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8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87화
“적이다.”
무감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계를 서고 있던 단죄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리는 광경은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물론 모르드도, 케엘도 그런 광경에 동요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퍼엉!
모르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을 뛰어넘은 임펄스 볼이 폭발하며 단죄자들을 날려 버렸다.
퍼퍼퍼퍼퍼펑!
모르드와 케엘은 막강한 화력으로 저택을 때려 부수며 안으로 진입했다.
[무도한 죄인 놈들!]그 앞을 용족 언데드 전사가 가로막았다.
-거울 속 나비!
기둥 뒤에 모습을 감춘 용족 언데드 술법사의 술법이 펼쳐친다.
주변 풍경이 기이하게 뒤틀리며 용족 언데드 전사의 모습이 일곱으로 늘어났다.
투학!
일곱이 동시에 달려들었음에도 모르드는 환영에 현혹되지 않고 진짜 공세를 막아냈다.
꽈광!
그리고 가차 없는 일권이 용족 언데드 전사의 몸통을 쳐서 박살 낸다.
[커억……!]몸통이 박살 난 용족 언데드 전사가 양팔을 뻗어 모르드를 붙잡는다.
화르르륵!
그를 감싼 저주의 힘이 강해지면서 모르드의 몸을 결박했다.
용족 언데드 전사가 외쳤다.
짧은 순간의 격투만으로도 절대 모르드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기에 자신을 내던져서 동료가 공격할 틈을 벌어주려는 것이다.
“아마도…….”
모르드는 그를 보며 서글픔을 느꼈다.
자신을 쏘아보는 눈, 해골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마주하면 알 수 있다.
언데드라서, 사령술로 주인에게 복종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 몸이 부서지는 게 두렵지 않으니까…….
이 용족 언데드의 행동은 그런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절박한 의지에서 비롯된 희생정신이었다.
“…당신은 살아 있던 시절에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었겠지.”
날아드는 정령들과 마법은 케엘에게 막혔다.
하지만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흐릿하게 빛나는 나비 하나가 팔랑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자신을 버려가며 지키고자 하는 사람도… 어쩌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고.”
모르드가 말하는 사이 그 빛의 나비가 용족 언데드 전사의 몸에 닿았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대폭발이 그 자리를 휩쓸었다.
[무너뜨리고 빠진다!]그 폭발 속에서, 공격을 가한 용족 언데드 술법사가 악을 써가며 의사를 전달했다.
완벽하게 공격이 들어간 걸로 보이는 상황임에도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쿠과광!
다른 용족 언데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바쉬에탐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고자 할 뿐이다.
빛이 솟구쳤다.
용족 언데드 술법사가 신음했다.
갑자기 솟구친 빛이 그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이, 건……?]그는 의문을 끝까지 이어나가지 못했다.
콰광!
폭발이 그를 집어삼켜 산산조각 내버렸으니까.
[벌써 빠져나왔다고?] [말도 안 돼!]언데드들은 치를 떨었다.
그들은 언데드가 되기 전부터 강대한 마력과 출중한 전투능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고위 언데드가 된 것이다.
물론 언데드가 되면서 본래 휘두르던 권능, 예를 들면 용신통의 힘 같은 것은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딜 가도 대접받을 강자였다.
그런데…….
[괴물 같은 놈들!]적들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투콱! 콱!
좁은 공간을 빗살처럼 질주한 케엘의 검이 언데드 전사의 양팔과 양다리를 잘라냈다.
퍼퍼퍼퍼펑!
정령을 소환하는 족족 집어삼켜진다.
콰광… 콰과과광!
그나마 술법과 마법은 어느 정도 통용되지만, 그것도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게 고작이다.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제길, 혼혈도 저토록 강력한 정령술사가 될… 아니, 잠깐.]엘프 언데드가 흠칫했다.
[그놈은 어떻게 된 거지?]붕괴를 뚫고 나온 케엘이 너무 강력하게 그들을 몰아붙였기에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붕괴 후부터 모르드가 보이지 않는다.
[안 돼……!]먼 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비명을 지른 이가 누군지 알아차린 언데드들은 경악했다.
[바쉬에탐 님!]그것은 바쉬에탐의 곁을 지키고 있던 언데드의 비명이었기 때문이다.
* * *
“으음……!”
바쉬에탐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있는 복도 주변에는 영혼 없는 단죄자들의 시체와 부서진 언데드들의 뼈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참상을 만들어낸 남자, 모르드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당신이 바쉬에탐인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동쪽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내가 유명하진 않을 텐데?”
바쉬에탐은 의아함을 느꼈다.
몸통이 박살 나서 머리만 그 주변을 굴러다니고 있던 용족 언데드가 외쳤다.
[바쉬에탐 님! 도망치셔야 합니다!]“나도 그러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 죄인 앞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할 것 같군. 자네들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 정말 면목이 없네.”
허탈하게 웃은 바쉬에탐이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죄인이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거래를 하는 게 어떻겠나?”
“거래라고?”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쿠과광!
그때 옆쪽 벽을 뚫고 용족 언데드 전사 하나가 모르드를 맹습해 왔다.
직선으로 뻗은 고리자루큰칼이 잿빛의 혼울음을 휘감은 채 허공을 꿰뚫는다.
투학!
그러나 모르드는 가뿐하게 그 공격을 비껴내면서 용족 언데드 전사의 몸통을 쳐서 분쇄해 버렸다.
“…모두 공격 중지. 제발 부탁이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게. 난 이 죄인과 교섭을 하고 싶으니.”
몸통을 잃은 언데드의 머리와 팔다리가 제각각 땅을 나뒹구는 것을 본 바쉬에탐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실력을 갖고 나부터 죽이지 않는 걸 보니 나를 확보하고 싶은 것 같은데, 맞나?”
“…….”
모르드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빤히 관찰했다.
‘마력은 꽤 강한데… 전투능력이 뛰어난 타입은 아닌 것 같군.’
강대한 신성을 지닌 신혈이라고 해서 전부 전투에 능한 것은 아니다. 전투와 관계없는 신명을 지닌 신의 후손은 고유권능 또한 비전투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순순히 따라가 줄 테니 도시에는 더 이상 피해를 입히지 말고 물러나 주게. 내 부하들도 해치지 말고.”
“거절한다면?”
모르드는 바쉬에탐의 행동에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인간적으로 훌륭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단죄자가 되면서 가치관이 극단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성 자체는 남아 있단 말인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내 목숨을 바쳐 자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안겨주는 수밖에.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네.”
바쉬에탐의 눈동자 또한 유리알로 만든 눈동자 속에 수은이 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은, 기묘하고 불쾌한 단죄자의 눈동자였다.
그러나 그 눈 속에는 더없이 인간적인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그렇군.”
잠시 그 눈을 바라보던 모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당신은 대화할 가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협상을…….”
“하지만 협상은 거절한다.”
“뭐?”
바쉬에탐이 눈을 크게 뜨는 순간, 모르드가 빛으로 화했다.
그리고…….
‘아.’
바쉬에탐이 미처 뭔가 할 새도 없이,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다올론에 이은 두 번째 시도였다.
‘성공했다.’
모르드는 시공간의 바깥에서 바쉬에탐의 영혼을 마주했다.
시공간의 연속성이 붕괴한 영역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바쉬에탐의 영혼은, 모르드가 전개한 천공신의 권능이 그를 보호하자 안정을 되찾았다.
[허…….]그는 허탈한 듯 웃었다.
[허허허……. 긴 악몽이었는가.]그는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몸서리쳤다.
단죄자가 된 후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삶을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분명히 자신이 생각해서 판단하고, 선택한 일들인데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십 년 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그 일들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떠올리자 소름이 끼쳤다.
한참 혼란에 빠져 있던 바쉬에탐은 이윽고 정신을 수습하고 물었다.
[당신께서 하신 일이오?] [그래.] [아직 성함도 묻지 못했구려.] [모르드라고 한다.] [감사드리겠소, 모르드 공.]바쉬에탐에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경이로운 기적을 행사하시는 분이시구려.] [아직도 스스로를 단죄자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소. 아주 긴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구려. 너무 길고, 생생해서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그런…….]바쉬에탐은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모르드는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말 놀랍군. 그 말대로라면 모르드 공, 당신은 단죄자들의 천적이오.] [천적이라… 아직 그렇게 불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단죄자의 규모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죄자 하나하나를 죽여서 영혼을 구하는 정도로는 천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아니, 모르드 공, 당신은 자신이 한 일의 진짜 의미를 모르고 있소.] [무슨 뜻이지?] [이 모든 재앙이 시작된 초창기에, 이 땅의 사람들은 바다를 건너온 단죄자들을 막아낼 저력을 갖고 있었소.]바쉬에탐은 남쪽 바다 저편으로부터 수백 척에 달하는 단죄자들의 함대가 몰려왔다고 했다.
[단죄자들은 이 땅이 오염될수록, 하늘의 색깔이 잿빛으로 더럽혀질수록 강해져갔지.]하지만 오염도가 높아지기 전의 그들은, 동대륙의 국가들 입장에서 충분히 대적해 볼 만한 상대였다는 뜻이다.
[초반에 기습을 당한 곳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만 곧 그 위험성이 파악되었소.]바쉬에탐이 다스리는 에앗탐은 호데인 왕국 내에서는 꽤 번영한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바쉬에탐은 단죄자들이 공격해 온 초창기부터 많은 정보를 들었다.
[북방의 마경에 대해서 그러하듯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와 종족을 초월한 연합이 결성되었소.]과거에는 동대륙에도 마경이 있었다. 북방이 혹한의 땅이라 광활한 땅덩이에 인구밀도가 낮다는 점은 똑같아서 마경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은 서대륙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 어지간한 명분으로는 불가능했소.]그러나 단죄자의 존재는 너무나 악랄한 위협이었다.
인류를 잡아먹어 고스란히 자신들의 군세로 삼는 자들.
인류 그 자체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타협 없는 멸살을 목적으로 삼은 그들을 막기 위해서, 동대륙의 모든 국가가 하나로 손잡았다.
인간과 엘프, 용족이 하나로 손잡은 것이다.
[황금 엘프를 제외한 모두가.] […….] […혹시 서쪽 땅에도 황금 엘프가 있소?] [있지. 당신이 아는 황금 엘프들하고 똑같은 놈들일 거다.] [참으로 한결같은 놈들이지.]바쉬에탐이 혀를 찼다.
[그렇다고 해서 연합군이 다 같이 몰려가서 단죄자와 싸운 것은 아니었지. 최전선에 물자와 인원을 지원해 주면서 전선을 다시 밀어내고자 시도했소.]그리고 처음에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단죄자들이 되살아난다는 것이었소.] [되살아난다?] [그렇소. 아군이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강력한 단죄자를 쓰러뜨려도, 얼마 후면 다시 그 단죄자가 되살아나서 전선에 투입되는 거요.]신화의 흔적이 짙은 이 시대에 병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지구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인군단이라고 할 수 있는 초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전쟁을 벌일 때는 단지 적의 머릿수를 줄이는 것보다 주요 전력으로 활약하는 인물을 쓰러뜨리는 게 더 중요했다.
[모든 단죄자가 되살아나는 건 아니지.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하고 싶은, 아군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단죄자는 반드시 되살아나오.]반대로 단죄자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달려들어서 죽인다.
죽음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다르기에 단죄자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죄자가 죽어도 영혼이 회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모르드 공, 당신의 권능은 그걸 봉쇄할 수 있소!] [그런 문제가 있었군…….]생각해 보면 단죄자라는 재앙이 상륙한 지 벌써 50년 이상이 흘렀다.
그럼에도 아직 동대륙은 멸망하지 않았다.
아직도 이 땅의 동쪽 끝에 있는 온누리 제국이 단죄자들과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단죄자들이 이 대륙을 집어삼킨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는… 확실히 편향된 경험이었나.’
김운산을 비롯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전쟁이 나서 난리 통에 피난 가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듯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동대륙 전체로 보면 아주 좁은 영역에 갇혀서 수십 년을 보냈을 뿐, 지난 50여 년간 이 거대한 대륙에서 일어난 변화의 전체상을 알 길이 없었다.
그에 비해 바쉬에탐은 비교적 늦게 단죄자의 재앙을 맞이했고, 권세 높은 영주였기에 난리 통에 휘말린 생존자 개개인보다 훨씬 넓은 시야로 그 사태를 살필 수 있었다.
단죄자가 된 후에는 단죄자 영주로서 세상의 변화를 지켜보았고 말이다.
모르드가 물었다.
바쉬에탐이 한숨을 쉬었다.
[나로서는 당신께서 이보다 더욱 놀라운 기적을 일으켜 주시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구려.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오만…….] [아니,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 내 목적은 세상을 구하는 거니까.] [멋진 포부요.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겠지만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고 싶어지는군.]껄껄 웃은 바쉬에탐이 말했다.
[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소. 혼란스럽고, 슬프고… 무섭군.]솔직한 심정으로는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겠소. 내게 허락된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내가 내 뜻과는 관계없이 단죄자로서 살아온 삶을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터.]그러니 자신의 일에 대해 묻기보다는 모르드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물어봐 주시오.]모르드는 바쉬에탐에게 감탄했다.
왜 언데드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했는지 알 것 같다.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필시 생전에도 존경받는 영주였으리라.
[고맙다.]모르드는 바쉬에탐의 소망을 존중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