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62화
[헤르수아, 왜 나온 것이냐? 쉬고 있으라고 했거늘.] [당신께서도 다친 몸을 이끌고 나오시는데, 젊은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대답하는 백색증 깊은고래, 헤르수아의 정신파는 여성의 그것처럼 들렸다. 연령을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만이 아니라 깊은고래의 목소리는 다들 느릿느릿하고, 깊은 울림을 지녔기 때문이다.
[괜한 호들갑이었던 것 같아 다행입니다. 와르더 대신관장, 오랜만입니다.] [그렇군요. 몸은 괜찮습니까?] [움직일 만은 합니다. 대군주 백경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었으니까요.]그 대화를 통해서 모르드는 헤르수아 또한 꽤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부상은 마법적인 저주의 힘이 더해져 있어서 쉽게 낫지 않는 것 같았다.
[아, 모르드 님. 이쪽은 헤르수아 공입니다. 일곱 산호 연합의 하나뿐인 대마법사지요. 그리고 헤르수아 공, 이분은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께 부르심을 받아 그분께 향하는 시련을 수행하고 계신 분들입니다.]와르더가 양쪽을 소개해 주었다.
헤르수아가 말했다.
[이 깊고 낯선 곳에서 육지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군. 어지간해서는 얕은 바다로 나갈 수 없는 나로서는 실로 놀라운 경험이야.] [음? 수심이 얕은 곳으로도 나갈 수 있나?]모르드가 궁금해하며 묻자 헤르수아가 대답했다.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지. 연구목적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앞으로를 생각하면 해상까지 가서 다른 이들을 도울 필요성이 있어서…….] [그렇군……. 지금은 여기 없지만 내 동료 중에서 당신을 만나면 좋아할 만한 사람이 있다. 대마법사지.] [육지의 대마법사란 말인가? 만나보고 싶군.] [나중에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다.]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 꼭 부탁한다.] [그리고 여기 세데아 또한 대마법사다.] [뭐?] [처음 뵙겠습니다. 일데르바 일족의 장, 세데아-일데르바라고 합니다.]잠자코 있던 세데아가 끼어들었다.
헤르수아가 잠시 그녀의 의념을 살피는 듯하더니 물었다.
[…혹시 당신에게는 이곳이 가혹한 환경인가?] [티가 났나 보군요.]처음 보는 상대가, 심지어 직접 얼굴을 본 것도 아니고 배 안에 있는 자신의 기척만을 살펴서 그 사실을 알아냈다.
세데아는 새삼 이 심해에서 자신의 컨디션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료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 뿐, 만약 혼자였다면 공황에 빠졌을지도 몰랐다.
헤르수아가 말했다.
[우리 종족은 정신파에 민감하다. 이 심해의 모든 지성종들이 그러하지.]시각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바다의 백성 대부분은 육성과 초음파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정신파를 다루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활력이나 피로의 문제는 아니군. 마법사로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그리 적절한 상태가 아닌 것 같아 아쉽구나.] [그렇군요. 하지만 심각한 주제가 아니라면 오히려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 심해에서 마법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듣고 싶군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세데아는 기왕이면 파르웰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깃거리를 얻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주제를 청했고, 헤르수아는 기꺼이 응해주었다.
어쨌든 세데아 역시 마법사적인 면모가 꽤 강해져 있었고, 헤르수아는 육지에서 온 수준 높은 마법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한 상태였다.
그렇게 세데아와 헤르수아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와르더가 배를 한 지점에서 멈추게 했다.
쿠구구구구구……!
그리고 바닥에서 대량의 기포와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음?’
모르드는 지면이 양옆으로 열리며 구멍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아주 커다란 구멍이었다.
‘지름이… 5킬로미터는 되는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무저갱이나 나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심해에 이만한 해구가 숨겨져 있다니…….’
하긴 수심 5,000미터를 돌파한 지점에서 더욱 깊은 바다로 향한다면 해구로 들어서는 게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경이감이 들었다.
[내려갑니다.]깊은고래족이 앞장서서 해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뿔에서 반짝이는 빛이 칠흑 같은 어둠을 희미하게 밝히며 일행의 배를 인도한다.
가장 위대한 빛, 태양빛에게도 너무나 아득한 심해에서 느릿느릿한 궤적을 그려내는 반딧불 같은 빛은 실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내려갔을까?
[반전에 주의하십시오.]우부안켈의 경고가 들려왔다.
그 말에 일행은 의아함을 느꼈다.
‘반전이라고?’
그리고 와르더가 보다 자세하게 경고했다.
[위아래가 뒤집어질 겁니다.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십시오.]역시나 영문 모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일행은 직감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했다.
그리고 곧 그 현상이 찾아왔다.
구우웅…….
해구 밑으로 내려가다가 수심 6,000미터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둔중한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위아래가 뒤집혔다.
‘역시.’
중력이 역전된 것이다.
이미 8서클 주문 ‘하늘 뒤집기’를 통해서 중력 역전에 익숙해진 일행은 손쉽게 그 상황에 대처했다.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잠시 그러고 기다리자 와르더가 느릿하게 배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하…….”
모르드는 그 현상에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전율했다.
자기도 모르게 두근거림이 드러나는 미소를 짓는 그를 본 세데아가 깜짝 놀랐다.
‘모르드 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시다니.’
마치 소년 같은 표정이었다.
이 순간을 기록해 두고 싶을 정도로 희귀한 그 얼굴을 보자 왠지 그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모든 일들이 경이로웠지만, 이 앞에는 그 이상으로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제 곧입니다.]놀란 일행의 반응이 즐겁다는 듯 와르더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배는 중력이 역전된 지점으로부터 다시 1,000미터가량을 올라가서 해구의 끝에 도달했다.
촤아아악……!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왕도 비세그린을 떠난 후로 줄곧 바닷속을 항해하던 배가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물보라가 솟구쳤다.
“하, 하하하…….”
배 밖으로 나간 모르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흥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웃음이었다.
“해저에 이런 장대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니. 이 세계에서는 지구공동설도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건가?”
그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실로 거대한 지하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아니, 지하호수가 아니라 해저호수라고 하는 게 옳을까?
지하이긴 하지만 광원이 존재한다. 대략 3~500미터 정도의 높이를 갖는 천장 여기저기에 불규칙적으로 흐릿한 빛을 발하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호수의 전체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불규칙하게 배치된 흐릿한 빛만으로는 확실히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적어도 수십 킬로미터, 어쩌면 수백 킬로미터에 이를지도 모른다.
해저 6,000미터를 넘는 지점부터 중력이 역전되어 행성 안쪽을 머리 위로 두는,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광활한 해수호(海水湖)가 존재한다니…….
‘이제까지 신화적인 일들을 볼 만큼 봐서 어지간한 걸 봐도 놀라고 흥분될 일이 또 있을까 싶은데… 정말 세상은 인간의 작은 머리로 다 알기에는 너무나 넓고 놀라운 것들이 가득하군.’
모르드는 그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라 미소 지었다.
* * *
촤아아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젖어 있던 모르드의 옆쪽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깊은고래들이 해저호수의 수면으로 나와서 웅장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멋지군.”
모르드는 각각 100미터가 넘는 장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깊은고래 수십 명이 일제히 수면으로 고개를 내밀고 물줄기를 뿜어내는 걸 보며 감탄했다.
이곳에 광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래서 이 광경을 두 눈으로 보며 직관적으로 감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굉장하군요…….”
세데아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모르드가 왜 흥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신화에 나고 자랐으며, 현세에 깨어나 모르드와 함께 온갖 신화적 모험을 해온 그녀에게도 이 공간은 너무나 놀랍게 다가왔다.
모르드가 우부안켈에게 물었다.
“이곳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거처이며, 바다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피난처입니다.]“피난처라고요?”
[신화 초기에 육지에 재앙이 닥쳤을 때, 힘없고 죄 없는 이들을 가엾게 여긴 페세이타와 멜티스, 가장 위대한 두 여신께서 만든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 후로 지상이 잠잠해지기까지 수백 년 동안 많은 육지의 백성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하지요. 따라오십시오.]우부안켈은 유유히 한쪽으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와르더가 배를 움직여 그 뒤를 따라 한참을 가자 이윽고 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왠지…….”
문득 세데아가 말했다.
“저곳으로 갈수록 조금씩이지만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태양이 느껴집니다.”
[그럴 것입니다. 먼 곳의 광원과 달리 해변의 광원은 태양에서 빌려온 것이니까요. 아무래도 당신의 근원은 태양인 것 같군요.]헤르수아가 웃으며 말했다.
세데아가 놀라 물었다.
“태양에서 빌려왔다고요?”
[예. 아직 태양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천공신께서 주인을 기다리며 맡아두고 있던 태양의 힘 일부를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육지의 백성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태양의 힘이 필요하기에…….]“…….”
더없이 신화적인 이야기였다.
‘신화 초기에 벌어진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겠지…….’
그가 시련을 통해 경험해온 신화 중기보다도 더욱 터무니없는 일들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어쨌든 빛이 강해지는 곳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비현실적인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천장이 하늘로 변하고 있었다.
‘아니, 진짜 하늘은 아니군. 대규모의 환상인가.’
마법으로 자아낸 것이 아니다. 신이 행사한 강대한 권능이 해변에서 보이는 천장을 생생한 하늘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 한복판에는 일그러진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니, 일그러졌다기보다는… 태양의 조각?’
마치 태양의 일부를 잘라내어 저곳에 박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현실의 태양은 이 행성보다도 훨씬 거대한 항성이므로 그 일부를 잘라내어 해저에 형성된 거대한 공동 천장에 박아 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신화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놀랍군.”
[위대한 신들께서 내리신 은총이지요. 느껴지십니까?]무엇이 느껴지냐고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이 공간은… 신화의 경계인가.”
놀랍게도 저 태양의 조각을 중심으로 한 일정 영역은 현세와 신화에 걸쳐 있었다.
[그렇습니다.]“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곳이 성역의 가장자리이기 때문입니다.]“페세이타의 성역(聖域)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모르드는 작게 신음했다.
천공신의 성역 하늘산처럼, 이곳은 가장 깊은 바다에 위치한 페세이타의 성역인 것이다.
동시에 모르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정상적으로는 이곳에 올 수 없습니까? 그러니까… 물리적인 수단으로 이 해저호수에 오더라도, 이 태양의 조각을 볼 수는 없는 겁니까?”
이상한 질문이었다. 태양의 조각은 해저호수의 천장에 박혀 있었으니까.
우부안켈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더라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해저호수뿐이란 말이군요.”
[정확합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우부안켈은 진실을 통찰하는 모르드의 칠감에 감탄했다.
태양의 조각이 있는, 해변에 가까운 지역과 그 외의 지역은 같은 공간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천둥산맥에서 모르드 일행이 갔던 위치를 똑같이 탐색한다 해도 자격 없는 자는 결코 하늘산에 갈 수 없는 것처럼.
모르드 일행은 시련의 관문을 통과하여 이곳까지 왔기에 성역의 가장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태양의 조각이라는 신화적 기적의 선물을 목도하게 되었다.
[자, 이제 보입니다.]우부안켈의 말에 모르드는 호숫가라기보다는 해변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리는 영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놀랐다.
그곳에는 거대한 도시의 유적이 있었다.
‘이런 규모의 도시라니…….’
적어도 수만 명을 수용했을 것이 분명한 도시의 유적이었다.
건물들은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모두가 석재로 만들어져서 대단히 단단해 보였다. 그렇기에 최소한 1만 5천 년 이상, 어쩌면 2만 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형상을 보존할 수 있었으리라.
당연하지만 이 도시가 만들어졌을 시대의 건축기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신화적인 불균형함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초고대문명이지 않은가.’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내라면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우부안켈이 말했다.
[그 후로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아직까지 그때의 흔적들이 뚜렷하게 남아 있답니다. 우리는 저것을 유지 보수할 재주가 없어 세월 속에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볼 따름입니다만…….]모르드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득한 고대의,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는 저 황량한 도시의 유적 주변에는 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태양의 조각은 이 영역 전부를 밝히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그 빛이 닿는 영역에서는 진짜 태양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군.’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도 저 숲은 이 거대한 공동에 충분한 산소가 존재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문득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하다, 파르웰. 나중에라도 반드시 데려와 줘야지.’
가면 갈수록 파르웰에 대한 미안함만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