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0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00화
단죄자들은 인류가 지금까지 수행해온 전쟁의 규칙을 벗어난 존재들이다.
그들은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적대하지 않는다.
모든 인류의 멸절(滅絶).
타협할 수 없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을 대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싸워서 죽이는 것.
“이날만을 기다렸다!”
철퇴의 신 메크나의 혈손, 프록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신혈을 개방하여 은색 빛에 휘감긴 그가 메크나가 내려준 아티팩트 철퇴를 휘둘렀다.
꽈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단죄자들이 튕겨 나갔다.
전쟁신 아르테스 휘하에 속한 신들의 피를 이은 혈손들은 하나같이 신체가 훌륭하고 힘이 장사였다.
그리고 메크나의 혈손은 그중에서도 엑슬러의 자손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완력을 자랑하는 자들이었다.
-심판의 철퇴!
프록스가 고유권능을 발동했다.
메크나의 혈손들은 적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전투능력이 큰 폭으로 달라지는 자들이다.
인간을 상대로 싸울 때보다 마족을 상대로 싸울 때 훨씬 더 강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고유권능 ‘심판의 철퇴’는 인류의 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존재와 싸울 때만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꽈아앙!
프록스가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그 궤적에서 뻗어 나간 파괴적인 광채가 단죄자들을 후려쳐서 날려 버린다.
그는 신혈 개방 3단계에 도달한 신혈이었고, 오러의 3단계에 도달한 마투술사.
절망의 땅에서 수십 년 동안이나 생존자들을 이끌고 살아남을 만한 능력이 있었다.
“프록스 경! 기분은 알겠지만 너무 설치지 마시오! 술법이 못 따라간단 말이오!”
검은 머리칼의 드래코니안과 붉은 비늘의 드라칸, 두 명의 용족 술법사들이 프록스에게 소리 질렀다.
그들이 술법으로 프록스를 보호해 주고 있었기에 프록스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호술법은 영역을 지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에 너무 빠르게 이동하면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 젠장. 미안하군. 하지만 피가 끓는 걸 주체할 수가 없단 말이다!”
프록스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퍼엉… 퍼어어어엉……!
상공에서 강렬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진원지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지상을 강타했다.
“……!”
프록스와 용족 술법사들이 놀라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은빛 뇌광을 휘감은 도끼 한 자루가 질주하고 있었다.
“와라, 라흐팅.”
모르드가 중얼거리자 초음속으로 날아가던 도끼가 공간을 뛰어넘어 그 손에 쥐어진다.
꽈광!
그리고 호쾌하게 내려친 일격이, 주시자에 탄 채로 모르드에게 달려들던 단죄자의 머리통을 쪼개놓았다.
“…차원이 다르군.”
지상에서 그 광경을 본 프록스는 신음처럼 중얼거리고 말았다.
모르드만이 아니었다.
-태양정령의 위광!
일순간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부신 빛이 폭발하고…….
-태양정령의 투검(投劍)!
그 빛에 숨어서 공격을 준비한 케엘이 날린 검이 적들을 여럿 꿰뚫고 주시자 군주에 꽂혀 폭발한다.
-별의 일격!
직후에 뛰어든 에리우가 별방망이를 후려치자 폭음이 울리며 주시자 군주의 거체가 뒤흔들린다.
-심판의 창!
달시가 은빛 뇌광을 흩뿌리며 허공을 질주한다.
주시자 위에 올라탄 란슬리시아형 단죄자들이 창을 뻗어오지만…….
-뇌랑의 춤!
은빛 뇌광이 무수한 찌르기가 되어 뻗어 나가며 그들을 연달아 격추시킨다.
“우리 보고 함께 싸울 자격이 없다고 한 건… 아무런 과장 없는 사실이었나.”
프록스와 다른 생존자들은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왈왈!
하늘을 찢어발기는 장대한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들을 개가 사납게 짖는 소리가 일깨웠다.
“어?”
순간 프록스는 칠감이 경고해 오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정신이 팔렸던 사이, 지상의 단죄자 병력이 멀찍이 거리를 벌리며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었다.
-뇌신의 해머!
-뇌전 그물!
-처형의 빛 3중주!
-화염 폭발!
-화염정령의 춤……!
수십 발의 마법이 그들을 포위하며 날아든다.
생존자들은 기겁했다.
“막아!”
프록스는 철퇴를 땅에 찍으며 오러 방어막을 펼쳤다.
술법사들과 마법사들도 다급하게 방어를 펼칠 때였다.
콰과과과광!
날아들던 마법 중 상당수가 뭔가에 두들겨 맞은 듯 폭발했다.
“어?”
생존자 마법사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눈이 한 곳으로 향했다.
왕!
은색 털을 휘날리는 개, 라그나스가 질주하고 있었다.
“개가 마법을?”
믿기 어려웠지만, 생존자 마법사들은 자신이 알아차린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라그나스가 적들의 마법 대부분을 와해시켰다.
“…둔갑술인가?”
술법에는 둔갑술이라는, 모습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꿀 수 있는 변신술이 존재한다.
높은 리스크와 제약이 따르는 변신 계통의 마법과 달리 안정적이며, 높은 효용성을 갖는 술법이었다.
“마법사잖아.”
“술법사가 걸어줬을 수도 있잖아?”
“우리보다 실력이 좋은 마법사가 뭐 때문에 개로 변하는데?”
“그야…….”
마법사 생존자는 말문이 막혔다.
라그나스가 방금 전에 보여준 능력은 명백히 그들의 실력을 웃돌고 있었다.
일제히 쏟아지는 마법 중 수십 개를 와해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와해시킨 것들이 대부분 그들을 직격하는 것들이었으니까.
콰광! 콰과과과광……!
즉 라그나스가 와해시키지 않은 나머지는 표적 설정이 어설퍼서 조금씩 빗나가는 것들이다.
주변부를 강타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여럿 죽일 수 있는 파괴력이지만, 프록스를 위시한 생존자 그룹은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파악!
그리고 적들의 마법 공세를 뚫고 들어간 라그나스가, 입에 문 에너지 칼날로 단죄자 하나의 목을 갈라 버렸다.
“…….”
그 광경을 본 생존자들은 잠시 넋이 나가 있다가 중얼거렸다.
“…혹시 이거 다 꿈인가?”
* * *
“잘 싸우는군요.”
파르웰은 전장의 한 지점에서 모습을 감춘 채 전황을 지켜보다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꽤 하는데?”
그와 함께 숨어 있던 리온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번 해안 돌파 작전에는 새로이 합류한 생존자들 중 다섯 명이 참전했다.
그들의 리더였던 메크나의 혈손, 프록스를 중심으로 두 명의 용족 술법사와 두 명의 신혈 마법사들이었다.
이는 그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먼저 보호받던 이들과 달리 자신들은 당장에라도 싸울 능력이 있다. 부디 울분을 풀게 해달라.
모르드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일단 단죄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리라 여겼으며…….
‘싸울 수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전투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게 좋겠지.’
나중을 생각하면 생존자들에게도 전투를 치른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전투에는 참가시키지 않겠지만, 이번 작전은 저들의 실력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무대라고 판단했다.
“다들 단죄자들과의 전투 경험이 꽤 많은 것 같네요. 마법사들의 실력도 쓸 만합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잘 싸운다는 소리네.”
리온은 진심으로 놀랐다.
파르웰은 좀처럼 다른 마법사를 칭찬하는 법이 없었다.
그가 이만큼 칭찬한다는 것은 용족 술법사들이 펼친 결계진 속에서 싸우는 두 마법사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뜻이다.
한 명은 7서클을 수행하는 고위 마법사, 한 명은 6서클을 수행하는 상급 마법사.
하지만 마법사의 가치는 오른 경지만으로 잴 수 없는 법이다.
저들은 분명 전투 마법사로서 보석과도 같은 기량을 가진 자들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연계할 줄 알아요.”
역할이 확실하게 분담되어 있다.
술법사들은 저주로부터 동료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각종 지원 술법을 펼친다.
마법사들은 단죄자들의 마법을 막아내면서 화력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 모든 지원을 등에 업은 프록스가 강맹한 힘으로 적들과 부딪친다.
“이들의 전투 경험은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귀한 자산이 될 겁니다.”
모르드 일행의 전투 경험은 생존자들에게 계승되기 힘들다.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저들의 전투 경험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
“다른 생존자들의 교관 역할을 맡겨 봐도 괜찮겠어요.”
파르웰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완성되어가고 있다.’
하늘에서는 모르드가 날뛰면서 적들을 추락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냥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그들의 영혼을 구하는 중이다. 이미 이 전투에서 20명 이상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실패가 없어.’
무엇보다 지금까지와 달리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나치게 집중해야 하지만…….’
극도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혼 구하기는 모르드가 인간으로서, 신혈로서 쌓아온 역량을 총동원해야 성공시킬 수 있는 기예였다.
모르드가 아무리 뛰어난 달인이라도 한 번 쓸 때마다 막대한 심력과 기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르드가 영혼 구하기를 할 때는 오로지 눈앞의 상대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수많은 적들에게서 정신없이 공세가 쏟아지는 이런 상황에서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다면, 아무리 모르드라고 해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르드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료들이 모르드를 보조해 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르드는 영혼 구하기에 집중할 수 없었으리라.
‘정신력 소모는 확실히 줄었다.’
그리고 영혼 구하기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얻은 효과는 성공 확률이 상승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20명 이상의 영혼을 구한 지금, 모르드는 아직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영혼을 구하는 경험이 누적될수록 권능이 완성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많은 영혼을 구할 수 있게 된다는 뜻.’
모르드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저대로 순조롭게 완성된다면 종국에는 아무런 부담 없이, 단죄자와 그들의 언데드를 쓰러뜨리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구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모르드가 그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지.’
파르웰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단죄자들에게 넘어간 영혼의 숫자는 최소한 수천만, 그것도 너무 희망적으로 잡는 거고 사실 억 단위를 넘는다고 봐야 한다.’
대륙 전체의 인구, 심지어 50년 동안 새로이 태어난 자들까지 그 영혼을 강탈당했을 테니까.
그에 비해 모르드가 아무리 강대한 힘으로 전장에서 적들을 때려잡는다고 해도 수백 수천 단위가 한계다.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작은 삽으로 흙을 퍼내서 산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크게 완성시켜야 해.’
하나씩 하나씩 적을 쓰러뜨려서 영혼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큰 스케일의 권능을 완성시켜야만 한다.
그것만이 말세에 가까운 이 땅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대마법사 된 몸으로서.’
그리고 파르웰은 그 일을 모르드에게만 맡겨둘 생각이 없었다.
“이런.”
문득 파르웰의 시선이 전장에서 벗어난 곳으로 향했다.
“우리 차례가 된 것 같군요.”
먼 곳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거대한 비행체가 있었다.
새로운 주시자 군주가 수백의 주시자들과 함께 날아오는 것이다.
리온이 혀를 내둘렀다.
“생각보다 빠르군. 근데 주시자 군주가 날아오다니, 이전하고는 다른데?”
“그렇군요. 놈들의 상층부에서 우리를 큰 위협으로 판단했다는 뜻이겠지요.”
파르웰과 리온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대기한 것은 적들의 지원군이 달려오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저쪽도 슬슬 끝나가긴 합니다만…….”
파르웰의 눈이 향한 곳에는 너덜너덜해져서 몸부림치는 주시자 군주가 있었다.
일찌감치 이 전장에 합류한 주시자 군주를, 에리우와 세데아가 두들겨서 추락 직전까지 몰아넣은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
눈을 태워 버릴 듯 강렬한 빛이 전장을 집어삼켰다.
에리우가 주시자 군주의 결계를 부수자 세데아가 날린 궁극주문이 작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