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3화
제269장 반전된 삶
옛 유라스 왕국의 단죄자 병력은 두 지점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하나는 모르드 일행이 격파한 주시자 군주가 있는 지점이다.
이미 모르드 일행은 빠져나간 뒤였지만 추락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을 포위하고, 탐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 하나는 아직 멀쩡히 날아다니고 있는, 또 다른 주시자 군주가 있는 지점이다.
단죄자들에게 있어서 주시자 군주는 주요 전략 시설이다.
그중 하나가 파괴되어 버린 이상 나머지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모르드 일행이 노린 대로였다.
“여기가 동부도 아니고 서부 끝자락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
또 다른 주시자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집결한 단죄자들은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역시 동쪽의 죄인 놈들이 파견한 특작부대겠지.”
“그렇겠지. 그놈들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잖아? 놈들이 바다를 통해서 중부나 서부에 나타난 지는 꽤 됐으니까.”
바다 또한 단죄자들의 지배가 미치는 영향이었다.
하지만 하늘이나 육지와 달리 바다에 대한 지배력은 완전하다고 하기 힘들었다.
해상 지배력은 거의 완성되었다고 봐도 되지만 온누리 제국의 생존자들의 활동 영역은 바다 밑까지 닿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놈들도 더 이상은 설칠 수 없을 거다.”
주시자 군주를 지키기 위해 집결한 병력은 괴물 병력을 포함해서 1만에 달한다.
“하지만 여기 말고 허를 찔러서 다른 쪽을 노릴 가능성도 있지.”
다른 단죄자가 지적했다.
옛 유라스 왕국 영토에 존재하는 주시자 군주의 숫자는 총 24개체였다.
모르드 일행에게 하나가 파괴되는 바람에 이제는 23개체로 줄어든 상태였고 말이다.
모르드 일행이 만난 생존자 일행이 둘이라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활동 영역이 한정되는 그들이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이 그 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시자 군주 하나가 지름 100킬로미터가 넘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주시자 군주 개체들에도 호위 병력 보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상관없어. 어느 정도는 병력이 보강되니 버틸 수 있을 거다.”
물론 유라스 왕국의 단죄자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자, 다올론이 당해버린 이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주시자 군주도 전투 대기 상태로 들어갔으니까.”
본래 주시자 군주는 항상 정해진 지역을 순회할 뿐이다.
하지만 전투 대기 상태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이동 요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주시자 군주 중 하나라도 공격받는 순간, 나머지 주시자 군주 전부가 기존의 순회 루트에서 벗어나 병력을 싣고 공격받은 주시자 군주에게로 날아갈 것이다.
“놈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시 온 길로 돌아가서 도망치는 것뿐.”
그리고 그들이 도망치는 순간, 해안을 따라서 깔아둔 감시망이 그들의 행적을 포착하고 바닷속 추격전을 시작하리라.
“다올론 경의 후임으로서, 그의 복수를 하겠다.”
한 단죄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다올론은 옛 유라스 왕국령의 총괄 책임자였다.
그가 막강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후방에 처박혀 있었던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수십 년 전, 홍화가 전방에서 큰 사고를 치고 후방으로 유배된 탓에 그녀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함께 머무르려고 계속 그 자리를 고수한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홍화가 다시 전방으로 향하면서 다올론도 이곳을 떠날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을 지정해 둔 상태였다.
“급보입니다!”
그때 단죄자 하나가 허둥지둥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
“주시자 군주 파괴범들이 동쪽 지역 봉쇄선을 돌파했습니다!”
그 말에 단죄자들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뭐? 그놈들이 왜 거길 돌파해? 해안으로 안 가고?”
* * *
산악지형 사이로 짙은 안개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흐르는 땅이었다.
그 땅 위로 폭음이 질주하고 있었다.
콰광… 콰과과과광……!
안개 곳곳에서 폭발이 솟구치며 대지를 뒤흔든다.
그워어어어어어……!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실로 거대한 형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일어났을 때의 높이가 100미터를 훌쩍 넘는 거인이다.
산봉우리 하나를 몸통으로 삼아서 팔다리를 달아놓은 것 같은, 기괴하면서도 거대한 존재.
그 존재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휘두른다.
콰아아아아아앙!
팔을 휘둘러 땅을 강타하는 것만으로도 지진이 일어나 주변을 뒤흔들었다.
강타된 부분의 지반이 붕괴하면서 산사태가 일어나 그 아래쪽을 휩쓸었다.
“이놈들, 이동 요새라는 개념을 엄청나게 좋아하는군.”
산거인의 손이 닿는 범위에서 멀찍이 벗어난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저 산거인은 움직이는 요새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 위에 있던 수백의 주시자들이 날아오르고, 투박한 형태로 만들어진 골렘들과 각종 괴물들이 뛰쳐나왔다.
그워어어어어!
게다가 산거인의 역할은 그것만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주시자들이 모르드를 포착하는 순간, 산거인의 산봉우리 부분… 그 아래쪽에 달린 두 눈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
어지간한 궁극마법을 능가하는 파괴력이었다.
쾅! 콰콰콰광!
거기에 산 여기저기서 잿빛 불길에 휘감긴 돌멩이들이 포탄처럼 발사되어 사방팔방을 폭격한다.
실로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이동 요새였다.
“마음 같아서는 속을 남김없이 살펴보고 싶지만…….”
모르드는 안개 속을 질주하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참아주마.”
그리고 질주하는 모르드의 옆쪽을 따라서 날던 세데아가 손을 들어 올렸다.
-광세(光世)의 파괴자!
9서클 궁극주문이 발동, 세데아로부터 한줄기 섬광이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다.
이윽고 직경이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섬광의 구체가 소용돌이치며 떨어져 내린다.
그워어어어어어!
산거인이 포효한다.
하지만 방금 막 최대출력으로 주포를 쏘아내고, 폭격을 가한 직후였다.
낙하해 오는 섬광의 구체를 요격할 수단이 남지 않았다.
쿠구구구궁……!
그럼에도 산거인이 무방비 상태인 것은 아니다.
주포로 요격할 수는 없지만 방어막을 펼쳐 막을 수는 있었다.
“저런.”
세데아가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본래대로라면 빛의 구체는 방어막을 짓누르며 힘겨루기를 했으리라.
하지만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곧바로 폭발해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대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휩쓸었다.
거대한 산거인조차도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밀려 나가다, 결국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쿠과아아아앙……!
그 충격으로 발생한 지진파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모르드와 세데아는 그 충격파를 뒤로 한 채 동쪽으로 질주했다.
* * *
모르드 일행이 지역 봉쇄선을 돌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역 전체를 휘감고 흐르는 안개 속에 수많은 적 병력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세데아가 무수한 정령을 소환해서 그들의 신경을 분산시킨 뒤에 고속으로 돌파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우려한 것과 달리 지역 봉쇄선에서도 공간왜곡장이 완전히 봉쇄되지는 않았다.
물론 상당히 억제되긴 한다. 먼 곳의 좌표는 잡을 수 없었고, 한 번 쓴 직후에 다시 새로운 좌표를 잡기가 까다로워서 연속으로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그래도 수백 미터 정도를 한 번씩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적들을 농락하며 지역 봉쇄선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역 봉쇄선을 돌파한 모르드 일행은 적이 추격해 오기 전에 단번에 그곳을 벗어나 더욱 동쪽으로 향했다.
“이상하군.”
지역 봉쇄선에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위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피던 모르드는 눈에 띄는 점을 발견했다.
“저놈들은 왜 해안을 봉쇄하고 있는 거지?”
해안가를 따라서 단죄자들이 좍 깔려 있었다.
하늘에는 괴물 새의 모습을 한 주시자가, 땅에는 괴물 개의 모습을 한 만생 포식자들이 득실거렸다.
파르웰이 말했다.
“바다로 나가거나, 바다에서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군요.”
“만약 우리가 이유라면… 우리가 바다로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니라면, 바다를 통해서 이 지역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뭔가가 있다는 거고요. 만약 우리가 원인이라면… 그 다올론 경이 말했다는 가설이 원인일지도 모르겠군요.”
“우리가 온누리 제국에서 보낸 특작부대라고 착각해서?”
“예. 놈들도 그 지고병기의 존재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생존자를 구출한 우리가 그 지고병기, 푸른 거북 호 같은 배를 타고 바다로 진입한 뒤에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일리가 있군.”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도 서대륙에서 끝없는 폭풍을 넘어온 신혈, 정령의 일족, 용족, 라이칸스로프, 그리고 개로 이루어진 일곱 명과 한 마리의 일행이 자기들의 주요 전략 시설을 파괴할 거라고 어떻게 상상하겠는가?
단죄자 입장에서는 50년 넘게 치열하게 싸워온 적 세력에서 운용하는 특작부대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파르웰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통곡의 벽을 돌파한 이상 저놈들도 이상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렇다면…….”
케엘이 해안을 봉쇄하고 있는 적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빠져나가기보다는, 놈들의 착각에 불을 지펴주는 건 어떨까?”
“좋은 생각이다.”
모르드는 미소 지었다.
* * *
단죄자들은 남부 해안선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드가 처음 도달한 바닷가에서 마주하여 처치한 단죄자였다.
그 단죄자가 죽기 전까지 보고 들은 정보 또한 수확자에 의해 취합되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모르드 일행이 대륙 북쪽이 아닌 남쪽 바다를 통해서 침투해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르드 일행이 다시 육지를 탈출하여 배에 오를 때도 남부 해안을 통할 거라는 판단으로 해안 봉쇄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콰광……!
그들이 통곡의 벽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단죄자 전부에게 전파되기 전, 남부 해안가를 봉쇄한 병력이 공격받았으니까.
콰과과광!
마법과 정령이 적들을 덮친다.
해안 봉쇄 병력을 덮친 것은 모르드, 케엘, 달시, 파르웰 네 명이었다.
처음부터 적에게 혼선을 줄 목적의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목격되는 일행의 구성이 계속 바뀌는 것만으로도 적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흩어져서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말이다.
케엘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
통곡의 벽과 달리 이곳에서 싸워야 할 적들은 단죄자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 전부의 영혼을 구하고 싶지만, 한 번 시도할 때마다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모르드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시도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둘.’
기회가 보일 때마다 영혼 구하기를 시도해서 성공시킨다.
‘셋…….’
모르드는 목표를 다섯 번 성공으로 잡았다.
그 이상은 욕심부리지 않는다.
‘넷… 제길.’
하지만 네 번째 시도가 실패했다.
“음…….”
그리고 실패한 이유는 명확했다. 집중력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잠시 쉰 것만으론 부족했군.’
하긴 주시자 군주 강습 때 한 번 집중력을 극한까지 혹사했고, 그 후 30분 정도만 휴식을 취한 뒤 통곡의 벽을 돌파한 직후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여기까지다.’
모르드는 악을 쓰며 덤벼오는 단죄자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안타깝지만 더 이상 무리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
세상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손닿는 이들조차 구할 수 없는 무력함이 원통했다.
‘하지만… 결코 이대로 끝나진 않을 거다.’
그 울분을 분출하듯 적들을 휩쓰는 모르드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