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6화
권능의 빛으로 축사와 도축장을 날려 버린 케엘은 혼란을 틈타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몰려드는 단죄자들을 농락하듯 그 자리를 빠져나가던 그의 앞을, 예상치 못한 존재가 가로막았다.
[찾았다.]바람정령이었다.
공기의 진동을 통해 섬뜩한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정령술? 엘프 언데드가 있었나?’
지금까지 상대한 언데드 중에 용족 언데드는 있어도 엘프 언데드는 없었다.
하지만 술법을 쓰는 용족 언데드가 있었으니 엘프 언데드 또한 있으리라고 추측했는데, 아무래도 그 추측이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상당한 실력인데.’
이 도시에서 단순 노동력으로 부려지는 언데드들과는 다른, 고위 언데드이리라.
콰광!
직후 케엘이 있던 자리를 누군가 맹습했다.
‘데스 나이트… 아니, 데스 워리어?’
묵직한 철퇴를 든 용족 언데드 전사였다.
[쥐새끼 같은 놈. 바쉬에탐 님에게 누를 끼치다니, 그 죄는 망자가 되어 갚아라!]“와, 이거 참신한데?”
케엘이 헛웃음을 흘릴 때였다.
-뇌신의 해머!
6서클 낙뢰주문이 날아들었다.
“벼락아, 막아.”
케엘은 벼락정령들을 소환해서 가뿐하게 막아냈다.
-얼음정령의 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무수한 냉기 줄기가 날아들었다.
“얼음아, 막아.”
케엘은 얼음정령을 소환해서 막으며 도약했다.
전광석화처럼 돌진해 온 용족 언데드 전사의 철퇴가 그가 있던 자리를 후려쳤다.
“이거 참.”
훌쩍 뛰어 지붕에 올라선 케엘이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지금은 어쨌거나 대낮인데… 전혀 활동에 지장이 없어 보이네?”
용족 언데드와 엘프 언데드 20명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비록 저주의 재로 하늘이 오염되어 햇살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지금은 아직 낮 시간이었다. 고위 언데드라고 해도 햇살 아래서는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잿빛 기류를 휘감고 있는 저 언데드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보였다.
‘신성 언데드하고 비슷하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네. 이 정도면 신성 언데드 그 자체 아닌가? 오염된 신성 언데드 정도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이들 또한 단죄자가 쓰는 저주의 힘을 갖고 있었다.
[혼혈인가? 귀를 보면 맞는 것 같은데, 혼혈이 이 정도도 강력한 정령술사라니… 놀랍군.]엘프 언데드 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반응만으로도 케엘은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내었다.
“말하는 걸 보니까 황금 엘프는 아닌 모양이야?”
황금 엘프였다면 ‘혼혈’ 같은 온건한 표현으로 자신을 지칭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이 변하진 않지. 유감이야.”
[부럽군.]“뭐?”
엘프 언데드, 아크리치의 탄식에 케엘은 황당함을 느꼈다.
[반쪽이나마 인간의 피를 이은 너는 존귀한 분들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으니까. 우리처럼 망자로서 죄를 갚아나가는 게 아니라 삶을 누리며 그 생명을 보람 있게 쓸 수 있겠지.]“…….”
케엘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엘프 언데드가 그를 도발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들 정말 불쌍하네.”
케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들의 상태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단죄자가 되든, 언데드가 되든 마찬가지구나.”
그를 감싸고 햇살 같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들을 그 거지 같은 악몽에서 구원해 줄 힘은 없어. 하지만 내 친구에게 부탁해 줄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곧 알게 될 거야.”
그 직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콰광……!
[아니?!] [대장간이다!] [이런 젠장! 어쩐지 한 놈밖에 없더라니 양동작전이었… 커억!]당황하던 용족 언데드가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에 그 앞으로 다가간 케엘의 발차기가 그의 몸통뼈를 박살 냈기 때문이다.
“덤벼. 내 친구들한테 가면서 놀아보자고.”
하지만 케엘이 추격하기 전, 용족 언데드의 술법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엘프 언데드, 아크리치가 수십의 정령을 불러내어 케엘에게 돌진시키며 외쳤다.
[양동작전이다! 유리언 송! 너희들은 바쉬에탐 님을 지켜라! 위험하다 싶으면 그분을 모시고 탈출해!] [하지만……!] [빨리! 여긴 우리가 어떻게든 막는다!] [큭! 알겠다! 무사해야 한다!]유리언 송이라고 불린 용족 언데드가 20여 명의 언데드 중 반수를 이끌고 그 자리를 이탈했다.
퍼퍼퍼퍼퍼펑!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아크리치가 돌격시킨 정령들이 모조리 터져 나간다.
투학!
그리고 케엘이 던진 검이 용족 언데드 하나의 팔을 쳐서 부숴 버린다.
퍼어어엉!
극한까지 압축되었던 공기가 폭발하면서 언데드들을 일제히 날려 버리고, 그 한복판에서 케엘이 솟구친다.
“술래잡기나 해보자고.”
케엘은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그들을 도발한 다음 날기 시작했다.
[합류할 셈인가!] [멈춰!]언데드들은 허둥지둥 그 뒤를 따르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광… 콰과과광……!
빗나간 공격들이 시가지를 강타하며 폭음이 질주했다.
* * *
케엘이 발각되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모르드와 파르웰, 달시 세 사람이 움직였다.
다른 동료들은 모르드의 심상 세계에서 대기 중이었다.
적들의 착각을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해안 봉쇄망을 덮쳤을 때와 동일한 인원만이 나선 것이다.
이 도시, 에앗탐에 진입하기는 쉬웠다. 방공망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엘이 일으킨 혼란에 눈길이 쏠려 있는 상황이라 하늘로부터 접근해 오는 세 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저기군.”
2킬로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모르드가 도시의 한 곳을 짚었다.
“대공망은 없는 것 같지만 방어결계는 있군요. 꽤 훌륭한 결계예요. 이걸 꾸준히 유지보수할 만한 실력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파르웰은 고도 500미터 지점까지, 도시를 돔 형태로 감싸는 방어결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 결계는 물리적으로 통과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마법이나 권능 같은, 강대한 화력이 도시를 노릴 경우 방어하는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고도 500미터 아래로 낙하한 후에야 공격을 개시했다.
-멸살의 섬광!
파르웰이 곧바로 대장간에다 초고열의 섬광을 날렸다.
파아아아아아!
적들도 전략 시설인 대장간을 무방비로 방치해 두진 않았다. 강력한 방어주문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콰과광……!
파르웰은 눈에 보이는 공격을 날리기 전에 이미 사전작업을 마쳐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반이 흔들리며 결계가 뒤틀렸고, 그 일부가 파르웰의 주문에 잠식되어서 흔들린 상태에서 공격이 가해지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뚫려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초고열의 섬광에 그 중심부를 꿰뚫린 대장간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곧 대폭발이 일어났다.
-하늘의 이빨!
그런 파르웰을 향해 지상의 적이 발한 7서클 주문, 낙뢰가 내리꽂힌다.
파지지지직!
그러나 그것은 파르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모르드가 번쩍 들어 올린 도끼, 라흐팅에 집어삼켜진 것이다.
“부수고 와라, 라흐팅.”
모르드가 속삭인 뒤 던지자 라흐팅이 한순간에 초음속으로 가속해서 적을 노렸다.
꽈광… 꽈과과광……!
지상의 건물들이 관통되며 폭발, 그 궤적에 있던 단죄자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모르드는 그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하나.’
영혼 구하기를 시도해서 성공했다.
‘둘.’
연속으로 성공시킨다.
‘셋.’
세 번째까지도 거침없었다.
“모르드!”
달시의 경고가 들려왔다.
퍼어어엉!
적이 쏘아낸 마법의 섬광이 모르드를 덮쳐 폭발했다.
“쯧.”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모르드는 혀를 찼다.
‘부담은 확실히 덜해졌다.’
나흘 만에 영혼 구하기를 다시 시도해 보니, 이전보다 현격하게 피로도가 줄어든 게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연속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점점 더 만들어져가고 있군.’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권능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 사실이 실감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완성까지는 멀었다.
극한까지 집중해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고, 영혼 구하기를 하는 동안에는 주변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저번보다는 훨씬 할 만하다. 달시, 파르웰, 도와줘라.”
“알겠어. 파르웰, 난 모르드를 지키는 데 전념할게!”
“적당히 보조하죠. 그런데…….”
파르웰이 고개를 갸웃했다.
쿠광… 콰과광!
멀찍이 떨어진 시가지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폭음이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곡예비행으로 언데드들의 맹공을 피해낸 케엘이 대답했다.
모르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단죄자의 영혼만 신경 썼지 언데드의 영혼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모르드는 케엘의 뒤를 쫓아오는 언데드들을 잠시 관찰하다가 말했다.
지금까지 본 언데드는 모두 용족과 엘프였다.
단죄자의 사회에서 대접받는 것은 오직 인류뿐이고 그 외의 종족은 전혀 대접받지 못한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그들의 영혼 또한 단죄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였다.
“라흐팅.”
거리를 파괴하며 질주하던 라흐팅이 모르드의 부름에 응했다.
곧바로 궤도를 틀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꽈광!
철퇴를 들고 케엘을 뒤쫓던 용족 언데드 전사가 라흐팅의 급습에 튕겨 나갔다.
[큭……!]그의 철퇴에는 잿빛을 띤 오러가 맺혀 있었다. 생전에는 상당한 수준의 전사였고 지금도 고위 언데드로서 매우 강력한 힘을 자랑하리라.
하지만 모르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균형을 잃은 그의 앞으로 쇄도한 모르드가 일권을 날렸다.
[이, 런……!]그 일권이 철퇴를 튕겨내고 몸통에 꽂혔다.
폭음이 울리며 마법의 힘이 깃든 갑옷, 그리고 갑옷이 감싸고 있던 몸통뼈가 부서져 나간다.
해골의 눈구멍 안에서 불타오르는 불꽃과 모르드의 눈이 마주쳤다.
“구해주마.”
[웃기지, 마라……!]언데드는 생명체와 달리 몸이 부서진다 해도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용족 언데드 전사는 모르드의 주먹에 몸통이 꿰뚫린 상태에서도 철퇴를 휘두르려고 했다.
꽈르릉!
하지만 모르드가 더 빨랐다. 몸 속에서부터 폭발한 은빛 뇌전이 그를 불태웠고…….
‘되는군.’
영혼 구하기가 성공했다.
‘영혼 구하기’는 단순히 육신을 잃은 영혼을 붙잡아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만이라면 모든 신관들이 지상을 떠도는 영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모르드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권능은 단죄자, 정확히는 그들을 이루는 근원적인 저주에 대적하는 힘이다.
영혼을 사로잡아 오염시키고 있는 저주로부터 영혼만을 깔끔하게 적출해 내고, 그것을 자신의 신성에 품어서 보존하는 힘!
파르웰이 물었다.
케엘이 끼어들었다.
그는 모르드가 심력 소모를 감수하며 시공간의 바깥에서 대화를 나눠볼 가치가 있는 영혼일지도 모른다.
그런 뜻을 알아차린 모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케엘은 언데드 무리가 둘로 나뉘었을 때, 바쉬에탐을 지키러 가는 그들의 뒤에 정령을 붙여두었다. 그래서 이미 그들의 위치를 파악해 두고 있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파르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웰과 달시에게 언데드 상대를 맡긴 모르드는 곧바로 공간왜곡장을 펼쳤다.
케엘과 함께 단번에 공간을 뛰어넘어 영주가 머무는 저택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