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5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53화
그렇게 서남도 통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남도의 모든 세력이 참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한쪽이 승리하게 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승자에게 흡수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전투가 벌어질 것을 확신하는 전날 밤, 화로의 불빛을 보며 파르웰이 말했다.
“빠르게 결판을 내는 게 모두에게 좋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되겠지.”
케엘이 말했다.
마음이 심란해진 그는 한차례 적진을 정찰하고 온 참이었다.
적들에게도 술법사와 마법사가 있었지만 누구도 케엘이 자신들을 샅샅이 정찰하고 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모르드 부대가 참가한 이상… 음. 모르드를 앞에 두고 이렇게 부르려니 참 어색하네.”
“…우리끼리는 그냥 생존자 부대로 부르도록 하지.”
모르드가 기다렸다는 듯 말하자 케엘이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병력도 우리 쪽보다 적어.”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문은 서남도 최대의 도시였다.
병력의 규모와 질 모두 서남도의 다른 세력이 강문을 뛰어넘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선전포고고 뭐고 없이 냅다 만만한 개척자 마을부터 공격한 것이기도 했다.
“이쪽은 총통과 술법탄도 충분해서 총술사 부대를 운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저쪽에 생존자 부대를 감당할 만한 실력자들이 있는 것 같진 않아.”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고 봐도 된다.
물론 적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승산이 있다고 여기겠지만.
모르드가 말했다.
“정찰한 정보를 한울왕자에게 전해줘라.”
“알겠어. 공간왜곡장은 지원해 줄 거야?”
“그럴 거다. 피가 흐르는 걸 피할 수 없다면… 그렇게 흐를 피를 최소화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살아남아서 그 힘을 목격한 자가 많을수록 앞으로의 일이 쉬워질 것이다.
* * *
그리고 다음 날, 주하왕자군은 1,200명의 병력으로 오흥에 공성전을 걸어왔다.
오흥은 탁 트인 지형에서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였던 만큼 용하나 강문에 비해 접근이 용이했고, 서남도의 북서쪽에 위치한 만큼 주하왕자 측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울왕자 측에서도 주하왕자군의 이런 병력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기에 오흥으로 병력을 보내기는 했지만, 시간에 맞춰서 도달한 것은 소수의 선발대에 불과했다.
오흥의 성벽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증축되었다고는 하나 만반의 준비를 갖춘 1,200명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하왕자군의 그런 착각이 깨지기까지는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기습이다! 적들이 후방을 기습했다!”
“뭐라고?”
천 명이 넘는 백룡군이 갑자기 후방에서 기습을 가해왔다. 물론 모르드의 공간왜곡장이 개입한 결과였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주하왕자군 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술법이나 마법이 작용했다고 해도 그렇지, 대낮에 천 명이나 되는 병력이 지척까지 다가올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기습을 당하다니?
“젠장! 반전해서 막는다!”
성벽을 공략하기 위해 사다리를 올리고, 일부 병력은 술법으로 날아오르게 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주하왕자군은 혼란 속에서 어떻게든 뒤로 돌아서 백룡군에게 맞섰다.
“쏴라!”
하지만 주하왕자군이 미처 궁수들에게 사격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하달하기도 전에, 백룡군의 총술사들이 일제 사격을 가했다.
“초, 총통?”
“총술사가 50명이 넘는다고?”
주하왕자군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이었다.
그리고 놀란 그들의 옆에서 50여 명의 별동대가 나타나 달려들었다.
타타타타타탕!
총통들이 불을 뿜고…….
-처형의 빛 3중주!
-화염정령의 춤!
-뇌전의 창!
-쇠나비떼의 군무!
현란하게 펼쳐진 마법과 술법이 주하왕자군의 옆구리를 터뜨려 버렸다.
그리고 철퇴를 든 장신의 중년 남자, 프록스가 은발을 휘날리며 뛰어들었다.
꽈아아아앙!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버린다.
진입 전부터 준비해서 신혈 개방 4단계로 변신한 데다가 서둔이 축복의 힘까지 더해준 프록스의 돌파력은 무시무시했다.
완전히 태세를 갖추고 대비했다면 모를까, 이렇게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한차례 화력을 쏟아붓고 진입하자 은색의 태풍처럼 적들을 휩쓸었다.
“가, 강해!”
“이 남자는 괴물인가!”
나름 실력 있는 무사들이 그 앞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프록스의 뒤를 받치듯 따라 들어온 모르드 부대원들과의 연계로 그들을 날려 버린다.
“안 돼! 장군! 몸을 피하십……!”
절망감을 느낀 수뇌부들은 어떻게든 지휘관을 피신시키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은색 불꽃의 궤적을 그려내며 도약한 프록스가 지휘관을 덮쳤다.
꽈아아아아앙!
용족인 지휘관은 용혼강림 상태로 프록스의 철퇴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일격으로 그의 칼이 두 동강 나고, 철퇴가 어깨를 쳐서 그를 낙마시켰다.
“커어억……!”
“주석운을 우리에게서 빼앗은 대가다.”
프록스가 죽은 동료의 원한을 이야기하며 낙마한 지휘관에게 결정타를 내리꽂았다.
그것으로 전투는 끝나버렸다.
온누리가 재건된다면 역사에 남아서 두고두고 회고될 정도로 신속하고 일방적인 결판이었다.
* * *
그렇게 서남도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바깥에서도 주목하던 전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끝나 버렸다.
오흥을 공격해 온 주하왕자군 1,200명 중에 전사자는 200명 정도.
더 죽어 나갈 시간조차 없이 수뇌부가 쓰러지는 바람에,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투항하여 포로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백룡군으로 흡수되리라.
“…….”
승패가 갈린 전쟁터를 바라보는 서둔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전투는 신속하게, 최소한의 사상자만을 내고 끝났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에는 그녀의 공로도 상당히 있었다.
하지만 서둔은 그 사실이 기쁘지 않았다.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역시 사라지지 않네.”
멍하니 전장을 걷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단죄자는 죽으면 저주의 재가 되어 날아오른다.
하지만 이 전장에 시체가 되어 누운 적병들은 죽을 때의 처참한 모습 그대로 그녀의 시야를 점령하고 있었다.
낯선 광경은 아니다.
사람이 죽는 광경은 몇 번이나 보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은 모두 같은 편의 죽음이었지 이런 죽음이 아니다.
‘그래도 처음은 아니야. 처음은 아니니까…….’
서둔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이 땅에 온 후로 몇 번 사람과 싸워서 죽인 경험이 있었다.
도적 떼를 토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심란하지는 않았다. 이런 시대에 도적질을 하는 자들은 대부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최종적으로는 요괴가 되는 길을 선택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약탈하고, 붙잡은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봤기에 처단하는 데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
멍하니 시체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붙잡았다.
서둔이 깜짝 놀라서 그 손을 쳐내며 돌아보자, 그곳에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김운산의 얼굴이 있었다.
“…아빠.”
“서둔아.”
김운산은 착잡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말했다.
“역시 너는 다음부터는 빠지는 게 좋겠다. 모르드 공과 함께하거라.”
“아빠는요?”
“…….”
“아빠는 계속 이쪽에 참가하실 거잖아요. 아빠를 혼자 보낼 순 없어요.”
“나는 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온누리 재건을 위해서라면 손을 피로 더럽힐 각오도 서 있지.”
김운산은 서둔과 달리 적의를 가진 인간을 죽인 경험이 있다.
온누리에서 서쪽 끝까지 상행을 따라가는 동안에도, 그리고 단죄자의 습격 이후 난리 통에도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단죄자가 아닌, 사람을 죽이게 된 지금 현실을 슬퍼할지언정 못하겠다고 물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까지 이럴 필요는 없어.”
김운산에게 온누리는 꿈에도 그리던 고국이었다.
사분오열되고 피폐해진 온누리가 한울왕자에 의해 재건되어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다면, 김운산은 설령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예전을 되찾고 싶다. 자신이 기억하는 그 눈부신 시절을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서둔에게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꿈일 것이다.
이 땅에 온 후로 서둔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녀가 이 땅에 대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둔은 입술을 깨물며 김운산을 노려보았다.
입속에서 수많은 말이 맴돌았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저는…….”
그래도 그녀는 눈앞의 결정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따라갈 거예요. 아빠가 계속하는 한.”
“…….”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빠가 사라져 버리는 건 절대로 싫어.”
말문이 막힌 김운산은 서둔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미안하구나.”
그것 말고 달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지금의 김운산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 * *
한울왕자는 전투 승리 후 곧바로 주하왕자의 세력권은 물론 그와 연합한 두 도시까지 병합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쟁을 모의한 핵심 인물들을 공개적으로 재판하여 처형했다.
다만 주하왕자는 살아남았다.
스스로 권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꼭두각시로 살아온 것이 분명했기에, 그 점을 참작하여 황손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맹세를 받고 유폐시키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목숨을 붙여뒀다 한들 천명의 불꽃을 포기했으니 야심가들이 주하왕자를 구심점으로 삼아 뭔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 * *
“순조로운 것 같군.”
모르드가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깥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 여러분 덕분이지.”
한울왕자가 피로감이 드러나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들은 용하가 아니라 주하왕자의 세력권이었던 하성의 관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쉽게 이곳을 점령한 뒤 며칠째 전후처리에 힘쓰는 중인데, 이미 강문과 오흥을 통합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순조롭게 작업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전후처리도, 새로운 지역의 병합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한울왕자부터가 밤낮없는 격무에 치이는 중이다.
“남은 세력들이 합류를 타진해 오고 있어.”
“여기까지 오면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겠지. 나머지는 무혈로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니 다행이군.”
“정말로 그래. 당분간은 내실을 다진 다음 해안까지를 수복하고 싶은데… 놈들이 그때까지 참아줄지 모르겠군.”
모르드 일행이 한바탕 대륙을 뒤집어주고 돌아오자 단죄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변했다.
전선에 투입할 병력을 거두어서 성역을 비롯한 요충지의 방어에 들어간 것이리라.
단죄자의 군세가 무지막지한 규모이긴 하지만 그만큼 그들이 점령한 영토도 무지막지하게 광활하기 때문에, 그 영토 곳곳에 자리한 요충지를 방어하자면 어마어마한 병력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남누리에 투입한 병력은 부활 불가능한 완전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단죄자 입장에서는 전력의 완전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원래부터 훨씬 공들여 공략하고 있었던 북누리에 집중하고 남누리를 향한 공세는 늦추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해서 남누리를 완전히 방치할 리는 없다.
방치해 버리면 겨우 장악한 서해의 제해권을 다시 빼앗기는 사태가 올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의 희생으로 영혼 인도자 결계가 펼쳐진 것을 확인한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공세가 계속될 것이다.
모르드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놈들 문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테니까.”
“믿음직한 말씀이야.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는군.”
한울왕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살짝 얄미워 보이는 모습이라 모르드는 못마땅한 듯 혀를 차고 말았다.
* * *
서남도는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한울왕자의 이름으로 통일되었다.
이 사실은 남누리 전역에 크나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점점 목을 죄어오는 단죄자의 위협 앞에서 온누리 재건을 향해 역동적인 행보를 보여주니 모두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계속 사분오열된 채로 웅크려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울왕자의 행보가 남누리의 지방세력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