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6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8화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보낸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의 훈련장, 다즐리 파크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이제 시즌을 코앞에 둔 상황.
누구보다 이곳이 익숙한 선수인 마테오 실바는 느긋한 걸음으로 클럽 하우스를 거닐었다.
“마티!”
한 스탭이 실바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어!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야. 아, 사무국에 연락했는데, 자네 등번호 말이야, 그거 승인이 떨어졌다는데?”
스탭의 말에 마테오 실바는 오, 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게 승인이 떨어져? 신기하네.”
“돈을 그렇게 썼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건 그래.”
실바가 낄낄거리며 웃을 때 스탭은 새롭게 마킹된 유니폼을 그에게 건넸다.
“네가 라커룸에 걸어둬.”
“그러지 뭐.”
등번호 77번.
그가 이번 시즌 달게 될 등번호였다.
프리미어 리그는 기본적으로 등번호 제한이 없지만, 2군 리그까지 고려해 1군 선수에게는 30번 이상의 등번호를 어지간해서는 승인해 주지 않는다.
자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55번이나, 69번 이런 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실바의 77번은 이례적이긴 하다.
“7번보다 이게 더 좋은데? 777번은 안 되나?”
“그건 안 되지.”
“아쉽네.”
마테오 실바는 그리 말하고 유니폼을 어깨에 걸치고 어슬렁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무심결에 7번 유니폼이 걸린 자리로 걸어가던 실바는 멈칫했다.
“이제 내 번호 아니지.”
실바는 유니폼이 비어있는 원래 자기 자리로 가서 스탭에게 받은 77번 유니폼을 걸었다.
“좋아.”
괜찮네.
실바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끄응.”
노인처럼 절로 신음이 나온다.
한동안 뛰지 않아서 무릎이 크게 아픈 건 아니지만 삐걱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훈련을 하고 한 경기라도 뛰면 다시 물이 차기 시작하겠지.
“그래도 뭐, 저번 시즌 초반보다는 낫네.”
지금 이 상태면 두 시즌, 세 시즌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욕심이겠지.
마테오 실바에게 이번 시즌은 마지막 시즌이 될 거다.
아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아, 아직 이번 시즌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가?
“마지막 라운드에 가면 기분이 달라지려나.”
시작도 안 했는데 별소리를 다하네.
마테오 실바는 입맛을 다시고는 축구화로 갈아신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라커룸 앞에 인기척이 들린다.
뭐지 하고 쳐다보니.
“오, 어린 친구들이 여긴 무슨 일?”
“저, 그게… 콜업돼서 왔습니다.”
“오, 그래? 우리 팀이 무슨 일이지? 어린애들을 1군에 올릴 생각을 다 하고?”
물론, 선발 출전을 보장하진 않겠지만, 1군 입성하는 게 어디인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없던 변화였다.
하긴, 그 당시 유스 디렉터와 지금의 유스 디렉터는 성향이 다르고 아르텔리도 유스 기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변화이긴 하다.
무엇보다 16살 태양이 뛰고 있지 않은가.
앞에 있는 친구들은 18, 19살 아이들이니 태양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이름이 뭐더라?”
“저는 요아힘 샬렛입니다.”
“소비올라입니다.”
“제이크 린데만입니다, 미스터 툰.”
“오, 그래, 그랬지. 다들 반갑군.”
저 친구들 모두 태양이 제법 괜찮다고 말한 아이들이다.
그의 말대로 괜찮은 아이들이기도 했고.
“1군에 입성한 기분이 어때?”
“아직은… 꿈만 같습니다.”
그 말에 실바는 낄낄 웃었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막 1군에 올랐을 때 저런 기분이었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었는데, 아이들을 보니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파릇파릇하구만. 태양이 이놈은 그런 맛이 없어.”
“태양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왜 안 오지? 평소라면 나보다 일찍 올 놈인데.”
“그러게요. 훈련장은 항상 먼저 왔던 애인데.”
“성인팀 왔다고 건방져진 건가?”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흠, 그런가?”
실바마저 아이들의 말에 동의하려는 순간,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왜 늦었어?”
* * *
라커룸에 노인과 어린이 세 명이라.
생각도 못한 광경이네.
“늦긴 뭘 늦어요. 나보다 늦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하긴 뉴캐슬의 왕자님보다 늦는 건 죄악이지. 교수대 위에 올릴까?”
“에이씨.”
메넨데즈한테 센 척한다고 왕자니 뭐니 했더만, 마티는 물론이고 팀원 전부가 나를 왕자라 부르며 놀리고 있었다.
“AC? 그게 뭐야? 밀란?”
“짜증 부리는 거예요. 그나저나 너넨 뭐야? 1군이야 오늘부터?”
“어.”
“올라왔어.”
“어쩌다 보니.”
서로 한 마디씩 하는 게 무슨 세트 같네.
친구들이 어색하게 서 있는 거 보니 마치 군대에 막 입대한 신병을 보는 기분이다.
물론, 나는 전생도 지금 생도 군대를 안 가서 잘 모르지만.
지난 삶이야 고아라서 안 갔지만, 생각해 보니 이번 생에서는 면제 사유가 없네?
갑자기 막막해진다.
군문제라니.
뭐, 아직 영장 날아오려면 멀었으니 나중에 생각하자.
“뭐야, 왔으면 앉아서 준비해야지.”
“어어. 그런데 자리가…….”
“너네 유니폼 걸린 게 너희 자리야.”
나는 그리 말하며 7번에 앉았다.
내 위에 7번이라니.
한동안 내가 마티의 7번을 물려받았다는 소리에 뉴캐슬 지역 사회가 시끌시끌했다.
가장 말이 많이 나온 건 마티가 이번 시즌 전에 은퇴하는 거 아니냐였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할아버지랑 집에 같이 가려고 펍에 들렸다가 무수한 질문세례를 받을 정도였으니까.
아니, 솔직히 당장 오늘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아닌가?
툰들이 미스터 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은 7번을 물려받은 게 나라는 거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아직 이른 거 아닌가 하는 말이 나왔지만, 실바가 은퇴 전에 물려주고 싶었다는 말까지 나오자 그런 반응조차 나오지 않았다.
요즘 툰들이 나에게 지어준 별명은 툰 주니어. 혹은 툰 2세.
누가 들으면 마테오 실바가 내 아버지인 줄 알겠어.
“태양아, 들었냐?”
내 자리에 앉아서 축구화로 갈아신는데 어느새 준비가 끝난 샬렛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방심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대처하지 못했네.
이 투머치토커가 또 어떤 소리를 하려고 나에게 온 걸까?
“리그 대진표 나왔다. 봤어?”
“그래?”
보자, 뉴캐슬 단톡방에 리그 일정 같은 거 올려놨을 텐데.
보자, 우리 첫 상대가…….
“미들즈브러네?”
미들즈브러는 이번 시즌 승격한 팀이었다.
노리치와 함께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는 팀이었다.
“미들즈브러의 전력을 알고 있나? 그 팀은 말이지 이제 다시 승격한 팀이지만 전력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팀이야. 알지? 거기 미들즈브러에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도 있다는 거?”
시작됐다.
나는 고개를 젓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 자식에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태양? 듣고 있어, 태양?”
샬렛이 나를 잡고 흔드는 가운데, 누군가 샬렛의 뒤에 서서 샬렛의 뒷덜미를 잡았다.
“뭐지, 이 꼬맹이는?”
“뭐, 뭐야, 헉!!”
샬렛의 뒷덜미를 잡은 건 다름 아닌 리첼라.
고릴라의 괴물 같은 악력에 샬렛이 사색이 된다.
“저, 저는…….”
“뭐야 아래 있던 독일 꼬맹이잖아. 여긴 왜 왔어?”
“코, 콜업이요…….”
“굵직한 양반들이 바뀌더니 유소년을 마구 올리는군?”
“그, 그러게요.”
“나쁘지 않아. 애들은 키워야지. 그렇지, 프린스?”
“…나도 앤데.”
“아, 이런. 우리 프린스가 제일 막내였지? 하지만 괜찮아. 너는 프린스잖아?”
빌어먹을 프린스는 얼어죽을.
나는 다시 이어폰을 꼈다.
그나저나 새로운 시즌이구나.
재계약을 하려거든 처음부터 제대로 보여줘야겠지?
내년에 태어날 우리 막내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 * *
2034/35 시즌이 마침내 시작됐다.
리그 1라운드, 아스날은 프리미어 리그가 열린 이래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며 처음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한 프레스턴 노스 엔드를 상대로 5대0으로 대승을 거두며 프리미어 리그가 만만한 곳이 아님을 가르쳐 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예전과 다르게 강등권에서 싸우는 울브스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그중에 개막전 첫날 빅매치라 부를 만한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의 경기였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토트넘은 물론이고 모든 팀을 상대로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별다른 영입은 없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팀으로 분류됐고,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을 어렵지 않게 이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결과는 대이변으로 이어졌다.
[토트넘, 시티를 상대로 4대1 대승.] [리그 챔피언을 무너뜨린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무엇이 문제였나?]지난 시즌 말미 패배를 거듭하며 불안했던 모습을 보여줬던 맨시티가 새 시즌 첫판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와중에 같은 시간에 경기를 한 지난 시즌 준우승팀, 첼시는 번리를 상대로 2대0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다음 날.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미들즈브러를 맞이했다.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상대는 지지난 시즌 강등됐다가 다시 승격해 돌아온 미들즈브러입니다!] [승격과 강등을 번복하는 미들즈브러는 지난 시즌 챔피언십이긴 하지만 팀의 조직력을 강화하며 압도적인 모습으로 승격했습니다. 조직력이 강력한 팀인 만큼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겠죠?] [반대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대대적으로 팀을 리빌딩 했거든요? 선수들의 화합이 잘 되어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네, 오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먼저 홈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FW 레델리/일리뉴/윤태양
MF 박스올/메넨데즈/고메즈
DF 반디아/디다/아놀드/산체스
GK 리첼라
[뉴캐슬은 무려 여섯 명이 이번 시즌 이적한 선수들이군요. 조직력이 걱정되긴 하네요. 이어서 미들즈브러입니다.]FW 브라이언
MF 레타마르/소울스비/조르지우
도일/콜링우드
DF 살켈드/커티스/하슬람/맥나마라
GK 찰튼
[미들즈브러는 챔피언십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에 지난 시즌 노리치시티에서 리그 9골을 넣으며 좋은 활약을 보여준 브라이언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올렸습니다.]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하며 미들즈브러는 최고의 전력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게 되는군요.]뉴캐슬의 응원가가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늦은 밤까지 기다리며 이 경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스포츠티비에 모여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미들즈브러가 아무리 탄탄해도 강등딱이지 뭐 ㅋㅋㅋ
-아주 그냥 해설은 개 좋은 팀인 거처럼 이야기하네
-그래도 브라이언은 무시 못함
-ㅋㅋㅋㅋ브라이언VS일리뉴 누구 고름?
-닥일리뉴지 ㅅㅂ
-세리에 A 득점왕이 ㅈ으로 보이나 ㅋㅋㅋ
-브라이언 무시 못함 ㅇㅈㄹ ㅋㅋ
-참고로 브라이언은 데뷔 후 뉴캐슬과 다섯 번 붙어서 단 한 골도 못 넣었다.
-그래도 모른다. 뉴캐슬 새로 온 선수들이 너무 많아.
-그건 맞음. 선수 절반을 이적생으로 채우네.
아주 약간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필드 위에는 선수들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자기 위치에 섰다.
그리고.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리그 첫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