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49화
제313장 예언가의 동요
예언가 타루넴은 눈을 떴다.
“음?”
자신의 성역인 하늘섬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그는 특정한 인물, 그리고 그 주변 영역에 대해서만 예지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신화에 왕후장상이 고개를 조아리며 예지를 구하던 대예언가라지만 예지력은 원래 통제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힘.
그 힘을 다루는 자들 대부분은 자기 문화권의 점술을 빌려서 불분명한 방식으로 구현하거나, 혹은 특정한 인물의 운명을 통해 미래를 엿보는 것으로 만족하기 마련이었다.
그 이상을 하려고 하면 예지에 삼켜져서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분간하지 못하고 미쳐 버릴 위험성이 너무 컸으니까.
대주술사이자 예지자였던 스승에게 거두어져 재능을 개화했던 타루넴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래를 엿보고자 할 때 신중하게 조건을 제한했고,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할 때는 혼자가 아니라 여러 예지자들을 모아서 부담을 줄여왔다.
“뭐지?”
그런데 지금, 방금 전까지 그가 원하는 미래로 차근차근 이어지던 예지가 비틀렸다.
“뭐가 개입해 오는 거지?”
예지의 바깥에서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비장의 무기를 완전히 소모시킬 수 있었는데……. 그런데 뭐가 그를 손실 없이 도망칠 수 있게 만든다는 거지?”
타루넴은 지상을 질주하고 있는 란슬리시아 신족, 엘테인을 인지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 * *
벼락지기 크레삭을 쓰러뜨리고 그가 투입한 정예병력을 몰살시킨 모르드 일행은 일단 서쪽 바다에서 물러났다.
쏴아아아…….
남쪽의 먼 바다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후퇴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캠핑이라도 즐기는 것처럼 음식을 요리해 놓고 떠드는 그 평화로운 모습을 단죄자들이 보았다면 울화통이 터졌을 것이다.
케엘이 말했다.
“그놈들, 자기들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는 데 이골이 난 느낌이더라.”
“정령술 대응은 좀 서툴렀지만 나머지는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었죠. 확실히 주술은 상대하기가 좀 까다롭네요. 저쪽은 마법을 아주 잘 아는데 이쪽은 주술에 대해서 연구할 만한 자료가 없으니…….”
파르웰이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마법, 마투술, 권능 대응에 비해 정령술 대응이 떨어지는 이유는 동대륙에는 황금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 대신 다른 엘프 세력이 서대륙보다 강성했지만 그들을 다 합쳐 봐야 서대륙의 황금가지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입이 근질근질했던 달시가 모르드에게 물었다.
“그놈은 어땠어? 오러화의 달인이라 꽤 오래 끌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빨리 끝내버릴 줄은 몰랐어.”
“일부러 승부를 좀 서둘러서 끝냈다. 시간을 끌면 뭐가 튀어나올지 불안해서.”
그것이 모르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때까지 전장에 투입된 것이 크레삭이 준비한 전부가 아니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3파, 4파, 5파가 몰려오고 또 다른 오러화의 달인이나 대마법사가 올지 누가 알겠는가?
모르드가 전투를 되새기며 설명해 주자 달시가 눈을 크게 떴다.
“음? 검 집어넣고 창을 썼다고? 진짜 아까운 구경거리를 놓쳤네. 꼭 봐뒀어야 하는 건데. 창술은 어땠는데?”
“훌륭한 수준이지만 검술보다는 떨어지더군. 사도의 체격이 나보다 작아서 어떻게든 간격의 손해를 메꿔보려고 창으로 무기를 바꿨던 것 같았는데… 나로서는 갑자기 상대하기 쉬워지는 느낌이었지.”
모르드는 크레삭의 창술이 철저하게 본신의 감각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창술을 강림체 상태로 모르드에게 펼친 것이 패배한 이유 중 하나였다.
모르드는 달시 때문에 창술을 상대하는 것에 이골이 나 있었으니까. 호흡이나 미미한 움직임, 마력의 흐름만 봐도 행동이 예측되었다.
‘달시처럼 변태적인 수준도 아니고.’
달시는 창술의 각 동작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광적으로 갈고닦았다. 그렇기에 그녀를 상대하게 되면 뻔히 보면서도 정말 자신이 보고 있는 동작이 이루어지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여태까지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지.’
자기보다 강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뼈저리기에 그런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에 비해 크레삭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집착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창술은 매우 감각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아마 본신으로 펼치는 창술은 훨씬 위협적이리라.
“다만 뭔가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검술을 펼칠 때와 창술을 펼칠 때, 마치 다른 인물이 된 느낌? 수준이 한 단계 떨어지기도 했고.”
감각적이라는 점은 검술이나 창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감각의 성향이 좀 다른 느낌이었다.
달시가 눈을 깜빡였다.
“그건 확실히 신기하네.”
“뭔가 있긴 있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군.”
모르드는 이야기를 이었다.
“본인은 매우 자신이 넘쳤던 것 같지만, 사도의 몸을 빌려 강림한 상태다 보니 제 실력을 못 냈지.”
강림체는 본신에 비하면 마력부터 시작해서 신체 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열등하다. 게다가 크레삭은 남성인데 이 사도는 여성이기까지 하다.
그런 차이가 빚어내는 이질감은, 에네카처럼 몸으로 싸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라면 모를까 전사로서 격투전을 벌일 때는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했다.
칠감으로 보정한다 해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모르드 수준의 전사와 싸울 때는 미세한 차이조차 크나큰 문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마력만 따져도 4할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신체 능력도 그 정도 격차는 있을 것 같았고.”
“어긋난 감각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2할도 안 되었다고 봐야겠네.”
“아마도.”
모르드는 달시의 예상을 긍정했다.
“그리고 강림 자체만 봐도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았다.”
에네카의 경우는 강림하는 순간 사도의 몸이 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모르드는 목격하지 못한 곳에서 벌어진 사실이지만, 엘테인이 사도의 몸에 강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하면 사도의 몸을 그 신체조건 그대로 사용하는 크레삭의 강림은 수준이 낮았다. 마력과 신체 능력은 떨어진다 해도 신체조건이 맞춰지는 것만으로도 전투능력은 크게 올랐을 테니까.
달시가 말했다.
“오러화의 달인과 싸워본 경험도 별로 없었을 테니 그 부분에서도 네가 유리했을 거고…….”
“아니, 그렇진 않았다.”
“음?”
“오러화를 상대하는 것 자체는 능숙하더군. 경험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네.”
달시가 눈을 크게 떴다.
세상은 너무나 넓고, 오러화의 달인은 지극히 희소하다.
같은 시대에 다른 누군가 존재한다 해도 평생 동안 서로를 모르고, 혹은 안다 해도 만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게 정상이다.
모르드의 경험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투신 베르나스에게 몇 번이나 가르침을 받았고, 지금은 매일매일 란츠와 대련해가며 훈련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크레삭 또한 그런 경험을 갖기라도 했단 말인가?
모르드가 말했다.
“단죄자들 중에 오러화의 달인이 몇 명 되는 것 같으니, 그들끼리 친선 대련이라도 하는지도 모르지.”
“하긴 놈이 단죄자 중에서도 높은 지위를 가진 것 같았지? 그리고 모르드, 너하고의 싸움만 해도 놈에게 각성의 단초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겠지.”
“아, 좀 만만한 상태일 때 내가 싸워봤어야 하는 건데…….”
달시는 아쉬움에 한숨을 푹 쉬었다.
리온이 화제를 돌렸다.
“이제 어쩔까? 서쪽 바다 쪽은 일단 더 안 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동감이다.”
모르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새벽 반도 쪽으로 가도록 하지.”
모르드 일행은 다시금 바다를 통해 동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남도로 귀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리고…….
“음?”
리온이 낀 투신의 장갑이 빛을 발하며, 투신이 신탁을 내렸다.
* * *
새벽 반도의 북쪽은 대륙과 육로로 이어져 있다.
그러나 단죄자의 영역에 있는 누군가가 육로와 해로 중 새벽 반도로 들어갈 때, 어느 쪽이 더 쉽냐고 묻는다면 해로라고 할 것이다.
육로는 엄청난 숫자의 단죄자 군세로 메꿔져 있었으니까.
단죄자들, 괴물들, 그리고 무수한 결계로 가득한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다.
엘테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란슬리시아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땅에 와서 신전을 통해 접촉한 뒤, 란슬리시아는 그에게 몇 가지 과업을 내렸고 그것을 수행한 대가로 그가 지닌 성물 중 하나를 자신과 소통 가능한 도구로 만들어주었다.
엘테인이 란슬리시아 신족이자 성자이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보를 얻을 루트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단죄자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으리라.
지금도 그랬다.
엘테인은 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악지대를 질주하고 있었다.
쿠광… 콰과과광……!
사방팔방에서 단죄자들의 공격이 그를 노리고 날아든다.
그워어어어어!
네손싸움꾼들이 그를 향해 처형의 빛과 뇌전을 뿜어내었다.
엘테인은 그 모든 것을 가볍게 피하며 네손싸움꾼들을 두 동강 내고 계속 달린다.
-천둥의 돌팔매!
바위들을 엄폐물로 삼은 그를 노리고 위쪽에서 붉은 뇌광이 날아들었다.
“또 켈-타사인가? 귀찮은 놈들이군 정말.”
엘테인은 혀를 찼다.
동대륙으로 넘어와서야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게 된 천둥의 신 켈-타사.
그 혈손들은 정말 성가신 권능을 가진 자들이었다.
저토록 자유자재로 초고속 비행이 가능한 권능이라니, 서대륙에 있었다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후우우우우우!
사방에서 뇌전을 휘감은 채로 불규칙한 궤도로 날아드는 돌팔매를 쳐내며 달리는데 앞쪽에서 돌개바람이 엄습해 온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들, 우트마사의 혈손들이었다.
엘테인은 돌개바람을 베고, 비교적 가까이 있던 우트마사의 반신 하나에게 접근해서 그의 목을 날려 버린 다음 시체를 내던져 천둥의 돌팔매를 막는 방패로 써먹었다.
그 직후 그의 몸이 빛으로 화하고…….
꽈르릉! 꽈과광……!
그 자리에 뇌전계 궁극주문이 작렬하며 빛이 폭발한다.
“무신경의 달인, 정말이지 짜증 나는군!”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엘테인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니 성가시다.’
혼자 다수를 상대할 때는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죄자들을 상대로는 그 당연한 전법이 통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영리하고, 지능적이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부재한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듭 격전을 치르며 대륙 동쪽 해안의 항구도시까지 온 엘테인은 지쳐 있었고, 적들은 그의 침입을 타루넴의 예지로 전달받고 대비하고 있었다.
[죄인이지만 경탄할 수밖에 없군.]그리고 산악지대에 매복하고 있던 병력들을 총괄하여 지휘하는 아르테스의 혈손까지 있는 마당이다.
무엇보다…….
‘또인가.’
빛의 화살이 날아든다.
에소우의 혈손들이 쓰는 권능?
아니다.
‘가짜.’
단죄자들과의 전투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진짜 에소우의 혈손이 쓰는 권능과 영혼 없는 단죄자가 그 권능을 공여받아 쓰는 권능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피하는 순간, 그 궤적에 숨어 은밀하게 날아들던 또 다른 화살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도약한다.
“큭!”
엘테인은 그 화살을 쳐내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홍화……. 정말 지긋지긋하구나.”
3킬로미터 떨어진 산봉우리 위에 이홍화가 서 있었다.
그녀는 엘테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뒤쪽으로 뛰어내려 모습을 감춘다.
엘테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정말 뛰어난 궁사였다.
뛰어난 궁사라는 것은, 뛰어난 사냥꾼이자 저격수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를 본격적으로 위협했던 교전은 두 번.
하지만 이홍화는 줄곧 그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의 위치를 포착할 때마다 멀리서 저격을 가하고 이탈하기를 반복해서 마음 놓고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아, 또 죽을 때인가.”
그리고 이홍화의 저격 때문에 발길을 늦춘 그의 앞에 다가오며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장부는 아침에 깨달았으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는 법.”
두 자루의 단창을 다루는 대머리 남자 단죄자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절편을 빙글빙글 돌리는 꽁지머리의 중년 남자 단죄자가 있었다.
둘 중 쌍단창의 단죄자는 엘테인이 전에 한 번 죽였던 자지만 구절편의 단죄자는 처음 보는 놈이었다.
“네놈도 무신의 화신이냐?”
“그랬던 존재지.”
“죽여도 죽여도 곰팡이처럼 계속 자라나는군. 무신의 화신이라기에 엄청나게 거창한 존재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나 흔해 빠진 거였나?”
“와,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격하되어본 건 처음인데.”
쌍단창의 단죄자가 웃는다.
“그래도 너라면 그럴 자격이 있지, 죄인. 하지만 지난번과 똑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무신의 화신은 다들 각자의 영역에서 천하제일의 경지에 도달한 자.
그런 이들이 육체적 전성기를 계속 유지하고, 자신보다 고절한 달인을 만나 죽음에 이르는 싸움을 벌였으니 그로부터 얻은 성과가 없을 리가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주지.”
엘테인이 호흡을 고를 때였다.
“음?”
불현듯 자신을 겨냥하고 있던 위협의 압력이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홍화가 멀어지고 있다?’
그것 말고 다른 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회로군.’
매 순간순간마다 그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이홍화의 저격이었다.
이 산맥에 들어온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포위망을 돌파하지 못한 것도 그녀의 저격 때문이다. 안 그랬으면 어떻게든 돌파했으리라.
그녀가 멀어지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단번에 적들을 돌파해서 해상으로 나가야 한다.
엘테인이 빛으로 화했다.
-푸른 낙일(落日)!
아낌없이 펼쳐진 오러화의 절기가 주변을 푸르게 물들이며 공간을 난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