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79화
에리우 역시 모르드의 뒤를 따라서 고래 위로 내려섰다.
“음?”
그때였다.
-신통 봉쇄!
몇몇 단죄자를 중심으로 빛의 파동이 퍼져 나가 주변을 휩쓸었다.
-백룡노호!
에리우는 개의치 않고 용신통을 전개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뭐야? 안 돼?’
용신통이 전개되는 순간, 누가 붙잡아 세운 것처럼 멈춰 버렸다.
당황한 에리우가 선택한 행동은 아주 단순했다.
‘한 번 더 해보자!’
-백룡노호!
이번에는 냉기 파동이 터졌다.
그러나 그 범위는 불과 반경 100미터 정도였다.
에리우가 용혼강림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게 위력이 줄어든 것이다.
“크, 윽……!”
“이런 어, 이, 없는……!”
하지만 적들 또한 경악하고 있었다.
신통 봉쇄(神通封鎖).
그것은 단죄자들이 이 땅의 동쪽을 지배하는 용족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힘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세월 동안 많은 용족들을 제물로 삼아서 그 위력을 몇 배로 발전시켜왔다.
모든 단죄자는 상관의 허가가 떨어지면 신통 봉쇄자가 될 수 있다. 대신 다른 권능은 전혀 쓸 수 없게 되지만.
그리고 신통 봉쇄자가 두 명만 있으면 고위 용족이라 할지라도 전혀 용신통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여섯 명이 동원되었는데도 에리우의 용신통이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했다.
“신통 봉쇄자 넷 추가해라!”
다올론이 명령을 내렸다.
쿵! 쿠웅! 쿠궁!
둔중한 소음이 울리며 고래의 등 위에서 잿빛 기류가 기둥처럼 위로 솟구쳤다.
그 기둥 속에 있던 단죄자 넷이 신통 봉쇄자로 화했다.
[매서운 추위도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못하리라!]그리고 다올론의 언령이 울려 퍼진다.
냉기에 저항하는 힘이 단죄자 전원에게 부여된 것이다.
다른 단죄자들도 거기에 냉기 저항의 마법을 중첩해서 걸면서 에리우의 용신통 공격을 버텨낸다.
“입으로 떠드는 꼴이 꽤나 짜증스럽구나.”
그 앞으로 모르드가 쇄도해 온다.
쾅!
다올론의 쌍검과 모르드의 주먹이 충돌한다.
콰콰콰콰콰콰……!
맨손 격투술과 쌍검술이 현란하게 맞부딪친다.
“큭……!”
다올론이 이를 악물었다.
격투전은 팽팽했다. 모르드도, 다올론도 상대를 몰아붙이지 못한 채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는다.
‘동쪽의 죄인 놈들, 이런 괴물을 키우고 있었나?’
그는 모르드가 동쪽의 생존자들이 보낸 특수병력이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용족보다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에리우가 함께였기에 더욱 확신이 깊어졌다.
“그렇다면!”
그의 등 뒤에 후광이 떠오르며 공간이 일그러진다.
오러의 7단계
오러의 공명권역(共鳴圈域)
그러나 그 힘은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거센 일그러짐을 빚어낼 뿐이었다.
치직… 치지지지지직!
모르드 역시 공명권역을 펼쳐 중화시켰기 때문이다.
“…너 역시 도달했는가.”
다올론은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동시에 그의 공명권역이 변화했다.
‘뭐야?’
모르드는 놀랐다.
상대가 공명권역을 전개하는 순간, 받아쳐 중화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공명권역을 덧씌워서 다중 공명권역 싸움으로 몰고 갈 의도였다.
그런데 다올론이 그보다 빠르게 다중 공명권역을 펼쳤고…….
꽈광!
섬전 같은 일검이 모르드를 강타해서 튕겨내었다.
‘두 개의 공명권역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겹쳐 펼친다?’
다올론이 펼친 두 번째 공명권역의 목적은 모르드에게 특정한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주 좁은 영역에 펼쳐졌다.
심지어 다올론 자신조차 다 덮지 못할 정도로 작은, 고작 반경 50센티 정도의 영역에.
‘마력 가속?’
그 영역 속에서 다올론의 마력이 급가속했다.
꽝! 꽈광!
쌍검으로 펼치는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이 급증한다.
폭발적이면서도 동시에 더없이 안정적인 마력 가속.
아무리 마력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다올론은 영역을 좁히고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공명권역으로 그것을 실현했다.
파앗!
모르드의 가슴팍에서 불꽃이 튀었다.
팍!
어깨에 미세하게 긁힌 상처가 난다.
스팟!
머리칼이 약간 잘려 나가며 뺨에 얕게 베인 상처가 난다.
엇박자로 가속하는 쌍검술이 폭풍처럼 모르드를 몰아쳤다.
[검에 하늘을 가르는 위맹함이 더해지리라!]또한 언령이 더해진다.
언령의 힘이 중첩되며 검에서 비롯되는 파괴력이 더욱 증폭된다.
[도달하는 속도는 섬전처럼 빨라지리라!]뿐만 아니다. 검 끝에서 뿜어 나와 날아가는 오러의 기세가 가속하며 더욱 빠르고 강하게 예측을 쳐부순다.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었나!’
모르드는 감탄했다.
공명권역을 이런 방식으로 운용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방식이었다.
공명권역에 도달한 마투술사끼리 싸울 때는 어차피 서로의 영역을 중화해 버리니 이쪽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공명권역에 이른 자와 여러 번 싸워본 경험이 있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발상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다올론이 펼치는 기술은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았다.
‘총을 든 미꾸라지 같다. 확실히 짜증 나.’
짜증 난다는 것은 상대방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엇박자로 가속하는 쌍검이 현란하게 모르드를 두들겨댔고, 중간중간 언령이 터져 나오며 이쪽의 움직임을 어지럽힌다.
그 사이사이의 빈틈을 포착해서 공격을 가하면 부딪치는 것을 피하면서 미꾸라지처럼 흘려내고, 빠져나간다.
날카로움과 노련함이 공존하는, 최고 수준의 기술이었다.
‘이놈…….’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세를 퍼붓는 다올론은 섬뜩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가 이리 단단해?’
몇 번이고 방어를 뚫고 공격이 들어갔다.
그런데 제대로 타격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정타는 하나도 없다. 방어를 뚫어도 살갗을 얇게 베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무기에 베여 상처가 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마투술이 경지에 이른 달인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얕은 상처마저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야 정상이었다.
문제는 모르드를 베어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 번 베어야 상처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몸이 너무 단단해서 마치 강철의 표면을 긁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모르드 역시 오러 아머로 몸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진동 오러 블레이드로 때리는데도 각도가 안 좋으면 상처도 안 나는 육체라니.
‘순식간에 회복해 버리는군. 자존심 상하게스리.’
다올론은 이를 악물었다.
종잇장을 베는 듯한 상처를 만들어내 봐야 의미가 없다. 금방 없던 것처럼 재생해 버린다.
다올론은 그냥 베고 있는 게 아니다. 벨 때마다 오러를 침투시키고 있다. 마력을 집중해도 쉽게 회복할 수 없도록.
하지만 모르드는 그렇게 침투한 오러를 손쉽게 녹여 버리고 바로바로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네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조롱하듯이.
‘거 참.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참 오랜만이군.’
거의 100년에 걸쳐 마투술을 연마해온 몸이다. 살짝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오싹.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다올론은 그 느낌을 무시하지 않았다. 공세를 포기하고 곧바로 몸을 날려 모르드와 거리를 벌렸다.
“음.”
모르드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볼 만큼 본 거 같아서 끝내려고 했더니… 감이 제법 좋은 놈이군.”
“젊은 놈답게 시건방지구나. 누가 누굴 끝낸다는 거지?”
“온전히 내 손으로 쓰러뜨리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지. 뭐, 분명 밑천이 꽤 많이 남아있겠지만 언제까지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네놈들의 원군이 오는 걸 기다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슬슬 끝내겠다.”
“허세 하나는…….”
코웃음을 치던 다올론은 흠칫했다.
어느새 모르드의 뒤쪽에서 눈부신 빛이 일고 있었다.
-태양정령의 위광!
모르드의 심상 세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현한 세데아가 권능의 빛을 폭발시켰다.
‘대체 어떻게 이런 수작을… 소환술 같은 건가?’
다올론은 경악했지만 그것은 지금까지 모르드 일행의 적들이 느낀 경악과는 종류가 달랐다.
허를 찔렸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 것은 아니다.
때로 술법사들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강력한 환요를 불러내는 소환술로 허를 찔러올 때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세데아는 허상의 존재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빛이 거대 고래의 등 위를 휩쓸었다.
오오… 오오오오오오오!
물론 거대 고래 또한 그 빛에 불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위에서 온갖 폭발을 일으키며 치고받아도 유유히 날던 거대 고래가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발판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출렁이는 가운데, 단 두 명만큼은 자신의 비범함을 유감없이 보였다.
모르드와 다올론이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언령을 쓸 시간은 없다.’
언령의 단점이다. 수백 분의 일 초를 다투는 찰나의 격전 속에서는 쓸모가 없다.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완성되는 것.
그것이 언령의 조건이었으니까.
따라서 이 순간은 오직 전사로서의 역량만으로 부딪친다.
‘하나.’
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손날과 칼날이 부딪친다.
‘둘.’
서로에게 뛰어들면서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계속해서 마주 보는 형국으로 치고받는다.
‘셋……?’
새로운 공명권역을 펼치려던 다올론이 움찔했다.
움직임이 어긋났다.
‘왜?’
의문은 짧았다.
비스듬하게 찌른 그의 검이, 허공의 한 점에 막혀 있었다.
분명히 그의 팔이 움직이고 있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검이 뻗어 나간다.
그러나 그렇게 뻗어 나간 검은, 당연히 점유해야 할 공간을 점유하지 못한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모르드가 그 검의 궤적에 겹쳐야 할 방어 대신 주먹에 쥐고 있던 뭔가를 놓아두었기 때문이다.
-한 줌의 광야(廣野)!
그것은 ‘하늘의 손아귀’로부터 비롯된 파생형 권능.
하늘산에서 천공신의 신성, 그 본질을 깨달으면서 얻은 성과의 일부였다.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형태로 빚어낸 공간왜곡장을 갖다두어 함정으로 삼는다.
겉으로 볼 때는 주먹 하나로 움켜쥘 수 있는 작은 구체 같지만 그 속은 광야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광활한 영역.
그것을 치는 순간 검도, 그로부터 뻗어 나간 강맹한 오러 블레이드도 헛되이 낭비되었다.
당연히 점유해야 할 공간을 점유하지 못했다. 적에게 방어를 강요하여 물러나게 만들었어야 할 공격이 그러지 못했으니, 그것은 고스란히 허점이 되어버린다.
모르드는 그 허점을 용서 없이 찔렀다.
투학!
일권이 그를 강타한다.
‘제기랄!’
그리고 튕겨 나가는 그를 모르드가 뒤쫓는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였다.
물론 그는 전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단죄자로서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마법도 쓰지 않았고, 또 그가 호위하는 주시자 군주에는 상대를 압도할 힘이 비장되어 있었으니까. 그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게 생겼다.
‘오만이 나를 죽이는가.’
그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만한 덕분에 온전히 전사로서 싸우고 죽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구나!’
미련을 버린 순간,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순간에 공명권역이 펼쳐진다.
생각하는 순간 곧바로 펼쳐지고, 그리고…….
-비명을 쪼개는 칼!
지금까지 살면서 날린 그 어떤 검격보다도 완벽한 일격이 날아간다.
마치 시간 축이 어긋난 것 같다.
끝장을 내러 오던 모르드가 공격 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올론의 일검이 그의 목으로 짓쳐 들어간다.
“……!”
그리고 빛이 그의 시야를 꿰뚫었다.
* * *
쿠궁… 쿠과과과광……!
폭음이 아스라이 들려온다.
다올론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 올릴 머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긴…….’
딱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이다.
‘홍화가 보여주었던 영역.’
그때는 죽어서 단죄자로 전생하기 전이었다.
그의 숨통을 끊어놓은 홍화의 화살.
그 화살이 심장을 꿰뚫기 전, 홍화는 빛으로 화해 그를 이 영역으로 데려왔었다.
젊은 시절, 오러 전이에 도달한 순간부터 줄곧 인지하고 있었지만 끝내 발 디디지 못했던 곳.
눈을 돌린다.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그러자 주변에서 무수한 정보가 쏟아져 온다.
‘아.’
이곳에서는 평생 당연하게 여겨온 이치가 의미를 잃는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해 있다.
1초 전과 10일 전.
10시간 후와 3초 전과 33분 전.
9시간 55초 전과 10초 후와 5초 전과 13일 전.
30초 전과 7시간 후.
5분 후와 3초 전과 1분 전…….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채로, 인간의 정신으로는 그 순서를 짜 맞춰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의 파편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두려웠다.
그 정보의 홍수에 빠져서 녹아버리는 것 같은, 그로써 자아가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감각이 밀려온다.
보인다.
적들의 모습이.
세데아가 권능의 빛을 터뜨리는 게 신호였다.
모르드의 심상 세계에서 대기 중이던 케엘, 달시, 리온, 라그나스가 나타나서 단죄자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에리우의 용신통을 막고 있던 신통 봉쇄자들도, 단죄자들도, 언데드들도, 주시자들도 모두 속절없이 쓸려 나간다.
‘처음부터 이럴 셈이었군. 정면승부로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서, 철저하게 허를 찔렀어. 완벽하게 당했다.’
보인다.
몸부림치는 거대한 주시자 군주 아래로 추락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하하, 홍화, 미안하오. 따라갈 수 없게 되었군…….”
단죄자의 목숨은 죄인이었던 시절보다 훨씬 질기다.
거의 영주급 마족에 가깝다. 심장이 터져 나가거나 머리가 잘려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추락하며 홍화에게 닿지 않을 유언을 말하는 다올론의 모습은, 그런 생명력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꿰뚫린 심장부로부터 시작된 빛이 온몸을 잠식해서 산산조각 내고 있었으니까.
그 광경을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던 다올론은, 문득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저것이 자신이란 말인가?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며 할 만한 행동이지만, 동시에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모르겠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성공한 것 같군.]그 순간 쏟아지던 정보의 홍수가 거짓말처럼 멀어져간다.
자신의 몸이 서서히 무언가에 잠겨 사라져가는 것 같았던 감각이 물러가며, 대신 한 사람이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모르드.]자신을 죽인 남자, 모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