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2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28화
태양과 미니 게임 이후 팀은 대학팀과 프로팀을 불러서도 비밀리에 연습 게임을 가졌다.
백미는 남아프리카로 출국하기 바로 전, K리그 최강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북과의 대결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K리그 정도면 빅리그는 아니더라도 유럽 유수의 리그와 비벼볼 만하다.
전북 정도면 프리미어 리그 2부 수준은 된다.
그래,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빅클럽을 상대로도 심심하면 해트트릭을 꽂아넣는 태양에게 전북은 그저 흔하게 만나는 약팀에 불과했다.
평소라면 연습게임에서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겠지만, 태양은 연습게임 내내 순간순간 전력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어슬렁거리다가 기습처럼 들이닥쳐 단순하게 치고 달리고 공을 가지고 드리블하는 것만으로도 아무도 태양에게서 공을 빼앗지 못했고, 골키퍼는 무슨 수를 써도 태양의 슈팅을 막지 못했다.
“저거 괴물이죠?”
“괴물인 건 알았는데… 눈앞에서 보니 말도 안 나온다, 야.”
이정후와 수석코치는 혀를 내둘렀다.
보는 사람들도 이런데 상대로 뛴 전북 선수들은 어땠을까?
“저게… 하…….”
K리그 4연패를 기록하며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며 자신감이 충만했던 그들은 절망했다.
이 중에는 당연히 유럽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그런 마음마저 꺾일 지경이었다.
“유럽에는 저런 애들이 뛴다는 거잖아?”
“아니… 유럽에서도 제일 잘한다잖아.”
“진짜 미쳤네.”
아무리 잘해도 이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 가운데 진짜로 죽어나는 건 올림픽 대표 선수단이었다.
“야, 지훈아. 윤진용 선배 하는 거 못 봤어? 윤진용 선배가 올라가면 너는 수비라인 지키고 있어야지. 머릿수라도 맞춰야 브라질이든 이탈리아든 막을 거 아냐.”
“어, 응…….”
라이트백인 22살의 포항 선수, 이지훈은 태양의 잔소리에 머리를 긁적였다.
“너 크로스 잘해? 그렇다고 윤진용 선배처럼 미드필더 위치 가서 압박할 수 있어? 너 왜 뽑혔어? 수비 잘해서 뽑힌 거 아냐. 그런데 왜 자꾸 공격하려고 난리냐고.”
“미, 미안.”
형 대접을 안 해준다고 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동료가 못하면 태양은 갈굼을 망설이지 않았다.
멘탈이 바사삭하고 박살이 날 정도로 갈구고 갈궈서 사람 몫을 해낼 때까지 잔소리를 했다.
“상현아, 네가 지훈이가 미쳐서 올라가려 하면 붙잡아야 할 거 아냐. 네가 아니면 누가 할래?”
“아, 알았다고. 잔소리 더럽게 많네.”
그나마 말대꾸 하는 건 배상현밖에 없었다.
수비라인만 욕을 먹는 게 아니었다.
“이상현, 너 돌문 가서 뭐 배웠냐? 내가 공을 가지면 벌려주라 그랬지? 너 아직 피지컬이 딸려서 중앙에서 버티질 못한다고! 컷인 무빙으로 들어오면서 골을 넣는 게 낫다니까? 그리고 성환이, 니가 센터에 있어야지 왜 자꾸 상현이한테 양보하는데? 너 A매치 대표팀 올라가서도 그렇게 양보할 거야? 같은 팀이라도 경쟁 상대라니까? 골을 넣어야지, 뭔 배려야. 넌 호날두 옆에 벤제마가 아니라니까?”
“아, 응.”
그래도 공격라인은 태양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태양의 말을 따르다 보면 확실하게 실력이 붙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아, 이게 팀이지.”
이정후 감독은 자신의 팀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반드시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선수와 그 선수를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태양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이 팀은 이제 멘탈적으로 무너질 일이 없다.
그와 동시에 팀은 이정후 감독의 전술에 녹아 들어간다.
이정후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전후반 90분을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탑재한다.
2002년의 유산이 아직까지 이어져 온 거라고 볼 수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매우 큰 무기다.
선수단은 고작 18명, 이 선수들로 금메달까지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강인한 체력은 큰 무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라는 건 단기간에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니 더더욱 그러했다.
이정후 감독은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바탕으로 끈질긴 축구를 표방했다.
이른바 늪 축구.
늪 축구라고 하면 과거의 망령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뭔가를 해내려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지키는 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기만 하면 공격은 누가 하냐고?
“막히면 윤태양에게 패스한다.”
“윤태양에게 패스를 못하면 빈 공간 선수에게 패스하고 그 선수가 윤태양에게 패스한다.”
“그것도 안 되면 윤태양이 내려와서 패스하고 공간을 벌려준다.”
“윤태양만 믿어라.”
그렇다.
한국 전술의 핵심은 윤태양이었다.
윤태양이 알아서 다 해주는 윤태양만 믿고 가는 윤태양 원툴 전술이었다.
이에 대해서 아무도 이에 반박하거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골짜기 세대가 대부분인 지금의 올림픽 대표가 메달을 따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심지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윤태양 아니면 누굴 믿고 가?
-ㅋㅋㅋ 윤태양 원툴이면 뭐 어떰? ㅋㅋㅋ 다른 나라는 윤태양 있음? 없자나 ㅋㅋ
-그 원툴이 탱크나 미사일도 아니고 원자폭탄인데 뭐 ㅋ
-ㄹㅇ ㅋㅋㅋ 원자폭탄 믿고 까분다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뭐 ㅅㅂ 우리 핵 있다 건드리면 주옥되는 거야
-해트트릭 한 번 맞아볼래?ㅋㅋㅋ
-왠지 북괴 수령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나…….
-ㄹㅇ ㅋㅋㅋㅋ
축구 팬들은 윤태양 보유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위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올림픽 대표팀이 마침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떠난다.
이때 대부분 선수들은 협회에서 제공하는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다.
효자 종목이고 협회가 돈이 맣은 곳일수록 좋은 비행기를 타고가는데, 축구대표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 많은 협회를 꼽자면 야구와 축구 아니겠는가.
선수단 전원이 모두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가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보드진이었다.
탈리크 회장은 나름대로 정중하게 한국 축구 협회에 연락했다.
“우리 윤태양 선수를 고작 비즈니스에 태울 수 없소.”
“한 선수에게 특혜를 주는 건 형편상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전원 퍼스트 클래스를 태우기에는 예산 사정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뉴캐슬의 이름으로 된 비행기를 제공하겠소.”
“…네?”
“인천 공항으로 국왕 폐하의 비행기가 갈 것이오. 그리 아시오.”
“…네에?”
다시금 뉴캐슬이 윤태양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발, 살다살다 이제 사우디 국왕 전용기를 타보네.”
선수단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사우디 국왕의 비행기를 바라보며 기가 질려 버렸다.
이런 애를 우습게 본 몇몇 선수들은 얼굴이 다 붉어질 정도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비행기에는 이비카 감독도 함께하게 됐다.
선수들은 혹시 A매치 감독인 이비카 감독의 눈에 들어 A매치까지 합류하는 게 아니냐 설렜지만, 그것도 잠시.
“애들아 꿈 깨라. 태양이 플레이 연구하러 오신 거니까.”
이비카 감독이 함께 가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태양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상대팀 선수들의 대응을 보며 그를 중심으로 한 전술을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기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태양과 시너지를 내는 선수가 있다면 A매치에 합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그 어떤 종목보다 호화롭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했다.
* * *
올림픽이 시작됐다.
올림픽 축구는 일정이 길기 때문에 개막식 전에 조별 예선이 시작된다.
같은 날 열리지만, 시간은 각각 다른데 가장 먼저 시작된 건 A조 였다.
12시와 오후 3시에 열린 A조는 시리아, 덴마크, 아르헨티나, 개최국인 남아공이 붙었다.
시리아와 덴마크는 덴마크가 3대2로 신승을 거뒀다.
이변은 아르헨티나와 남아공의 경기였다.
놀랍게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대0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와일드카드로 레알 마드리드의 올메도, 첼시의 오렐라나, 리버풀의 산체즈라는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데려왔고 모두 이 경기에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득점을 하지 못했고, 남아공의 기적 같은 극장골로 패배했다.
물론, 홈 어드벤티지도 있었고, 논란이 있을 법한 편파 판정도 있었지만, 아르헨티나가 아무런 득점도 거두지 못한 건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이 속한 B조의 경기가 열릴 차례였다.
뉴랜즈 스타디움에서 열릴 대한민국의 경기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선수는 밀란이 자랑하는 알베르토 지노와 리첼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이탈리아의 수문장 파세리니가 있었다.
특히 파세리니 같은 경우에는 21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밀란의 골대를 지키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말이 리첼라의 뒤를 잇지, 지금 거의 리첼라를 밀어내고 그를 대신하고 있는 수준의 선수였다.
여기에 와일드카드로 태양의 팀 동료인 프랑코 다미아노, 밀란의 수비수인 피에르마텔, 인테르의 미르코 라리를 데려왔다.
와일드카드를 수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올림픽 대표는 철통같이 막아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었다.
윤태양이란 존재를 말이다.
“다미아노, 윤태양은 약점 같은 거 없어?”
“약점?”
“어어. 같은 팀이니까 알 거 아냐? 패턴이라든가 습관 같은 거.”
다미아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없어.”
“없다고?”
“없어. 단언컨데.”
“그런 선수가 어디 있어?”
“그런 게 있었으면 골을 그렇게 넣었겠냐? 킹은 그냥 자연재해 같은 거야.”
다미아노의 말에 피에르마텔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 무조건 진다는 소리 아냐?”
그 말에 대답한 건 다미아노가 아니라 미르코 라리였다.
“상대가 뉴캐슬이었으면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 태양은 올림픽 대표 소속이잖아.”
그 말에 어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양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수준 낮은 선수들을 데리고 뛰는 만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까.
다미아노는 어느 정도 수긍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킹이… 지금까지 누가 도와줘야 골을 넣었던가?’
다미아노는 필드에서 태양을 보면 가끔 생각한다.
과연 매 경기 진심으로 축구를 하는가?
팀이 뒤쳐지기라도 하면 불타올라 미친 듯이 골을 넣는 걸 보면 스스로 너프를 줘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진짜 그럴 리는 없고 동기부여에 따라서 더 잘하는 거겠지만, 중요한 건 바로 그거다.
동기부여.
‘우리나라는 의무복무제야. 남자라면 무조건 1년 반을 군인으로 살아야 하는 나라지. 축구 커리어를 중간에 끊지 않으려면 무조건 메달을 따서 면제를 받아야 해.’
태양의 말이 떠오른다.
1년 반이나 축구도 못하고 군인으로 갇혀 산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기부여가 충만하다.
아니, 이 정도면 잠재력도 꺼내서 쓸 것 같은 수준이었다.
다미아노는 경기 시작 전부터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