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5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51화
윤태양은 신앙이다.
적어도 뉴캐슬어폰타인이나 한국에서는 말이다.
뉴캐슬에서는 그를 왕으로 받들어 모셨고, 한국에서는 팬클럽이 그를 주상전하로 모시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동생이라는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모두가 그를 사랑할… 것 같지만, 빠가 있으면 까는 생기기 마련이다.
흑과 백, 선과 악, 어둠과 빛이 존재하듯이 이들은 상극이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사이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 중에는 기자들도 있었다.
[윤태양의 편의만 봐주는 축구협회 이게 맞나?] [윤태양을 위한 전담 트레이너, 의료진 등. 윤태양 특혜 의혹.] [윤태양이 특혜를 받는 사이, 동료들은 소외감을 느낀다.]그들은 진실을 밝혀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글쎄…….
어쨌든 그들의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윤태양 특혜?
-ㅅㅂ 독박축구하는데 그 정도 특혜는 봐줘야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해줄 거면 다 같이 해주든가 윤태양만 해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래, 아무리 윤태양이 중요하고 그 정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차별을 하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해줄 거면 다 해주든가
사람들이 윤태양보다는 축협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가운데 평소라면 개돼지 취급하며 입을 다물었을지도 모를 축협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축구협회, 우리는 윤태양에게 특혜를 제공한 적 없다.] [윤태양 전담 트레이너, 의료진은 축구협회가 제공한 게 아닌 뉴캐슬 구단에서 따로 팀을 구성해서 윤태양을 지원하는 것.] [구단에서 윤태양의 컨디션, 부상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걸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단, 대표팀 경기나 내적인 부분에서 무언갈 요구하거나 관여하지 않는다.]-ㅋㅋㅋㅋㅋ 뉴캐슬에서 내 선수 관리한다는데 그걸 말릴 이유가 없지
-다른 기사 보니까 가끔 태양이 부탁으로 다른 선수들도 봐준다 함 ㅋ
-여기에 팀 내부적인 일에 절대 간섭 안 한다는데 뭐라 할 자격이 있나?
-뉴캐슬이 윤태양 아끼는 건 당연하지
-지들 왕 받들어 모신다잖아 이게 아니꼬운 사람 있음?
-기자들이 아니꼬왔다잖아 ㅋㅋㅋ
-기레기가 기레기짓 한 거야?
-사우디 왕 전용기도 제공하는 마당에 트레이너나 의료진 제공쯤이야
-근데 뉴캐슬 케어 쩔긴 한다
-뉴캐슬에서도 윤태양만 저런 식으로 특별 관리 한다 함
-거긴 그럴 만함
-그만큼 윤태양이 또 해주니까 저러지
-윤태양이 아직 어려서 더 그런다 함
-윤태양 경기 빡세게 뛰는 거 같지만 경기 끝날 때마다 의료진이 검사도 하고 철저하게 관리 받는 중
-이렇게 관리 철저하게 해주면 ㅅㅂ 막말로 40살까지 뛸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랬음 좋겠다 ㅋㅋㅋ 국대도 40살까지 뛰어주고
윤태양 특혜 의혹은 기자들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끝났다.
물론, 해당 기자들은 기레기로 낙인찍히고 기사를 낼 때마다 조리돌림을 당할 신세가 됐다.
* * *
“진짜 기레기들은…….”
혀를 차면서 핸드폰을 내려놨다.
기레기들은 바퀴벌레와 같아서 절대 멸종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 근데 언제 끝나나?”
한국에서 다시 뉴캐슬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병원을 와야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아니, 한국 가서 신종 전염병에 걸려서 온 것도 아니고 오자마자 검사라니.
물론, 질병 검사를 하는 건 아니다.
장거리 원정을 다녀온 나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였다.
가끔 보면 너무 과보호한다니까.
“다행스럽게도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이것 봐.
내 몸은 내가 잘 안다고 어딜 봐도 이상이 없는데 왜 굳이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베이트호벤이든 회장이든 찾아가서 이거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봐야겠다.
검사를 끝내고 난 뒤 집으로 향한다.
“오빠!!”
집으로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보미와 여섯 마리 개들이 우르르 나에게 달려온다.
이제 16개월 정도 된 우리 보미는 다리 힘이 좋은지 제법 잘 달린다.
나에게 달려와 내 다리를 껴안는 보미를 높이 안아올리자 보미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왈! 왈!”
“그래, 너희들도 형아 기다렸냐. 다들 보미랑 잘 놀고 있었어?”
집순이를 위시한 그의 자식들은 보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아니, 부하라고 해야하나.
집에서 혼자 골목대장 놀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매일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지 않나 걱정되네.
친구들이라도 만들어줘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어린가?”
“오빠!!”
보미는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노라! 보미랑 노라!!”
“그래, 그래. 뭐하고 놀까?”
“수영! 물! 물!”
아, 그래.
요즘 보미가 물놀이에 푹 빠졌다.
집에 실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회복 훈련 삼아 내가 물속에서 걷는 걸 보고 자기도 들어오고 싶다고 그래서 안고서 물에서 놀게 해줬더니 그 뒤로는 매일 물놀이 타령을 하고 있었다.
바깥에 있는 수영장에는 얕은 수영장도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노는 걸 옆에서 지켜만 봐도 되지만, 실내에 있는 건 가장 얕은 곳이 내 배까지 닿는다.
보미가 놀기엔 적당하지 않지만, 날이 추워서 실외는 어렵다.
물론, 보미는 상관하지 않는다.
보미에게는 작은 보트와 유아용 구명조끼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 수영하자.”
“꺄르르르.”
좋다고 내 품에서 방방 뛰는 보미를 안고서 걸어가는데 여섯 강아지도 뭘 안다고 깡충깡충 뛰면서 나를 쫓는다.
아, 그래.
이 자식들도 물놀이 엄청 좋아한다.
물개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을이도 수영 좋아했는데.
학교생활 잘 하고 있으려나?
* * *
가을은 영국 최고의 학교로 불리는 이튼 칼리지에 재학 중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퍼블릭 스쿨인 이튼 칼리지는 1441년 개교한 이래 쭉 남자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었고, 대부분 학교들이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전통을 유지했지만, 그들도 결국, 바뀐 세상에 맞춰 올해 처음으로 남녀공학이 되었다.
대부분 학교가 공학으로 바뀐 지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오랫동안 남자 학교라는 전통을 유지한 셈이었다.
사실, 그녀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에 있었다.
일단 영국 최고의 퍼블릭 스쿨인 점도 한몫하긴 했지만, 2036년에 여학생 1기로 입학한 만큼, 선배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나름대로 중요한 일이다.
영국은 한국 그 이상으로 꼰대 문화가 체계적이고 징그러울 정도로 잘 형성되어 있었다.
선배가 있다는 건 똥군기, 악습, 심할 경우 폭력도 각오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그녀는 왕실 장학생으로 오피던스(학교 근처 학교 소유 집에서 생활하는 학생)가 아닌 칼리지, 그러니까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선배가 있었다면 밤, 낮으로 피곤해질 수도 있었다.
어쨌든 위에 선배가 없어서 편하다. 문제는 도와줄 선배도 없다는 거다.
여학생들은 이곳 이튼 칼리지에서 굴러 들어온 돌 취급을 받고 있었다.
수백 년 전통을 망가뜨렸다며 여학생들에게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아니, 생각할수록 웃긴 애들 아니니? 전통은 학교에서 깼는데 왜 우리가 욕먹어야 해?”
같은 방을 사용하는 친구 리나가 이에 대해서 불평을 토로했다.
그 말에 다른 친구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남학생들의 텃세를 당하고 오는 길이었다.
“애들이니까. 어른한테 못하고 우리한테 심술부리는 걸 거야.”
가을의 말에 다들 가을을 바라봤다. 리나는 신기한 얼굴로 물었다.
“너는 화가 안 나?”
“남자는 다 애 같은 면이 있으니까.”
심지어 남들이 우러러보고 자신 역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오빠도 가끔은 애처럼 느껴지는 일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아니, 선배들 자리라고 써져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그 식탁 쓴다고 혼나야 해?”
“뭐 그게 수백 년 전통이라잖아. 어쩌겠어.”
“그 식탁이 수백 년 된 건 아니잖아? 하여간 이 학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리나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염색도 그래. 선배 없어서 복장 같은 거 통제도 없을 줄 알았는데, 염색도 못하게 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의 머리는 흑발로 보일 정도로 짙은 갈색 머리였다.
“지금 머리색도 괜찮은데?”
“나 같은 여자는 금발이 어울리는 법이야. 그리고 이 교복도 너무 갑갑해. 갑갑해서 단추 하나 풀었다고 잔소리를 들어야겠어?”
“그럼 사이즈를 한 사이즈 크게 입어. 그렇게 꽉 끼게 입으니 불편하지.”
“…….”
리나가 한국인이었다면 가을이에게 너 T야? 라고 물어볼 상황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공감능력이 없다니. 빈말이라도 맞아, 너무 갑갑해라는 말을 못해주는 걸까?
가끔 보면 가을이는 재미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친구였다.
일견 보기에는 도도하고 차갑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같은 학년 남학생들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그녀를 어려워한다.
리나에게 잔소리가 쏟아지는 반면, 가을이는 지금까지 텃세나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동양인은 원래 이렇게 재미없나?
“가을아, 너네 오빠도 너랑 성격이 똑같아?”
같은 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녀는 가을이의 오빠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우리 오빠? 아니, 전혀.”
“그래? 그럼 어떤 편인데?”
영국에서 가장 핫한 18세에 대한 이야기에 그녀 주변 친구들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가을은 잠시 오빠를 생각해 보다 말했다.
“음… 그냥 동생들한테는 자상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TV나 유튜브에서 나오는 모습 그대로인 거 같아.”
“왕 그 자체라는 소리네?”
“아마?”
친구들의 표정이 순간 몽롱해진다.
지금 잉글랜드 10대들에게 있어서 태양은 아이돌 그 자체였다.
축구 선수라고 믿을 수 없는 귀공자 같은 외모에다가 뛰어난 축구 실력, 그리고 사생활에서 보여주는 패션까지.
모든 것들이 주목받는 동경의 대상이다.
잠시 태양을 생각하던 리나는 때마침 지나가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됐다.
“쟤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네 오빠가 윤태양이라는 거 말이야.”
원래 상위 계급 사람들이 다니던 이튼 칼리지는 노동자 계급이나 좋아하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도 옛날 이야기였다.
영국인들의 유전자 어딘가에는 계급과 상관없이 축구에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쟤들 왜 여기로 오냐?”
다른 친구의 말에 리나는 다시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기겁을 했다.
남학생들이 공을 몰고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골대로 안 가고 왜 저런……?!”
말을 하던 리나는 입을 다물고 인상을 찌푸렸다.
남학생들 얼굴에 짓궂은 웃음을 봤기 때문이다.
저 웃음만 봐도 남학생들이 뭔가 장난을 쳐서 골탕을 먹이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생각이 맞았다.
그들은 여학생들이 있는 쪽이 마치 골대라도 되는 것처럼 힘껏 슈팅했기 때문이다.
“꺄악!”
공이 다가오기도 전에 대부분 여학생이 비명을 지를 때.
가을은 태연한 얼굴로 공을 향해 발을 들이밀었다.
힘껏 슈팅한 공을 가을은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인사이드로 받아내 발 앞에 뒀다.
“슈팅이 형편없네.”
“…뭐?”
그녀의 말에 슈팅한 남학생이 얼굴을 굳힌다.
그는 그녀와 같은 학년 남학생 무리에서 리더인 아이였다.
가을은 그 남학생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너머 골대를 바라봤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
그녀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그대로 공을 슈팅했다.
윤태양을 보고 자란 그녀의 슈팅 폼은 윤태양 그 자체였다.
그리고 공 역시도 윤태양이 찬 것처럼 크게 휘어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든 남학생이 놀라서 가을을 보는 가운데 가을은 도도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
“형편없다고, 네 슈팅.”
이튼 칼리지의 여왕 전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