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10화
“정말 놀랍군…….”
모르드 일행이 투신의 신전, 그리고 통신기와 영혼 인도자 결계를 설치하는 과정을 지켜본 한울왕자와 그 측근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왜 전하께서 저들에게 조건을 달지 않고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하신 건지 이해했습니다. 이 늙은이들은 그저 전하의 혜안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분명 우리와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거늘 마치 저들만이 신화에 살고 있는 것 같군.”
한울왕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들이 20년 전에 이 땅에 왔다면…….’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어머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살리겠다고 희생하실 필요가 없었겠지.’
오한울.
이제는 한울왕자라 불리는 청년은 위대한 용황제 오율의 사후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것은 실로 어지러운 시대였다.
호령공주로 불렸던 그의 모친이 암살의 위협을 피해 달아나야 했을 정도로.
용황제 오율은 목숨을 희생하여 온누리를 파멸로 이끌었을지도 모르는 미증유의 재난을 막아냈으나, 그 여파는 너무나 컸다.
온누리의 수도 새벽나래가 파멸했다.
새벽나래의 주민 절반 이상이 죽었으며 황위 계승서열이 높은 이들도 모두 휘말려 죽고 말았으니…….
혼란에 빠진 온누리를 재건하고 그 정점인 황위를 손에 넣고자 하는 수많은 욕망이 부딪쳐 대혼돈을 빚어내는 것은 필연이었다.
호령공주는 자신을 보필하는 소수의 인원과 함께 권좌에 대한 야욕을 불사르는 이들을 피해 숨어서 살았다.
그러다가 서씨가문의 자손과 사랑에 빠져서 맺어짐으로써 오한울이 태어났다.
아비의 성씨는 서 씨였지만 온누리의 황손으로서 살아가는 자는 무조건 오씨 성을 따르는 것이 황실의 법도. 적어도 오씨 황손의 대가 끊겨 새로운 황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 법도가 유지된다. 그래서 그는 서한울이 아닌 오한울이 되었다.
일찌감치 모친과 똑같은 진룡 란팔로제의 핏줄로 각성한 오한울은 어려서부터 영특했으며, 술법에 높은 재능을 보였다.
호령공주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엄하게 교육시켜 뛰어난 술법사가 될 기반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한울이 의젓한 소년으로 자라났을 때, 산골에 숨어 살던 그들에게 어두운 손길이 덮쳐왔다.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그녀와 그 핏줄을 추적해 온 자객들이었다.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살던 호령공주는 측근들과 힘을 합쳐 자객들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컸다.
무사로서 앞장서서 싸웠던 한울의 아비가 죽은 것이다.
슬픔에 빠진 모자 앞에 또 다른 이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적이 아니었다.
자신의 장자, 즉 한울의 아비를 찾아온 서씨가문의 사람들이었다.
자객이 나타난 이유는 그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조사와 탐색을 거듭한 끝에 도피한 호령공주와 그들의 장자가 맺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그들을 찾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 내부에는 다른 군벌의 첩자가 있었고, 그 정보를 손에 넣은 다른 군벌 측에서는 호령공주를 제거하고자 했다.
장자와의 성혼으로 그녀를 손에 넣은 서씨가문이, 그녀를 구심점으로 삼아서 주변을 통합하여 새로운 거대 군벌로 거듭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실제로 서씨가문은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까.
다만 실제로 구심점 역할을 맡은 것은 호령공주가 아니라 그 아들 한울이었다.
호령공주는 서씨가문의 본거지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서씨가문의 본거지로 온 그녀가 제일 먼저 추진한 일은 한울에게 진룡사원에서 황통의 제(祭)를 지내게 하는 것이었다.
황통의 제는 매우 전통적인 의식이다. 황손은 이 의식을 통해 천명의 불꽃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황손이며 황위를 추구할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한울은 이 의식을 성공적으로 치러서 공식적으로 한울왕자라 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자 다시금 그의 아비를 죽인 자들이 그의 목숨을 노렸다.
호령공주가 구심점이 되는 것보다 소규모 군벌을 이룬 지방 명가 서씨가문과의 결합을 상징하는, 그리고 황통의 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새로운 황손 한울왕자가 구심점이 되는 것이 더욱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씨가문은 이런 사태에 방비하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적들의 준비가 그것을 뛰어넘었다.
이번에는 소규모로 자객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아예 대대적으로 공격을 가해온 것이다.
이 전투로 인해서 서씨가문은 본거지를 잃고, 병력도 절반 가까이 손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울왕자는 살아남았다.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목표로 설정된 한울왕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령공주의 희생 덕분이었다.
뛰어난 술법사인 호령공주는 아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적들을 자신이 준비한 함정으로 끌어들여 함께 죽는 길을 선택했다.
한울왕자는 불길 너머에서 자신을 보며 뒤쪽을 가리키던 어머니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가거라. 아들아, 부디 살아주렴.’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입 모양만은 영원히 망막에 새겨져 있으리라.
“…….”
잠시 상념에 잠겼던 한울왕자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충격이 크긴 컸군.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그는 모르드 일행의 존재가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것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한울왕자 측에서는 모르드 일행이 원하는 것을 충실하게 제공했다.
가능한 한 최신 정보가 반영된 지도는 그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이었다.
“완성도가 훌륭하군요.”
파르웰이 감탄했다.
한울왕자 측에서 제공한 지도는 새벽 반도만이 아니라 동대륙 전체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도의 완성도가 범상치 않았다.
물론 현대 지구의 그것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서대륙의 지도들에 비하면 월등히 정밀해 보였다.
한울왕자의 측근인 용족 노인 술법사, 남혁이 설명했다.
“단죄자들이 나타나기 전의 일이지만, 술법사들이 도보로 실측해서 만든 지도입니다. 그래서 나라 밖은 좀 정밀도가 많이 떨어지지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갖춘 온누리 제국은 모든 술법사들이 공인받은 존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술과 시험을 통해 등급을 인정받으면 관직에 오를 수도 있었다.
수많은 술법사들이 국가 공무원으로 일하기에, 그들의 협업과 연구가 고스란히 국가의 재산으로 남는다. 이 지도 또한 그런 결과물 중에 하나였다.
남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 정보력의 한계가 있어서… 멀리 떨어진 곳들은 정확한 상황을 모릅니다.”
“다른 지역과는 협력이 되지 않나요?”
케엘이 묻자 그가 한숨을 참는 기색으로 말했다.
“주변과 교류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인원은 제한적이고 그나마도 오가는 길에 요괴나 도적 떼들이 설치기도 해서 피해가 큽니다. 아무래도 오가는 길의 위협을 다 토벌하고 정리할 수가 없으니까요.”
온누리 제국이 건재했을 때야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토벌령을 내려서 주변의 위험을 정리하고는 했다.
하지만 지방 군벌들이 각각의 소국처럼 행세하는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럴 의지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다.
게다가 단죄자들이 내륙으로 진출한 후부터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먼 곳의 정보는 얻기가 힘들어졌다.
“이 서남도 서북부만 해도 단죄자들에게 점령당한 상황입니다. 2년 전부터는 서남도와 북쪽으로 인접한 운평도와의 교류가 굉장히 힘들어졌지요.”
이 정도면 확실히 물리적으로 숨통이 조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케엘이 중얼거렸다.
“가포부터 공격하길 잘했군.”
“예. 놈들의 병력 상륙과 보급선에 확실히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남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단죄자들에게는 주시자 군주라는 사기적인 공중운송수단이 있다. 하지만 항구도시가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을 때에 비하면 병력과 물자 운송량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도를 살피던 모르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새벽나래가 파멸했다면… 북누리의 황제가 거하는 곳은 제대로 된 황궁은 아니겠군.”
모르드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설마 용황제 오율이 역사에서 퇴장하는 과정에서 온누리 제국의 수도가 동반자가 되었을 줄이야.
남혁이 말했다.
“그렇습니다만… 술법적인 측면에서는 황궁에 버금가는 곳이긴 합니다.”
“음?”
“북누리가 수도로 삼은 곳은 구름누리입니다. 400년 전에는 수도였던 곳이죠.”
당시의 몇몇 역사적 사건으로 나라가 한바탕 뒤집어졌는데, 새로이 황위에 오른 용황제가 수도를 새벽나래로 천도(遷都)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의 황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신화에 지어진 시설이기 때문에, 규모는 새벽나래의 황궁보다 작았지만 몇몇 시설의 기능은 그 이상이었죠.”
“호오.”
반역의 용군단이 환장할 만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누리… 세독마에 몇 번 언급되긴 했지만 직접 캐릭터들이 그곳에 가서 뭔가를 하는 배경으로 등장한 적은 없었는데 그런 곳이었나.’
술법사들을 육성하고, 술법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언급되었는데 그런 역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럼 일단은…….”
지도를 꼼꼼히 보며 각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모르드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가포를 한 번 더 두들겨주고 와야겠군.”
“…네?”
“아, 지난번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할 거다. 놈들의 해상전력을 좀 박살 내서 보급선을 고장 내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포를 박살 낸 지 고작 5일이 흘렀을 뿐이다.
단죄자들의 노동력과 공사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잔해를 치우고, 남은 무기 등을 수거하는 작업조차 끝내려면 멀었으리라.
그러니 똑같은 방식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한울왕자가 물었다.
“해상전력을 박살 낸다면… 혹시 배가 있는 건가?”
“그래.”
“하지만 놈들은 서해의 수군을 격파했다. 전투함의 숫자가 어마어마할 거야. 게다가 주시자 군주도 있는데…….”
“그것만이 아니다. 해저에서 활약하는 바다군주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괴물들도 있지.”
“그, 그건 몰랐는데. 그럼 더더욱 배 한 척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않나? 해안 쪽에 정박해서 숨겨놨다면 놈들에게 발각당해서 파괴당했을 수도 있어. 물론 마법으로 감춰놨겠지만 주시자 군주의 눈길을 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한울왕자는 놀랐다. 모르드가 이야기한 것은 직접 상대해 본 수군이 아니고서는 모를 정보였으니까.
모르드는 씩 웃었다.
“궁금하면 따라와 보겠나? 신성을 지녔고, 전투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에 한해서 승함(乘艦)을 허락하지.”
“그렇다면 제가 가 보겠습니다!”
냉큼 나선 것은 마법사 김 아르센이었다.
그는 처음 모르드 일행을 목격했을 때부터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아서 세계관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었다.
게다가 모르드 일행이 이곳에 머무는 사흘 동안 파르웰과 몇 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초위 마법사도 아니고 대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파르웰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았기에, 요 사흘간 얻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 바다의 단죄자들을 두들겨 패줄 수 있는 비밀병기를 운용하는 걸 볼 수 있다는데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치겠는가?
김 아르센이 눈을 반짝반짝 빛낼 때였다.
“그렇게 자신감이 넘친다면야… 나도 가지.”
한울왕자의 말에, 온누리 사람들은 다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하!”
“말도 안 됩니다! 부디 말씀을 물러주십시오!”
다들 눈에 불을 켜고 한울왕자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한울왕자의 뜻은 확고했다.
“선황께서는 백성을 위해 앞장서 싸우길 주저하지 않는 분이셨다.”
용황제 오율은 그런 사람이었다.
최강의 술법사로서, 온누리의 백성을 위협하는 재앙이 나타날 때마다 나서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만인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나는 천명의 불꽃을 받아 온누리의 황손으로 인정받은 몸! 사분오열되어 죽어가는 이 나라를 되살릴 기회가 왔는데 뒤에서 뒷짐 지고 명령만 내리고 있으라고? 그래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이것은 그에게 찾아온 기회다. 또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이 땅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울왕자는 지금이야말로 목숨을 걸고 역사의 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때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우리 중에 나만큼 전투에 능한 술법사가 몇 명이나 된다고 그래? 다들 나를 실전을 모르는 애송이 취급할 셈이냐?”
한울왕자는 용하의 지배자로서 몇 번이나 마계화 제압 작전을 수행한 경력이 있었다.
용하의 백성들이 그를 따르는 것은 단지 그가 천명의 불꽃을 받은 황손이라서가 아니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백성들에게 줄 희망이 필요한 때다. 내가 나서서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그 사실을 선전한다면 자기 야심만 챙기는 자들도 다들 흔들릴 거다.”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직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지 못한 배에 전하께서 오르시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려봐야 소용없어.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전하!”
가겠다는 한울왕자와 신하들 간의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한울왕자의 고집이 이겼다.
남혁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 노구를 이끌고 함께 하겠나이다.”
“괜찮겠어?”
“전하께서 안 가신다면 저도 좀 쉴 수 있겠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참가하겠다고 한 결정을 철회하진 않아. 이번 일은 반드시 내 눈으로 봐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한울왕자는 씩 웃었고, 남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한울왕자와 그 측근 다섯 명이 모르드 일행을 따라서 작전에 나서기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