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6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7화
“미국 애들 피지컬이 무서운데 윤태양이 뛰어도 괜찮겠습니까?”
수석코치 알레스의 물음에 아르텔리는 덥수룩한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이를 보지 말고 지금 태양이의 피지컬을 보고 말하게.”
알레스는 필드에서 몸을 푸는 태양을 바라봤다.
분명 겉으로 보는 태양은 182cm, 축구 선수로 치면 준수하게 큰 키에 체격도 나쁘지 않았다.
외모만 보면 아직도 갓난애기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건 맞지 않습니까?”
“자네가 하도 걱정해서 태양이를 출전시키지 않고 스포츠 과학팀에서 다시 한번 검사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성인팀에서 뛰어도 부족할 게 없는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갖췄다고 결과가 나왔고.”
“부상은 피지컬이 전부가 아닙니다.”
알레스의 말에 아르텔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태양이가 뛰는 걸 본 적이 없지?”
“영상 정도만… 봤죠.”
“보면 십자가를 찾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간혹 저 아이 머릿속에 축구의 악마가 들어있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거든.”
알레스는 아르텔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저 재능이 부디 다치지 말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로스앤젤레스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마초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경기는 어떻게 보면 미식축구와 닮아 있었다.
공을 빠르게 뒤로 물려 상대 선수가 마킹을 하기 전에 최후방 센터백이 공을 잡는다.
그는 넓은 시야와 정교한 롱패스를 가진 선수로 공을 받으면 빠르게 주변을 훑어 멀리 공을 찔러넣는다.
공은 주로 수비 집중이 덜한 사이드에 윙어에게 전달하는데, 이곳에 위치한 선수는 미식축구의 와이드 리시버와 흡사했다.
수비 견제를 뚫고 공을 받는 게 주 역할이고 상황에 따라서 빠르게 달려 골을 넣기도 하지만, 주로 이 최전방 라인에 숨죽이고 있는 선수에게 빠른 타이밍에 공을 패스한다.
그 공을 받는 건 최전방 공격수들.
미식축구의 러닝백처럼 풀백과 하프백으로 역할을 나눠 풀백은 선수들의 어그로를 끌어 공간을 만들고, 하프백은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득점을 노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축구의 고전적인 전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문제는 이걸 미식축구 선수 같은, 아니, 대부분 선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한다는 거였다.
피지컬로 단순하다는 약점을 메꾸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프리미어 리그의 팀이었다.
아무리 오래전 사장된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미식축구와 결이 같은 킥앤러시의 전술을 오랜 시간 물고 빨던 나라의 팀이라 이거다.
단순한 전술에 밀릴 리가 없었다.
“수비라인 호흡이 맞아가고 있군요.”
“산체스 하나 가세한 것뿐인데 퀄리티가 높아졌습니다.”
플라멩구에서 넘어온 세자르 산체스는 현대에서 요구하는 사이드백 그 자체였다.
그 어떤 포지션에서 뛰어도 이상할 게 없었고, 필요에 따라서 비어버린 위치에서 그 위치에 어울리는 역할을 어렵지 않게 소화해 준다.
수비 시에는 쓰리백 라인을 형성해 센터백으로도 움직이는데, 미국의 파워풀한 공격을 어렵지 않게 견제했다.
그렇게 공을 가져온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르텔리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손꼽히는 감독 중 하나인 안첼로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수비 상황에서는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걸 원하고 풀백의 기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반대로 공격 상황에서는 선수들에게 큰 틀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그는 감독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이 팀에서 메넨데즈의 역할이 중요했다.
중원에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이 선수는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고 공격을 진두지휘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메넨데즈는 자신이 모든 걸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한 선수, 윤태양에게 무조건 패스를 할 생각이었다.
그는 공을 잡기 무섭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윤태양을 찾아 패스했다.
결코 친절하지 않은 패스였다.
거칠고 투박하다.
같은 팀이라고 해도 욕이 절로 나올 패스인데, 태양은 그저 뚱한 표정으로 공을 향해 발을 들이밀었다.
공이 소년의 발에 착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소년은 공을 소유하고 곧 바로 사이드라인을 타고 달려 나갔다.
그의 앞을 LA FC 선수가 태양의 앞에 우악스럽게 달려들었다.
신장 차이는 크지 않은 듯한데 체격이 두 배는 차이나는 것 같았다.
태양은 괴물 같은 덩치의 사내를 상대로 물러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코앞에서 태양이 왼쪽으로 무게를 싣자 상대 선수가 덩치답지 않게 즉각 반응한다.
이에 방향을 전환하니 금방 따라붙었다.
덩치가 크니 조금만 움직여도 코스가 가로막혔다.
태양은 다시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공을 몰아갔다.
크로스 스텝으로 무섭게 쫓아오는 상대를 바라보며 태양이 상대를 속이며 교묘하게 그 뒤로 공을 흘려넣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멈추고 방향을 전환해 상대의 뒤로 파고들었다.
크로스 스텝으로 달린 상대는 몸을 빙글 돌리며 태양을 쫓았지만, 태양은 이미 전력을 다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넓은 공간이 생긴 태양은 그 순간부터 무적이었다.
거칠게 달라붙는 선수들을 상대로 구불구불 잘도 피해가며 순식간에 선수 두 명을 제치고는 빈 곳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잔디 위를 스치듯 쭉 뻗어나간 공의 주인은 일리뉴였다.
쾅!
일리뉴의 강력한 왼발이 대포알 같은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음.”
메넨데즈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태양을 바라봤다.
확실히 잘하긴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지.
재개된 경기에서 공을 차지할 때마다 메넨데즈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태양에게 공을 보냈다.
그걸 본 알레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마리오가 태양을 괴롭히는 거 아닙니까?”
“태양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거겠지. 프라이드가 강해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은 선수랑 뛰려고 하지 않는 타입이니까.”
“태양은…….”
“그만. 태양은 애가 아니네. 과보호는 옳지 않아. 본인도 원하지 않을 거고. 계속 지켜보게.”
그 가운데 메넨데즈는 돌고 돌아 다시 한번 자신에게 온 공을 태양에게 보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을 받은 태양은 메넨데즈를 노려봤다.
눈에 독기가 올랐다.
“흘흘, 슬슬 화가 나는가?”
태양을 다뤄본 아르텔리는 태양을 잘 알았다.
또래, 아니, 유스팀에서 그 어떤 적수도 없었던 태양은 축구 자체를 좋아하지만, 매 경기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다.
왜?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태양은 승부욕이 없었다.
아니, 어지간하면 승부욕이 타오르지 않는다.
태양의 진면목을 보려면 목표가 있거나, 자극이 있어야 한다.
실력적으로가 아니어도 자신을 강하게 도발하는 상대가 있다?
그때부터 태양의 두 눈에는 독기가 차오른다.
지금처럼 말이다.
독기를 머금은 태양은 공을 몰고 사이드라인을 타고 움직이다 풀백과 수비수 사이, 하프 스페이스를 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프리플랩으로 한 명을 제치고 뒤이어 오는 선수는 마르세이유 턴으로 지나친다.
그 앞을 두 명의 선수가 길목을 차단하고 달려왔다.
태양은 그 둘을 앞에 두고 레인보우 플릭으로 그들 머리 너머로 넘기고 사이를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보이는 골대를 앞에 두고 슈팅각을 보는 순간.
덩치가 태양을 상대로 어깨를 들이밀었다.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을 구를 거라 생각한 태양은 놀랍게도 어렵지 않게 상대의 몸싸움을 버텨냈다.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은 채로 상대 선수와 어깨 싸움을 하며 전진한다.
그렇게 패널티 에어리어 가까이 접근한 태양은 오른발을 뒤로 빼며 슈팅하려 든다.
그걸 본 상대 선수가 힘껏 힘을 주는 순간, 태양은 뒤로 뺀 오른발로 땅을 딛고 왼발로 공을 뒤로 끌어 물러난다.
힘으로 밀어붙이려던 상대가 태양의 앞에서 균형을 잃고 자세가 무너진 사이, 태양은 공을 옆으로 굴려 상대 선수를 피하고 골대를 향해 왼발을 휘둘렀다.
공이 크게 휘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LA FC의 선수는 같은 편 수비수가 태양을 가려 버리는 바람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벙 찐 얼굴로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골대로 뛰어가 공을 챙겨서 몸을 돌려 메넨데즈에게 달려갔다.
“야.”
태양이 메넨데즈의 가슴에 공을 쿡하고 박았다.
메넨데즈가 무심코 공을 잡아들고 마주 보는 사이, 태양은 살벌한 눈으로 메넨데즈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도 해봐.”
* * *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건방진 새끼가 사람을 시험하려 들어 건방지게.
“이 건방진 꼬맹이 새끼가?”
건방진 꼬맹이 새끼?
“건방진 건 너지 이 새끼야. 레알 마드리드에서 노예 취급 받다가 여기 오니 네가 귀족이라도 되는 것 같냐?”
“뭐?”
메넨데즈의 얼굴이 순간 붉어진다.
그럴 만하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은퇴 후 자서전에서 레알 마드리드 생활을 노예 같은 삶을 살았다며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을 거라고 회고했다.
프로 정신이 투철해 묵묵히 뛰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선수생활이었다 이거지.
그럼 이적을 하지 왜 안 했냐고?
그는 모험을 싫어하는 선수니까.
뉴캐슬에서 좋은 대우와 그가 익숙한 아르텔리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 출신 스탭들이 없었다면 이곳에 올 리가 없었을 거다.
그건 좋아.
프로 정신도 좋고.
하지만 콧대가 너무 높다.
레알 부심이 장난 아니었다.
“영국인도 아닌 새끼가 계급 놀이 하려고 드네. 정신 차려, 여기 다 똑같은 선수들이야. 네가 누굴 평가하고 말고 할 선수들이 아니라고.”
“…….”
“그런데도 계급 놀이 하고 싶어? 그럼 이곳의 왕은 저기 있는 마티야. 넌 뭘까? 이제 막 이곳에 망명 온 영주야. 일개 영주. 그럼 난 뭐게?”
태양은 메넨데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긴 뭐야, 왕위를 계승 중인 왕자지. 내가 새로운 툰이라고.”
태양은 그리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주변 선수들이 둘 사이를 떨어뜨리려고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7번? 미스터 툰? 그렇게 하고 싶으면 일단 나처럼 하고 10년 동안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헌신하라고.”
“…너도 10년도 안 된 건 똑같잖아.”
“그게 억울해? 억울하면 라 파브리카가 아니라 여기 뉴캐슬 유스에서 뛰었어야지.”
어디 뉴캐슬 유스를 차근차근 밟고 월반한 내 근본을 무시하려고 들어, 건방지게.
* * *
모두가 들리게 소리친 태양이 뒤돌아 자기 위치로 걸어갔다.
메넨데즈는 물론이고, 두 사람을 말리려고 달려온 선수들은 일제히 태양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YOON
7
툰의 왕위를 계승 중인 왕자.
어린 선수가 한 말을 반박하고 싶어도 태양의 등에 마킹된 등번호가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스터 툰에게서부터 이어져 온 7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