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3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34화
제282장 바다의 재앙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땅, 새벽 반도.
그 북쪽을 차지하여 외부로부터 ‘북누리’라 불리는,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정당한 온누리 황실이라 주장하는 자들의 심장부.
그곳은 온누리 제국의 황궁이었다.
비록 남북으로 분단되기는 했으나 황궁은 북누리의 차지가 된 것이다.
본래 온누리에서 가장 존엄한 자, 용황제에게만 허락된 옥좌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옥을 깎아 만든 듯 수려한 용모의 미남자였다. 머리칼은 길고 윤기 넘치는 흑발이었고 눈동자는 투명한 황금색을 띠고 있었으며 머리 양옆으로는 은은한 황금빛이 감도는 두 개의 뿔이 나 있었다.
면류관을 쓰고 은은한 청색을 띤 구름철로 만든 용 장식이 달린 황금색 용포를 입은 그가 피로감이 묻어나는 눈으로 말한다.
“별빛이 요동쳤다…….”
알현실 안에는 단 한 명만이 그와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호위를 위해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전의 좌우에 늘어선 용상의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폐하, 예지를 보신 겁니까?”
공손하게 물은 이의 목소리는 실로 듣기 좋은 울림을 담고 있었다.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을지도 모른다. 선이 가늘고 수려한 용모가 굉장히 중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장을 하고 입만 다문다면 다들 여자라고 생각해 버릴, 그런 용모였다.
긴 검은 머리칼은 뒤로 묶어 내렸고 눈동자는 맑은 날의 바다처럼 푸르고 아름다웠다. 알현실을 밝힌 조명이 반사되는 모습이 마치 잘 연마된 보석을 보는 것 같았다.
머리에 신기루처럼 투명하게 그려진 눈 모양의 문양, 그리고 머리 양옆으로 뻗어 나간 굴강한 뿔과 등 뒤의 날개가 그가 용족임을 알려준다.
“그렇소, 별돌 공.”
용황제가 그에게 공대했다.
왜냐하면 상대는 온누리 제국의 수호자 중 한 명, 별돌 하르그티온이었으니까.
진룡 하르그티온의 아들이며 사도이기도 한 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화의 존재 중 하나였으니 용황제라도 공대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용황제가 아니라 다른 용황제였다면 보다 예의 바른 어투를 썼을 것이다. 별돌 하르그티온은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용족의 웃어른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지는 아니오. 일어난 일을 보았소. 믿을 수 없지만, 분명 일어난 일이지…….”
그럼에도 용황제가 그리 말하는 것은, 그가 용황제가 아닐지라도 별돌 하르그티온과 동격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레티샤 하음.
그는 진룡 이레티샤의 첫 번째 화신이었다.
에리우 란팔로제와 달리 신화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현세까지 살아남은, 별돌 하르그티온과 함께 가장 오래되었으며 또한 가장 위대한 신화의 용족.
본래는 별돌 하르그티온과 함께 수면과 각성을 반복하며 온누리의 수호자 노릇을 해왔던 그는 종말의 위기가 닥쳐오자 반역의 용군단에 의해 용황제로 추대되었다.
과거에 에리우가 용성주를 마시고 이스트람을 만났을 때 그가 말한 ‘란팔로제의 화신이 아닌 다른 화신’이 바로 이레티샤 하음이었다.
“어떤 일입니까?”
별돌 하르그티온의 물음에, 용황제는 실로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수확자의 죽음. 그것도 자신의 보금자리, 놈들이 성역이라 부르는 그 더러운 저주의 온상에서 죽었소.”
“예?”
별돌 하르그티온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얼마 전에 온누리의 영역을 침범한 수확자 솔리옷을 사냥하려다 단죄자가 된 무신의 화신 이홍화의 방해로 실패한 바 있었다. 그때 입은 부상 때문에 전선을 이탈해서 회복 중이다.
그렇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확자가 죽었다니, 그것도 성역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단 말씀입니까?”
“믿기 어렵지만 가능했던 모양이군. 그 저주받은 늑대조차 그토록 날뛰었지만 결국 놈들에게 잡아먹혔거늘…….”
“대체 누가 그런 일을 해냈단 말입니까?”
“모르겠소.”
“예?”
“너무 멀리 있소. 짐의 예지가 짚어낸 것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수확자가 죽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별빛이 요동쳤다는 것뿐이오.”
한숨을 쉰 용황제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오. 뜻하지 않은 예지 때문인지 피곤하군.”
“…알겠습니다. 보고는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별돌 하르그티온은 자세한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으나 용황제의 얼굴에 묻어나는 피로감 때문에 그것을 꾹꾹 눌러 참으며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자 용황제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절망할 만큼 절망한 지 오래거늘, 하늘은 이제 와서 희망의 낚싯줄을 드리워서 결심을 흔들려고 하는 것인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너무나 잔혹하시군.”
그는 면류관 아래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미래는 정해졌다. 내가, 아니, 짐이 이 옥좌에 앉기를 선택한 순간부터 결정되었으니 어쩔 수 없어. 인류의 명맥을 끊을 수는 없으니까…….”
그의 중얼거림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애처로운 발버둥 같았다.
* * *
카리안 클론들을 처치하고 그 영혼을 구한 모르드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른 수확자가 개입해 오거나 옛 아르판 제국령의 단죄자 병력이 모두 집결하기 전에 성역을 탈출해서 모습을 감추었다.
성역을 탈출하는 순간부터 공간왜곡장과 오러화를 총동원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했고, 중간부터는 환영을 띄워서 보낸 뒤 바렌쉬엔 서림의 은신 부적과 파르웰의 마법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이동했다.
모르드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한 것은 두 시간이 지난 뒤였다.
“후우.”
혹시 몰라서 은신처나 신전 쪽으로는 이동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하늘에서 관측되지 않는 지형으로 숨어든 모르드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 심상 세계로 내려갔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샅샅이 뒤지고 싶었는데… 포기해야 할 것 같군.”
회복 물약을 원샷한 모르드의 말에 케엘이 물었다.
“놈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못 찾지 않을까?”
“글쎄. 놈들이 계속 같은 수법에 당해줄지 모르겠다. 다른 놈이라면 몰라도 수확자가 당한 이상 우리가 예상 못 할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을 고려해야겠지.”
“…혹시 그 수확자 하쿠룬이라는 놈 영혼을 구하는 게 잘 안된 거야?”
케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르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그 일과 관련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음…….”
모르드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일단 하쿠룬의 영혼을 구하는 건 성공했다.”
“그럼 권능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뜻이네.”
케엘의 말에 달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좀 싸우기 편해지겠어. 일부러 안 죽이면서 몰아넣는 건 너무 피곤하단 말이지.”
지금까지는 모르드의 영혼 구하기를 위해서 전투에서 다른 일행들이 부담을 나눠 져야 했다.
영혼 구하기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모르드를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적을 죽이지 않고 몰아넣어서 모르드가 끝장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것은 그냥 적들을 몰살시키는 것보다 수십 배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모르드 일행과 적들의 전력 격차가 컸기에 망정이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 위험 부담을 크게 질 필요가 없다.
영혼 구하기 권능이 완성을 넘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모르드는 그동안 누적된 경험을 통해서 종언의 권능과 영혼 구하기 권능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다.
이제 더 이상 모르드가 직접 적을 죽여야 할 필요가 없다. 종언의 권능이 전개된 권역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은 모두 영혼 구하기의 대상이 된다.
단죄자의 저주가 세상을 잠식한 상황에 맞서 일정 권역을 장악하여 영혼을 구하는 권능!
“그래. 권능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이제는 권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의 문제지.”
종언의 권능은 상당히 넓은 권역에 전개된다. 하지만 영혼 구하기를 더하면 절반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까지 축소되었다.
현재로서는 신혈 개방 5단계 상태에서도 모르드를 중심으로 반경 800미터 정도가 한계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넓은 영역이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이 전투를 벌일 때 순간순간 수십 미터씩 이동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넓다고 할 수가 없었다.
파르웰이 말했다.
“일단 마법으로 증폭할 방법을 연구해볼게요. 그게 아니면 세계 파편을 활용하거나.”
“후자가 빠르긴 하겠군. 하지만 단순히 권능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난 게 있나요?”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다. 구체화되면 바로 공유하지.”
“알겠습니다. 그보다 하쿠룬하고 대화는 어땠습니까?”
“대화에 실패했다.”
“예?”
파르웰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곧 알겠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모든 단죄자가 죽어서 영혼이 구해졌다고 해서 협조적이 되는 건 아닌가 보군요. 하긴 본래 신화의 인물이었으니 가치관의 차이가 큰 게 당연할지도…….”
“아니,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아예 대화 자체를 나누지 못했다.”
모르드는 고개를 젓고는 하쿠룬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한 순간에 겪은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르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만이 아니라 일행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 시선은 모르드 당신의 추측대로, 멸망의 던전에 갇힌 남대륙 사람들이 단죄자가 되기 전에 마주했던 시선인 것 같군요. 시공간의 바깥은 어디라고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일 텐데 당신의 위치를 특정해서 수작을 부리려고 하다니…….”
“수확자의 영혼이 좌표로 기능한 것 아닐까요? 우리가 알 수 없는 낙인 같은 게 찍혀 있을지도 모르지요.”
세데아가 의견을 내자 파르웰이 동의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단죄자의 영혼과 달리 수확자는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는 거겠죠. 모르드, 기존의 계획을 포기하고 빨리 온누리로 가야 한다고 하는 건… 수확자의 영혼 때문에 추적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겁니까?”
“그래.”
수확자 하쿠룬의 영혼은 모르드의 신성에 안겼다.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었으니, 모르드가 죽거나 혹은 직접 해방하지 않는 한 어떤 수단으로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공간의 바깥에서의 경험은 모르드의 확신을 뒤흔들었다.
수확자의 영혼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던 존재, 그 피할 수 없는 시선의 주인이라면 모르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할 수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군요. 저도 찬성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위협이 등장했으니 여유를 부릴 수는 없겠지요.”
파르웰이 찬성하고 나서자 다른 동료들도 모두 찬성했다.
“놈들이 추격할 방법을 찾거나 포위망을 구성하기 전에 이 땅을 빠져나간다.”
모르드는 결단을 내리고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결론적으로 모르드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옛 호데인 왕국령을 탈출할 때와 달리 옛 아르판 제국령의 단죄자들은 전 국토를 에워싸는 포위망을 펼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런 발상을 하지 않았다. 옛 아르판 제국령은 옛 호데인 왕국령보다 몇 배는 넓기 때문이다.
그리고 옛 아르판 제국령의 단죄자들은 모르드 일행을 추격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 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수확자 하쿠룬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왕이 왕궁 한복판에서 살해당한 상황이다.
그것도 전 국토의 병력에 특정 지점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려둔 상태에서!
모르드에게 대소환의 권능을 펼쳐 이동시킨 거리는 1,000킬로미터 이상.
그곳으로 집결하던 병력이 다시 성역으로 죽어라 달려가 봐야 한참 걸릴 수밖에 없다.
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모르드는 하쿠룬을 죽이고, 카리안 클론들도 죽인 다음 성역을 이탈해서 도망쳐 버렸다.
즉 단죄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한 상황이 터져서 수장을 잃어버렸고, 그 충격을 수습하거나 지휘권을 정리하기도 전에 그들이 뭘 해볼 수도 없는 곳까지 도망쳐 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움직임이 없다니 이상한데. 무슨 꿍꿍이지?”
모르드는 그런 사정을 몰랐기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옛 아르판 제국령을 빠져나가기로 하고 남쪽으로 향해서 통곡의 벽에 도달할 때까지 단죄자들이 뭔가를 하는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공간의 바깥에서 경험한 일이 아니었다면 모르드는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 때문에 최대한 빨리 옛 아르판 제국령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고, 그래서 적들의 상황을 상상해 보는 여유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 하쿠룬이 죽은 지 채 두 시간도 안 지났으니 적들이 제대로 뭔가를 해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으리라.
이 시점의 모르드는 단죄자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해 버린 것이다.
‘모르겠군. 일단은 돌파한다.’
모르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통곡의 벽을 돌파했다.
옛 호데인 왕국령을 돌파할 때와는 달리, 통곡의 벽을 구성하는 적들이 빠져나가지 않았기에 완전히 적의 눈을 속여 넘길 수는 없었다.
‘행적을 숨기긴 틀렸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이제 단죄자들도 모르드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단시간 내에 2,000킬로미터 가까이 이동해 버린 그 경이로운 이동능력에 대해서도.
그러니 다시금 남쪽 해안을 봉쇄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시킬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르드에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바로 남하하는 대신 동쪽으로 향해서 다시금 통곡의 벽을 돌파하면 적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리라.
잠적한 뒤에 이제까지처럼 생존자와 신화의 흔적을 탐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르드는 이 모든 선택지를 지웠다.
‘잔재주 없이 가자.’
적들이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최고속도로 내륙을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