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4화
“이야, 좌천되어서 처박힌 후방에서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를 본 모르드는 흠칫했다.
잿빛 레게 머리를 한 남자였다.
지금까지 본 모든 단죄자들의 피부가 시체처럼 창백했던 것에 비해 이 남자의 피부는 그보다는 조금 어두운, 회백색을 띠고 있었다.
그의 이목구비는, 모르드가 이 세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다.
‘흑인?’
지구에서는 많이 봤던 이목구비였으니까.
‘이 세계에도… 아, 있다고는 나왔지만.’
세독마에도 동대륙에서 등장한 바 있었다. 본래 이 대륙에 존재하던 인종이 아니라서 매우 희소한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세계의 인간의 인종 구성은 지구와 동일하지 않다. 고대에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종족이 존재했었기 때문일까, 지구와 비교하면 다들 어느 정도는 혼혈의 느낌이 나는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런데 눈앞의 존재는, 적어도 모르드는 한눈에 흑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성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동쪽의 죄인 놈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왜 굳이 이런 인재를 특작부대로 보낸 거지? 우리의 일원을 더해줄 뿐이라는 걸 알 텐데…….”
아마도 생전에는 검은 피부를 가졌었을, 레게 머리의 단죄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투학!
그리고 모르드의 도끼, 라흐팅과 그의 검이 충돌했다.
‘이놈도 고리자루큰칼을 쓰는군. 구름철로 만든 걸로 봐서 온누리 제인가?’
푸르스름한 빛을 띤 직도, 고리자루큰칼에서 시퍼런 빛이 솟구쳤다.
후우우우우!
그리고 흑인 단죄자가 신혈을, 아니, 영격을 개방해서 변신한다.
잿빛 기류가 그를 휘감으며 마력이 폭증하고, 뇌전이 휘몰아친다.
‘본 적 없는 신성이다.’
모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은 한둘이 아니다. 어지간히 이름난 신격이 아니고서야 그 신화가 대륙을 넘어 전해지지 않는다.
“너 정도의 인재를 교화시킨다면 나도 다시 동부의 최전선으로 갈 수 있겠지! 아, 저 둘도 포함해서…….”
“뭔 개소리야? 성스러운 땅 출신이라고 아주 기고만장하셨군. 누구 마음대로 공을 독점하겠다는 거지?”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발하는 단죄자 일곱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영격을 개방하여 강대한 마력을 발하고 있는 상태였다.
“쯧, 핏덩이들이…….”
흑인 단죄자가 혀를 찼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케엘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전투의 목적은 적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다.
모르드 일행의 목적은, 단죄자들이 예상한 대로 남쪽 해안을 통해 동료들에게 합류하는 것이리라.
모르드 일행은 이미 인원을 분산해서 흩어졌을지도 모른다.
모르드 일행의 전투능력은, 남부 해안의 봉쇄망을 통과하기에는 부족하다…….
적들이 그렇게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한가락 하는 놈들이 모여준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단죄자 중에서도 강력한 존재임이 틀림없는 다올론을 격파하고, 주시자 군주를 격침시키는 데 성공한 모르드 일행이 별거 아닌 놈들 상대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노골적으로 수상해 보이지 않겠는가?
케엘이 지시를 내렸다.
케엘이 죽이자고 한 세 명은 모두 마법사였다.
물론 단죄자는 죄다 마법을 쓰긴 한다. 하지만 주어진 주문을 활용하는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추적을 끊기 위해서는 마법사는 확실하게 처리해 둘 필요가 있었다.
파르웰이 투덜거렸다.
항상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마법사 입장에서 보면 ‘멍청한 척’ 한다는 것은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그리고 격전이 벌어졌다.
“하! 강하군! 그 명성 높은 다올론이란 놈을 쓰러뜨렸다더니!”
흑인 단죄자는 강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차곡차곡 영격이 올라가더니 결국 제4영격 개방 상태에 이르렀다.
꽈르릉… 꽈광!
또한 그가 휘두르는 뇌전의 권능은 대단히 강력했다.
오러와 융합, 압도적인 출력으로 주변을 휩쓸어댄다.
-멸살의 섬광!
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신나게 쏴댄다.
8서클 주문까지 거침없이 쓰는 그의 화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보통이 아니군.’
모르드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때 케엘이 말했다.
모르드의 입꼬리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어?”
그 직후, 흑인 단죄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때까지 모르드와 그의 전투는 치열한 격전이었다.
그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단죄자들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모르드가 힘 조절을 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싸움의 양상이 바뀌었다.
파악!
모르드의 도끼가 그의 뇌전 오러를 찢어발기고 팔을 날려 버렸다.
“이 자식, 권능을 감추고 있었구나!”
흑인 단죄자가 이를 악물었다.
모르드가 그때까지 감춰두고 있던 종언의 권능을 펼쳤기 때문이다.
신나게 퍼부어대던 권능에 갑자기 엄청난 부하가 걸리자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고, 모르드는 용서 없이 그의 팔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그 팔은 그가 칼을 들고 휘두르던 오른팔이었다.
모르드는 무심하게 그를 보며 말했다.
“너까지는 구해주마.”
“뭐?”
설명은 필요 없었다.
흑인 단죄자는 마법과 권능을 마구잡이로 난사하며 이탈하려고 했지만, 모르드는 이미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파악!
결국 모르드의 도끼가 그의 뇌전을 찢어발기고 날아들어 목을 쳤다.
콰아아앙!
폭발하는 오러가 그의 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 * *
모르드 일행은 해안을 봉쇄한 단죄자들을 한바탕 휘저어놓고 나서 이탈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막대한 피해를 주긴 했지만 결국 봉쇄망을 완전히 붕괴시키거나, 돌파해서 바다로 나아가진 못했다.
적들은 그렇게 믿을 것이다.
특출하게 강한 놈들 중 마법사는 목표대로 처리했고, 나머지도 중상을 입혀서 추격해 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퇴할 때는 파르웰이 궁극주문을 터뜨려서 적들의 발을 묶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적들을 흔들어둔 뒤, 모르드 일행은 다시 동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동 속도는 옛 유라스 왕국 영토를 벗어나기 전과 비슷했다.
생존자 탐색을 하면서 나아갔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로 이동하면서 꽤 광범위한 영역을 탐색하기에 이동 속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도상의 직선거리로 따졌을 때 하루에 100킬로미터 이상은 이동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생존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모르드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꼈다.
‘만들어지고 있다.’
그때 느낀 것이 맞았다.
종언의 신성이, 새로운 권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동대륙을 덮친 이 재앙에 종언을 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권능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나흘이 지났을 때, 모르드는 단죄자의 도시를 발견했다.
* * *
“놈들도 원래 도시 시설을 그냥 쓰는군.”
높은 지형에 올라서 도시를 살피며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폐허가 된 마을이나 도시를 여럿 지나쳤다.
하지만 저 도시는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었다.
성벽도 반듯하게 유지되고 있고 안쪽 건물들도 유지보수가 잘 되고 있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확실했다.
“이 땅에 와서 처음으로 멀쩡한 도시를 보니… 굉장히 묘한 기분이네.”
리온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인간이 아닌, 한때는 인간이었으되 영혼을 빼앗긴 단죄자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유라스 왕국의 폐허하고는 확실히 좀 느낌이 다른데요. 그쪽은 우리 쪽하고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파르웰이 도시의 경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유라스 왕국의 도시는 석조건축물이 많았고, 건축양식이 어느 정도 이국적이긴 해도 서대륙과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그에 비해 지역 봉쇄선을 돌파해서 한참 동쪽으로 온 지금, 단죄자들이 살고 있는 저 도시는 보다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거의 모든 집이 색이 뚜렷한 기와를 얹고 있다는 점이나 집의 바깥 부분에 드러난 기둥이 눈에 띄는 색깔을 띠고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 그랬다.
“흐음. 그러고 보니 단죄자들은 뭘 먹고 사는 걸까요? 정상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저주의 재가 하늘을 오염시키고 있어서 늘 일조량이 부족하다.
이런 환경에서 평범하게 농사를 지어서 제대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소규모 농사라면 모를까, 대인원을 먹일 수 있는 식량 생산은 아무리 봐도 무리다.
“그렇군. 이놈들도 먹고 자는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할 텐데…….”
모르드도 그 부분에 흥미를 느꼈다.
“다음에 단죄자의 영혼을 구할 때 한번 물어봐야겠군.”
“그런 지식을 알게 되면 좋긴 하지만…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파르웰이 흠칫했다.
학자로서의 지식욕과 이성적인 판단이 충돌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모르드는 다올론 말고 다른 단죄자들의 영혼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오러화를 이용해서 시공간의 바깥에 붙잡아놔야만 대화가 가능한데, 그런 일을 하면 그냥 영혼 구하기만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극심한 피로감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작업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열 명의 영혼을 더 구할 수 있을 테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모르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중요한 정보다. 그 부분을 안다면 놈들의 식량 공급을 방해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건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파르웰의 눈이 빛났다.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명분에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한번 정찰은 해봤으면 좋겠는데…….”
보통 이런 때는 하늘로 날아올라서 관측하는 게 가장 쉽다.
하지만 이 땅의 하늘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적들에게 발각당하면 또 전투를 거쳐야 할 것이다.
“케엘, 가능하겠나?”
“놈들 상대로 은신술이 먹히는 거야 확인했지만, 저 도시에 어떤 방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니 확신은 못 하겠는걸.”
케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도 한번 가 볼게. 아예 눈에 안 띄어야 하니까 좀 빡세긴 한데… 파르웰, 마법으로 눈 하나 붙여줘.”
“알겠습니다.”
파르웰은 즉시 케엘에게 주문을 걸었다.
모르드의 감각으로 말하자면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되는 소형 카메라를 케엘에게 달아주는 것 같은 주문이었다.
“다녀올게.”
그리고 30분 후.
쿠과광……!
도시 외곽에서 폭발이 치솟았다.
“아, 이런.”
파르웰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도시에 잠입해서 몇몇 시설을 정탐하던 케엘이 발각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