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18화
그것은 거대한 호랑이였다.
백룡군과 싸우고 있는 호랑이도 거대한 덩치를 지녔다. 하지만 이 호랑이는 몸길이만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마수(魔獸)였다.
심지어 이 호랑이의 몸은 잿빛이었으며 전신의 무늬로부터 마치 물에 풀린 먹처럼 농밀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으음?]거대한 잿빛 호랑이 요괴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암호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결계를 전속력으로 달려서 들이받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뭔가가 자신을 쳐서 뒤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뭐야? 이거 왠지 묘하게 낯익은 느낌이 드는데?”
그 일을 해낸 남자, 리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2미터 25센티에 달하는 산 같은 거구의 사나이였지만 저 잿빛 호랑이 요괴 앞에서는 고양이에게 던져준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작아 보인다.
잿빛 호랑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장난처럼 앞발을 휘두른다. 저토록 거대한데도 고양이과 맹수답게 엄청난 속도였다.
꽈아앙!
그러나 리온은 그 일권을 왼팔 전체로 받아서 튕겨냈다.
[크허어어엉!]잿빛 호랑이 요괴가 울부짖었다.
분명 공격한 것은 자신이었는데 왼손이 피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온이 땅을 박차고 솟구치며 발을 올렸다.
-폭포 부수기!
베르나스의 올려치기 기술이 잿빛 호랑이 요괴의 턱을 쳐서 부수었다.
“저, 저거저거저거!”
“말도 안 돼!”
결계 안쪽에서 그 광경을 본 백룡군들이 경악했다.
산처럼 거대한 요괴가 리온의 발차기 일격에 붕 떠오르더니 그대로 회전하며 추락하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숲 위로 떨어져 내린 잿빛 호랑이 요괴 위로 리온이 낙하한다.
그러나 그 순간 잿빛 호랑이 요괴의 무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이 채찍처럼 그를 덮쳤다.
퍼퍼퍼퍼펑!
리온은 양팔을 교차하고 몸을 웅크리는 것만으로도 그 공격을 버텨내었다. 하지만 허공에서 튕겨 나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퉷! 독인가?”
리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은 보통 인간은 냄새만 맡아도 내장이 썩어갈 맹독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입안에 쓴맛이 좀 맴도는 정도에 불과했다.
-천공 부수기!
리온이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자 극초음속의 섬광이 잿빛 호랑이 요괴의 몸통을 관통했다.
잿빛 호랑이 요괴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리고 그 위로 리온이 솟구쳐서 주먹을 당길 때였다.
“리온! 머리는 부수지 마세요!”
파르웰이 다급히 외치는 바람에 천둥치기로 골통을 박살 내려던 리온이 움찔했다.
꽈앙!
그 틈을 타서 잿빛 호랑이 요괴가 앞발을 휘둘러 그를 날려 버렸다.
“아, 젠장. 미리 좀 말하라고.”
나무를 부수며 처박힌 리온이 짜증을 내자 파르웰이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생각해 보니 수급은 챙겨야 한다고 하고, 또 분석해 볼 것도 있어서요.”
“에휴, 좀 안 맞고 이기나 했더니 왜 꼭 맞을 일이 생기지?”
리온이 목운동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세게 맞았는데도 리온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딸아!]“엥?”
리온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옷을 입은 호랑이 요괴, 산군이 결계에 달라붙어서 긁어대며 외치고 있었다.
[도망쳐라! 이 인간들은 내가 막으마! 그자들에게 돌아가는 거다!]잠시 정신이 팔렸던 리온이 자연스럽게 팔을 들었다.
꽈앙!
허점이 보이자 거의 반사적으로 뛰어들어 공격을 날렸던 잿빛 호랑이 요괴의 앞발이 튕겨 나간다.
초진동 오러를 휘감은 팔을 친 대가로 너덜너덜해졌지만, 이 요괴의 재생능력은 초재생능력에 가까운 수준이라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그때 파르웰이 메시지 주문으로 말을 걸어왔다.
리온은 구시렁거리면서도 파르웰의 요구사항대로 해주었다.
잿빛 호랑이 요괴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적당히 두들겨준다.
커허어어어엉!
그리고 결계 안쪽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울부짖는 산군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숨겨진 힘이 있었나?”
한울왕자는 놀라면서도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지 않았다.
-용신통 전개!
푸른 빛을 발하는 그에게서 강렬한 냉기가 솟구친다.
“백룡선(白龍扇)!”
그가 품에서 부채를 꺼내 들어서 펼친다. 살은 구름철로 만들어졌고 검은 천 위로 새하얀 용이 그려져 있는 부채였다.
그것은 그의 모친 호령공주가 황손으로서 지녔던 보물로, 란팔로제의 혈손이 지닌 용신통과 빙설계 술법의 위력을 증폭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 백룡선을 펼쳐든 한울왕자의 몸 위로 새하얀 용이 일어나 울부짖는다. 란팔로제의 혈손들에게 주어지는 용신통이 전개되었다.
-백룡노호(白龍怒號)!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냉기 파동이 부채꼴로 발사되었다.
파아아아아아!
그 속도는 아음속이었기에 산군은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도 끝장을 못 내다니, 강한 놈이군.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한울왕자는 이를 악물었다.
백룡선으로 증폭시킨 용신통 백룡노호는 그의 비장의 무기였다. 영주급 마족들도 얼려 버렸던 공격인데 저 산군은 직격당하고도 표면만 얼어붙었다는 게 느껴진다.
파르웰이 처음부터 함정에 빠뜨려서 결계에 가두어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런 조건 없이 싸웠다면 언제든 도망쳐 버렸을 놈이다.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골칫거리로 남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이제 끝이다. 끝내고야 만다.’
한울왕자는 얼어붙은 산군을 가리키며 외쳤다.
“술법사! 마법사! 쏴서 끝을 내라!”
그 자신 또한 부적을 꺼내어 술법을 발한다. 산군의 죽음이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결계 안쪽에서 그렇게 격전을 벌여서 산군을 사냥하는 사이, 결계 바깥에서는 리온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허물을 벗고 달아나는, 뭐 그런 수법인가?”
리온은 알맹이가 없는 커다란 잿빛 털가죽 같은 것을 붙잡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잿빛 호랑이 요괴의 가죽이었는데 급격히 독기에 물들어 부서지는 중이었다.
“재미있는 능력이군요. 몸을 분화해서 한쪽은 싸우게 놔두고 한쪽은 은밀하게 빠져나가다니…….”
날아와서 그의 옆에 착지한 파르웰이 말했다.
리온이 물었다.
“근데 왜 이런 식으로 놔주라고 한 건데?”
“이 호랑이 요괴가 여기 온 건 아무래도 저 산군이랑 혈육이라 그런 것 같은데… 아까 떠들어대는 걸 보니 왠지 배후가 있는 것 같잖아요?”
“그놈이 그 배후에게로 도망갔을까?”
“저 산군보다는 지능이 낮아 보였고, 저 산군이 강하게 말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왠지 그 배후가 우리가 아는 존재일 것 같거든요?”
“아, 뉘신지 알 것 같아.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낯익더라고.”
리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 * *
회색 호랑이 요괴는 그의 아비가 지배하는 산에서 좀 떨어진 산에서 산군으로 군림하는 요괴였다.
이 요괴가 태어난 지는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호랑이라 해도 성체가 되기에는 먼 나이다.
그럼에도 산 같은 거구를 가진 강력한 요괴가 되어 독립한 것에는 그럴 만한 요인이 작용했다.
“역시 이렇게 된 거였구만.”
케엘이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회색 호랑이 요괴가 도망쳐온 산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회색 호랑이 요괴는 원래 자신이 왕으로 군림하는 산이 아니라 훨씬 먼 곳까지 도망쳐왔다. 그곳은 국토방위결계가 무너진, 단죄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진 지역이었다.
“굳이 더 기다려볼 필요는 없겠군.”
모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공간왜곡장을 펼쳤다.
다음 순간, 그와 동료들은 모두 요괴가 들어간 단죄자들의 소굴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식들…….”
모르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곳에서도 십수 명의 사람들이 생체실험, 혹은 사악한 의식의 제물로 고통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죄인들이 침입했다!”
용족 언데드들과 단죄자들이 놀라서 외쳤다.
하지만 그들이 뭘 하든 상관없었다.
모르드 일행은 태풍처럼 그 자리를 휩쓸었다.
30명이 넘는 용족 언데드와 단죄자가 순식간에 박살 나서 모르드에게 영혼을 구원받게 되었다.
커허허허헝……!
그리고 이곳으로 도망쳐온 잿빛 호랑이 요괴 또한 모르드 일행에게 퇴치당해 목만 보존되는 신세가 되었다.
* * *
“어떻습니까?”
파르웰이 물었다.
아무래도 요괴와 관련된 일은 술법의 영역이기에 술법사인 김운산과 다른 생존자 부대의 술법사들을 데려왔다.
사람들을 구속한 술법을 해제하며 이곳을 살피던 그들은 분노를 억누르며 대답했다.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추측하신 바가 맞는 것 같습니다. 금술입니다.”
“사람들을 제물로 써서 요괴를 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굉장히 수준이 높군요.”
“이놈들 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을 희생시켜가며 연구한 건지…….”
요괴는 사람을, 정확히는 사람의 영육(靈肉)을 먹는 것만으로도 성장한다.
하지만 단죄자의 용족 언데드 술법사들은 사람을 제물로 쓰는 금술을 꾸준히 연구한 끝에, 요괴에게 인간을 던져줘서 먹이는 것 이상으로 요괴를 성장시킬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았다.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 잿빛 호랑이 요괴 말고도 다수의 요괴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실험용, 혹은 실전에 투입하기 위해서 키우는 단계인 것 같았다. 아마 완성된 것들은 각지로 흩어져서 새벽 반도의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으리라.
“다만 일반적인 요괴와는 달리 좀 불안정해 보이기도 합니다. 금술이 적용됐으니 그렇겠지만… 출력을 높인 폭주상태라고나 할까요?”
더욱 강해지는 대가로 더욱 흉폭해진다. 그리고 용족 언데드 술법사들은 그 점을 이용해서 요괴를 원하는대로 통제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케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통상전력으로 따지면 단죄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요괴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문제는 단죄자들의 특작부대 역할을 한다는 거네.”
온누리의 결계는 단죄자로 하여금 대규모 병력을 진군시키지 못하도록 만든다.
용족 언데드조차 이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단죄자는 야금야금 소수의 병력을 침투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움직임은 곧바로 각 지역의 결계와 인접한 이들에게 파악당하게 되어 있었다.
사분오열된 온누리의 지방세력들이 그들에 맞서서 잘 싸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단죄자 세력도 바보가 아니기에 결계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었고, 금술을 써서 요괴를 이용한다는 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술법사들이 말했다.
“금술로 요괴를 만들거나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해도… 강한 요괴는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요. 그래서 산중에 자리 잡게 하여 인간들의 통행을 어지럽히거나 하는 방식을 쓰고 있나 봅니다.”
“온누리가 사분오열된 지금, 통행이 힘들어져서 고립되면 각개격파가 수월해질 테니…….”
단죄자 세력은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야금야금 내륙으로 진출하고 있으니, 그들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에리우는 대화하는 그들 옆에서 말없이 이 끔찍한 실험장을 보고 있었다.
이곳에 진입했을 때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적들을 때려 부순 게 그녀였다. 끔찍한 술법의 실험체와 제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그녀로 하여금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반룡인에게 구속되어 온갖 고통을 당하던 때의 일을.
“아, 아아…….”
구출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금술로 요괴에게 그들을 제물로 바치는 과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통으로 해체되어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신 모두 만신창이가 된 채로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다.
“오셨군요…….”
그들 중 한 용족이 에리우의 손을 잡았다.
에리우는 흠칫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악한 비술로 고통 받아서 비쩍 마른 용족 남자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중년으로 보이기도 하고 노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훨씬 젊을지도 모른다.
그 용족은 힘이 안 들어가는 손으로, 필사적으로 에리우의 손을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손이 덜덜 떨려서 놓치지 않게 필사적이었다.
에리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 손을 붙잡았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오셨군요……. 에리우 란팔로제 님…….”
그녀는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다.
식은땀이 흐른다. 호흡이 힘들어지는 기분이 든다.
이런 때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평소처럼 이 말을 부정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그때 모르드가 조용히 앞으로 다가오더니 에리우의 다른 손을 잡고, 용족의 손위에 포개주었다. 에리우가 바라보자 모르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우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있었다.
“구하러 왔어. 이제 괜찮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대답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이 만신창이가 된 한 사람의 마음에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다 괜찮을 거야.”
용족은 계속 감사하다고 말하다가 힘이 다해 의식을 잃었다.
“…….”
에리우는 잠든 용족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모르드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란팔로제가 필요한 걸까?”
“아닐 거다.”
“하지만 이 사람은, 에리우 란팔로제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믿는 것 같았어.”
“절망했을 때는 누구나 초월적인 무언가에 매달리게 되지.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모르드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의 자신도 그랬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었던 엄태성도 매일같이 신에게 구원을 바라고, 구원을 주지 않는 신을 원망하며 밤을 지새웠다.
“나도… 그랬던 것 같아.”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옛 기억이 기포처럼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온다.
에리우는 그 시절 자신이 구원을 갈구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신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면서도 초월적이고 위대한 무언가가 이 잘못된 현실로부터, 뒤틀린 악의가 빚어낸 지옥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그녀의 귀에 모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들이 에리우 란팔로제가 구원해 주길 바라는 것은 학습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경험은 강하지.”
온누리 사람들은 모두 그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에리우, 너는 앞으로 이 땅에서 이런 일을 아주 많이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무지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그녀를 에리우 란팔로제로 착각하는 일들.
또한 그녀가 에리우 란팔로제이기를 바라는 일을.
“…그렇구나.”
에리우는 모르드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모르드가 자신에게 닥쳐올 싫은 현실을 지적한다면 그것이 피할 수 없는 미래임을 믿었다.
“그래도 나는 에리우 란팔로제가 되지 않을 거야.”
누군가의 환상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에리우 란팔로제가 아니라 내가, 나인 채로 이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이 사람들은 네게 에리우 란팔로제의 허상을 겹쳐서 볼 거다. 그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낙인이 되겠지. 슬프게도 그게 사람의 본성이니까.”
“괜찮아.”
에리우는 잠든 용족의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나는 모르드와 함께 떠날 거야. 나를 나로 봐주지 않는 사람들 곁에 남지 않을 테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에리우의 미소는, 조금 슬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