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77화
모르드 일행은 일단 정찰을 통해 정보를 모아보았다.
용족 여자가 꽤 많은 정보를 주긴 했지만 그것만 믿고 일을 진행하기에는 불안감이 있었으니까.
“통곡의 벽은 확실히 그렇게 부를 만하네. 힘으로 뚫고 나가는 거 말고는 답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한데?”
통곡의 벽 쪽을 정찰하고 온 케엘이 혀를 내둘렀다.
“꽤 넓은 영역에 그 움직이는 산 같은 괴물만 다섯이 드문드문 포진해 있고 그 주변에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포진해 있는데 최소한 1만은 넘는 것 같아. 완전 봉쇄 상태야.”
“그리고 아마 교전 시간이 길어지면 단죄자들이 추가 병력으로 오겠지. 일단 공간이동으로 통과할 수 있는지 시험해 봐야겠군.”
“아마 안 될 것 같아요.”
파르웰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공간왜곡장을 막는 수단이 보였나?”
“통곡의 벽이라는 게 단순히 거길 지키는 놈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벽이 존재하더군요.”
파르웰이 환영주문으로 자신이 관측한 통곡의 벽을 허공에 그려내었다.
날아오르는 저주의 재가 땅과 하늘을 잇는 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저주의 구름층 같은 걸 벽 형태로 펼쳐놨다는 건가.”
“그 정도로 두껍진 않습니다. 밀도가 옅어서 그 너머가 보이긴 해요. 그래도 권능으로 단번에 넘어갈 순 없는… 그런 조치가 취해졌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도박은 피해야겠지. 정말 기가 막힌 놈들이군.”
모르드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지 지독한 놈들이다. 단죄자들은 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한 채로 생존자들을 박멸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 혹은 정복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건 효율성 따윈 내다 버린 짓이다. 하지만 합리성이 중요한 게 아니겠지. 놈들의 목적은 점령이나 지배가 아니라 제노사이드(Genocide)니까.’
용족과 엘프까지 포함한, 이 세계 인류의 절멸.
그런 단죄자들의 행동을 합리적인 사고로 이해하는 건 무리였다.
케엘이 말했다.
“저길 넘어가더라도 문제일 것 같은데. 동쪽은 더 상황이 심각할 가능성도 있잖아?”
“그렇지. 그럴 경우엔 최대한 빨리 그 지역을 돌파하는 수밖에.”
“하긴. 놈들이 우리 위치를 특정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긴 하지…….”
케엘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온누리 제국까지 가야 한다.
다른 곳은 몰라도 아직 온누리 제국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어쨌든 힘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군. 좋다. 계획대로 간다. 최대한 먼 지점에서 저 거대한 고래와 주시자 무리를 기습해서 단번에 격파하고…….”
단죄자들이 그 지점으로 병력을 집중시키는 동안, 벼락처럼 통곡의 벽을 강습하여 돌파한다!
* * *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싸우게 해주십시오.”
김운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생존자 중 여섯 명이 그를 따라서 몰려와 있었다.
서둔을 통해 모르드 일행의 계획을 듣고는 싸움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안 된다.”
“저희가 약하기 때문입니까?”
“그 이유도 있다. 여러분의 원래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와는 별개로, 여러분은 아직 격전에 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아직 모르드 일행이 동대륙에 온 지 나흘째였다.
고작 이 기간 동안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루에 두 끼를 챙겨 먹고, 캄캄한 은신처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는 환경에서 지낸 생존자들의 상태는 많이 나아져 있었다. 고작 나흘이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래도 여전히 건강한 상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들 아직 체중이 채 2킬로그램도 늘지 않았다.
다만 서둔은 예외였다. 그녀는 모르드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벌써 3킬로그램 이상 증량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전투에 참가할 만한 상태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모르드 일행과 훈련하면 단기적으로는 잘 싸우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탈진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갔던 인류의 기억을 보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익힌 무예도, 무신술도, 술법도 모두 인류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들은 자신이 익힌 그 귀중한 자산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 그것이 인류를 위한 일이다.
“무엇보다 당신들은 귀중한 역사의 목격자들이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여 전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자의 의무일 것이다.”
“은공, 당신께서는…….”
김운산은 탄식했다.
“…매번 저를 경탄케 하시는군요. 부끄럽습니다.”
하루하루 절망감에 사로잡혀 숨만 붙어 있던 시간에는 원한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한시라도 더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에게 구원받고 나자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원한이 고개를 들었다.
긴 세월 동안 받아온 고통의 기억을 되새겼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때마다 느낀 슬픔과 상실을 떠올렸다.
그러자 원한과 분노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생존자를 보호하는 것만 신경 쓸 필요도 없지 않은가?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모르드 일행과 함께 저 증오스러운 단죄자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모르드는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의 목숨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죽어간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세상에 이 지옥 같은 역사를 전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고.
술법사들은 모두 용족으로서 이름 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학식을 쌓은 자들이다. 그렇기에 모르드가 말한 명분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이분은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점점 더 궁금해진다.
서대륙에서도 결코 평범하게 대접받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 절망으로 가득 찬 미지의 땅에 와서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모르드가 말했다.
“지켜봐라. 그리고 다음, 혹은 그다음 싸움에서라도 한몫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하루 세끼를 챙겨 먹어라.”
“…….”
김운산은 한 방 먹은 표정으로 침묵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부터 생존자들은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 시작했다.
* * *
두근.
신성이 고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드는 뜻밖의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기분 좋은 고양감이 심신을 감싸고 있었다.
‘투신의 신성이 기뻐하고 있군.’
생존자들은 오랜 절망 속에서도 싸울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 투쟁심에 투신의 신성이 반응하고 있었다.
“의외로군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파르웰이 말했다.
모르드가 물었다.
“저들이 싸우고 싶어 하는 게 말인가?”
“예.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우리들을 만나 희망을 얻게 됐다고 하더라도 투쟁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단죄자들과 싸우고, 저항하며 살아온 이들이 아니다.
단죄자들의 눈을 피해 살아남는 것에 최선을 다해온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파르웰에게는 저들이 원한을 불사르는 것이 꽤 의외의 면모로 다가왔다.
“생존자 전부가 저렇진 않을 거라고 본다. 저 사람들만 그렇겠지.”
눈앞의 적과 싸울 힘이 있으면서도 책임질 사람들이 있어서 싸움을 피해야 했던 사람들.
저들은 서서히 목을 죄어오는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온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든 목숨을 버리지 않고 살아왔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거지.”
50년은 이 세상에서는 인간의 일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긴 세월이다. 그만한 세월 동안 절망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버텨왔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의 의지는 초인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건강을 회복하고, 술법사로서 준비를 갖추고 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능력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건 기대되는군요. 확실히 술법사는 전투용 부적과 도구를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 같으니까요. 마치 궁수에게 화살이 있냐 없냐의 차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궁수의 화살이라…….”
그보다는 술법사 혼자서 총병대와 포병대를 겸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파르웰에게 그 개념을 설명하려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술법을 위한 물자를 확보하기 힘든 환경이니 그렇게까지 엄청난 수준을 기대하긴 힘들지도…….”
그렇게 말하던 모르드의 뇌리에 문득 얼마 전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파르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어쩌면 우리 땅에 찾아온 용군단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파르웰은 모르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그때 싸운 용족 술법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보십니까?”
“놈들의 무장 상태나 외모로 보건대 저 사람들만큼 극단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멀었겠지. 그래도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기 전처럼 물자를 확보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지 않았겠나?”
“…설득력이 높아 보이는 가설이군요. 어쩌면 우리는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서대륙에서 맞붙었던 반역의 용군단의 정예는 소름 끼칠 정도로 뛰어난 전투능력을 보여주었다.
파르웰은 그들이 쓰는 술법을 모르는데 그들은 마법에 대해서 잘 알았기에 꽤 고전했고,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그런데 만약 그 술법사들이 물자 부족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거라면?
‘그 자리에서 우리들 중 몇몇은 죽었을 수도 있었겠지.’
패배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과연 희생 없이 이길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파르웰은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며 오싹함을 느꼈다.
그리고 모르드는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
‘서림.’
바렌쉬엔 서림.
자신에게 패해 죽어가면서도 온누리 제국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대술법사.
어쩌면 그 역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보여준 술법은 대술법사라 불리는 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모르드가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세독마의 내용과는 달리 종말에 가까운 이 동대륙의 상황이 작용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술법사가 쓰는 다종다양한 부적과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특정한 짐승의 피와 가죽, 신체 일부.
까다로운 조건을 성립시켜가며 재배해야 하는 영험한 힘이 깃든 약초나 꽃 같은 것들…….
이런 세상에서 그런 자원이 계속 풍족하게 공급되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걱정이군.’
서대륙에서 죽어간 이들은 아직 살아남은 반역의 용군단의 전력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을 잃은 반역의 용군단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내고 있을까?
‘그 빌어먹을 놈들이 다 죽었으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인데…….’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적을 걱정해 주는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모르드는 힘없이 웃고 말았다.
* * *
거대한 고래의 형상을 띤 주시자 군주는 불길한 잿빛 하늘 아래, 거의 2킬로미터에 근접한 고도를 날고 있었다.
그 속도는 꽤 빨랐다. 건강한 사람이 평지에서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 세 배는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데다 높은 곳을 날고 있어서 지상에서 올려다볼 때는 느릿느릿하게 나는 것처럼 보였다.
“음?”
그 위에 앉은 채로 잠들어 있던 단죄자, 다올론이 눈을 떴다.
“왜 그러십니까?”
그의 곁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부관이 물었다.
“적이 온다. 전원 전투태세로. 언데드 병력 일으키고, 신통 봉쇄자를 세 명… 아니, 여섯 명 준비하도록. 지원군도 불러라.”
“예?”
부관은 당황한 나머지 얼빠진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적이라니, 그들이 점령한 지 오래된 이 땅에서 대체 누가 주시자 군주를 공격한단 말인가?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들 중에 그럴 만한 힘이 있는 존재는 단언컨대 없었다.
“아, 아니.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다올론의 명령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어쨌든 감시자 군주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지휘관이 내린 명령이다. 부관인 그는 헛수고가 되더라도 따르면 그만이었다.
“후우, 군기가 개판이군. 뭐, 그럴 만도 하지만.”
다올론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런 부관의 반응도 이해는 되었다. 다올론 자신도 어처구니가 없었으니까.
“진짜 동쪽 놈들이 우리 후방이라도 쳐보겠다고 특수부대를 보내기라도 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위험한 느낌이 들진 않을 것 같은데…….”
후우우우우우!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잿빛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정말로 무수한 재가 휘몰아치는 것 같은, 불길한 기류였다.
동시에 빛이 번뜩였다.
꽈아아아아앙!
허공에서 섬광이 폭발하며 공간이 뒤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