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17화
제304장 호랑이 사냥
다음 날, 한울왕자는 백성들에게 동쪽의 강문으로 통하는 길을 위협하는 요괴 산적 떼의 토벌에 나설 것을 알렸다.
백룡군에서 선발한 100명을 이끌고 한울왕자가 몸소 지휘에 나선다.
신들의 가호를 받아 한울왕자를 돕는 이국의 협력자들, 모르드 일행도 함께였다.
그들은 용하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성문을 나섰다.
“…아, 진짜 번거로워. 오랜만에 이런 거 하려니 귀찮구만.”
케엘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투덜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군대의 보여주기식 행동에 동참하려니 참 귀찮고 괴로웠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사람들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 구시렁거리면서도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성문을 나와 호수변을 따라 행군하던 그들은 곧 멈춰 섰다.
-하늘의 손아귀!
모르드가 공간왜곡장을 펼쳐 3킬로미터 떨어진 산 위의 공간과 연결하는 것을 본 모두가 술렁였다.
“축지술인가?”
“아니,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저런 식이 아니었다네. 게다가 이만한 인원을 옮기는 건 옛 온누리의 대술법사가 온다고 해도 힘들 게야.”
“저게 정말… 저 산 위로 이어진다고?”
“정말 놀라운 권능이군……. 하긴 신성만 봐도 차원이 다른 분들이니까.”
백룡군은 용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은 아니다. 신혈도 있고 보통 인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반신반의하며 공간왜곡장을 통과했고, 곧 경외감을 품게 되었다.
“맙소사…….”
“위대한 여섯 분이시여.”
그들은 왜 한울왕자가 모르드 일행과 손잡았는지, 그들을 귀인으로 대접하며 예우하고 있는지 단번에 납득하고 말았다.
* * *
요괴(妖怪).
서대륙에는 없고 동대륙에만 존재하는 괴물들이다. 동대륙 전역에 분포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새벽 반도에만 존재하며, 새벽 반도에서 멀어질수록 숫자도 적고 힘도 약해진다.
그것은 그들이 철저하게 용족의 신화 세계관에만 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온누리 제국은 오래전부터 마계화 현상만이 아니라 요괴와도 끊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번에 토벌하러 나선 요괴 산적 떼 같은 경우도 온누리의 역사 속에서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나타나고, 토벌되어온 경우다.
파르웰이 물었다.
“하지만 괴물을 수장으로 따른다니, 왜 그러는 겁니까? 공포로 지배당하고 있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지배당하거나 아예 요괴의 피를 마시고 권속이 되어서 점점 요괴화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죠.”
용족 노인 술법사 남혁이 설명해 주었다.
파르웰이 물었다.
“요괴는 인간을 요괴로 만들 수 있는 겁니까?”
“예. 물론 요괴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산적 떼가 출몰하는 예상지역을 걷고 있는 것은 파르웰과 남혁을 비롯한 백룡군 열 명뿐이었다.
산적 떼도 바보가 아니라서 백룡군이 토벌하겠다고 우르르 몰려가면 피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끼가 될 이들이 적당히 겉모습을 위장한 채로 짐을 실은 마차를 끌고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미끼는 효과적으로 적을 낚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 이놈들! 당장 섯거라!”
화살 한 발이 날아들어 그들의 앞쪽에 꽂혔다.
“어딜 감히 이 어르신들의 땅을 멋대로 침범하느냐?”
길의 옆에서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느새 뒤쪽도 가로막고 있었다.
‘수는 열아홉 명… 생각보다 적은데?’
파르웰은 그들을 살폈다.
‘겉보기로는 다들 인간이군. 동대륙도 인종이 다양하긴 하지만 새벽반도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야.’
그들의 인종적 특성은 새벽 반도에 와서 만난 사람 대부분과 비슷했다.
‘신혈이라면 모를까 이런 산속에서 살면서 저런 덩치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해 보이진 않긴 하는데…….’
한두 명 정도라면 모르겠는데 다들 체격이 건장하고 근육이 발달해 있다. 그들이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안정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음을 생각하면 기이한 일이다.
“누구 마음대로 여기가 네놈들 땅이라는 것이냐?”
백룡군 병사가 역정을 내며 쏘아붙였다. 그러자 산적들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었다.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되는데도 용감하구나. 용족이시다 이건가? 근데 말이지.”
산적 중 유독 덩치가 크고 수염이 풍성하게 난 중년 남자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여태까지 우리가 용족을 몇이나 잡아봤을 것 같으냐?”
그리고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키가 10센티 정도 자라고 덩치가 눈에 띄게 커진다.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지고 눈은 붉게 타올랐으며 이빨은 맹수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저게 인간이 요괴화된 경우입니까?”
파르웰이 재미있다는 듯 보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남혁은 약간 긴장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술법사인 그는 상대가 발하는 요기(妖氣)가 꽤 강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라면 모를까, 이렇게 가까울 때 육체 능력이 뛰어난 요괴가 요기까지 강하다면 부담스럽다.
“네놈,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네놈의 혀는 내가 뽑아서 먹어주겠다.”
변신한 요괴가 침을 질질 흘리며 위협해 왔다.
하지만 파르웰은 눈곱만큼도 긴장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근데 우두머리는 호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아무래도 저쪽에…….”
커허어어엉!
그때 무시무시한 포효가 그 자리를 뒤흔들었다.
“음. 마침 나오는군요. 저게 우두머리인 것 같은데요.”
파르웰이 태평하게 말할 때 산적들 머리 위로 몇 미터나 솟구쳤던 거구가 그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네 발로 걸어온다.
그것은 실로 커다란 호랑이였다. 몸길이가 11미터를 넘고 눈이 붉게 타오르고 있으며, 이마에는 피가 흐르는 제3의 눈이 박혀 있었다. 또한 기이하게도 머리에 두건을 쓰고 상투를 틀었으며, 몸에도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은 군데군데 피로 얼룩져서 검붉은 무늬를 넣은 것처럼 보였다.
“나라가 망하니 사람 잡아먹는 것들이 설치는구나.”
남혁이 한탄했다.
새벽 반도에는 많은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이들에 의한 피해가 크고, 특히 사람을 많이 잡아먹은 호랑이들이 요괴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산군(山君)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온누리 제국이 온전하던 시절에는 정기적으로 산군들을 토벌하여 위협을 줄여왔으나, 이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으니 산군들의 수가 점점 많아졌으며 인간을 잡아먹고 계속해서 강해져갔다.
문득 남혁이 표정을 굳혔다.
“그런데 좀 이상하군요. 금술(禁術)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금술이라면… 흑마법 같은 것 말씀입니까?”
“예. 이 요괴에게서 금술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이 요괴 자신이 술법을 터득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술법은 용족의 것. 인간이나 엘프는 터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뒤틀린 섭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요괴는 예외였다. 개체에 따라서는 술법과 마법을 다 쓰는 경우마저 가능했다.
[먹음직스러운 신성을 가졌군.]산군이 세 개의 눈으로 파르웰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간만에 진수성찬으로 포식하겠구나.]산군이 이를 드러내며 앞발로 파르웰을 후려쳤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반응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또한 위력은 인간 하나를 피 박살 내고도 남을 수준.
투우우웅!
물론 그런 공격은 파르웰에게 통용되지 않았다.
방어주문이 발동하며 산군의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튕겨 나갔다.
[아니?]산군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파르웰은 흥미롭다는 듯 그를 관찰하며 말했다.
“신성이 있는 존재까지 잡아먹어서 그런가? 신성도 없는 주제에 칠감은 있군요. 육감이 칠감의 영역까지 발달한 건가?”
파르웰은 마법으로 신성을 은닉하여 본래보다 훨씬 작아 보이도록 위장했다. 산군이 알아본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얼마나 잘 싸우는지 한번 볼까요?”
파르웰이 손가락을 한번 딱 튕기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짐을 실은 마차가 홀연히 사라지고,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 이 자리에 있던 파르웰과 남혁조차도 마법으로 빚어낸 환영이었던 것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사라졌잖아?”
[전부 환상이었다고? 그럴 리가?]산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괴가 되어 지혜를 얻기 전부터 그의 감각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 있는 인간이 실체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다니?
[이런 수작으로 나를 농락할 셈이냐!]산군은 조금 전까지 파르웰이 있던 자리를 후려쳤다.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도 없었을 가능성보다는 눈앞에 있으면서 환영주문으로 사라진 것처럼 위장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파아아아!
그리고 사방에서 빛기둥이 솟구치더니 반투명한 빛의 막이 돔 형태로 주변을 감쌌다.
그들을 가두기 위한 결계였다.
동시에 불과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다수의 인기척이 나타났다.
한울왕자가 이끄는 백룡군이, 모르드의 공간왜곡장으로 접근해 온 것이다.
파르웰이 환영으로 이목을 끈 다음 그들의 모습과 기척을 은폐했기에 직전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함정이었군! 하지만 우리 앞마당에서 준비한 함정이야 수준이 뻔하지! 저놈들을 죽이고 빠져나간다!]크허어어어엉!
산군의 포효는 적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그런 반면 그의 수하 요괴들의 정신을 고양시켜 용기백배하게 만든다.
산적들은 일제히 요괴로 변신하여 덩치를 부풀리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하는 적들은 무자비했다.
푸른 벼락이 쳤다.
은색의 빛이 솟구쳤다.
백룡군 중에서 화력이라면 자신이 있는 자들, 용족 술법사들과 신혈 마법사들이 일제히 용혼강림과 신혈 각성 혹은 개방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술법사들, 마법사들!”
그리고 한울왕자 또한 그들 사이에서 용혼강림으로 신성을 전개하며 부적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일제 공격!”
총술사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스무 명에 달하는 술법사와 마법사들이 일제히 불과 뇌전, 충격 주문을 쏘아내어 산적들을 찢어발겼다.
콰과광!
콰과과광……!
보통 인간들보다 월등한 육체를 지닌 산적들이었지만 이 공격 앞에서는 무사할 수가 없었다. 일제사격으로 절반이 죽어 나가고 나머지도 부상을 입었다.
와아아아아아!
백룡군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 * *
“한울왕자가 꽤 잘 싸우는군.”
모르드 일행은 멀리 떨어진 언덕 위에서 그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직접 전투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이번 토벌에서 그들의 기여도는 막대한 수준이었다. 요괴를 직접 토벌하여 수급을 취하는 역할은 한울왕자와 백룡군에게 맡겨둬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한울왕자와 백룡군은 전투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한울왕자가 지휘관이자 술법사로서 전장을 통제하는 실력은 꽤 높이 평가할 만했다.
[카아아아아!]산적들은 모두 죽었지만 산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백룡군에서 다섯 명의 중상자가 나왔는데도 악귀처럼 날뛰고 있었다.
“꽤 하네.”
리온이 중얼거렸다.
산군은 신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그 힘은 어지간한 용족이나 신혈을 능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 괴물은…….
“술법에 저항력을 갖고 있군요. 여기 사람들이 골머리를 썩을 만도 한데요?”
차분하게 상황을 살피던 세데아가 중얼거렸다.
어떤 술법도 산군의 주변에 가는 순간 기세가 죽는다. 산군의 존재로부터 술법에 저항하는 역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저것이 모든 요괴가 지닌 능력이라면 온누리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골치 아픈 적이리라.
‘총술사 같은 병과를 적극적으로 키운 이유도 이거겠군. 이미 발사된 총탄은 저런 역장을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물론 술법이 걸린 특수탄의 경우는 위력이 감소할 것이다.
모르드는 그런 부분을 따져보며 전황에 집중했다. 혹시라도 한울왕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개입해야 했으니까.
“도와주는 게 나을라나?”
리온이 좀이 쑤시는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중얼거리자 모르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개입 없이도 충분해 보이는군. 전투에서 부상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고… 음?”
문득 모르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뭐가 오고 있군.”
“엄청 빠른데? 일직선으로 전장으로 가고 있어.”
케엘이 중얼거리더니 하늘로 날아올라서 접근 중인 걸 관측했다.
“아, 이런. 들이받을 생각으로 가고 있는데? 결계가 버틸까?”
“글쎄요. 저 정도면 깨질 수도 있겠군요.”
파르웰이 우려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내가 막지.”
리온이 양주먹을 부딪치고는 땅을 박찼다.
쿠우우우웅!
언덕이 뒤흔들리며 그의 몸이 포탄처럼 저편으로 날아갔다.
“아니, 그냥 모르드한테 공간 좀 접어달라고 하면 될 텐데… 하여튼 무식하긴.”
케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급속도로 접근해 오던 존재가 결계에 닿기 전, 그 앞을 가로막은 리온과 충돌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