니다.”
“그것도 감사드리고요.”
모든 것을 내가 해도 무리가 없지만, 남이 지원해 준다는데 싫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럼 이만 물러나야겠군요. 아, 그런데…….”
“네?”
“헬기는 정말 관심…….”
“없어요, 없어.”
“네, 알겠습니다.”
뭔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이다.
아니, 헬기를 왜 이리 좋아하는 거야 저 아저씨.
국왕의 비서를 보내고 나는 방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아… 솔랭이나 뛸까.”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가 끝나고 A매치 데이가 찾아왔다.
나는 소집되지 않았다.
내가 필요 없어진 게 아니라 유럽파는 모두 다 소집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대가 말레이시아와 요르단인 탓도 있지만, 비교적 만만한 상대로 국내파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K리그와 일본 정도에서 뛰는 선수들만 소집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시작이네?”
태블릿 PC를 꺼내 A매치 경기를 볼 수 있는 어플을 찾아 실행했다.
한국은 지금 저녁 7시 반, 이곳은 11시 반이다.
점심때가 다 되긴 했네.
뭐 먹으면서 봐야겠다.
부엌을 가기 위해 1층을 내려오니 할아버지 두 분이 TV를 틀어놓고 계셨다.
“태양아, 국가대표 경기 안 보니?”
“아뇨, 봐야죠. 저도 여기서 볼게요.”
“이이.”
서둘러 냉장고에서 전속 쉐프가 만들어놓은 샐러드를 챙겨서 소파에 앉았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점심 안 드세요?”
“이거 보고 펍에 갈 거란다.”
“그렇군요.”
“시작하네.”
경기가 시작된다.
라인업을 보면 국내파지만 붙박이라 할 수 있는 신호성, 우태현, 윤진용, 김종연을 빼면 거의 이번 생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20대 초반, 젊다 못해 어리다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선수들, 그러니까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A매치가 처음인 선수들은 상대가 말레이시아인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경직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럽이나 남미 애들은 어려도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어떻게든 자신을 과시하려고 드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일단 이런 무대에 서면 대부분 긴장부터 하고 든다.
왜?
자신의 커리어, 자신을 과시하려는 마음보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예전 선배들과 비교하면 요즘 우리 세대는 마냥 그렇다고 보기 힘들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게 태극마크지.
나도 지난 삶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심장이 터질 뻔했다.
저 모습이 단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감독 입장에서는 말이다.
유럽이나 남미 애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과시하려고 돌발 행동을 하거나 치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지만, 일단 한국 선수들은 감독의 말을 곧 죽어도 따르거든.
봐라, 공을 잡은 말레이시아 선수를 상대로 토끼몰이 하듯 한곳으로 몰아넣는 걸.
한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지정된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쪽으로 향하는 게 마치 잘 세팅된 기계 같다.
이비카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녹아든 모습이다.
부족한 기량은 잘 짜여진 전술로 채운다.
부족하면 외워서 축구를 하라.
아마 저 필드 위에서 감독의 지시를 100% 이해한 선수는 몇 없을 거다.
선발이 조건으로 걸린 거라 죽어라 외워서 선발이 되고 외운 대로 하는 거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나도 지난 삶에서는 그랬다.
“우리나라 제법 잘하는디?”
“그러게.”
“우리 장손은 어떻게 생각혀? 잘하는 겨?”
“나쁘진 않네요.”
나쁘진 않다.
하지만 상대가 말레이시아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지금은 월드컵에서 제일 아래 단계라는 거다.
우리의 종착지는 남미와 유럽의 강국을 상대하는 거다.
그럴 때 과연 저게 먹히냐는 건데, 일단 어느 정도 먹히긴 할 거다.
중요한 건 결정적인 상황이다.
임기응변, 창의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강팀과 경기에서 반드시 나온다.
외워서 하는 축구로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판단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선수들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국내파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그나마 수비에서는 우태현과 윤진용이라는 양쪽에 걸출한 풀백들이 있고, 든든한 골키퍼 신호성이 있어니 안심, 중원에는 훗날 분데스리가로 진출하는 김종연이라는 선수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공격수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공격수 가뭄이라는 거다.
아니다.
잊고 있던 선수가 있었네.
[방성환! 방성환 크로스를 그대로 골대에 꽂아버립니다!] [벌서 두 번째 골입니다!] [K리그에 데뷔하기 무섭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답군요!]아주 예전, 처음으로 청소년 국가대표로 뛰었을 당시 붙었던 고교 최강팀, 대장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가 이제 성인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지난 삶에서 K 홀란드, 폭격기라 불리게 될 그 선수다.
이 선수는 비록 유럽 무대에서 실패해서 두 시즌 만에 다시 K리그로 리턴하긴 하지만, K리그와 J리그에서는 굵직한 활약을 하며 이름을 남기는 선수다.
그리고 한국에는 보기 드문 타입의 선수였다.
왜 있잖아, 자기 클럽에서는 별로 못하지만 희한할 정도로 국대에서는 날아다니는 선수 말이다.
이 선수가 바로 그런 타입의 선수였다.
방성환은 국가대표 데뷔전인 이번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뛰면서 기어이 해트트릭까지 해냈다.
“저 아이 잘하네. 아는 아이냐?”
할아버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한 번 붙어봤어요.”
“이이, 글쿠먼. 우리 장손이 보기에도 잘햐?”
“나쁘진 않아요.”
나쁘지 않지.
국가대표 기준으로 좋은 공격수 옵션이다.
어쩌면 국가대표 붙박이 선수이자 주전 스트라이커로 커리어를 마감했을 수도 있었던 선수.
하지만 그는 여러모로 운이 없는 선수였다.
국가대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아갈 즈음에 지금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내 친구 이성호나 레버쿠젠의 김효준이 성인 무대에 등장하면서 그들에게 밀려나거든.
뭐, 그래도 지난 삶과 다르게 이비카 감독이 등장했고, 좀 더 일찍 국대에 데뷔했으니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응?”
경기가 끝나고 솔랭이라도 뛸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이비카 감독이었다.
“네, 감독님.”
-경기는 잘 봤나?
“인상 깊은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이 감독님 의도대로 움직이더군요.”
-이 나라 선수들은 감독 말을 충실히 잘 따라줘. 그게 최고의 장점이지.
“그렇죠.”
-자네가 보기에 마음에 드는 선수는 있던가?
“마음에 드는 선수요?”
-이 팀의 중심은 누누이 말하지만, 자네라네. 자네가 마음에 들어하는 선수,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수를 대표 차출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네.
이쯤 되면 나… 이비카 호의 황태자가 아니라 비선실세 아니냐?
“방성환. 그는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던데요?”
-나와 생각이 같군. 공중전이 약하다 생각했는데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거든.
장신의 방성환의 최고 장점이 바로 공중전이다.
공중전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선수이기도 하고.
-자네 생각은 잘 알았네. 더 좋은 선수들을 찾아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독과 통화를 끝내고 나서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청소년 대표팀 단톡방에 들어갔다.
-나 : 성호야 ㅈ됐다
-이성호 : ???
-나 : 감독님이 방성환을 중용하려는 듯 ㄹㅇ 너 어른 돼도 국대에서 자리 없을 듯 ㅇㅇ
-김효준 : 억ㅋㅋㅋㅋ 이성호 ㅈ됐네ㅋㅋㅋㅋ 나 오늘 경기 봤는데 잘하긴 하더라 그 형
-나 : ㄹㅇ
-배상현 : 윤태양, 조동호 형, 방성환 형까지 있네 이렇게 되면 2038 월드컵에서 우리 성호 볼 일은 없겠네 ㅋㅋㅋ
-이성호 : 2년 뒤이면 이야기가 달를걸요 제가 그 형이랑 조동호 선수보다 앞에 이쓸 검니당
-류준서 : 성호야 제발 맞춤법 좀… 뭐라 하는지 1도 모르겠음 ㅇ
-이성호 : 내가 윤태양이랑 같이 체전방에서 띨 거라고
-나 : 체전방 ;;;;
-김효준 : 최전방 ㅂㅅ아 ;;
이성호가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하게 하려고 카톡을 보냈는데 맞춤법에 어이가 터진다.
일리뉴가 얘보다 받아쓰기 잘할 듯.
-이성호 : 근대 왜 한국은 저녁이야?
-김효준 : …….
-배상현 : ………
…우리 성호가 아직도 시차 개념을 탑재하지 못했구나.
-나 : 우리 성호 축구만 잘하자 축구만
-이성호 : ㅇㅇ 열씨미 하는 중
지난 삶에서 국가대표 경기 때마다 이 바보를 어떻게 믿고 패스를 보냈는지 새삼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뭘 믿었던 거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