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2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27화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을 향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효자 종목의 인기는 대부분 여전했고, 효자 종목은 아니어도 축구는 여전히 가장 사랑 받는 종목 중 하나였다.
그건 비단, 한국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올림픽 위원회에서 가장 사랑하는 종목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축구가 있었다.
그 어떤 종목보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올림픽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게 바로 축구였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IOC가 FIFA와 싸우면서도 눈치를 보는 게 여기에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 축구에 축구계가 협조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축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그러했다.
대부분 팀들이 소속팀 선수들이 올림픽 나가는 걸 극도로 꺼려했다.
과거 메시 역시도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서 소속팀이었던 바르셀로나와 마찰이 있었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올림픽 축구 출전을 좋아하는 클럽팀은 없었다.
젊은 선수들 중에서도 올림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윤태양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구단에서야 마음 같아서는 윤태양을 굳이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윤태양은 의무복무제인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런 국제대회에 어떻게든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튼.
그로 인해서 수많은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뛰진 못하더라도 한 번 붙어보고 싶어하는 호승심 강한 젊은 선수들이 어디 한둘인가.
하다못해 너무 좋아해서 같은 필드 위에서 뛰어보는 게 소원인 선수들도 있었다.
그 탓인지 몰라도 이번 올림픽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나 스페인의 디오스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적설이 불거진 그는 이적과 관련해서는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구단과 마찰까지 빚어가며 올림픽 선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뉴캐슬에서도 윤태양의 영향 때문인지 린데만과 다미아노, 샬렛과 소비올라, 드미트리, 바이스티거가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한 상황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란이 애지중지하는 밀란의 신성, 알베르토 지노가 나섰고, 그 외에도 유명한 유망주들이 대거 올림픽 대표팀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도 A매치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고, 미래에는 대표팀의 코어가 될 존재들.
이번 올림픽 축구는 지난 올림픽이나 지지난 올림픽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모처럼 미래의 월드컵 전초전이라는 이명이 붙었다.
그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뒤늦게 조편성이 발표됐다.
* * *
올림픽 축구는 총 4개조, 4팀씩 배치된다.
생각보다 올림픽 축구에 참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소리기도 하고 대부분 조가 죽음의 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중에도 죽음의 조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게 왜 하필 우리 조냐고…….”
배상현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조편성을 바라봤다.
우리는 B조였고, 같은 조에 소속된 나라는 브라질, 이탈리아, 코트디부아르였다.
그야말로 죽음의 조 그 자체다.
A매치와 다르게 유소년 팀이 약세인 팀도 있고, 성인팀은 강하지만, 유소년 팀이 약한 나라도 있다지만, 브라질은 예외다.
역대 올림픽은 물론이고, 올림픽이 U-23 연령 제한 시스템으로 바뀌어 따로 랭킹 통계를 내는 1992년 이후에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브라질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보유한 금메달 3개는 오히려 1992년 이후 연령제한이 생기고 난 이후에 차지한 것들이었으니 U-23의 절대 강자라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탈리아는 또 어떤가.
역대 총괄 랭킹에서는 브라질의 뒤를 이은 2위의 강팀이었다.
물론, 1992년 이후에는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하나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건 유럽이 올림픽을 기피한 탓도 있다.
이번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유스 시스템 아래 잘 키운 선수들을 모두 데려왔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코트디부아르는 어떤가?
이들은 아프리카 팀이다.
유난히 유스팀이 강한 아프리카 팀이라 이거다.
이들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나이를 속이고 출전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였고,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다른 인종보다 피지컬이 빨리 완성되는 탓에 상대하기 버겁다.
특히, 유난히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약한 한국은 더더욱 어려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금메달 따는 것도 쉽지 않겠네.”
배상현의 푸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비벼볼 만하다 생각해?”
그런 나를 보고 배상현이 묻는다.
“우리?”
흠…….
나는 우리 선수들을 떠올려봤다.
일단, 이정후 감독의 와일드카드 선발은 매우 좋았다.
타고난 피지컬과 국제대회 경험이 충분한 미래의 최초의 유럽파 골키퍼인 신호성, 한국에서는 귀하디귀한 인버티드 윙백 스타일의 윤진용, 다소 빈약한 중원을 지휘할 수 있는 이현석까지.
이들은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U-23 선수들은?
나와 이성호, 배상현을 제외하면 절로 고개가 갸웃해진다.
사실 지금 U-23 선수들 절반은 한국이 추진하던 어게인 2002 프로젝트에서 실패했던 골짜기 세대들이거든.
다들 기억할 거다, U-18 수준이 대부분 좋지 않아서 15살이었던 나와 이성호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그 세대를 대체해서 키워지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나마 돋보이는 유일한 선수는 국대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K리그에서는 전설적인 선수가 되는 방성환이 전부다.
“흐음.”
그렇다고 지금 경쟁력이 없냐?
그건 또 아니다.
U-23은 절대적인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준비됐냐, 얼마나 멘탈이 단단하냐에 따라 달라지거든.
U-23에서는 우리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문제는 조별 예선 상대들이 몇 안 되는 절대적인 강자, 다크호스, 유스 시스템이 발달된 나라라는 거지.
그래도 마음가짐만 제대로 되먹었음 쓸 만할 텐데.
“야야야, 이따 연습게임 할 때 진팀이 아이스크림 내기 할래?”
“아이스크림 좋네.”
“아니, 뭐 아이스크림이야. 큰 걸로 가자고, 큰 걸로.”
“큰 거 뭐? 술?”
“룸빵 어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벌써부터 룸 타령이나 하고 앉아있네.
누가 보면 벌서 금메달이라도 딴 줄 알겠어.
아니면 애초에 금메달 같은 건 관심이 없는 건가? 올대 대표 정도면 상무는 프리패스 수준이니까?
“저 새끼들 한국이 올림픽 축구의 다크호스다, 우승후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뉴스 기사에 어깨 뽕이 잔뜩 오른 거 같은데.”
배상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무슨 소리야 그게?”
“외신에서 너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좀 부풀려서 기사 낸 거지. 우리나라 기레기들이.”
나도 그런 기사 본 거 같긴 하다.
[올림픽 대표,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뭐 이런 기사였다.
전 세계가 주목하긴 한다.
우리나라 올대가 아니라 나를 말이다.
그리고 우승후보는 아니더라도 다크호스 취급을 하기는 한다.
마찬가지로 나란 존재 때문에.
그런데 이놈들은 우리나라 기레기들이 잔뜩 부풀린 기사에 어깨뽕이 차오른 거다.
“하아.”
얘들을 어쩌면 좋을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현실을 알려줘야지.
연습 경기 딱 대.
* * *
윤태양이 서열 정리를 확실하게 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아직 20대 초반, 평생 운동만 하면서 각자의 우물 안에서 오구오구하며 최고 대접을 받던 개구리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막상 멀리서 보던 윤태양과 달리 현실에서 보는 윤태양은 그저 곱상하게 생긴 어린 소년이었다.
알게 모르게 만만하게 보는 마음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눈치가 기가 막힌 이정후는 이 기가 막힌 상황을 빠르게 캐치했다.
윤태양과 같은 올림픽 대표라는 이유로 자기들이 윤태양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무리를 보며 이정후는 현실로 이끌어주기 위해 판을 만들었다.
전, 후반 25분씩 9대9 미니게임이었다.
때마침 주제파악이 안 되는 애들이 딱 6, 7명 정도였다.
이정후는 그 팀에 와일드카드 두 명을 배치하고 경기를 열어주었다.
“이야, 주급으로 10억 넘게 받는 애랑 뛰어보는 거야 이제?”
“쟤 막으면 우리도 주급 10억 받나?”
“솔직히 막을 만할 거 같은데.”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보여주던 태양의 퍼포먼스는 까맣게 잊기라도 한 듯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선수를 바라보며 태양은 이성호를 불렀다.
“바로 나한테 패스해.”
“으응.”
이성호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모든 게 준비되자 심판을 보기로 한 수석코치가 휘슬을 불었다.
이성호가 곧바로 태양에게 공을 패스했다.
태양은 공을 가진 상태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공격수 한 명을 상대로 왼쪽으로 파고들다 급제동해서 공을 한 번 접고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제친 뒤에 그 뒤에 붙은 공격수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치며 미드필더 라인까지 달려갔다.
두 명의 미드필더가 태양을 포위하듯 달려든다.
가장 먼저 달라붙는 선수를 상대로 한 번 접고 제친 뒤에 뒤이어 붙는 상대는 상체 무빙만으로 가볍게 속여 넘기면서 피했다.
순식간에 네 명의 선수를 제쳐 버린 태양을 향해 허겁지겁 한 선수가 달려든다.
와일드카드인 윤진용이었다.
태양은 그런 그를 피해 거리를 벌리며 수비라인에 다다른다.
한 수비수가 이를 악물고 태양에게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다.
태양은 그 앞에서 멈춰서며 태클을 피하고 그 위로 공과 함께 훌쩍 뛰어올라 제친다.
이제 남은 선수는 2명.
또 하나의 와일드카드인 이현석이 침착하게 길목을 막아서고 다른 선수에게 지시까지 내린다.
태양은 그런 그들을 두고 아무런 준비 동작 없이 기습적으로 슈팅했다.
공이 레이저처럼 쭉 뻗어나가 골키퍼가 반응하기도 전에 골망을 가른다.
태양은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큰둥한 얼굴로 휙 하니 몸을 돌려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와, 저 새끼.”
윤진용은 그런 태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쟤는 진짜… 다른 세상 사람 같아, 형.”
이현석이 허무한 얼굴로 윤진용에게 다가가 말했다.
“감독이 판을 깔아주니 태양이가 서열 정리를 확실히 하려는 거 같은데.”
“서열 정리를 하는 게 웃기죠. 그 잘하는 개인기 하나도 안 하고 지들을 죄다 제쳐 버리는데.”
“안 그런 거 같은데.”
윤진용의 말에 이현석은 자기편 선수들을 바라봤다.
다들 씩씩거리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보고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걸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하룻강아지가 범한테 한 대 맞고도 정신 못 차린다고 해야할까?
그걸 느껴서 그럴까?
이 자리에 유일한 범은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하룻강아지가 가진 공을 단숨에 가로채서는 이성호와 함께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했다.
화려한 기교 없이 오로지 이성호와 패스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아무도 성호와 태양을 막지 못했다.
당장 이들은 태양은커녕 이성호의 원터치 패스조차도 가로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비라인까지 다다라 네 명의 선수가 중앙에 뭉친 걸 확인한 태양은 그대로 공을 가지고 돌진했다.
가장 먼저 한 선수를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 솜브레노로 제쳐 버리고 뒤이어 달려드는 선수를 공중 프리플랩으로 농락한다.
이에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달려들자 태양은 마르세이유 턴과 백프리플랩으로 넛매그까지 해 굴욕을 안겨주며 골키퍼를 맞이했다.
남은 선수는 세컨드 골키퍼인 조지호 한 명.
긴장한 채 주춤주춤 다가오는 조지호를 상대로 태양은 그저 공을 가지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만으로도 조지호는 사고회로가 정지된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경계만 했다.
그런 조지호를 보고 태양이 왼쪽을 슬쩍 바라본다.
조지호는 태양이 패스를 하나 싶어 무심코 그 시선을 쫓았다.
아무도 없었다.
뒤늦게 시선을 돌린 조지호는 자신의 옆으로 빠르게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공이 골라인을 넘어 골대 안에서 통통 튀기고 있었다.
그 자리에 유유히 선 태양은 가만히 선수들을 하나, 하나 훑어봤다.
그 누구도 태양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깔았다.
그들은 그제야 실감했다.
눈앞의 태양이 그저 싸가지 없고 곱상하게 잘생긴 소년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걸 말이다.
“축구 진짜 못하네. 그저 버스 탈 생각밖에 없지, 너희들은?”
태양의 신랄한 비판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