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5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58화
빛과 빛이 교차한다.
교차하고, 교차하고, 또 교차하며 현란한 궤적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낸 이들은 이미 그 궤적들로부터 벗어난 지점에서 부딪치고 있었다.
‘그래. 이것이다.’
무쇠주먹은 웃었다.
머리가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가슴이 미치도록 요동치며 환희가 퍼져 나간다.
‘무신경, 저 창공처럼 끝없이 넓은 고지에 오른 자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같은 고지에 오른 자뿐!’
우문섭과 달시는 분명 놀라운 강적이었다.
그들은 무쇠주먹을 지치게 하고, 자극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결코 무쇠주먹을 한계까지 몰아넣지는 못했다.
무신경의 달인을 진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무신경의 달인뿐이다.
무쇠주먹은 그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단죄자가 되어 무신경에 도달한 그가 무예가로서 극치를 느낀 것은 같은 무신경의 달인과 대적했을 때였다.
예전에 북누리의 하르그티온 예림과 싸웠을 때, 무쇠주먹은 아쉬웠다.
그녀가 노골적으로 승부를 피하며 서로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순간까지 시간을 버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적 중에서는 오직 그녀만이 자신이 극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언젠가 그녀와 반드시 물러날 길 없는 싸움을 할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는 필요 없다.’
그러나 오늘, 무쇠주먹은 하늘이 자신에게 극치를 주기 위한 싸움을 예비했음을 알았다.
모르드.
무신경일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권의 자리를 두고 다툴 수 있는 권법가.
이토록 운명적인 대적자를 만났는데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서 물러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것은 열흘 밤낮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사막을 헤맨 자에게 눈앞의 샘물을 마다하고 달아나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하하하하!”
일진일퇴의 공방이었다.
-천공권!
시공간의 연속성을 초월한 모르드의 주먹이 그에게 꽂힌다.
하지만 무쇠주먹은 그것을 양팔을 교차해서 위로 젖혀 올리며 발차기로 카운터를 날렸다.
투우우우웅!
모르드는 마치 그걸 예상한 것처럼 복근을 내밀어 막았다.
그리고 붙은 상태에서 둘이 다시금 빛으로 화해 교차한다.
“쿨럭…….”
무쇠주먹이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오러화 공방에서 명백히 손해를 본 것이다.
모르드도 멀쩡한 건 아니었다. 그의 입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드는 잠시 움찔했을 뿐, 금세 자세를 회복한다.
-천둥치기!
위쪽에서 내리꽂는 주먹이 무쇠주먹의 머리를 노렸다.
무쇠주먹은 급히 양손을 올려 막았지만 충격을 완전히 흘려내지 못했다. 양발이 땅을 파고 들어가자 주변 지면이 원형으로 터져 나갔다.
파직!
하지만 모르드도 추가타를 가하지 못하고 움찔한다.
그 순간에 오러 전이로 가한 일격이 모르드의 발목을 붙잡아서 자세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무쇠주먹이 모르드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연타를 날렸다.
투파파파파!
상대를 밀어내는 대신 오히려 타격 지점에서 인력(引力)을 발생시켜 끌어당기면서 퍼붓는 연타!
위력보다는 속도에 치중한 연타라서 한 방으로는 모르드의 오러 아머를 뚫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때려 흔든 곳을 또 때리자 오러 아머를 관통해서 육체까지 타격이 닿기 시작했다.
“큭……!”
모르드는 복근에 힘을 줘서 버티며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러나 그 순간 무쇠주먹이 모르드를 붙잡아두던 인력을 해제, 균형이 흔들린 그의 팔과 멱살을 붙잡고 호쾌한 업어치기를 가했다.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이를 업어서 던지면서도 흐트러짐이 없고 섬전처럼 빠르다!
꽈아아아앙!
모르드가 지면에 처박혔다.
잠시 눈앞에 별이 보일 정도의 충격.
“저, 정말이지…….”
하지만 호쾌한 업어치기를 성공시킨 무쇠주먹은 비틀거리며 물러나다가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그냥 당해주는 법이 없는 놈이군.”
그의 가슴팍에 주먹도장이 찍혀 있었다.
모르드가 그 순간에도 잡히지 않은 다른 팔로 그의 가슴을 강타한 것이다.
구구구구구……!
그리고 대지가 진동하며 모르드가 몸을 일으킨다.
그 모습을 본 무쇠주먹은 어이가 없었다.
‘이놈, 대체 몸이 얼마나 단단한 거야?’
모르드가 별 타격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멀쩡한 척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어디 뼈가 부러지는 수준의 부상을 입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확실히 무신에게 천하제일권이라고 인정받을 만은 하군.”
모르드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하지만 알겠지? 이대로라면 죽는 건 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
무쇠주먹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육체의 내구도 차이가 너무 크다. 나는 주먹만 무쇠인데 이놈은 온몸이 무쇠와 같으니…….’
지금까지의 공방은 그야말로 호각.
하지만 똑같이 때려도 모르드보다 무쇠주먹의 피해가 더 컸다. 모르드의 육체가 훨씬 강건하기 때문이었다.
‘후후, 우문섭을 상대로 취한 유리함이 고스란히 내 불리함으로 돌아오다니. 하늘이여, 참으로 짓궂으시구려.’
모르드가 물었다.
“이쯤 되니 궁금하군. 불리한 건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도망치지 않았나?”
무쇠주먹에게는 확실하게 몸을 뺄 기회가 두 번은 있었다.
모르드가 쓰러진 달시를 수습할 때, 그리고 모르드를 멀찍이 처박아서 숨 고를 틈을 벌었을 때.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에는 이미 그도 머릿속에서 계산이 섰을 것이다.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리한 싸움의 결과로 지금까지 겪은 것과는 다른, 진정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무쇠주먹은 도망치지 않았다. 두려움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무쇠주먹이 코웃음을 쳤다.
“이래 봬도 난 지휘관이다. 전투가 한창인데 지휘관이 혼자 도망칠 수 있겠냐?”
“그럼에도 이 상황이라면, 그리고 적이 나라면 도망치는 게 올바른 판단 아닌가?”
“하하하, 남들이 나보고 오만하다고 짜증 낼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알 것 같군. 실로 오만하지만… 부정할 수 없어서 짜증 나는구나.”
한바탕 웃은 무쇠주먹이 말했다.
“강적은 늘 나의 가장 좋은 스승이었다.”
오직 적에게만 배워온 인생이었다. 누군가는 처절하고 슬픈 인생이라 부를지 모르겠지만 무쇠주먹은 그런 자신의 인생이 자랑스러웠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조차 받지 못하고 온갖 악의와 싸우면서 자라났다.
살면서 쌓아 올린 것은 악의를 대하며 배운 것뿐인데, 그럼에도 자신의 힘을 세상에 선의로 베풀어 만인에게 협객으로 칭송받았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언제나 아침에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살아왔다. 누구도 내 각오를 꺾을 수는 없어.”
설령 단죄자의 은총을 내려준 위대한 분이 온다 해도 그는 각오를 꺾지 않을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부끄럽지 않았다면 죽을 때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죄인으로서 죽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니, 단죄자로서 죽을 때도 그러할 것이다.”
“무쇠주먹.”
모르드가 그를 바라보는 눈에는 경의가 담겨 있었다.
“인간이었던 당신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군.”
“오늘 이렇게 만나 술 대신 삶과 죽음을 나누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의 스승 모르드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네게 만족스러운 죽음을 주는 것뿐이다.”
“그렇군. 아직 힘을 다 쓰지 않았겠지? 감춰둔 게 있을 거야.”
“있긴 하지만 이 자리에는 필요 없다.”
모르드는 단언했다.
무쇠주먹의 지적대로 모르드는 그와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부족함을 메꿀 수 있는 권능도, 무쇠주먹이 대응하기 어려운 성물의 힘이나 세계 파편의 힘도.
처음에 그라두마를 벗었을 때부터 모두 접어둔 채로 오직 한 사람의 마투술사로서, 권법가로서 싸웠다.
“당신의 죽음에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순수하게 두 주먹으로 천하제일권의 위명을 완벽하게 부숴주지.”
“그거 참 감동적이군. 마음에 쏙 들어.”
주변의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마치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알아차리고 숨을 죽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먼저 움직인 것은 모르드였다.
미끄러지듯이 원근감을 무너뜨리며 다가가서 주먹을 내지른다.
툭!
무쇠주먹이 그것을 걷어내려는 순간, 모르드의 주먹이 그의 방어를 툭 건드리기만 하면서 회수된다.
그리고 한 발 성큼 내디디는 것만으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뭐지?’
하지만 이 동작은 아무리 봐도 어리석었다. 자신의 사각을 상대에게 내주고 자신은 공격권을 포기하는 것 같은 행동이 아닌가?
이토록 노골적이라면 함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 어떤 식의 함정이어야 이 허점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 짐작이 안 간다.
이런 선택지가 던져졌을 때, 무쇠주먹은 늘 공격을 선택했다.
디디딩…….
파문이 겹쳐 퍼져가며 현을 퉁기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무쇠주먹의 손이 모르드의 방어를 부드럽게 걷어내며 그 가슴팍을 훑는다.
-귀살(鬼殺)!
모르드의 오러 아머를 통과하고 육체를 찢어발겼던 그 기술이었다.
허무할 정도로 완벽하게 목표지점에 닿은 그 기술이 모르드의 몸을 찢어발긴다.
그랬어야 했다.
‘아니?!’
매끄럽게 몸 위를 스쳐 지나갔어야 할 무쇠주먹의 손이 기이한 마찰력에 붙잡혔다.
“그 기술은 한번 봤다.”
모르드가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날아든 강맹한 왼주먹이 무쇠주먹이 급히 들어 올린 오른팔을 강타한다.
덜컥!
뒤로 뛰어서 충격을 흘려내려던 무쇠주먹의 의도는 봉쇄당했다. 그의 손이 모르드의 가슴팍 위에 붙잡혀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격을 흘려내지 못한 오른팔이 부러졌다.
동시에 모르드가 빛으로 화한다.
‘아.’
시공간의 바깥을 인지하는 칠감이 무쇠주먹에게 모르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일보회귀(一步回歸)!
한 발 내디뎌서 허점을 드러냈던 그의 자세가 거짓말처럼 되돌아간다.
중간과정을 건너뛰고 그렇게 되돌아간 자세는 지금 이 순간, 오른팔이 부러져 버린 무쇠주먹에게 최적의 일권을 먹일 수 있는 자세였으며 그 주먹에는 힘을 모으는 중간과정을 건너뛰고 폭발적인 힘이 모여 있었다.
-산 부수기!
직선으로 최강의 파괴력을 발하는 베르나스의 일권.
한순간 극초음속에 도달한 모르드의 주먹이 무쇠주먹의 심장을 강타했다.
꽈광!
한 박자 늦게 폭음이 울리며 무쇠주먹의 몸이 날아갔다.
* * *
“…….”
잠시 시간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멋지군.”
무쇠주먹은 자신이 선 채로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장이 있었던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몸을 구성하던 저주의 재가 응집력을 잃어서 서서히 흩어져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의식을 유지하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단죄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념이 이어지는 한 시체가 되어버린 몸이라도 통제할 수 있는 무신경의 달인이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통찰당했다. 그래, 네 말대로 변명의 여지 없는 패배로군.”
자신에게 패배를, 그리고 마지막 가르침을 새겨준 위대한 전사에게 찬사를 바칠 수 있었으니까.
통찰당했다.
그것이 그의 패인이었다.
모르드는 직전까지의 싸움으로 그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했다.
무모해 보였던 함정도 자신이 그 선택지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간파했기 때문에 던진 미끼였고, 거리와 자세를 제어해서 무쇠주먹이 쓸 수 있는 기술을 제한적으로 만들었다.
만약 무쇠주먹이 귀살이 아닌 다른 기술을 선택했다 해도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 두었으리라.
무인으로서 변명도, 합리화도 불가능한 완전무결한 패배다.
‘그렇군. 내가 그때 갈망했던 것은 이런 기분이었나.’
인간으로서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첫 번째 죽음의 순간, 그가 느낀 것은 후회와 절망뿐이었다.
이홍화는 그에게 안겨준 패배는 그런 것이었다.
무인으로서의 기량을 불태우는 것도,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것도 무엇 하나 허락되지 않는 잔인한 사냥.
‘어쩌면 이 미련이 나를 이 자리에 붙잡았는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단죄자가 되어서도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강렬한 미련.
그 미련이야말로 눈앞의 죽음을 알아차렸으면서도 맹렬하게 도전하게 만든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천하제일권이여, 감사하마. 나는 이 죽음이 만족스럽구나.”
무쇠주먹은 씩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모르드 또한 주먹을 내밀어 가볍게 맞부딪쳤다.
“무운(武運)을 빌겠다.”
눈을 감은 그는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일어난 채로, 미소 지으며 무수한 재가 되어 스러져갔다.
마침내 그의 육신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그릇을 잃은 영혼이 모르드의 내면으로 인도되었다.
“…….”
그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지켜보던 모르드는, 죽음으로써 인간의 것으로 되돌아왔을 그의 영혼에게 들려주듯 말했다.
“무쇠주먹, 당신의 기술은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이 세상을 구하는 양분이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반드시.”
무쇠주먹이 모르드를 스승이라 말했듯 모르드 또한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오늘의 경험으로 그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