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1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14화
지난 삶에서 나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기마랑이스에서 시작해서 포르투갈로 진출했고, 거기서 맹활약을 바탕으로 스페인 라리가 레알 베티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커리어 화룡정점으로 레알 베티스에서 3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해 은퇴할 때까지 뛰었다.
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이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망가진 유리 몸인데도 불구하고 내 재능을 눈여겨본 한 감독에 의해서였다.
나와 함께 승승장구하며 그가 레알 베티스의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갈 수 없었을 거다.
어쨌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덕분에 피파 월드 베스트 2회, 발롱도르 후보 최종 30인까지 한 번이나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몸으로 이 정도 활약을 한 것도 대단한 일인 것 같긴 하다.
피지컬이 아닌 오로지 축구 센스 하나만으로 버텨서 따낸 결과물이니 말이다.
아마 내 커리어를 본 사람들은 말할 거다.
이 정도면 한국 축구에서 손꼽힐 정도 아니냐? 그런데 주목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네가 만족 못한 거 아니냐?
맞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뒤에서 묵묵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레지스타 같은 선수였다.
구단에서는 그리고 축구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나의 가치를 알아봤을지 몰라도 스타성이라고는 1도 없었다는 소리다.
화려하지 않고 주목도가 떨어지니 말이다.
게다가 내 전 세대에는 뮌헨에서 맹활약한 박민규가 있었고 내가 국대로 뛰면서 주목받을 즈음에는 한국 최로로 유럽에 진출한 골키퍼 신호성이 더 주목받았다.
나도 신호성 못지않게 중요한 선수라고 주목받을 즈음에는 내 몸이 못 따라줘서 은퇴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제2의 이강안이니 손홍민이니 하는 유망주들이 나와서 나는 귀신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잠깐 거의 잊고 지내던 과거를 떠올려 버렸네.
그럴 만하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나는 이 팀을 사랑했다.
팬들도 나를 사랑했고, 동료도, 이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다.
별것 아닌 나를 사랑으로 대해준 클럽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은퇴식까지 할 때는 많은 팬들이 함께 울어줬드랬지.
그때 당시에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사랑이었다.
오죽하면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걸가 걱정했을 정도였고, 은퇴하고도 스페인에서 살았을 정도니까.
물론, 지금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으로 본다면 보잘것없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삶에서 나를 사랑해 줬던 팬들이 찾아오겠지.
그들은 지난 삶의 나를 모르지만, 나는 나를 위해 응원해 준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겪을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그래도 뭐 슬프거나 그렇진 않다.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있고 그들 못지않은 툰들이 있으니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던 기억은, 그래, 추억 정도라고 해두자.
가끔 떠올리면 좋을 때였지 하고 그립거나 굳이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금 나는 내 가족과 지금의 팀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챔피언스 리그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리그 경기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거든.
다가오는 프리미어 리그 31라운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물론,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진출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다른 팀들 역시 경기마다 집중하며 똥줄이 타는 건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이번 31라운드에서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거든.
여기서 이기게 된다면 우리는 승점 89점으로 2위의 승패와 상관없이 무조건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를 당하거나 져도 남은 일정 중에 한 번이라도 승리를 거두면 무조건 우승이긴 하지만, 일찍이 리그 우승을 확정 지으면 로테이션을 풀로 돌리면서 핵심 선수들 컨디션을 관리해 챔스나 FA컵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이겨서 나쁠 게 단 하나도 없다.
게다가 상대는 이번 시즌 16위로 하위권에 있는 미들즈브러다.
이겨야 한다.
아니, 이긴다.
* * *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31라운드.
오늘 뉴캐슬이 승리한다면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는 일찍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와 준비하고 있었다.
트로피가 전광판에 아주 잠시 동안 모습이 보이자 팬들은 벌써부터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들떠있었다.
사실,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2연패를 함께하는 선수나, 이번 시즌 이적 와서 곧 바로 우승을 목전에 둔 선수나 하나같이 들떠 있었다.
우승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우승을 1번을 하든 10번을 하든 늘 새롭고 짜릿한 법이다.
이런 말 하는 태양도 정작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한 번, 지난 시즌 한 번 한 거 빼고는 우승 경력이 얼마 없다.
태양 역시도 속으로는 조금 들 떠있었다.
그것과 별개로 겉으로는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기마저 들떠 버리면 팀이 전체적으로 붕 떠서 잘될 것도 안 되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들 너무 들떠있지 마. 이러다가 말도 안 되게 우승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팀에는 우승 DNA가 진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PSG에서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 꾸준히 우승을 해왔던 카싸마였다.
우승을 많이 해본 선수가 그리 말하니 모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승은 간절해야 오지 들떠서 오는 게 아니야.”
오글거리긴 하지만,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었다.
들뜬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는다.
선수들은 이제야 경기 준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혼자서 경기 준비를 끝낸 태양은 어김없이 바나나 하나를 입에 물고 다른 바나나로 볼 트래핑을 했다.
바나나를 공처럼 다루는 그 모습을 보면 선수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새끼를 두고 우승을 못하면 병신이지.’
또는.
‘내가 똥을 싸도 쟤가 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한다.
보지 못한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눈으로 바나나로 선보이는 놀라운 트래핑을 보면 선수들을 공감할 거다.
우승을 많이 해본 선수의 조언으로 마음을 다잡고, 축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선수를 보고 불안을 털어낸 뉴캐슬 선수들이 필드 위에 입장했다.
와아아아아!
기다렸다는 듯 툰들이 함성을 지른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미들즈브러의 경기를 앞둔 지금, 모든 뉴캐슬 팬들이 함성으로 자기 팀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뉴캐슬이 지난 시즌에 이어 우승을 하면서 2연패를 하게 되거든요? 저라도 들뜨고 기쁠 것 같습니다.]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리그 16위에 불과한 미들즈브러입니다. 기대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지거나 무승부로 마무리되더라도 남은 7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둬도 우승입니다. 전혀 급하지 않아요.]남은 경기에서 단 1승.
이러나 저러나 팬들은 그저 기뻐하며 축제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미들즈브러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리그 16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진짜 재수 없을 경우 강등을 당할 수도 있는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하, 이 경기 그냥 몰수패 당하면 안 되냐?”
“기권은 안 되나?”
가뜩이나 최악인데 상대는 뉴캐슬, 이기기도 힘든데 진다면 남이 우승하는 데 들러리 서서 박수를 쳐줘야 할 판이다.
아무리 프로선수라고 하더라도 뛰기 싫어지는 경기였다.
“어차피 우승인데 라인업은 왜 이리 살벌해…….”
“오늘 우승 결정지으려고 빡세게 투입한 거 같은데.”
게다가 뉴캐슬은 핵심 선수 전원이 선발로 뛴다.
미들즈브러 선수들의 안색은 갈수록 흐려졌지만, 주심의 휘슬은 그런 그들의 사정 따위 봐주지 않았다.
[경기 시작됩니다!] [뉴캐슬의 선축입니다. 뉴캐슬 차분하게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서서히 템포를 올리기 시작하는 뉴캐슬!]오늘도 어김없이 중원을 지키는 세 명의 선수, 메넨데즈, 카싸마, 다미아노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라인을 올리기 시작한다.
미들즈브러는 시작부터 중원에서 부터 휘둘리기 시작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며 팀워크가 바짝 오른 뉴캐슬의 빌드업을 막기에는 미들즈브러의 실력 차이도 크고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아, 순식간에 미들즈브러의 수비진영까지 다다릅니다. 뉴캐슬의 빌드업이 마치 물 흐르는 듯합니다.] [예술적입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 공 잡고 들어갑니다! 한 사람 제치고 슈팅? 아닙니다! 다시 한번 접으면서 슈팅! 고오오올!] [골입니다! 윤태양의 시즌 47번째 골입니다! 두 번의 페인팅으로 골키퍼까지 속이며 득점합니다! 전반 12분! 뉴캐슬이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윤태양의 한 골을 시작으로 경기는 서서히 뉴캐슬에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전반 28분.
[윤태양! 노룩패스! 아우레가 공 잡습니다! 슈팅! 골!] [아우레의 골입니다! 2대0으로 앞서가는 뉴캐슬!]아우레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뉴캐슬이 두 골로 앞서가는 순간 미들즈브러의 의지는 거의 꺾인 거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무력하게 뉴캐슬에게 모든 걸 내주고 그저 수비를 하는 데 급급했다.
[아우레! 단숨에 수비 한 명을 제치며 기회를 만듭니다! 슈팅! 아! 막혔습니다!]전반이 마무리될 즈음에 아우레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전반이 마무리됐다.
-이대로 후반 무난하게 가져가면 우승이네
-뉴캐슬 2연패 ㅅㅅㅅㅅ
-뉴캐슬 세상이구나 이제
-야 왠지 트레블 각인데?
-아직 FA컵이나 챔스나 4강도 안 했는데 뭘 벌써 트레블 각을 보고 있어 ㅡㅡ
-ㄹㅇ ㅋㅋㅋ 아직 트레블 장담하기엔 시기상조임
-아무튼, 2연패가 어디냐
-맨시티 끝나고 뉴캐슬 시대가 오는구나
-고작 2연패 하고 뉴캐슬 시대 ㅇㅈㄹ ㅋㅋ
-근데 2년 연속 우승인데 왜 두 번 졌다고 하는 거임?
-???
-2연패라며?
-…님 초딩임?
-초딩이고 뭐고 뉴캐슬 우승 가자
-제발 우승
-뭘 제발이야 미들즈브러 하는 꼬라지 보니까 무조건 우승이구만
-아 윤태양 개ㅆ사기 ㅅㅂ
후반이 시작됐다.
하프타임이 끝나고 나온 미들즈브러 선수들의 표정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지 않았다.
감독에게 욕이라도 먹은 건지 모르겠다만,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이길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경기는 뉴캐슬이 주도하다 못해 압도하고 있었다.
무기력하게 휘둘린 미들즈브러는 윤태양에게 멀티골을 내주었고, 곧 바로 일리뉴에게 첫 골을 그리고 결국…….
[윤태양! 한 명 제치고 곧 바로 마르세이유 턴! 마지막 수비수를 두고 프리플랩!! 골키퍼 남았습니다! 골키퍼! 로빙슛! 골입니다!] [해트트릭! 이로서 윤태양이 49골로 본인 최다골 기록에 근접합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본인이 세운 프리미어 리그 최다골 기록과 타이라니 대단하네요. 2시즌 연속 50골 고지를 넘게 되나요?] [50골을 넘기면 빅리그 기준 최다골 기록을 혼자 보유하게 됩니다!]스코어는 단숨에 5대0.
미들즈브러의 모든 선수들의 의욕이 꺾이고, 남은 시간은 고작 2분만 남은 상황.
뉴캐슬의 우승이 확실시 되자 툰들은 기쁨에 겨워 힘껏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뉴캐슬 전통의 응원가 아임 커밍 홈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제 1분 정도 남았나요?] [뉴캐슬은 오늘 2연패를 달성하면서 새로운 프리미어 리그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군요!] [여러분, 지금 뉴캐슬이 프리미어 리그 최강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이 자리까지 오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 어?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완전히 꺾여 무력한 미들즈브러와 우승을 진짜 코앞에 두고 기뻐하는 뉴캐슬 선수들 사이에서 윤태양이 골대에서 38M 정도 되는 거리에서 공을 잡았다.
그리고 득달같이 벼락같은 슈팅을 날린다.
공이 미친 속도로 뻗어나가 단숨에 골대를 향해 나아가 골망을 뒤흔들었다.
[…고, 골입니다! 경기 막바지 윤태양이 본인의 네 번째 골을 넣습니다!] [이게 이렇게 되네요!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날 본인이 가진 프리미어 리그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뤄냅니다!] [팀도 윤태양도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와아아아아!
윤태양의 하울-네 골-과 함께 툰들이 윤태양을 위한 응원가를 부르짖기 시작한다.
윤태양은 그런 팬들을 향해 엠블럼을 두들겨 보이며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삐익- 삐익! 삑!
경기가 재개되기 무섭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 퍼진다.
[경기 종료됩니다!] [2035/36시즌 우승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자랑스러운 2연패! 팬들도 선수들도 기뻐하고 있네요!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지금 축제 분위기입니다!]경기 종료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분주하게 트로피를 옮기고 우승 시상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우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