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40화
수확자인 자신이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단순한 죽음이었다면 감수해 봤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수확자 둘을 살려 보낸다면 충분한 공적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모르드를 상대로는 그럴 수가 없다. 그에게 죽는다면 모든 게 끝이니까.
수확자의 존귀한 영혼을 저놈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죄자 10만 명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이다.
그리고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면, 자신만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 절대로!’
진정한 죽음.
단죄자가 되면서 영영 극복한 줄 알았던, 모든 게 끝나버린다는 두려움.
그것이 눈앞에 들이닥치자 단죄자 중에서도 존귀하다고 불리는 수확자의 사고 또한 인간과 똑같은 결론으로 움직였다.
‘다음에는 반드시 대적자를 준비하고야 말겠다. 그들이 안 된다면 아르타-마르에에 도달한 영령이라도. 반드시 저놈을 잡아서 위대한 분께 인정받으리라!’
그는 미래를 기약하며 권능을 전개했다.
징죄수들로 하여금 모르드를 약간이라도 지체하게 하면서 공간을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유사성역의 공간을 그가 장악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모르드라고 해도 그가 공간을 뛰어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권능 죽이기!
자기 앞에 정체불명의 거뭇한 형체가 나타나 날카로운 무언가를 휘두르기 전까지는.
‘뭐야?’
그의 공간이동이 강제로 해제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시는군요.]굳이 육성이 아니라 정신파로 전달한 것은, 상대가 물속에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솔리옷이 당황해서 올려다본 곳에서 은발을 휘날리는 외알안경의 청년, 파르웰이 웃고 있었다.
[당신이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우리가 손이라도 흔들어주면서 보내줄 줄 알았습니까?]유사성역 바깥쪽, 하늘에 몸을 띄운 채로 안쪽에 마법을 날린 것이다.
천공경의 방어막이 멀쩡했다면 아무리 파르웰이라도 그럴 수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리온에 의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지금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천공경 밖으로 이탈해서 빠져나간다.’
솔리옷의 판단은 빨랐다. 그는 동료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천공경 바깥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려 달리려는 순간, 파르웰이 그 앞에 나타난다.
[뻔한 수작을!]유사성역에 몸을 던지고 무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이것은 환영이다.
솔리옷은 그대로 환영을 돌파해 달려가려고 했으나…….
-물의 벽!
갑자기 물이 바위보다 단단한 장벽이 되어 그를 튕겨냈다.
-수류(水流)의 손!
그리고 물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그를 붙잡는다.
[대가를 치를 시간입니다.]파르웰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리고 솔리옷은, 자신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사신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여섯 마수의 축제!
파르웰의 환영이 그에게 해저전용으로 개량된 근접전 최강의 공격주문을 갈겼다.
수확자의 강력한 방어 권능이 그것을 막아냈지만…….
-여섯 무리 집결!
그 주문이 여섯 번 중첩되며 서른여섯 번의 타격이 일점집중되자 수확자의 권능조차 버텨내지 못했다.
“……!”
물 속이라 비명을 질러봤자 부글거리는 소리에 묻힐 뿐이다.
솔리옷은 몸이 찢겨져 나가는 격통을 느끼며 튕겨 나갔다.
쿠궁… 쿠과광……!
그런 그의 귀에 폭음이 들려왔다. 물속이라 그런지 폭음이 왠지 먼 곳에서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든다.
오오, 오오오오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있는 천공경의 몸에서 발생한 폭음이었다. 집중포화를 맞은 천공경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고 있었다.
파르웰, 세데아, 케엘, 라그나스가 그 주변을 날며 결계의 구멍을 통해서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퍼부은 그 공격 앞에서 천공경이 버티지 못하고 격침당했다. 천공의 거대한 물덩어리 속에서 세 조각으로 부서진 그 거체가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런, 아, 안 돼…….’
그리고 격통에 시달리던 솔리옷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유사성역은 전적으로 천공경 위에서, 천공경에 수십의 주시자 군주를 제물로 먹여서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공경이 파괴되자 농밀한 저주를 일정 권역에 붙잡아놓던 힘이 사라져 버렸다. 급격하게 저주농도가 낮아졌으며…….
부글부글부글……!
물 밖으로 추락한 것은 오직 천공경뿐, 그 위에 있던 자들은 해수결계에 갇힌 채였다.
그리고 모르드만이 그 안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누비며 단죄자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간다.
[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세 명의 수확자들 또한 그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다아아아아아!]존귀하다 불리는 수확자 또한 진정한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지극한 인간성을 드러냈다.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수확자의 머리를 모르드가 내려친 라흐팅이 쪼개 버렸다.
나켈라 제독은 닥쳐오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 전쟁 진짜 더럽게 하네. 역시 못 해 먹을 짓이었어.]모든 것을 포기한 듯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 그 또한 모르드의 일격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몇 번의 비명과 유언이 울려 퍼졌을까?
“…….”
솔리옷은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쏴아아아아……!
천공을 떠다니던 거대한 물덩어리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수면이 낮아지며 자연히 대기 중으로 떠오른 솔리옷은, 태양을 등진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르드를 보며 물었다.
“영혼 강탈자,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기세등등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틀렸다.”
“뭐?”
“영혼 강탈자는 너희들을 지칭하기에 어울리는 말이지. 나는 네놈들이 강도질해간 영혼을 본래 가야 할 곳으로 보내줄 뿐이다.”
“궤변을 늘어놓는구나.”
“그 또한 틀렸다. 너희들에게는 타인의 말을 궤변이라고 평가할 자격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면에서 맛이 가 있으니까.”
모르드는 차갑게 대꾸하고는 라흐팅을 들어 올렸다.
솔리옷은 자신의 머리통을 쪼개놓을 도끼를 무시한 채 모르드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위대한 그분께서 복수해 주실 거다. 반드시! 존귀한 수확자를 해친 죄의 대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봐라!”
“확실히 수확자의 영혼은 위대한 그분이라는 놈한테도 좀 중요한 것 같긴 하더군.”
모르드는 수확자 하쿠룬을 죽였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굳이 강조할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나는 처음부터 너희들 모두의 영혼을 구원하고 위대한 그분이라는 놈의 머리통을 쪼개놓을 생각이었으니까.”
“잠깐…….”
모르드는 솔리옷의 말을 더 들어주지 않았다. 인정사정없이 내려친 도끼가 솔리옷의 머리통을 쪼개고 뇌격을 폭발시켜 숨통을 끊어버렸다.
* * *
모르드 일행이 천공경을 격침시킨 후로도 전투는 한참 더 이어졌다.
총지휘관인 나르켈 제독과 세 명의 수확자가 천공경 위에서 지원해 주는 권능이 사라졌어도 단죄자들의 병력은 무지막지한 수준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후퇴명령을 내릴 지휘권자들이 증발해 버리자 그들은 그전에 내려진 명령대로 꾸역꾸역 흑룡포로 병력을 밀어 넣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남해 수군과 모르드 일행 또한 그렇게 밀어닥치는 적들을 처치하느라 사력을 다해야 했다.
로텐다르가 망가진 시점에서 모르드 일행 또한 화력이 약해지고,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주시자 군주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인데 하나를 처치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니 그만큼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게 힘들었다.
“…물러가긴 물러가는군.”
이스트람 하언 장군은 질린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단죄자들이 물러나고 있었다.
남해 수군이 확인한 병력 중 절반 이상이 증발하고 나니 비로소 물러나서 병력을 보존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적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있으니 추격해서 섬멸하고 싶지만…….
“후우.”
남해 수군도 만신창이가 되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적들이 물러나 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 지경이다.
“저들이 없었다면 오늘 이곳을 빼앗기고 말았겠지…….”
그의 시선이 모르드 일행에게로 향했다.
로텐다르를 잃은 모르드 일행은 전장 전역을 날아다니며 기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그토록 활약하고, 서해 수군 생존자들까지 참전하여 크게 활약했음에도 남해 수군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이스트람 하언 장군.”
그때 모르드가 군선에서 군선 사이를 훌쩍 뛰어넘더니 하언 장군의 기함에 올라왔다.
그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언 장군은 그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
“모르드 공. 오늘의 조력에는 정말 감사하는 바이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피해를 더 줄이지 못해서 안타깝군.”
“모든 죽음이 존엄했으니,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귀공에게 감사할 것이오.”
“그렇게 말해주니 영광이다.”
모르드는 살짝 고개 숙여 답례하고는 시선을 서쪽으로 던졌다.
빠르게 멀어져가는 단죄자들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하언 장군에게 묻는다.
“이제부터 어쩔 거지?”
“병력을 재정비해서 흑룡포를 사수할 것이오.”
“사상자도 많지만 군선의 피해가 큰 것 같은데. 저놈들이 잔여 병력을 재정비해서 몰려오면 버틸 수 있겠나?”
“…그대들의 조력이 없으면 힘들겠지.”
하언 장군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늘의 공세는 이 흑룡포의 규모에 걸맞은 병력만 투입되었던 이전의 공세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도 없이 단죄자들과 싸워온 남해 수군도 공포에 삼켜질 뻔했다.
“지금까지 놈들이 우리 쪽에는 별로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전투였소.”
하언 장군은 애써 한숨을 참으며 말했다.
그동안 단죄자들이 가장 공들여 공략하는 것은 북누리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남누리의 영역에서 가장 거센 공격을 받은 곳은 단죄자들의 북누리 공격통로와 연결된 서해였다.
남해 수군은 오랜 세월 동안 단죄자들과 싸워왔기에 그런 사실을 코웃음 치며 무시해왔으나, 오늘 단죄자들이 자랑하는 끔찍한 숫자의 폭력을 마주하게 되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단죄자들은 자신들을 상대로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건 부하들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지만… 북부용왕께서 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북부용왕은 규칙을 저버리고 북누리의 거짓된 황제 이레티샤 하음에게 맹약을 계승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그저 원망하는 마음, 비난하는 마음뿐이었다. 그것은 온누리의 건국 이념을 저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신화부터 이어져 내려온 맹약의 술법을 붕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테니까.
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치르고 나니 왠지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오늘 그들이 싸운 이 무지막지한 병력을 몇 번이나, 어쩌면 수도 없이 상대하며 절망해왔을 것 아닌가?
“…….”
모르드는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마음이 지쳤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침묵에 뭔가 깨닫는 게 있었는지 하언 장군이 흠칫하더니 말했다.
“…미안하군. 방금 전의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해줄 수 있겠소?”
“글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모르드는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배를 지원해 주지. 군선이 아닌 것들도 많아서 개보수가 필요하겠지만…….”
“감사히 받겠소. 당장 수병을 태우고 전선에 나설 수만 있어도 감사할 따름이오.”
“남해용왕궁에도 요청해 보겠다. 당신들도 오늘의 전공을 명분 삼아 지원을 청할 수 있겠지.”
“그럴 생각이오.”
고개를 끄덕인 하언 장군이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할 생각이오?”
“로텐다르를 수리하러 간다.”
“수리가 가능하오?”
“바다 깊숙한 곳에 가라앉혀두기만 해도 재생할 수 있다.”
신성로가 파괴되지 않는 한 로텐다르는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한 바다를… 이 온누리의 바다가 아닌 곳을 찾아서 가라앉혀둬야 하지.”
온누리의 바다는 용족의 영역. 신화의 종전 협상에 따라서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조차 이 영역에는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없었다.
온누리의 바다에 가라앉혀둬도 재생은 하겠지만 그 바깥의 바다에 가라앉혀두는 것보다 훨씬 재생이 더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다.”
지금 상황에서 로텐다르의 공백은 크다. 최대한 빨리 수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심해로 가서 오늘 구원한 영혼들을 인도하고, 신들께 청하여 최대한 빠르게 수리할 것이다.”
너무나 신화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하언 장군은 피식 웃었다.
“…20년 전만 됐어도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했겠군.”
그 역시 단죄자들을 상대로 올린 전공을 명분 삼아 남해용왕궁의 지원을 받는 입장이었기에, 모르드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즉 그동안은 그대들의 조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구려.”
“그렇지. 하지만 너무 염려하지 마라. 가는 김에 놈들을 좀 흔들어줄 생각이니까.”
“음?”
“슬슬 놈들에게 두려움을 알려줘야겠다. 그것으로 놈들의 병력 생산 체계를 고장 낼 수 있겠지.”
석양을 향하는 모르드의 눈에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