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5)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5화
케엘은 정령술을 십분 활용한 은신술을 써서 손쉽게 도시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도시 안의 풍경을 눈에 담고, 몇몇 시설을 정탐하고 다녔다.
‘대장간은 아예 전략시설로 운영되는 것 같군.’
그중에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장간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백 명이 넘는 장인들이 뚱땅거리며 계속해서 무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만한 규모의 대장간이 계속 굴러가고 있다는 건 소재를 공급해 주는 공급망도 존재한다는 뜻이지. 광산도시와 제철소가 어딘가에 있겠네.’
단죄자가 인간처럼 먹고, 자고, 싸는 존재라면 전쟁을 위한 인프라도 인간들의 그것과 똑같을 수밖에 없다.
‘아니, 똑같진 않군. 골렘은 그렇다 치고 언데드를 노동력으로 쓰고 있다니…….’
대장간에서 일하는 것은 단죄자만이 아니었다.
골렘, 그리고 엘프와 용족의 언데드들이 물건을 들어 나르거나 청소를 하는 노동력으로 일하고 있었다.
‘살해당한 걸로도 모자라서 언데드가 되어 노예처럼 부림당하는 건가…….’
케엘 입장에서 보면 한숨이 나오는 일이었다.
‘여길 파괴해 버리면 어느 정도 타격이 가긴 하겠지만… 음. 그보다는 공급망을 추적해서 그쪽을 파괴하는 게 더 낫겠는데.’
대장간을 정탐한 케엘은 다음으로는 우물들을 찾아보았다.
‘이놈들도 물을 마신다.’
단죄자는 과연 식수 섭취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깨끗한 물이야.’
슬쩍 물의 정령을 흘려 확인해 보니 우물에서 퍼 올리는 물은 보통 인간도 마실 수 있는 지하수였다.
‘음? 이건…….’
그리고 처음 진입한 곳과는 반대편 성벽까지 접근한 케엘은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마주했다.
‘축사인가? 근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크잖아?’
대충 나무로 지어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건물이었다.
그늘과 그늘 사이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그 건물로 들어간 케엘은 흠칫했다.
‘저건 만생 포식자?’
단죄자들이 데리고 다니는 괴물들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만생 포식자.
머리는 회색 개의 그것이지만 덩치는 황소만큼이나 크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피처럼 새빨간 뭔가로 그린 큼지막한 눈 모양 문양이 자리하고 있다. 불꽃처럼 넘실거리는 갈기와 머리 양쪽으로 희고 둥근 뿔이 나 있는 그 괴물이, 뭔가에 먹히고 있었다.
으적으적…….
만생 포식자들이 줄을 서 있다.
그 앞에는 집채만 한 덩치를 자랑하는 또 다른 괴물이 있었고, 만생 포식자들은 마치 생물이 당연히 가져야 할 본능이 없는 것처럼 그 괴물의 입속으로 몸을 던진다.
‘돼지?’
케엘은 그 괴물이 돼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덩치가 어지간한 2층 건물보다도 더 거대하긴 하지만 말이다.
꾸국, 꾸구구국…….
이곳에 있는 건 그 괴물들만이 아니었다.
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거의 사람만 한 닭들이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닭들 또한 만생 포식자를 먹고 있는데, 부리로 쪼아서 뜯어먹다 보니 굉장히 잔혹해 보였다.
“어이, 이놈은 이제 도축하란다.”
단죄자 하나가 거대 돼지 같은 괴물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군. 이 정도 덩치면 이제 도축해야 할 때지. 따라와라.”
다른 돼지 괴물들보다 확연히 큰 덩치를 자랑하는 돼지 괴물이 자기 발로 단죄자를 따라간다. 그 뒤를 쫓아가 보니 대규모 도축장에서 돼지 괴물을 도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축사의 괴물들이 이놈들의 식량인가? 그럼 만생 포식자는 대체 뭐지?’
지금까지 꾸준히 전투병기로 활용되는 것을 봤는데 식용 괴물에게 먹이로 던져주다니,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은 채로 대형 축사와 도축장을 살펴본 케엘은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서 성벽에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과수원?’
모르드 일행이 이 도시를 발견한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상당한 규모의 과수원이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여러 개의 팔을 들고 서 있는 것 같은, 기분 나쁜 나무들이었다.
‘아무리 봐도 얼굴이야.’
나무들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이 박혀 있어서 섬뜩했다.
‘나무정령이나 숲지기 괴물들과는 좀 다른데…….’
케엘은 딱히 소름 끼쳐 하거나 하진 않았다.
모양새 자체는 지금까지 본 것들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들마다 주먹만 한 열매가 달려 있었다. 표면에 오돌도돌한 돌기가 달린 그 열매는 위쪽은 뾰족하고 아래쪽은 둥근 형태였다. 둥근 형태는 잿빛을 띠고 위쪽은 피처럼 새빨개서 도통 식욕이 일지 않는 모양새였다.
‘샘플도 하나쯤 있는 게 좋겠지.’
도축장에서 도축되어 나오는 고기도 하나쯤 훔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케엘이 조심스럽게 열매를 하나 땄다.
그 순간 나무에 박혀 있는 얼굴이 눈을 번쩍 떴다.
‘이런.’
케엘은 섬뜩함을 느꼈다.
꺄아아아아아아!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나무의 얼굴이 비명을 질렀다.
“후우.”
케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몰라서 바람정령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차폐막을 쳐뒀기 때문이다.
“누구냐!”
하지만 곧 안도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무 하나가 비명을 지르자 마치 그 감정이 전염되기라도 한 듯 모든 나무가 눈을 뜨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 젠장. 조용히 나가긴 틀렸네.”
케엘은 한숨을 쉬었다.
* * *
비명이 울려 퍼지자마자 단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 신속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이 도시가 마계화 현상을 제외한 외적에게 마지막으로 공격받은 것은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후방에서 전쟁 지원을 위한 생산거점으로만 운영된 이 도시의 경비 병력이 바짝 군기가 들어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또 뭐야? 마계화라도 터졌나?”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대는 투덜거리며 나섰다.
“온누리 제국 놈들이 보낸 특작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군.”
군기가 빠질 만큼 빠졌는데도 그럭저럭 긴급 출동 명령이 먹히는 것은 모르드 일행 때문이었다.
주시자 군주가 파괴되고, 지역 봉쇄선이 돌파당했으며, 남부 해안 봉쇄망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만한 사건들이 있었으니 후방의 경계 태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던 단죄자들은 보게 된다.
화아아아악!
망막을 불태울 듯 눈부신 빛이 서쪽 성벽을 집어삼키는 것을.
* * *
발각되는 순간, 케엘은 대단히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안 들켰다면 모를까, 들킨 이상 그냥 빠져나가는 건 머저리 짓이지.’
기왕 들켜 버렸으니 화끈하게 피해를 입히기로.
케엘은 대담하게 움직였다.
아예 과수원의 나무 몇 그루를 뽑아서 아공간 아이템 속에 처박아버린 것이다.
‘여긴 정령들에게 맡기고.’
그리고 정령들을 소환해서 과수원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이 과수원은 보통 과수원이 아니라서 화염정령 한두 마리로 불을 지르는 정도로는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이곳을 보호하는 힘이 불을 잡아먹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케엘은 대지정령 100개체를 소환해서 땅을 뒤집어엎고, 화염정령 300개체를 소환해서 완전히 불태워 버릴 때까지 날뛰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퍼져 나가는 불길 속에서 다시 은신술을 펼쳐 모습을 감추면서 서쪽 성벽 안쪽으로 진입했다.
“정령이다!”
“엘프의 짓인가? 젠장,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 있었어?”
근처에 있었던 단죄자들이 달려와서 마법을 날려 진화 작업에 나섰다.
그들은 전혀 몰랐다.
은신술로 모습을 감춘 케엘이 느긋하게 그들 뒤를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팍! 파악!
그리고 섬전 같은 검격이 그들의 목을 날려 버렸다.
“어……?”
눈을 부릅뜬 그들은, 자신이 누구에게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화르르륵!
날아올랐던 목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화염정령들이 그들을 덮쳤으니까.
“축사랑 도축장까지는 내가 부술 테니까 대장간을 박살 내.”
케엘은 빛의 정령으로 글씨를 만들어서 멀리 보기 주문으로 보고 있을 파르웰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곧바로 성벽 안쪽으로 침투해서 축사로 침입했다.
“젠장. 불을 지르다니… 여기까지 번지진 않겠지?”
“성벽이 있잖아. 불이 아무리 커도 성벽을 넘어서 오지 못해.”
“불 지른 놈이 넘어올 수도 있잖아.”
“그래서 마법사를 불렀잖아. 혹시 불씨가 보이면 급한 대로 우리가 처리하고…….”
축사의 단죄자 두 명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푹.
갑자기 뭔가가 그들을 꿰뚫었다.
“어……?”
단죄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손가락만큼이나 가느다란 오러 블레이드가 길게 뻗어 나오며 둘의 심장을 모두 관통했다.
퍼어어엉!
그리고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폭발, 두 명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매번 박살 내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오러를 펼쳐 튀는 피를 막아낸 케엘이 혀를 찼다.
단죄자는 목을 날리고, 심장을 파괴하는 것만으로는 죽지 않는다.
재생력만으로 따지면 마족보다 못하지만 생명력이 질기기 때문에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선 인간을 죽일 때보다 훨씬 잔혹한 짓을 해야 한다.
적진에 잠입해서 파괴 작전을 벌이는 입장에선 꽤 큰 스트레스 요소였다.
“닭은 한 마리 가져가 볼까?”
케엘은 가까이 있던 괴물 닭 하나를 붙잡아서 모가지를 비튼 다음 아공간 아이템 속에 넣었다.
“누구냐!”
축사에는 방금 죽은 단죄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케엘의 존재를 눈치채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 이제 아낄 필요 없겠지.”
케엘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태양정령의 위광!
그에게서 쏟아져 나온 권능의 빛이 축사를 날려 버리고, 그 옆의 도축장까지 덮쳤다.
화아아아아악!
직시한 이의 눈을 멀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광량이 도시의 서쪽을 환하게 밝혔다.
* * *
“설마 그놈들, 둘로 갈라진 것 같다더니 이쪽으로 온 건가?”
약간 살집이 있는 중년의 단죄자, 바쉬에탐은 이를 악물었다.
본래 그는 이 땅의 주인, 호데인 왕국의 귀족 중 한 명이었다.
영주로서 이 도시, 에앗탐을 다스리던 그는 단죄자가 된 후에도 그 역할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가 단죄자가 된 후로 몇 년간 에앗탐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선은 동쪽으로 계속 나아갔으니 주요 거점으로서의 지위는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단죄자로서 전선에서 공을 세우는 데 욕심이 없었던 바쉬에탐은 영주로서 영리하게 처신했다.
에앗탐을 후방 지원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바쉬에탐은 상층부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는 단죄자였으며, 그렇기에 그를 지키기 위해 전투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배치해 주었다.
[정령이 느껴집니다. 그들 중에서도 정령술사가 있다고 했으니 영주님의 추측이 맞을 것 같군요.]그렇게 말한 이는 해골 위에 화려한 의상을 걸친 언데드 마법사, 리치였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리치가 아니다.
9서클을 수행하는 초위 마법사, 즉 아크리치였으며…….
[오랜만에 정령술을 겨뤄보게 되었습니다.]생전에는 엘프였기에 정령술사이기도 했다.
바쉬에탐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조심하게. 만약 다올론 경을 쓰러뜨리고 주시자 군주를 격침시킨 자들이라면… 결코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닐걸세.”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엘프 언데드, 아크리치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단죄자의 세계에서 언데드는 결코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들은 단죄자로 전생할 자격조차 없는, 세계의 기생충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어둠 속에 물건처럼 처박혀 있다가 쓰임새가 있을 때만 밖으로 나오는 게 허용되었다.
하지만 바쉬에탐은 자신을 호위하는 언데드들에게 예의와 존중을 보여주었다.
그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산 자들처럼 자신의 거처를 소유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그렇기에 언데드들은 바쉬에탐에게 강한 존경심과 충성심을 품고 있었다.
[서두르자. 바쉬에탐 님이 곤란해지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가려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지 쓸데없는 짓을 벌이다니…….]이제 전쟁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 지역임에도 바쉬에탐을 위해 배치된, 단죄자의 언데드 군세에서도 그 강력함을 인정받은 존재들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