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40
몸을 돌리고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부하들에게 말했다.
“가자.”
김석철은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지는 최동준을 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의아해했다.
#
최동준은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말이 없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전화.
그것은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곳으로부터 온 메시지에는 동생이 죽기 전에 한 행동이 담겨 있었다.
정미희를 끔찍하게 살인하는 모습.
그는 태성의 부길드장으로 활동했다.
지금 자신이 태성 길드를 장악한다면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DW는 어쨌거나 겉으로는 합법적인 기업이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미 그쪽에서는 최동수와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어머니도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야 한다며 당부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자식이 죽었다는 슬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최동준은 뜻밖에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멋대로 행동해서 이번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어쨌거나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한 집안에서 단둘이 의지하며 자라났다.
헌터로 각성한 뒤에 길이 좀 엇갈렸지만, 형제로서의 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네 복수는 내가 해주마.’
최동수를 죽인 놈.
그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
나는 태성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정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해도 받질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길드로 돌아간 김태훈에게 대강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정동기를 물러나게 해서 태성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최동준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 때 주요 길드 멤버들이 전부 큰 부상을 입어서 길드가 제대로 돌아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동기, 정민철 또한 부상의 정도가 깊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최동준의 계획이 좌절됐다는 것은 어쨌거나 잘된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정동기와 정민철도 큰 부상을 입었다지 않은가?
아마 양측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최동준 패거리 쪽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은 정동기와 정민철 쪽이 이긴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정말 고마워. 이제 일이 마무리됐으니까 너희들은 내려갈 거지?”
김지유, 김지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에 정연희에게 이 일을 의논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물론이고 김태훈도 죽었겠지.
“안 내려갈 건데요?”
김지유가 대답했다.
“언니가 그쪽은 바쁜 거 없다고 서울에 있다가 나중에 오빠랑 같이 내려오래요.”
“나랑 같이?”
물론 나는 앞으로 제주도에 가야 할 일이 있었다.
최초의 던전이 부활했고, 정연희가 그로 인해 늘어난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내게 주는 계약을 맺겠다고 했으니까.
그 일이 아니라도 정연희와 함께 태국에 가기로 했다.
그곳에 있는 최초의 던전을 탐방하기 위해서.
물론 그냥 방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제주도에서 이미 한 번 맛을 본 만큼 무조건 던전 코어에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최초의 던전이 부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최초의 던전을 보유한 모든 국가에서 자기들의 던전도 부활하길 바랄 테니까.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겠지.’
단순히 던전 하나가 새로 생기는 정도가 아니다.
최초의 던전은 상징성만으로도 평범한 던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에서 나올 광물과 부산물.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마나를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까지는 가공이 불가능했지만, 던전이 부활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이 미칠 2차 파장이 엄청날 터였다.
김지유와 김지은은 제주도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정희연에게 지시받은 게 있으니 내 말보다는 그쪽이 우선이겠지.
그렇다면 무엇보다 우선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너희들이 지낼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호텔로 갈래? 비용은 내가 댈게.”
“아니요, 오빠 집이 편해요.”
“돈 많은 건 알지만 뭐 하러 그런 데 돈을 써요?”
“셋이서 지내기에는 집이 너무 좁잖아. 게다가……”
“게다가 뭐요? 남녀가 한집에 있으면 좀 그렇다고요?”
“오올~~ 오빠, 우리를 여자로 보고 있었구나?”
괜히 말을 꺼냈다가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기들은 정연희에게 나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고, 호텔에서 떨어져 지내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뭐라고 대꾸하기 어려웠다.
최동수가 죽었다고 해도 나를 둘러싼 위험이 다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의 형이 살아있고, 최동수도 언급한 만큼 이미 궁극의 포션 제작자가 헌터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스스로의 안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어디론가 끌려가 기계처럼 포션만 찍어내게 될 수도 있었다.
‘집이라도 컸다면 좋았을 텐데.’
자연스럽게 이사를 가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이혼하기 전부터 정미희와는 함께 살지 않았고, 혼자 살 생각으로 다소 작은 아파트로 옮겼다.
살림살이도 단출해서 이사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었다.
‘250억.’
그런 거금이 현금으로 인벤토리 안에 있다.
웬만한 아파트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자동차도 몇 대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혼자 소파에 앉아 부동산을 검색하고 있었더니, 옆에서 내 쪽으로 발을 쭉 뻗고 뒹굴거리고 있던 김지은이 벌떡 몸을 일으키고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어? 집 사게요? 잘 생각했어요~ 여기 좁아터졌잖아~”
남의 집을 두고 좁아터졌다고 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 혼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손님이 둘 들어오니까 정말로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었다.
김지은이 옆에서 내가 검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뭘 그렇게 서민적인 아파트만 보고 있어요? 한강뷰! 개인 주차장에 적어도 전용면적이 100평은 돼야지!”
“100평……?”
김지은이 자기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내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집안에 수영장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펜트하우스.
게다가 한강뷰다.
평수는 125평.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얘가 자기 집 아니라고 정말 막 검색하는구나.
하지만 거기 적힌 매매가를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250억?’
정확히 내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액수였다.
현금이 있으니 일시불로 살 수 있다는 뜻.
물론 그 돈을 다 집을 사는 데 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더 수입이 생길 것이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나는 정희연을 만나고 왔던 일을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자그마치 던전을 소유하고 있었다.
길드 자산이라고는 해도 길드장인 그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제주도 자체가 마치 그녀의 소유물인 것처럼 그녀의 입지는 그곳에서 독보적이었다.
가방 열 개에 250억을 담아서 바로 보내는 것만 보아도 재산의 스케일을 짐작할 만했다.
‘진짜 너무 소시민적으로 생각했구나.’
내 인생은 달라졌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바뀐 인생을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음, 좀 아쉽네요. 역시 200평은 돼야지, 맞죠?”
김지은이 자기가 검색해서 보여준 아파트를 너무 작다고 평가하며 다른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고서 보여주는 곳들은 하나 같이 크고 화려한 곳이었다.
아파트만 있는 건 아니고, 고급 타운하우스도 있었다.
확실히 정희연 옆에 있던 여자애라서 그런지 나와는 감각 자체가 다른 듯했다.
사진들을 보는 동안 내 안에서 집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자동차는 안 사요? 오빠 차도 없죠?”
그 또한 이혼을 앞두고 처분했다.
당장 돈이 없었고, 작업실과 집만 오가는 처지라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작업할 원재료와 완성품은 대개 길드에서 보내주고 받아가고는 했다.
내 일은 어디까지나 ‘가공’이었으니까.
김지은이 이번에는 자동차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검색해서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슈퍼카였다.
처음에는 내가 슈퍼카를 탄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의 가격을 보자니 생각이 달라졌다.
‘살 수 있어.’
차고에 슈퍼카를 몇 십대씩 가지고 있는 슈퍼 리치들의 삶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김지은과 머리를 맞대고 검색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이 전화가 정민철에게서 온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그가 괜찮은지 알고 싶었고, 어제 있었던 일의 내막도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전화한 것은 이석규였다.
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 정동기의 집에서였다.
그가 나를 바래다줄 때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치료사님.”
– 잘 계셨어요, 선생님? 제가 며칠 외국에 나갔다 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아, 네.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 여행이라고 하기는 힘들죠.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기념품 가게에서 힐링스톤을 잔뜩 사 왔습니다.
이석규가 말하는 힐링스톤은 당연히 최초의 던전에서 나온 것일 터였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마음이 동했다.
– 전에 말씀드린 적 있죠? 이 나라에는 치료가 필요한 VIP들이 많이 있다고. 오늘 한국에 오자마자 한 분과 연락했습니다.
“그분이 누구시죠?”
– 최수일 회장님입니다.
나는 그 이름을 듣고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죄송한데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 SH 회장님입니다.
“네?”
SH.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특히 헌터 관련 사업 분야에서 DW와 1위를 두고 경쟁하는 기업.
그런 대기업의 회장이……
나는 이석규가 했던 VIP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
────────────────────────────────────
생명의 은인(1)
“언제 만나기로 하셨나요?”
– 그쪽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만나서 치료받고 싶어합니다. 먼저 선생님 스케줄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저는 언제든 괜찮습니다.”
– 오늘도 괜찮으신가요?
“네.”
– 그러면 그쪽에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약속이 잡히면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SH 회장을 치료한다는 것은 큰 이벤트였다.
단순히 대기업 회장을 치료하여 그와 인연을 맺는다는 차원을 넘어 그가 바로 SH 회장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현재 나는 DW와 좋은 관계가 아니니까.
그쪽 집안사람인 최동수를 죽였고, 그에게 듣기를 최동수의 형과 어머니가 나를 잡아다가 포션 제작하는 기계로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DW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단은 무엇이겠는가?
내가 S급 헌터가 아닌 이상 비슷한 덩치를 가진 경쟁 기업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그 방법일 수 있다.
이것이 이석규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힐링스톤……’
힐링스톤이 채굴되는 최초의 던전은 스페인에 있었다.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를 그곳의 던전 코어를 부활시키고 나면 내게 ‘힐’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했다.
어쩌면 단순한 힐 능력이 아니라 그 이상의 뭔가를 얻을지도 몰랐다.
‘공격 능력도 더 강해질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