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78화
“하! 이만큼 성대한 인사는 간만이군 그래.”
다올론이 잿빛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저 멀리서 발사된 극초음속의 섬광이 주시자 군주를 쳤다.
그러나 주시자 군주 주변에는 강력한 방어결계가 둘러쳐져 있었다. 움직이는 신화의 성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올론이 쌍검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작열의 빛이 적을 친다!]그러자 붉은빛이 번뜩였다.
꽈광!
그리고 허공의 또 다른 지점에서 그 빛이 뭔가와 부딪쳐 폭발했다.
“거기구나!”
다올론이 폭발하는 섬광에 묻혀서 강하해 오던 상대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웃었다.
주시자 군주의 결계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철저하게 막아내고,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것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즉 들어오지 못하는 상대를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적중하는 작열의 빛, 난사한다!]다올론의 외침과 함께 그의 주변에서 무수한 붉은빛이 쏘아져 나갔다.
전부 다 한 지점을 때리지만 직선 궤도로 쏘아져 나가지 않는다. 상대가 움직이자 그대로 허공에서 궤도를 틀어서 작렬한다.
콰과과과과광……!
하지만 놀랍게도 그중 폭발을 일으킨 것은 절반뿐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상대가 비껴내 버렸다.
“하! 정말 멋지군!”
상대의 방어기술에 감탄하는 다올론의 모습이 한 번 더 변한다.
과거에는 신혈 개방 2단계라 불렸고 지금은 제2영격이라 불리는 형태로.
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거대한 잿빛 고래가 울부짖는다.
거대한 외침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음……!”
그 외침에 두들겨 맞은 듯 튕겨 나간 적이 신음한다.
비로소 흩어지는 폭연 속에서 다올론과 적의 시선이 마주했다.
‘큰 녀석이군.’
다올론도 180센티를 훌쩍 넘는 근육질의 장신이다. 누군가와 섰을 때 자신이 작다고 느껴본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봐도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2미터에 달하는, 흡사 바위를 조각해 만든 것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운 근육질의 육체.
휘날리는 은발 아래 서로 색이 다른 두 개의 눈동자가 다올론을 향하고 있었다.
‘저 눈은…….’
왼쪽 눈은 은회색이다. 그리고 오른쪽 눈은…….
‘지금의 하늘을 닮았다.’
저주의 재에 오염된 하늘과 쏙 빼닮은 색을 띠고 있었다.
“죄 깊은 신의 피를 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놈의 자손인지는 모르겠구나. 죄인이여, 이름을 밝혀라!”
“그러는 너는?”
상대는 허공에 선 채로 심드렁하게 묻는다.
그 거만한 태도에 다올론이 피식 웃었다.
“나는 다올론! 한때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죄로 더럽힌 신, 하이록스의 혈손으로 불렸던 몸이기도 하지!”
당당하게 외치는 다올론의 뒤쪽, 거대 고래의 등 위에서 무수한 해골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데드들이었다.
일반적인 언데드들과 달리 재로 이루어진 기류를 휘감았고, 장비나 복장을 잘 갖춘 언데드들이 잿빛 안광을 불태우며 전투태세를 취한다.
“하이록스의 혈손이라니 오랜만에 보는군. 은의 피에도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 하긴 이 땅에서 번성했던 신혈의 분포는 다르겠지.”
언어의 신 하이록스.
브레디아스와 마찬가지로 달에 가장 가까운 다섯 별 중 하나로 불리는 고위 신격이었다.
“자! 이제 네 이름을 들려줄 차례이지 않으냐? 그걸 위해 이렇게 여유를 베풀어주고 있거늘!”
“그것참 감사한 일이군.”
상대는 피식 웃었다.
주시자 군주 주변에는 500마리를 넘는 괴물 새들, 주시자들이 날고 있었다.
그 새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데 그 위에 어느새 잿빛 기류를 휘감은 언데드들이 올라타고 있었다. 그들이 공격을 가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은, 다올론이 상대의 이름을 듣고자 하기 때문이었다.
“단죄자인 네게 이 대화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이름 정돈 알려주마. 나는 모르드.”
우우우우우우!
습격자, 모르드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동안 다올론의 모습이 한 번 더 변한다.
머리칼이 길어진다.
멋스럽게 길렀던 수염이 사라지고, 완숙함이 넘쳤던 중년의 얼굴이 10년 정도는 젊게 변한다.
그리고 진은으로 만들어진 얼굴 두 개가 그의 양옆에 나타났다.
“죄인 모르드여, 미리 인사하마. 환영한다.”
“무슨 뜻이지?”
“곧 우리가 동지가 될 것이란 뜻이지. 네 존재를 가득 채운 그 죄업을 씻어내고 말이다. 너 정도면 설령 몸이 산산조각 난다 하더라도 수확자들께서 되살려 단죄자로서의 고귀한 의무를 수행할 은혜를 내려주실 것이다.”
“꿈이 너무 크시군그래.”
“쳐라.”
다올론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주시자들이 입을 벌렸다.
라아아아아!
노랫소리가 뿜어져 나오며 저주의 힘이 일제히 모르드를 덮친다.
수백 톤, 아니, 천 톤 이상의 무게가 일제히 모르드를 짓눌러 지상에 처박으려 하고…….
-불나비들의 축제!
-벼락의 이리떼!
언데드들이 발한 술법이 움직임이 묶인 모르드를 덮친다!
잿빛 기류를 휘감은 언데드들은 생전에 용족 술법사였던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일제히 덮쳐오는 가운데, 모르드가 속삭였다.
“에리우.”
그리고 그의 뒤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기이할 정도로 푸른 뇌전 같은 기운이 하늘로 뻗어 나가며 그에 물든 푸른 머리칼이 휘날린다.
다올론이 그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느낀 순간.
-백룡노호!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폭발했다.
* * *
모르드 일행은 주시자 군주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생존자들에게 들은 정보는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주시자 군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병기로서 어떤 힘을 지녔는지 전혀 모른다.
수백 마리의 주시자가 따라다니는 것과 항상 강해 보이는 단죄자가 그 위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일정한 궤도를 돌아다닌다는 것이 그들이 알려준 정보의 전부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습 작전을 신중하게 설계했다.
모르드가 원거리에서 기습해서 적의 방비 태세를 확인한다.
그것이 이 강습 작전을 계속할지 혹은 물릴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모르드는 계속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법과 권능의 융합이다.’
감시자 군주의 방어결계는, 자신이 상대해 온 범주에 존재하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습으로 날린 천공부수기가 완벽하게 막힐 정도로 막강한 결계였지만 상관없었다.
-백룡노호!
심상 세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뛰쳐나온 에리우의 용신통이 폭발하며 모든 것을 얼려 버렸으니까.
“뭐야?”
단죄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거대 고래 위에 선 자들은 방어결계의 보호를 받았기에 에리우의 용신통에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주변을 얼음판이 뒤덮으니 당황할 수밖에.
꽈광!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일깨우듯 폭음이 울린다.
그 충격으로 얼음이 깨져 나가며, 방어결계 위에 주먹을 얹은 모르드의 모습이 보인다.
-권능 무력체!
마법으로만 구성된 결계였다면, 에리우가 얼린 뒤에 같이 때려서 부수면 그만이다.
하지만 권능과 마법이 융합된 결계라면 에리우의 용신통으로 한 꺼풀 벗겨내어 약화시킨 뒤에 모르드가 때리는 것이 빠르다.
거대 고래 위의 모두가 그 광경을 넋 놓고 보고 있는 가운데 오직 한 명, 다올론만이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구속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구속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구속한다!]그가 권능을 실어 외치자 그의 양옆에 떠올라 있는 진은으로 만든 얼굴 형태의 아티팩트, 언령 증폭자들이 똑같이 따라 외쳤다.
“음……!”
거침없이 결계를 두들겨 부수던 모르드가 움찔했다.
하이록스는 언어의 신.
그 후예들에게는 언어와 관련된 몇 가지 권능이 주어지는데, 그중에서 전투적으로 강력한 것은 언령(言霊)의 권능이었다.
말이 곧 현실이 되는 힘!
물론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짧고 명확한 말일수록, 그리고 기왕이면 평소에 명확한 심상으로 효과를 확정해 둔 말이어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난다.
다올론은 하이록스의 혈손으로서 그 권능을 활용할 방법을 수도 없이 갈고닦아온 사내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언령으로 모르드를 묶자 에리우가 냅다 별방망이를 휘둘러 약해진 지점을 후려쳤으니까.
-별의 일격!
타격력이 폭발하자 방어결계가 터져 나갔다.
꽈아아아아앙!
방어결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공간이 뒤흔들렸다.
“큭……!”
그리고 단죄자들은 그 구멍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모르드를 포위했던 주시자들과 용족 언데드들이 모조리 얼음덩어리가 되어 추락하고 있는 광경을.
그리고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난다.
구우우우웅……!
일순간 주변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았다.
‘아니, 무거워진 게 아니라…….’
모르드를 중심으로 공간 왜곡의 파문이 퍼져 나가며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있다.
어느 순간, 그렇게 퍼져 나가던 파문이 다시 시간을 되돌리듯이 모르드에게로 돌아가서 수렴된다.
데에에에엥……!
그리고 종소리가 울린다.
일그러진 시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모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대체?”
놀란 다올론을 보며 모르드가 말했다.
“실험 시간이다.”
허공을 박찬 모르드가 발차기로 다올론을 맹습했다.
투아아아앙!
충격이 폭발하며 다올론이 뒤로 튕겨 나갔다.
모르드가 곧바로 추격하지만 그 순간 다올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속에 뛰어든 것처럼 둔해질지어다!]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지면서 쏘아져 나가던 모르드의 움직임이 물속에 빠진 것처럼 둔중해진다.
아주 약간이었지만, 다올론이 자세를 바로잡고 반격을 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눈을 보는 자는 돌로 변해버릴지어다!]허공에 괴기스러운 눈알이 나타나더니 생명체를 돌로 바꿔버리는 석화의 저주를 걸어온다.
모르드는 신성을 불태워 가뿐하게 그 저주를 돌파하면서 다올론을 따라잡는다.
[그 실력이 이름난 스물두 자루의 검이 내게 충성하노니!]다올론의 뒤쪽에서 진은으로 이루어진 마검 스물두 자루가 솟구쳐 모르드를 노린다.
투콰콰콰콰쾅!
허공을 유영하듯 절묘한 움직임으로 날아드는 마검들은, 모르드의 주먹과 부딪칠 때마다 수수깡처럼 부러져 버린다.
-권능 무력체!
이런 형태의 권능을 상대할 때 베르나스의 권능은 천적이나 다름없으니까!
모르드의 사각을 노리며 매서운 공세를 펼치던 스물두 자루가 전부 부러지기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다올론은 기가 막혀하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이 폭풍우 속에 잠든 전설의 검들을 부르노라!] [보이지 않는 손이 구속한다!] [발밑이 불안하리라!]그러나 돌격하는 기세가 늦춰지는 사이에 또 다른 언령들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다올론의 앞쪽에서 진은 조각상 하나가 나타난다.
아니, 그것은 조각상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커다란 양손대검을 든 진은의 전사가 잿빛 기운을 휘감은 채 모르드에게 달려든다.
“음……!”
연이어 언령을 발한 다올론의 표정이 굳었다.
‘뭐지?’
종소리가 울리며 모르드의 모습이 변한 직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권능을 쓰는 데 부하가 걸린다. 이 감각은 설마?’
본래대로라면 제3영격을 개방한 지금, 저 언령을 쓰면 진은의 전사 하나가 아니라 세 명이 일어났어야 했다. 그런데 한 명만 일어난 데다 평소보다 상태가 안 좋은 느낌이었다.
다올론은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며 경악했다.
‘저놈이 펼치는 권능이, 내 권능을 제한하고 있다고? 죄인의 권능이 올바른 영역에서 제한받듯이?’
전생하여 단죄자가 되기 전, 죄인이었던 시절에 단죄자와 싸울 때 느낀 바로 그 감각이었으니까!
* * *
달려든 진은의 전사는 강했다.
모르드가 그를 박살 내기까지 6초나 걸렸으니까.
구구구구구궁!
그러나 그것은 다올론이 또 한 번 변신하여 제4영격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올론의 모습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주변에 떠오른 아티팩트 언령 증폭자들의 수가 다섯으로 늘었다.
‘천상의 문 앞에 섰던 놈이었군.’
모르드는 내심 혀를 찼다.
하이록스의 후예는 브레디아스의 후예와 마찬가지로 총 5단계에 걸쳐 신격을 완성한다.
놀랍게도 다올론은 신의 혈손으로서 신성을 완성하기까지 단 한 계단만 남겨두었던 참이었다.
퍼퍼퍼퍼퍼펑!
그리고 그가 변신하는 동안 다른 적들도 놀고 있지 않았다.
사방팔방에서 마법이 날아든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단죄자는 모두 마법사였다. 수십 명의 단죄자가 모르드 한 명에게 집중해서 화력을 쏟아내자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폭발한다.
‘종언의 권능이 온전히 통하지 않는다.’
모르드는 그것을 막으면서 실험의 결과를 확인했다.
‘이놈들이 권능을 쓰는 구조는 지금까지 본 그 무엇과도 다르다.’
지금까지 종언의 권능은 신의 혈손이든 고대 엘프의 후예든 용족이든, 심지어 마족에게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모두 칠감(七感)을 통해 권능을 통제했고, 종언의 권능은 그 칠감을 고장 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죄자들은 다르다.
이놈들은 천상의 힘을 강탈해서 쓰고 있긴 한데, 그것을 칠감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칠감이 아닌 다른 감각… 그러나 완전히 다르진 않고 멋대로 개조시킨 그런 느낌인가? 무슨 불법 개조한 해적판도 아니고.’
단죄자들이 권능을 쓰는 걸 반복해서 보다 보니 좀 감이 잡혔다.
‘영향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닌데… 고장 나는 게 아니라 성능이 억제되는 식으로 영향을 받는군.’
거기까지 파악한 모르드는, 밖으로 들리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말했다.
전투 중에 구축한 메시지 네트워크였다.
그리고 전투 중에 구축했다는 것은, 적의 눈길을 피해서 그 일을 해낸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단죄자들이 모르드와 에리우에게 정신 팔린 사이, 파르웰은 모습을 감춘 채로 유유히 고래의 아래쪽을 날면서 관측과 분석에 전념하고 있었다.
모르드는 파르웰이 분명 미소 짓고 있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