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66)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6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로스앤젤레스 FC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면서 그들과 몇 번의 연습경기를 가졌다.
제자리를 잡아간 미국의 축구는 서서히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에서는 축구는 여자들이나 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가 거칠고 피지컬이 많이 요구되는 미식축구이다 보니 그들의 눈에 보이는 축구는 막말로 몸을 사리는 겁쟁이들이나 하는 스포츠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도 축구가 자리잡게 되었다.
남미나 유럽계 미국인들이 축구를 찾기 시작했고, 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에서도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발전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전한 미국의 축구는 일단 거칠고 파워풀하다.
그 덕분에 선수들의 피지컬도 남다르다.
“왜 럭비를 해야 할 애들이 축구를 하는 거지?”
“쟤들이랑 볼 경합해 봤어? 온몸이 부서질 거 같아.”
디다와 아놀드는 로스앤젤레스와 붙을 때마다 앓는 소리를 했다.
특히 아놀드는 피지컬로 어디 가서 크게 밀릴 선수가 아닌데도 그랬다.
그 정도로 미국 축구의 피지컬은 무시무시했다.
물론, 너무 마초적인 플레이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로스앤젤레스 FC가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꾸준히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는 팀이었다.
“본토의 축구는 수준이 다르네.”
“피지컬로 찍어누르려고 해도 제대로 붙어야 찍어누르지.”
“패스 수준이 달라.”
로스앤젤레스 팀도 뉴캐슬을 상대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일리뉴와 마리오 메넨데즈였다.
일리뉴는 피지컬로도 밀리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는 한참이나 앞섰으며, 치명적인 왼발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었다.
메넨데즈는 전술과 기술의 정점과도 같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메넨데즈가 패스를 통해 탈압박한 후에 일리뉴가 득점하기 좋은 위치에 찔러주는 패스는 치명적이었다.
“역시 너를 데려오길 잘했어.”
아르텔리 감독은 메넨데즈를 추켜세웠다.
어릴 때 자신을 키워준 은사의 칭찬은 메넨데즈를 춤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슬쩍 기고만장한 마음도 들었다.
이 정도면 팀 내 에이스이자 최고 선수 대접을 받을 법도 하지 않을까?
라 파브리카라는 이유로 개똥취급 당하며 어중간한 등번호인 17번을 달고 뛰었던 메넨데즈는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등번호 7번을 저에게 주세요.”
“그건 미스터 툰의 번호라네.”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팀의 전설, 뉴캐슬 그 자체라 불리는 그에게서 번호를 뺏을 수 없다는 걸 메넨데즈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당장 그 번호를 받겠다는 게 아닙니다. 미스터 툰이 은퇴한 뒤에 저에게 달라는 거죠.”
“그것도 힘들 것 같구먼.”
아르텔리가 고개를 저었다.
“네? 왜죠? 호, 혹시 일리뉴가 원합니까?”
아무리 그래도 일리뉴 보단 자기 아닌가?
“일리뉴는 하빕이 달던 9번을 원한다네. 10번은 어떤가? 10번이면 자네와 어울리지 않나?”
때마침 10번 자리가 빈 것도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에이스 넘버를 두고 다툴 일이 없으니 말이다.
10번? 좋지.
하지만 메넨데즈는 7번이 탐이 났다.
7번은 미스터 툰이 달고 있음으로 뉴캐슬의 상징과도 같은 번호가 아니던가.
“저는 7번이…….”
“마리오.”
아르텔리는 메넨데즈의 말을 자르고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자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받은 대우 때문에 새 구단에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건 알고 있네.”
“……”
“일단, 툰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7번을 물려줄 의향이 있는지 말일세. 7번은 온전히 그의 것이야. 그 누구도 내놓으라 할 수 없네.”
“알겠습니다.”
메넨데즈는 떨리는 마음으로 7번의 주인이 자신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후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마티가 이번 시즌부터 7번을 내려놓겠다 하더군.”
“그, 그 말은?”
기쁨으로 물들려는 순간.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직접 윤태양에게 물려주고 싶다 전했네.”
“…그 어린 꼬맹이한테요?”
아르텔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쩌겠나. 자신의 후계자를 정했다는데. 알지 않은가? 그의 의사대로 하지 않는다면 당장 팬들부터 들고 일어날 텐데.”
“알겠습니다.”
“10번으로도 충분하네. 자네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에는 말일세.”
“…네, 10번을 달도록 하죠.”
메넨데즈는 그리 말하고 나왔다.
오늘도 로스앤젤레스와 연습경기가 있는 날.
메넨데즈는 마음이 헛헛하고 씁쓸했지만, 그 감정을 뒤로하고 라커룸으로 걸어갔다.
그는 프로였으니까.
레알 마드리드에서 비싼 주급 받고 여자들 끼고 노는 몇몇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라커룸으로 가는 길.
“룰루, 거, 참 축구하기 딱 좋은 날씨네.”
트레이닝 복을 동네 한량처럼 대충 걸치고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지나가는 사내가 보였다.
“마티!”
“오, 메니메니!”
“메, 메니메니요?”
“메니라고만 하면 심심해서.”
지내보면서 느낀 건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이상한 사람이었다.
늙으면 저렇게 되는 걸까?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응, 뭔데. 말해봐. 들어오는 질문은 마다하지 않지, 내가 또.”
“7번 말입니다. 왜 그 꼬맹이에게 물려주는 겁니까?”
그 말에 실바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아니, 왜 하나같이 내 7번을 탐내는겨.”
“…네?”
“너까지 벌써 세 명이야. 세 명이나 7번 달라고 나한테 징징거렸다고.”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이라면 누구든 탐낼 만하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한테 유산 물려달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에잉, 쯧쯧.”
“하지만… 여기서 당신의 뒤를 잇는다는 건 특별한 거잖아요.”
“이제 막 이적 온 놈이 뭘 안다고 특별하다 그래?”
“음…….”
“아무튼, 이제 난 7번 아니니까 그만 따지라고. 어휴, 하도 지겹게 이야기해서 태양이한테 그냥 줘버렸네.”
마테오 실바의 말에 메넨데즈가 우물쭈물하자 실바는 메넨데즈에게 말했다.
“뭐, 네가 10년을 더 뛸 수 있다면 어쩌면 너한테 줬을지도 모르지.”
“10년이나 더 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난 적어도 10년은 뛸 애한테 주고 싶었다고.”
그야말로 후계자.
마테오 실바는 오랜 시간 팀을 위해 뛰며 새로운 미스터 툰이 되어줄 친구에게 주고 싶었다.
“그랬군요.”
“그랬지.”
마테오 실바는 그리 말하고 씨익 웃으며 다시 슬리퍼를 찍찍 끌며 라커룸으로 걸어갔다.
그런 실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메넨데즈가 물었다.
“그 꼬맹이가 당신의 뒤를 이어 10년을 책임질 실력이 됩니까?”
궁금했다.
이제 겨우 16살밖에 안 된 소년에게 이 팀은 왜 그렇게 큰 기대를 거는 걸까?
물론, 들은 풍문은 있었다.
자기가 봐도 뛰어난 소년이었던 디오스를 무력하게 만들고 팀을 유린했다지?
분명 디오스는 자기가 아는 한에서 가장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나중은 모를 일이다.
적어도 메넨데즈가 보기에 디오스 못지않은 재능을 가진 아이가 메넨데즈가 라 파브리카에서 활동할 무렵부터 못해도 세 명은 있었다.
그 아이들 중에 레알 마드리드에 남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찬란했던 재능이 성장하면서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망주의 미래는 알 수가 없다.
그것도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16살 아이라면 더더욱.
메넨데즈는 너무 섣불리 기대를 거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
게다가 애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이곳 전지훈련에 와서는 단 한 번도 연습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걸 잘 아는지 이 꼬맹이는 건방지기까지 하다.
“미심쩍나?”
“당연하죠.”
“지난 시즌 우리 꼬맹이가 만든 기록을 보고도?”
“커서는 모를 일입니다.”
마테오 실바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그 아이는 달라.”
“네?”
“축구의 몬스터? 요정? 마치 혼자 100년은 뛴 것 같은 아이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겪어보면 알아. 걘 뭔가 다르다는 걸. 흔한 천재? 그런 걸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라고.”
마테오 실바의 확신에 찬 말에 메넨데즈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흔이 다 돼가도록 축구를 한 사람이 헛소리를 할 리는 없는데.
뭐지?
“노망인가?”
왜 그 있지 않은가.
헤딩을 많이 한 선수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지 않은가.
축구를 남들보다 더 많이 두 배는 가까이 했으니 어쩌면 벌써부터 치매가 든 걸지도 모른다.
메넨데즈는 고개를 저으며 라커룸 안으로 들어갔다.
“태양, 태양! 오늘은 경기에 뛰니?”
“몰라, 저리 가.”
“난 저번 경기에 뛰었는데. 오늘은 같이 뛰었음 좋겠다.”
“별로, 저리 가.”
“우리 연습한 크로스 하고 발리 슈팅, 오늘 경기 뛰면 해줄 거지?”
“귀찮아, 저리 가라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젤 에드워드가 귀를 쫑긋 세우고 태양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저건 사람으로 둔갑한 개가 분명하다.
도대체 왜 저렇게 따르는 걸까?
의아해서 지켜보던 가운데 감독이 들어왔다.
“허허허, 라커룸 분위기가 참 좋군. 그렇지 않나, 알레스?”
“그러게요, 감독님.”
“그래, 그래. 이 분위기가 이번 시즌 쭉 이어졌음 좋겠네. 그건 그렇고, 오늘도 연습경기라는 거 다들 알지?”
“예!”
우렁찬 팀원의 외침에 아르텔리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자, 라인업을 한 번 볼까? 오우, 이거 디지털이군. 우리 구단에 있는 것과는 좀 다른데? 그거 익히는 것도 한참 걸렸는데 말이지.”
아르텔리는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디지털에 친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헤매려는 기색을 보이자 수석코치인 알레스가 나서서 손을 움직였다.
이내 스크린에 필드가 보이고 그곳에 선수들 사진을 하나하나를 포지션에 맞춰 맞추기 시작했다.
FW 레델리/일리뉴/태양
MF 박스올/메넨데즈/고메즈
DF 반디아/디다/아놀드/산체스
GK 리첼라
“자, 오늘은 이렇게 가볼까?”
오늘 출전할 선수들 대부분은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노리치에서 데려온 말콤 박스올, 벤피카에서 영입한 티잔 고메즈, 그리고 페루 출신으로 브라질 리그에서 뛰던 세자르 산체스까지.
놀랍게도 이 모든 선수를 영입하는 데 들어간 돈은 고작 한화로 1,100억밖에 들지 않았다.
뉴캐슬의 모든 스탭들이 노력한 결과였다.
스카우터들은 선수들을 면밀히 검토해 뉴캐슬에 뛸 만한 선수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감독은 그들이 가져온 리포트를 보고 필요한 선수들을 지목했으며, 회장과 보드진은 그들을 수완 좋게 최대한 저렴하게 영입한 결과였다.
물론, 타이밍이 좋은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박스올은 가난한데다가 이번 시즌 강등까지 당한 노리치에서 재정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던 선수였고, 티잔 고메즈 역시 벤피카에서 정한 바이아웃이 500억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24세인 세자르 산체스는 지난 시즌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놀라운 실력을 보였지만, 지지난 시즌까지는 보여준 재능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 공짜로 영입할 수 있었다.
비록 선수 개개인의 이적료는 자신 한 명의 몸값의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았지만, 메넨데즈는 이들의 실력을 인정했고 이런 선수를 싸게 데려온 뉴캐슬을 인정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저 건방진 꼬맹이가 뭘 보여줄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그렇게 로스앤젤레스와 마지막 연습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