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96화
생존자들의 섬에 마련된 세레스의 신전에는 얼마 전에 숨을 거둔 한 명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었다.
모르드가 이 영혼을 영혼 인도자로 구원하자 생존자들은 모두 감격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훌륭하다, 나의 성자여.]세레스의 신상에서 모르드를 치하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감격은 열광으로 변했다.
모르드는 아디언과 이야기했다.
“너울께서 알려주신 바에 따르면 다른 섬에 도착한 생존자들이 있다고 한다.”
“저희 말고도 말입니까?”
“그래.”
이 섬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라 서로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부탁이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그쪽을 살펴보고 올 텐데, 만약 그쪽의 환경이 장기간 머물기에 좋지 않다면 그들을 이쪽에서 받아줄 수 있겠나?”
“그야 물론입니다. 사람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엘프나 용족이라고 해도?”
“…….”
아디언은 잠시 망설였다.
이 섬에서 생활하는 생존자들은 인간들뿐이었다.
모르드 일행이 구해온 생존자 그룹과는 달리 보통 인간도 있었다. 단죄자들에게 도시가 짓밟히기 전에 선단을 꾸려 탈출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대륙에는 새벽 반도 외의 지역에도 용족이 여기저기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에 비하면 극소수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정상적인 세상이 붕괴하는 가운데 간신히 탈출하여 이곳에서 살아온 자들. 몇 년 동안 이렇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이종족 생존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은 종족을 가릴 때가 아니니까요.”
“알겠다.”
모르드는 이 문제를 동료들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 자신들이 보호하는 생존자 그룹 중에서도 지원자를 받아서 이곳에 합류시키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괜한 문제를 만드는 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 * *
모르드에게 아디언의 반응을 들은 케엘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난 반대야. 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다 모아 봤자 500명도 안 될 것 같은데 다 모여 사는 게 낫지 않나? 저만한 섬이면 흩어져서 살 수도 있을 거고…….”
리온이 이의를 제기했다.
“…….”
에리우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건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케엘이 고개를 저었다.
“숫자가 많을 때보다 적을 때가 더 문제야.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없을 수도 있는 문제가 규모가 작을 때는 그 집단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물론 잘 풀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지금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어린 시절 작은 마을에서 하프 엘프라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을 받으며 살았고, 커서는 그림자 늑대 부대라는 특작부대의 일원으로 살아온 케엘은 그 문제에 대해서 단언할 만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
“우리 쪽 생존자들이야 다들 극한상황에 몰려 있었고, 또 우리 덕분에 타 종족끼리도 협력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어. 하지만 저 사람들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애당초 우리가 구해준 것도 아니니까.”
파르웰이 입을 열었다.
“저도 케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이유는 다르지만요.”
“이유가 다르다고?”
“네.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게 낫다고 보거든요. 어느 한쪽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한쪽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위험부담을 분산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
지극히 학자다운, 냉혹하지만 실리적인 이유였다.
동료들의 의견을 들은 모르드가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이 섬에 해줘야 할 일들만 빠르게 처리하고 다른 섬에 가 보도록 하지. 만약 그쪽도 상황이 비슷하다면, 우리가 구한 생존자들을 위한 섬을 하나 찾아보도록 하고.”
“그러는 게 낫겠죠. 뭐, 그 부분은 우리가 일일이 탐색하기보다는 신들께 답을 듣는 게 낫겠네요.”
파르웰도 찬성했다.
* * *
일행은 아디언 섬에서 하루만 머물고 떠났다.
상륙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소탕하지 못한, 섬 곳곳에 자리 잡은 마물 집단들을 싹 쓸어버렸다. 그리고 신성무구 5개를 기둥으로 써서 영혼 인도자의 권능이 작용하는 거대한 결계를 구축했다.
그것을 유지하는 힘은 생존자들 중 신혈들과 신관들이 공급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범위는 섬 전체를 감싼 데다 섬 주변 바다에도 어느 정도 미쳤기에 어획 활동을 할 때도 안심할 수 있었다.
또한 아디언 섬에도 실시간 통신기를 설치하여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은 세레스가 모르드 일행에게 내린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이었다.
모르드 일행은 과업의 대가로 사람이 살기 좋은 새로운 섬의 정보를 받고 다음 생존자의 섬으로 떠났다.
* * *
다른 생존자의 섬은, 아디언 섬과는 전혀 사정이 달랐다.
그곳은 작은 무인도였다.
아디언 섬의 5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이었고 식생도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
“저희는… 폭풍우를 만나 난파당해서 이곳으로 표류해 왔습니다.”
그곳에 사는 생존자는 불과 열다섯 명뿐.
본래는 30명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 섬에 표류한 지 5년이 흐르는 동안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식수와 식량은 어떻게든 확보하고 있었지만 각종 질병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신혈들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보통 인간들은 그들보다 훨씬 연약했으니까.
게다가 이들 중에는 신관이 없었다. 한 명이 있었지만 배가 난파당할 당시에 바다에 떨어져 죽어버렸다고 한다.
“…그랬군.”
어느 정도 문명을 일궈나가고 있던 아디언 섬의 생존자들과 달리, 이들은 정말로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생존하는 게 고작인, 그런 삶이었다.
“우리와 함께 가겠나? 만약 엘프와 용족과 함께 해도 괜찮다면 우리의 생존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겠다. 그런 생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여기 오기 전에 찾아갔던 다른 생존자들의 섬에 데려다주지.”
모르드가 아디언 섬에 대해서 설명해 주자 이들은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간청했다.
아무래도 이종족들과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인간들로만 이루어진 사회 쪽이 끌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모르드 일행은 그들을 로텐다르에 태워서 아디언 섬으로 데려다주었다.
아디언 섬에서도 인간들로만 이루어진 생존자 집단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주었다. 그들도 인구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었으니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였다.
* * *
“생각보다 큰 섬이었군.”
두 섬의 생존자들을 하나로 모아준 뒤, 모르드 일행은 세레스의 과업을 수행하고 받은 정보에 따라 새로운 섬을 찾았다.
아디언 섬에서 500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섬이었다.
‘거제도보다도 커 보이는데…….’
아무래도 섬의 크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는 지구의 지리적 감각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본섬은 분화구에 화구호(火口湖)가 생성된 휴화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이 섬만 해도 한국의 거제도보다 더 커 보인다.
또한 그 주변에는 자잘한 섬과 암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인도로 남아 있는 게 대단해 보일 정도군.’
화구호가 수원지가 되어 물도 풍부하고, 그만큼 식생도 풍부하다. 생존자가 자리 잡고 살아가기에 정말 좋아 보였다.
모르드 일행은 섬의 서쪽 해변에 상륙해서 아투스의 보물고를 열었다.
“와…….”
오랜만에 밖에 나온 생존자들은 다들 넋이 나갔다.
“여긴 하늘이 완전히 파랗다…….”
“저주의 재가 없어.”
“아직 세상에 이런 곳이 남아 있었구나…….”
날씨는 맑았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섬과 그 주변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사람들로 하여금 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생존자들은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들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살아서 이런 풍경을 다시 보았다는 감동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분에게 제안하겠다.”
모르드는 그들의 이목을 모으고 말했다.
“이곳에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아라. 앞으로 우리는 더욱 위험한 전장으로 향할 것이다. 반드시 싸워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게 아닌 사람은 이곳에서 마을을 꾸리고 살아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곳에 온 것은 자신들이 보호하는 생존자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러기 위한 물자도 지원해 줄 거고, 이 섬 전역에 결계를 쳐서 설령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단죄자가 될 일은 없도록 하겠다. 통신기도 설치할 것이니 우리들과 계속 연락도 취할 수 있겠지.”
아투스의 보물고 안은 단죄자가 지배하는 땅보다는 좋은 환경일지 몰라도 이곳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모르드 일행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투스의 보물고 안에서 지내는 이들은 그대로 영영 갇혀 버리는 신세가 될 위험도 있었다.
“온누리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도, 만약 우리가 싸움에서 이겨서 단죄자 놈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면 꼭 이곳으로 와서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하지. 그러니 전투원이 아닌 사람은 이곳에 남아서 훗날을 기약해 주었으면 좋겠다. 만약의 경우 우리가 믿고 올 수 있는 기항지가 될 수 있도록.”
파르웰이 내려준 과제를 연구하는 일도, 닭과 돼지의 새끼를 쳐서 불리는 일도 이 섬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이유를 설명하자 생존자들 중에서 이곳에 남겠노라고 결정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150여 명의 생존자들은 다들 신혈, 용족, 엘프였지만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모르드 일행과 함께 최전선에 설 만한 전투원의 재목은 아니었다.
노쇠한 이들도 있었고, 단죄자에 대한 증오와 원한으로 악에 받치긴 했지만 전투적성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바로 결정하기는 힘든 사람들도 있을 테니 하루를 주지. 내일 정오에 대답을 듣겠다.”
* * *
다음 날, 생존자들은 각자의 결정을 내렸다.
싸울 의지가 충만했던 이들 중에서도 남기를 결심하는 이들이 나왔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자신이 모르드 일행의 싸움에 함께 할 수준이 못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 사람.
누군가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 등…….
각자의 이유로 남기로 한 인원은 150여 명 중 100명 정도였다.
나머지 50명은 마지막까지 모르드 일행과 함께 새벽 반도로 향하기를 선택했다.
‘의외로군.’
모르드는 마지막까지 자신들을 따라올 이들은 대부분 온누리의 용족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용족들이 반, 신혈들이 반이었다.
엘프들은 모두 남기로 했고, 니스카는 그 사실에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인간과 용족은 아직 온누리에 많이 남아 있겠지만 엘프들은 이곳의 생존자들이 전부일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프록스.”
모르드는 철퇴의 신 메크나의 신혈, 프록스를 불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그는 생존자 중 많은 이들이 따르는 리더였다.
김운산이 생존자 전체를 이끄는 촌장 같은 역할이라면 이 중년 사내는 생존자의 전투부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존재들이라 처음에는 양쪽이 갈등을 빚을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둘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생존자들을 잘 이끌어왔다. 모르드 일행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이번에 모르드 일행을 끝까지 따라나서기로 한 신혈들은 다들 프록스를 따르는 이들이었다.
모르드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를 들려줄 수 있겠나? 추궁하려는 건 아니다. 온누리 출신이 아닌 당신들이 끝까지 싸우러 가는 이유가 궁금하군.”
“단죄자들을 박살 내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큽니다만… 그것만은 아니긴 합니다.”
프록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르드가 자신의 속내를 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너무 빨리 축포를 터뜨리는 셈일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이후의 세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후의 세계?”
“여러분이 단죄자들을 파멸시키고 난 이후의 세계 말입니다.”
“…….”
모르드는 살짝 감탄했다.
프록스의 눈에는 믿음과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반드시 그 미래가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그리고 자신 또한 그에 보탬이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
프록스는 먼 곳을, 바다 건너의 동대륙이 있을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전의 세계에서 우리는 다수였습니다. 압도적인 다수였지요.”
서대륙도 그랬지만 동대륙에서도 인류는 압도적인 다수종이었다.
용족이 지배하는 온누리 제국은 강대한 나라지만, 동쪽 끝에 새벽 반도에 봉인된 것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그리고 용족은 자신들의 나라에서조차 소수의 지배자 계층일 뿐,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인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요. 물론 종족으로 구분하면 여전히 우리는 다수겠습니다만… 온누리 출신들은 자신들이 ‘온누리 사람’이라는 의식이 너무나 강한 사람들입니다. 이후의 세계는 ‘온누리 사람들’과 ‘온누리 사람이 아닌 사람들’로 나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존자들에게는 두 가지 길이 남는다.
“우리 또한 ‘온누리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온누리 사람이 되기를 거부하고, 단죄자가 사라져서 공백지가 된 광활한 대륙 어딘가에서 다시금 문명을 일구기를 선택할 것인가.
“제가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조차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프록스는 지금부터 그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이후의 세계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할 온누리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프록스는 목숨 걸고 싸우기를 결정했다.
단죄자라는 종말의 재앙에 맞서는 이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야만 이후의 세계에서 자신들의 몫을 주장할 수 있을 테니까.
온누리 사람이 되기를 선택한다면, 그들 사회 안에서 나름의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온누리 바깥에서 다시금 문명을 일구기를 선택한다면, 온누리에게 자신들의 영역을 인정받고 지원을 약속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이 섬에 남아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누군가는 저 땅으로 가 단죄자들과 싸우는 것으로 이후의 세계까지 살아남을 모두를 위한 권리를 쟁취해 내야만 합니다.”
주먹을 불끈 쥔 프록스는 모르드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디 마지막까지 함께하게 해주십시오.”
모르드는 프록스에게 감탄했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에 사람들을 이끌고 왕이 될 재목이란 이런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이런 사람이기에 인간만이 아니라 용족 중에서도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며 따르는 이들이 있는 것이리라.
“물론이다. 나도 부탁하지. 부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놈들의 파멸을 지켜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