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1화
모르드는 눈을 떴다.
그의 체감상으론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다올론의 영혼을 붙잡아놓고 이야기를 나눈 곳은 시공간의 바깥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다올론을 쓰러뜨린 직후였다.
“음…….”
모르드는 작게 신음했다.
눈 깜짝할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매번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겠군. 힘들다.’
다올론을 쓰러뜨리고 영혼을 붙잡아 해방시키는 것만 해도 크나큰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모르드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오러화를 이용, 다올론의 영혼을 시공간의 바깥으로 데려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한, 시공의 연속성이 붕괴한 영역에서 다올론이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모르드가 천공신의 권능으로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모르드가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했다.
‘일단은 해방에만 주력해야겠군. 대화로 정보를 얻는 건 이 작업이 익숙해져서 부담이 줄어든 다음이다.’
정신을 다잡던 모르드는 불현듯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르드가 구해낸 다올론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그 답이었다.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다올론의 영혼은 모르드 안으로 갔다.
정확히는 모르드의 심상 세계로 들어가서 어딘가에 잠든 것 같았다.
‘내가 직접 인도해야 하는 거였다니… 쉽게 가는 일이 없군그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해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영혼을 해방시켜 봤자 금세 다시 저주에 사로잡힐 뿐.
그러니 직접적으로 영혼이 갈 길을 찾아서 보내줘야만 했다.
‘그게 어딘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겠고.’
지금으로서는 방법을 모르겠다.
모르드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거대 고래의 등을 따라 달리며 메시지 주문으로 말했다.
다들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벼락같은 공세로 적들을 때려 부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갑자기 살려서 제압하라니?
다들 의문을 접어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드가 굳이 저런 지시를 내렸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신뢰였다.
‘저들의 영혼을 하나하나 구원해 봤자 거대한 호수에서 작은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셈이겠지만…….’
그럼에도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빛바래지는 않는다.
폭음과 비명 속에서, 모르드는 저주받은 영혼들을 구하기 위한 작업을 개시했다.
* * *
오오오오오오……!
4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고래, 아니, 고래 형상의 저주 덩어리가 울부짖는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그것은 몸 여기저기가 크게 부서져서 추락해가고 있었다.
상처가 났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몸 여기저기가 크게 파손되어서 그 부분으로부터 피 대신 저주의 재가 뿜어져 나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정령 융합, 권능 융합으로 공격을 퍼붓던 케엘이 중얼거렸다.
“어휴, 덩치가 커서 그런지 정말 질기네.”
거죽도 정말 단단해서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았고, 또 어중간한 수준의 상처는 금방 재생해 버린다.
호위 병력을 전부 쓸어버린 후에도 고래를 파괴해서 추락시키기까지는 5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고 있군요.”
파르웰이 중얼거렸다.
먼 곳에서 단죄자들의 지원 병력이 몰려오고 있었다.
주시자를 타고 날아오는 단죄자의 숫자가 200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일 뿐이리라. 사방팔방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접근해 오는 게 감지되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빠져나가자.”
모르드가 종언의 권능으로 휘감은 단죄자를 쓰러뜨리면 그 영혼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내었다.
주시자 군주를 파괴해서 추락시키기 전까지 모르드는 11명의 영혼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세 명은 실패. 기회는 한 사람당 한 번뿐. 정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짓이다.’
모르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을 구하는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세 번은 실패했다.
14명에게 시도해서 11명을 구하고 3명은 구하지 못했으니, 성공률을 따지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모르드는 11번의 성공보다 3번의 실패가 더 통렬하게 가슴에 꽂혔다.
리온이 물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상대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모르드는 단죄자의 영혼을 구하는 경험을 통해서 점점 많은 정보를 얻어냈고, 갈수록 그 작업에 능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접근 중인 단죄자 병력과 싸워서 더 많은 영혼을 구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리온의 생각에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만 해도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강적이 있었다. 놈들이 얼마나 밀려올지, 그리고 그중에 우리를 위협할 강적이 얼마나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그러니까 일단은 원래 계획대로 이곳을 이탈해서 통곡의 벽을 돌파하는 게 옳았다.
“하긴 그렇네. 적한테 중요한 이동시설 하나 격파했다고 우쭐할 만한 상황은 아니니까.”
리온은 모르드의 말에 납득했다.
곧 일행은 모두 모르드의 심상 세계로 들어갔고, 모르드는 곧바로 공간왜곡장을 펼쳐 그곳을 이탈했다.
몰려오는 적들이 포위망을 구축하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이놈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았으니까.
‘능력이 제약되니 확실히 짜증 나는군.’
지상에서 공간왜곡장을 펼칠 때마다 1~2킬로미터 정도씩 이동하는 게 고작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실질적 이동속도는 음속을 초월하는 수준이니 적들을 뿌리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추락해서 흩어져 가는 주시자 군주에게로 몰려든 적들은 곧 자신들의 표적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 *
한동안 적들의 눈길을 피해서 이동하던 모르드는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왔다는 확신이 들자 잠시 휴식을 취했다.
원래는 곧바로 통곡의 벽을 강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전투의 피로감이 너무 커서 도저히 연전을 치를 수가 없었다.
“후우.”
심상 세계에 들어온 그는 얼굴을 쓸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에게 케엘이 회복 물약을 하나 던져주었다. 피로와 체력을 회복해 주는 효과가 있기에 정신력 소모가 컸을 때도 효과가 있었다.
“크으, 좋군.”
단번에 물약 한 병을 들이켠 모르드는 바짝 말라버린 것 같았던 머리에 다시 활력이 도는 걸 느꼈다.
케엘이 물었다.
“영혼 구하는 거, 진짜 부담이 심한가 보네?”
“마력 소모가 큰 건 아닌데 집중력 소모가 심하다. 매번 극한까지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거든.”
상황이 급박할수록 정밀한 작업을 성공시키는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모르드가 느끼기에 단죄자의 영혼을 구하는 과정은 등 뒤에 칼날이 날아오는 것을 뚜렷하게 느끼면서도 바늘을 던져서 작은 구멍을 통과시키는, 그런 곡예나 다름없는 난이도였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익숙해지는 느낌이긴 하다. 이건 어쩌면…….”
모르드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지금 떠오르는 느낌을 언어화하기 위함이었다.
“…권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든다.”
“권능이 만들어져?”
“신성의 본질을 파악하고 활용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권능을 만들어가는 과정.”
종언의 신명이 눈을 뜨는 순간, 첫 번째 권능의 형태가 정해졌다.
모르드는 그 후로 한 번 더 신격을 올렸지만 그것으로 새로운 권능을 얻지는 않았다. 종언의 권능이 질적으로 성장했을 뿐.
“육신의 형태로 빚어진 저주와 그 속에 사로잡힌 영혼이 어긋나는 걸 보는 순간… 저 영혼을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시도해 봤더니 할 수 있었다. 한 번 할 때마다 극심한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집중력 소모가 심하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마도 단순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르드는 그것이 ‘그렇게 하고 싶은’ 자신의 갈망이 빚어낸 결과임을 알았다.
“강한 의지를 조각칼로 삼아 신성이라는 소재를, 그 안에 잠재된 힘을 원하는 형태로 조각한다…….”
아마도 과거에 모든 신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권능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케엘이 말했다.
“의지로 신성을 조각해서 새로운 권능을 얻는다라……. 말로 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군요. 적어도 신성 완성자여야 할 것 같은데요.”
모르드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던 파르웰이 말했다.
“우리들, 신혈이 가진 신성은 엄밀히 따지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조상의 힘을 빌려 쓰는 것에 가깝다. 신성을 완성하여 천상에 오를 자격을 얻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래 새로운 신명을 추구하는 것이 신성을 완성한 자, 신족에게만 허락된 일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죠. 따지고 보면 신성을 완성하는 과정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의 소유권을 완전히 손에 넣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빌려서 사용하던 것만이 허락되던 유산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게 되었을 때, 그리하여 신성 완성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르드는 이런 당연한 법칙을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권능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신성의 틀에서 어긋나지 않는, 그 방향성에 걸맞은 권능만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어라, 그럼 나랑 달시는 원한다면 새로운 권능을 만들 수 있는 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케엘이 눈을 크게 떴다.
파르웰이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달시는 가능하겠습니다만, 케엘 당신은 모르겠네요.”
“왜?”
“정령 신화의 신성은 좀 성질이 다르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어떻게 생각해요, 세데아?”
“새로운 권능을 만드는 거라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던 세데아가 입을 열었다.
“다만 그건 확실히 신족들이 권능을 빚어내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문제는 우리들, 정령 신화 세계관의 존재는 모두 타고난 정령술사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정령의 일족도, 엘프도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였다.
“정령술, 그리고 정령 융합이 너무나 범용성이 뛰어난 능력이라는 점이지요.”
케엘이 전투에서 보여주는 능력이 얼마나 다양한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신화정령을 셋이나 거느리고 있다.
태양정령 솔테티
별 정령 마스프
빛의 신화정령 윌로타
이 신화정령들과 융합했을 때는 각각의 권능을 실로 다채로운 형태로 활용하지 않는가?
“정령융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케엘은 이미 일반적인 신족보다 월등히 다양한 권능을 가진 거지요.”
그렇기에 정령 신화 세계관의 존재에게 있어서 신성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권능을 빚어낸다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물론 각각의 일족, 그 신성을 지닌 존재라면 자신의 근본으로부터 비롯된 정령의 권능을 가집니다. 우리들, 일데르바 일족이 태양정령의 그것을 기반으로 한 권능을 가진 것처럼요.”
세데아가 손끝으로 권능의 빛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마치 먼 산봉우리에 걸린 햇살 같은 빛이 어른거린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저는 앞으로 일족의 권능을 변형시키거나, 형질을 특화시킨 파생형 권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새로운 권능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거예요.”
어쩌면 그것은 정령융합이라는, 너무나 범용성이 뛰어난 권능의 대가일지도 모른다.
그들 자신의 신성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권능은 극도로 제한되는 것이다.
파르웰이 납득했다.
“과연. 듣고 보니 당연한 대가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물론 예외야 있겠지만…….”
세데아가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모르드 님이 지금 하는 일을 권능으로 완성하신다면… 저주에 사로잡힌 영혼을 구하는 일은 훨씬 수월해지겠지요.”
“그렇겠지. 일단은 기회가 올 때마다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고개를 끄덕인 모르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문제가 두 가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