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19화
제305장 재건의 길
요괴 산적 떼 토벌은 맨 처음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로 끝났다.
한울왕자와 백룡군은 산적 떼의 두목인 산군의 시신을 보존하여 수레에 실었다.
그리고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서 그곳을 지키고 있던 잔당들을 처리했는데, 그중에는 아직 요괴화되지 않은 인간 산적도 몇 명 있어서 사로잡았다.
용하에 데려가 공개적으로 죄를 심문한 뒤 공개 처형할 셈이었다.
이 또한 민심을 사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산적들의 본거지에는 잡혀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숫자가 50명을 넘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산적들도 산속에서 살기 위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다 자기들이 하긴 싫었던 것이다.
그런 일들을 대신 할 노예들이 필요했고, 그래서 습격해서 사로잡은 이들 중 일부는 팔다리에 족쇄를 찬 채 노예로 부려 먹히고 있었다.
백룡군에 구출된 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그간 느낀 고통은 포악한 산적들에게 노예로 부려 먹히는 것 이상이었다.
요괴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요구할 때마다 몸에서 피를 내어줘야 했고, 새로운 이들이 잡혀 와서 머릿수가 일정 이상으로 늘어나면 일부는 끌려가서 요괴들에게 포식당하는 먹잇감이 되었다.
끔찍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다가 해방되었으니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 *
“모르드 공.”
한울왕자는 모두가 보는 앞이기에 격식 있는 태도와 말투를 썼다.
“먼저 이들을 용하로 보내고 싶소. 부탁드리겠소.”
“그러지.”
“전원은 아니오. 몇 명은 남아서 우리와 함께 강문으로 가주기로 했소.”
한울왕자 입장에서는 이번 토벌 성공을 용하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선전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일을 위해서 구출된 이들 중 일부를 증인으로 선발한 것이다.
모르드가 구출된 이들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용족은 한 명도 없군.”
“용족은 잡는 족족 잡아먹었다고 하오.”
“…….”
“요괴 놈들에게는 인간보다 용족이 훨씬 가치 있는 먹잇감이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
한울왕자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그러다가 몸가짐을 바로 하더니 감사 인사를 했다.
“귀공이 요괴의 본거지를 찾아서 그들을 구해준 것에 감사하오. 여러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소.”
한울왕자는 모르드 일행이 잿빛 호랑이 요괴를 쫓아가서 피해자들을 구출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모르드 일행이 그들을 구출해 와서 사정을 설명해 줬을 때는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새벽 반도 어디선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모르드가 말했다.
“그들에게 신경 써줄 거라고 믿는다.”
“물론이오.”
모르드는 그가 부탁한 대로 생존자들을 빠르게 용하로 보내주었다.
잘 먹지도 못하고 혹사당해온 사람들이라 산길이 포함된 먼 길을 걷기는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공간 왜곡장을 통하자 용하에 도착하기까지 실제로 걸은 거리는 채 100미터도 되지 않았다.
백룡군 일부가 그들을 이끌고 용하로 돌아가서 산적을 토벌했음을 알리자 용하의 시민들은 다시금 크게 들떴다.
모르드는 용하 시민들의 환성을 뒤로한 채 다시 돌아와서 모두를 강문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 * *
용족의 신화에 따르면 진룡 란팔로제가 흉험한 신족과 싸우면서 뿜어낸 숨결이 대지에 길고 깊은 흉터 자국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흉터 자국은, 그 위에 얼어붙었던 대량의 얼음이 녹으면서 강이 되었다.
오늘날 백룡강이라 불리는 강의 기원이었다.
강문.
이 도시가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서남도를 가로질러서 더 남쪽에 있는 용운도까지 흐르는 백룡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변 양쪽에 위치한 이 도시는 예전에는 서남도 북쪽에 인접한 운평도, 남쪽에 인접한 용운도까지 이어지던 백룡강의 물류를 걸러내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크군.”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양옆에 완만한 산을 끼고 있는 강문은 용하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대충 봐도 5배 이상은 되어 보인다.
‘서남도 최대의 도시라더니 납득이 가는 규모다.’
강문은 과거에는 서남도의 중심지였던 도시였다. 서남도가 사분오열된 지금도 그 위용은 용하보다 월등한 수준이었다.
‘경작지 면적도 상당한 데다 용하보다는 훨씬 외부와의 교류에 열려 있을 것 같아 보이는군.’
백룡강은 강문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폭이 50미터에 좀 못 미치는 정도의 강이었다.
강문은 도심에 그 강을 지나기 위한 다리를 몇 개나 놓았는데, 원래는 강을 따라서 물자를 실은 배가 오가서 그런지 기둥을 높게 세우고 지어놓았다.
이 시대의 건축기술로 굳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꽤 신기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강물을 따라서 도시에 입장하는 북문, 그리고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남문은 아주 크고 단단해 보였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예전에는 육로에 미련이 별로 없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소. 우리와의 교류가 꽤 중요하지.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중요하고.”
모든 물자를 한 도시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그러기가 힘들다. 주변 마을과 다른 지역에서 몰려온 난민을 받아들여서 인구가 과포화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케엘이 물었다.
“여기도 황손이 지배하고 있나요?”
“아니오. 온누리 붕괴 당시에 이곳을 책임지고 있던 박 장군이 세력을 꾸렸다오.”
혼란 속에서 강문은 황실과는 관계없는 지방 군벌 세력으로 거듭난 것이다.
“박 장군도 노쇠하여 지금은 자식에게 지도자 자리를 세습할 준비를 하고 있소.”
“세습이라…….”
모르드는 그 표현이 참 낯설게 들렸다.
서대륙이야 기본적으로 중앙의 권력이 강한 봉건제 형태이기에 각 지역의 지배권이 혈통으로 상속되는 게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온누리에서는 그런 행위가 금기를 범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대략 강문의 서쪽에서 대략 100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한 뒤 걸어서 접근할 때였다.
“한울왕자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들이 접근하자 강문의 성문이 열리며 무장한 용족 남자가 병사들과 함께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이군, 박 무관.”
그들을 맞이한 용족 남자는 푸른 경번갑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롭고 검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박 장군의 아들인 박성규는 강문의 제2인자로서 한울왕자를 맞이하기에 충분한 무게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우리가 보낸 연락은 받았는가?”
“예. 산적을 토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산군 요괴와 그 자식 요괴가 사람들을 붙잡아 노예로 부리면서 산적질을 하고 있더군. 내 동맹과 함께 놈들을 토벌하고 사람들을 구출했다.”
한울왕자가 슬쩍 옆으로 물러나자 백룡군이 수레에 실어 나른 산군의 사체, 그리고 회색 호랑이 요괴의 수급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강문의 병사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저희도 몇 번 상행으로 위장해서 토벌을 시도했지만 미꾸라지처럼 도망쳤던 놈인데 이렇게 잡아내시다니.”
요괴 산적 떼가 활동하던 곳은 용하보다는 강문에 더 가까웠다.
강문 측에서도 몇 번이나 토벌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산군의 감각이 워낙 예리하여 어지간한 속임수는 비웃으며 물러났고, 본격적으로 토벌대를 꾸려 접근하면 싸우지 않고 도망쳐 버렸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싸우면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절대 정면으로 싸워주지 않는 영리함을 보이는 게 문제였다. 모르드 일행의 반칙적인 능력이 아니었다면 한울왕자와 백룡군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강문의 백성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군. 백성들도 안심하지 않겠나?”
“…그렇군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박성규는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백룡군 전원이 성문으로 들어가시는 건 곤란합니다.”
아무리 서로 잘 교류하고 있다고 해도 각각 독립된 지방 세력들이다. 다른 세력의 병사들 다수를 영역으로 들여놓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게 당연했다.
“알고 있다. 열 명만 대동하지.”
한울왕자가 지금까지의 관례를 따를 것을 밝히자 박성규의 눈길이 모르드 일행에게로 향했다.
‘다른 이들은 그렇다 치고… 이자들은 대체 뭐지?’
척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들이라는 게 느껴진다.
한울왕자 옆에 서 있는 모르드부터 그랬지만 다른 일행들도 눈길을 끌지 않는 이가 없었다.
‘설마 이 남자는 신족인가?’
은발을 가진 리온에 이르면 한번 눈에 들어오자 다시 시선을 떼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빨려 들어가듯 그를 바라보며 그 위엄에 숨을 삼키게 된다.
어쩌면 이 자리에 에리우가 없는 것은 그에게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울왕자가 강문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에리우를 감춰줄 것을 부탁했고, 에리우도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그럼 가지.”
한울왕자는 내심 박성규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
술법사 남혁을 비롯한 한울왕자의 측근 다섯 명, 산적의 본거지에서 구출된 이들 두 명, 그리고 모르드와 파르웰, 케엘이 강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 *
‘역시 여기도 과포화 상태군.’
강문에 들어선 모르드는 주변을 살피며 생각했다.
이곳도 용하와 마찬가지로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원래 도시가 건설될 때 예상된 인구를 뛰어넘는 과포화 상태가 되었다.
예전이었다면 별로 문제 될 게 없었다. 대부분은 유동인구였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시대가 되다 보니 유동인구는 극도로 적어지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만 늘어나서 도시 인프라의 수용 능력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분위기다.
“저것 좀 봐. 엄청나게 크군.”
“굉장하네. 만져보고 싶다.”
“가죽이 많이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만한 산군 요괴의 가죽이라면 가격이 엄청 나가겠는걸.”
백성들은 산군 요괴들의 사체를 보며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다.
오락거리가 별로 없는 시대였다. 온누리 붕괴 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이야깃거리에 목말라 있었고, 한울왕자 일행이 가져온 요괴의 사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울왕자 측에서는 백성들이 던지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백룡군이 산적을 토벌해서 이제는 위험이 없노라고, 또한 이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그곳에 붙잡혀 있다가 구출된 사람이라고.
이런 정보는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박성규는 한울왕자가 강문에서 공적을 선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막을 명분이 없었다.
요괴 산적 떼는 오랫동안 백성들을 시름에 빠지게 만든 골칫거리였고, 또 한울왕자가 제집처럼 목소리를 높여 공로를 과시하는 게 아니라 백성들의 질문에만 답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가면서 강문의 시내를 지난 그들은 동편에 있는 관아에 도착했다.
* * *
강문의 지배자, 박 장군은 용황제 오율의 치세 때부터 무관으로 살아온 노인이었다.
나이가 140살이 넘었기에 머리와 긴 수염은 새하얬고 얼굴에는 주름이 졌다.
하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단련된 근육으로 가득했고 등은 꼿꼿하게 서 있어 서남도 최대 도시를 다스리는 군벌의 장군다운 위엄을 과시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한울왕자.”
“여전히 건강하신 것 같아 기쁩니다, 장군.”
한울왕자가 빙긋 웃으며 마주 인사했다.
박 장군은 한울왕자를 황손으로 인정하되 자신의 윗사람으로 높여 부르지는 않았다. 천명의 불꽃을 가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온누리가 붕괴한 지금 그를 윗사람으로 대접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하는 태도였다.
남누리 전역이 사분오열된 지금, 서남도 최대의 도시인 강문의 지배자는 용하의 지배자인 한울왕자보다 명백히 우위에 있는 존재였다.
“이야기는 들었네. 그 미꾸라지 같은 산군을 잡았다지?”
“예. 밖에 두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이야기를 마치고 구경하도록 하지. 이제 다시 용하를 오가기가 편해질 테니 다행스러운 일이야. 일단 앉으시게.”
한울왕자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의자를 둔 자리는 그것뿐이었다. 박 장군의 아들인 박성규와 두 명의 동생들도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이것이 수장들끼리의 회담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모르드와 파르웰, 케엘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들은 벽 쪽에 있는 의자를 염동력으로 끌어다가 놓고 멋대로 앉았다.
“이게 무슨 무례인가?”
“감히!”
강문의 사람들이 화를 내자 모르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우리는 한울왕자의 신하가 아니다. 그의 동맹이지. 손님을 앞에 두고 자기들만 앉는 것이 강문의 예의인가?”
“뭐?”
“한울왕자의 용건과 별개로 우리는 강문의 수장, 박 장군. 당신과 협력하고 싶어서 찾아온 거다.”
강문의 사람들이 죽일 듯이 쏘아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그 태도에 현 장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자기소개 정도는 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
“나는 모르드.”
모르드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받으며 말했다.
“천공신 아리타의 혈손이며 또한 투신 베르나스의 혈손인 자. 또한 그분의 성자이며,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의 성자이며, 배의 여신 세레스의 성자다.”
“뭐, 뭐라고?”
강문의 사람들이 경악했다.
모르드는 그런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온누리의 서해용왕과 협력 관계를 맺은 몸이기도 하지.”
“서해용왕께서? 이국에서 온 신의 혈손이… 그분께 인정받았단 말인가?”
박 장군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돌연 표정을 날카롭게 굳히며 묻는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어떻게 믿…….”
“그럴 줄 알고 서해용왕에게 증표가 될 만한 물건을 받아왔지.”
모르드는 의심받을 줄 알았다는 듯 둥근 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서해용왕의 모습이 새겨진 비늘 모양의 새하얀 패였다. 구름철로 만들어졌지만 서해용왕의 힘이 깃들어서 그의 비늘처럼 새하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천공신과 투신께 맹세코 이 증표는 진짜다. 확인해 보도록.”
모르드가 증표를 건네주자 현 장군은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외면만으로는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받아 드는 순간, 용족의 피가 그것에 반응하며 칠감이 속삭인다.
이것은 진짜 서해용왕의 증표라고.
“위대한 여섯 분이시여…….”
박 장군은 자신이 앉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리에 힘이 풀려보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