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2화
“무엇인가요?”
세데아의 물음에 모르드가 대답해 주었다.
“첫 번째는 단죄자의 영혼. 뚜렷한 자아를 보이지 않는 단죄자에게는, 구할 영혼이 없더군.”
사실 모르드가 영혼 구하기를 시도한 대상은 40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중에 영혼이 존재한 대상은 14명뿐이었다.
세데아가 물었다.
“영혼이 없다면 단순한 인형 같은 존재라는 뜻인가요?”
“아마도.”
모르드는 몇 번이나 시도해 보고 그런 결론을 얻었다.
감정을 보이고, 대화를 나눌 정도로 뚜렷하게 자아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죄자들 말고는 구할 영혼 자체가 없었다.
“이상하군요. 영혼도 없는 존재가 그런 능력을 보이다니…….”
파르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만도 했다.
모르드가 영혼이 없다고 판단한 단죄자들도 일반적으로 보면 매우 강력한 전투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신체 능력도 어지간한 마투술사 수준으로 뛰어나고 마법도 쓴다. 그리고 종종 권능을 쓰는 자들도 보였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지.”
파르웰의 지적에는 모르드도 동의했다.
“분명히 에소우의 권능을 쓰는 단죄자와 헤게레스의 권능을 쓰는 단죄자… 정확히는 그런 존재가 여럿 있었는데, 영혼이 없었다.”
약하긴 하지만 분명 활의 신 에소우, 구속과 감옥의 신 리데이파의 권능을 쓰는 단죄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단죄자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였다.
파르웰이 눈살을 찌푸렸다.
“으음. 설마 놈들은 영혼 없는 단죄자들에게 신혈의 권능을 부여해 줄 수 있는 걸까요?”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번에 본 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
만약 그렇다면 보통 인간도 단죄자가 되는 순간 마투술사 수준의 신체능력, 최소 3, 4서클까지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 거기에 더해서 약하게나마 신혈의 권능까지 갖게 된다는 뜻이다.
실로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이쯤 되면 동대륙이 50년 넘게 멸망하지 않고 버틴 게 더 불가사의해 보일 지경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모르드가 말했다.
“두 번째는 문제는, 조금 전에 구출한 영혼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음? 무슨 뜻입니까?”
“그 영혼들은 내 안에 있다.”
파르웰의 물음에 모르드는 자신이 느낀 바를 설명했다.
저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영혼을 해방시켜 봤자 금세 다시 저주에 사로잡힐 뿐이니 직접적으로 영혼이 갈 길을 찾아서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이들을 본래 가야 할 곳으로 보내줄 방법이 필요해.”
“아, 그건 답을 알 것 같은데요?”
피식 웃는 파르웰의 말에 모르드가 놀랐다.
“음? 알 것 같다고?”
“예. 신전이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통해서 신에게 기원하면 되지 않겠어요? 영혼을 구원하여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신의 일이죠.”
“…….”
모르드는 말문이 막혀서 눈을 껌뻑였다.
“…그렇군. 생각해 보니 너무 당연한 일인가?”
“물론 단죄자들이 신전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으니 그런 소통 창구를 찾는 것 자체가 일이 될 겁니다. 그리고 과연 신께 바칠 공물 없이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고요.”
“공물로 바칠 만한 물건이야 넘쳐나니 상관없지. 다만 영혼을 인도하는 것이 얼마나 제물을 바쳐야 하는 기적인지가 문제인데…….”
“저기요.”
그때 문득 자신 없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일행의 눈길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작고 비쩍 마른 용족 소녀, 김서둔이 소심하게 한 손을 들어서 주목을 모으고 있었다.
“그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파르웰이 무릎을 탁 쳤다.
“신관을 앞에 두고 엉뚱한 방법만 궁리하고 있었군요.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원한이나 저주로 오염되어 현세에 해를 끼치는 영혼을 정화하고, 본래 가야 할 곳으로 가도록 길을 인도한다.
그 또한 신관이 신으로부터 받은 성무(聖務)가 아니던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 지금까지 일행에 신관이 없었기에 생각이 닿지 않았다.
모르드가 물었다.
“여기서도 가능한가?”
“죄송해요. 그건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부족해서…….”
“본래 소통 창구로 기능하는 신전, 아니면 최소한 제단이 필요하겠군요. 그게 아니면 성물이나…….”
파르웰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모르드가 말했다.
“이제 와서 지난번의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이 모든 것은 통곡의 벽을 돌파해서 동쪽으로 향하기 위한 작전이다. 이제 와서 작전 목표를 내던지고 다시 이 지방에 틀어박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동쪽에는 좀 더 온전한 신전이나 제단이 남아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군.”
모르드는 미련을 털어버리고 결단을 내렸다.
* * *
“뭐?”
홍화는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 설마 지금 그걸 농담이랍시고 한 거야? 죽고 싶어서 환장하셨나 보지?”
이내 그녀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그녀의 앞에 선 보고자를 덮쳤다.
“아, 아닙니다.”
보고자는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압박감과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다.
숨쉬기가 힘들다.
그도 막강한 힘을 가진 신혈 출신의 단죄자인데, 홍화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패닉에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다올론 경은… 전사하셨습니다.”
“…….”
“정말, 입, 니다…….”
신경이 가닥가닥 끊기는 것 같은 공포 속에서도 단죄자는 필사적으로 말을 쥐어짜 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그를 갈가리 찢어발길 것 같았던 압박감이 약해졌다.
“커헉……!”
“젠장.”
홍화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욕설을 내뱉었다.
“꺼져. 죽여 버릴 것 같으니까.”
“네, 넷!”
보고한 단죄자가 공포에 질려서 달아났다.
홍화는 의자에 몸을 묻으며 짜증을 냈다.
“얼간이. 그렇게 잘난 척을 해놓고…….”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더라니, 설마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순번이 밀려서 다시 만나려면 한참 걸릴 텐데. 길면 반년… 아니, 설마 그거보다 오래 걸리는 건 아니겠지? 다올론이 그래도 우선순위가 꽤 높을 텐데…….”
홍화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커다란 상실을 겪은 자가 느낄 법한 울분이나 원한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한 짜증, 그리고 분노.
“다올론.”
그녀는 죽은 다올론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자기에게 또 죽음을 겪게 만든 것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복수해 줄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 버린 것 같은 중얼거림이었다.
하지만 단죄자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들릴 이야기였다.
‘공을 세우자. 그걸로 그이의 부활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주겠어.’
단죄자는 죽어도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확자의 손으로만 가능한 기적이기에 무한정 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쪽의 죄인들을 상대하며 엄청난 수의 단죄자가 죽어 가는데, 그들 전부를 부활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확자의 수는 적고, 그들이 처리할 수 있는 부활 업무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쓸모 있다고 인정받은 존재만이 우선순위를 부여받아서 빠르게 부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올론 정도 되는 단죄자는 우선순위를 부여받기에 충분했다.
홍화가 전공을 세운 뒤 포상으로 다올론의 부활을 앞당길 것을 요구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왜 죄 없는 녀석을 해코지하고 그래? 말도 다 안 듣고 쫓아내다니.”
가벼운 남자의 말투와 함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백 살 가까이 먹었으니 성깔 좀 죽이시지 그러세요, 이홍화 씨.”
다소 말라 보이는 체격의 단죄자 남자였다.
하지만 선이 가느다랄 뿐, 몸 자체는 마치 극도로 압축한 것 같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짧은 소매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팔뚝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대리석을 깎아 만든 조각상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벌써 잊어먹었나, 둘란 크라기스?”
“오늘은 공무 때문에 온 거거든. 그러니까 신경 긁지 말았으면 좋겠군. 성질나서 한바탕 해버리면 당신이나 나나 한 소리 듣는다고.”
둘란 크라기스라고 불린 단죄자가 혀를 찼다.
방패의 신 크라기스.
그 신의 혈손임을 알리는 성씨는 생전에는 그의 자랑이었으리라.
하지만 단죄자가 된 지금은 그 자체로 끔찍하게 모욕적이다. 그래서 신혈 출신의 단죄자들은 서로 이름을 부를 때 성씨를 빼고 부르는 게 관례였다.
홍화가 굳이 성씨까지 붙여서 풀네임을 부른 것은 둘란의 신경을 건드리는 도발이었던 것이다.
홍화의 눈이 흉흉한 빛을 발했다.
“잘됐네. 한바탕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마침 너라면 화풀이하기 딱 좋잖아?”
홍화와 둘란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그것은 단죄자가 되기 전, 죄인이었던 시절에 겪었던 일 때문이었다.
단죄자의 군세가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홍화와 둘란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홍화는 무신의 화신이었으며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웠다. 그러다 결국 존엄한 죽음을 맞이했다. 다올론이 그랬던 것처럼.
둘란은 그녀와는 반대였다.
크라기스의 이름을 가문명으로 쓰는 대귀족 가문의 일원이었으며, 명성 높은 신혈 전사였던 그는 책임져야 할 전선에서 일찌감치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비겁자로 손가락질받는 것으로 끝이었으리라.
둘란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도망자들을 결집시켜서 약탈을 벌였다.
어차피 나라가 망할 거라고 여기고 동쪽의 타국으로 도망가서 자리 잡기 위한 부를 축적하고자 한 것이다.
홍화를 비롯해서 수많은 이들이 전방에서 목숨 걸고 단죄자의 군세와 맞서 싸우는 동안, 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안전지대를 휘젓고 다녔다.
그런 무도한 패악질이 끝난 것은, 전선이 붕괴했기 때문이었다.
슬슬 위험한 분위기를 감지한 둘란 패거리는 마지막으로 한탕 하고 나서 동쪽으로 떠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눈에 띄는 피난민 무리를 덮쳤는데, 하필이면 그곳에 홍화가 섞여 있었다. 당시의 그녀는 중상을 입은 상태라서 회복을 위해 피난민들과 함께 대피시켰던 것이다.
홍화는 중상을 입었으면서도 귀신처럼 맹렬하게 싸워서 둘란 패거리를 전멸시켰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부상이 악화되었고, 얼마 후 추격해온 단죄자들에게서 피난민들을 지키기 위해 장렬하게 산화하고 말았다.
정상적인 세상이었다면 그것으로 끝났을 이야기다.
하지만 얼마 후, 홍화와 둘란은 모두 단죄자로 전생하여 같은 편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둘란과 단죄자가 된 후에도 그를 중심으로 결집한 이들을 본 홍화는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조리 죽여 버리고 말았다.
홍화가 그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이나 최후방인 옛 유라스 왕국령에 처박혀 있어야 했던 것에는 그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하이고, 무서우셔라.”
둘란은 자신을 두 번이나 죽인 홍화의 으름장에 과장되게 몸서리를 쳤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태도였다.
“뭐, 진심으로 다올론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그만두시지? 화풀이한답시고 날 죽여봤자 다시 좌천될 뿐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둘란은 유능한 단죄자였으니까.
기서 홍화가 제 성질을 못 이기고 그를 죽인다 한들 주시자가 되살려줄 테니까.
“여전히 허세 하난 일품이네.”
홍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섬뜩한 미소였다.
그녀는 둘란의 본심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아무리 단죄자가 부활할 수 있다고 해도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죽음 자체가 남기는 정신적 상처도.
둘란은 홍화의 눈빛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미친 여자는 화풀이로 자신을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기에 재빨리 입을 열어다.
“…들어야 할 내용은 다 들어야 할 거 아냐. 네가 조금 전에 쫓아낸 녀석이 너한테 전해야 할 내용을 다 전하질 못했거든.”
“무슨 내용이지?”
“정말로 심각한 내용이니까 꼬아서 듣지 말라고. 수확자님께서 직접 명령하신 거니까.”
둘란은 홍화의 반응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했다.
“다올론 경의 영혼이 사라졌다. 그래서 부활시킬 수 없다고 하시더군.”
“…….”
순간, 홍화의 표정이 망연해졌다.
“…지금 뭐라고 했어?”
“다올론 경은 부활할 수 없다고.”
“…….”
홍화는 흔들리는 눈으로 둘란을 바라보았다.
“전해야 할 말은 여기까지야.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수확자님을 찾아가서 물어보시게나.”
“둘란 크라기스.”
“아, 좀. 그만두라니까. 당신 화풀이 받아주러 온 거 아니라니까. 그래 봤자 사실이 변하진 않아.”
“…….”
“그럼 이만 실례…….”
둘란은 여유로운 척 어깨를 으쓱하고는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빛이 번쩍했다.
꽈광!
그는 벽을 뚫고 날아가서 건너편의 절벽에 처박혔다.
“…….”
어느새 홍화가 그가 있던 자리에서 주먹을 뻗은 자세로 서 있었다.
“누구냐?”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절벽을 굴러떨어지는 둘란을 보며 중얼거렸다.
쓰레기 같은 놈이긴 해도 강하고 유능한 전사이니 저 정도로는 죽지 않으리라. 그 정도는 감안한 화풀이였다.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거냐.”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분노가 솟구친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그 감정과는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솟구치는 분노가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게 연마되면서 그녀의 얼굴이 무표정해진다.
“만약 저 얼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절벽을 굴러 강에 빠지는 둘란을 보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당신의 복수를 하겠어, 다올론.”
그녀는 몸을 돌려 수확자에게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