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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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에게 접근했다가 실패한 김철원은 바로 다음 타깃을 선정했다.
강성권에게 실패했다고 보고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김태수를 죽여줄 S급 헌터를 찾고자 했다.
그가 두 번째로 선정한 것은 최희수라는 헌터였다.
사실 박성일을 꼬이는 데 실패할 경우 두 번째로 접근하겠다고 미리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이유는 박성일과 그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둘은 직접 맞부딪친 적은 없지만, 흔히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라이벌로 불리고 있었다.
박성일은 그에 대해 이제까지 뭐라고 언급한 적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성격이 급한 최희수는 몇 번이나 박성일은 자기 상대가 안 된다고 공언했다.
박성일의 대꾸가 없으니 더 대담하게 나오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중론은 여전히 박성일이 최희수보다 강할 거라는 것이었고, 최희수로서는 박성일에 대한 말만 들어도 예민하게 반응할 지경이 되었다.
‘뭐,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최희수라면 이소연과 견주기 힘든 강한 헌터이다.
박성일을 제외한다면 그보다 강한 헌터가 없다고 일컬어질 정도.
김철원은 재빨리 그에게 연락해서 만남을 요청했다.
몇 번 연락해도 응답이 없던 그는 구체적인 조건을 들은 뒤에야 답장을 보냈다.
– 꼭 부탁드리고 싶은 건이 있습니다. 응해주시면 매달 백억 원씩 드리겠습니다. 헌터부 차관 김철원 보냄.
– 만나죠.
최희수가 주소를 보내왔다.
그곳은 바로 그의 집이었다.
김철원은 박성일을 만날 때만큼이나 마음을 졸이면서도, 이번에는 이야기가 잘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그것을 시사했다.
최희수는 방금 자고 일어난 것 같은 부스스하고 짜증스러운 얼굴로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헌터님! 연락드렸던 헌터부 차관 김철원입니다!”
“차관? 장관이라고 안 했어요?”
“차관입니다, 헌터님. 다음 인사 때 장관이 될 예정입니다.”
“뭐, 그건 됐고. 무슨 건인데 그래요?”
최희수는 김철원을 문 앞에서 맞이했다.
집안에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굴욕적이었지만 굴욕감이라면 이미 박성일을 만날 때도 충분히 느꼈다.
이제 그것에 적응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차피 장관이 되면 S급 헌터들과도 교류해야겠지.
그때를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혹시 김태수라고 아십니까?”
“그게 누군데요?”
“TS 길드는 들어보셨는지요.”
“뭐. 이름은 들어봤죠.”
“거기 회장이 김태수입니다. 그자가 자기 권력을 믿고 위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S급 헌터까지 죽이고 있죠.”
“뭐요?”
최희수의 눈썹이 꿈틀댔다.
나이는 박성일과 같지만, 이쪽이 훨씬 단순한 성격이라는 느낌이다.
애초에 박성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파악하기 어려운 타입이었으니까.
“이소연 헌터님을 죽인 것이 바로 그자입니다.”
“이소연은 제주도에서 그 외국인이랑 그짓 하다가 죽은 거 아니에요?”
“그건 진실과 다릅니다. 김태수가 이소연을 죽이고 자기 죄를 덮기 위해 제이슨까지 죽여 알리바이를 만든 겁니다.”
“진짜예요?”
“네, 정말 위험한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을 내버려두면 앞으로 무슨 짓을 더 저지를지 몰라요.”
“이소연을 죽일 정도면 S급 헌터 아니에요? 왜 나는 몰랐지?”
“S급 헌터가 아닙니다. 아마 이소연 헌터님을 죽일 때도 운이 좋았던 거로 보입니다. 헌터님과 싸운다면 백 퍼센트 헌터님이 이길 겁니다.”
한 번 거절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김철원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냈다.
최희수가 쉽게 반응하는 타입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꼬이면 금방 넘어올 것 같았다.
“그 김태수라는 놈을 죽이면 매달 100억씩 준다고요?”
“맞습니다.”
“국가에서 주는 거예요?”
“아니요~ DW에서 지급할 겁니다. DW는 김태수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암적인 존재라고 보고 공익을 위해 거금을 들여 그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음, 암적인 존재라면 죽여서 없애야죠.”
“아이고, 이렇게 생각이 밝은 분이신 줄 알았으면 먼저 찾아왔어야 했는데 괜히 헛걸음만 했었네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갔었어요? 누구?”
“박성일 헌터님을 먼저 만났는데, 그분은 김태수를 죽일 자신이 없으신 모양이더라고요. 같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셨습니다.”
“하하하!”
박성일 이야기가 나오자 최희수가 즐거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새끼가 쫄아서 의뢰를 거절했다고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최희수 헌터님을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 제가 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았습니다. 하하하하!”
“누가 쫄았다고?”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김철원은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조심히 돌아본 허공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바로 박성일이었다.
101화. 도장 깨기 (3)
“너…….”
최희수가 당황하여 걸어나왔다.
“어떻게 들어왔어?”
이곳은 저택이었다.
일단 문을 통과하여 긴 정원을 가로질러야 현관에 이를 수 있었다.
CCTV만도 몇 대나 있다.
특히 헌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호막을 설치해두었다.
다른 건 몰라도 보호막까지 뚫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날아왔지.”
박성일이 바닥에 착지하며 말했다.
“보호막 말인데, 꼭대기 부분이 뚫려있는 거 아냐? 모든 보호막이 다 그래. 그 부분이 가장 약하거든.”
최희수의 집에는 광범위한 보호막이 둘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박성일이 말한 꼭대기란 몇백 미터 상공을 이야기했다.
보통 헌터들이 그렇게 높은 곳을 통해 들어오지는 않으니까.
“왜, 왜 왔어?”
최희수는 박성일을 처음 만났다.
언론에 대고 항상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은 일부러 그가 나타날 만한 곳을 피해 다닌 이유도 있었다.
그동안 해놓은 말이 있으니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희수야.”
“뭐! 왜?”
“너 나 안 좋아하지?”
“씨발, 내가 왜 너를 좋아해야 해? 너 게이야?”
“언론에서 좀 부추겼다고 그렇게 놀아나면 사람들이 너를 우습게 보는 법이야.”
“뭐? 네가 나를 우습게 보는 거겠지!”
“어휴…… 네가 나보다 약하다고 해도 너는 2인자잖아.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강한 놈이 뭐에 쫓겨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그딴 개소리하려고 내 집에 온 거야? 썩 안 나가!”
박성일이 김철원에게 물었다.
“아저씨, 나 만나고 여기로 왔네?”
“아…… 헌터님이 의뢰를 거절하셔서요. 제 딴에는 다른 분을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태수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려고요?”
“네, 뭐…….”
“저 이제 중립 기어 안 박습니다.”
“아, 그러면!”
김철원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저희 의뢰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김태수 그 악당을 죽이는 데 동참해주실 겁니까?”
“누가 악당이야?”
“네?”
“나 태수 형님 만나고 오는 길이야. 몇 마디 나눠보니까 딱 알겠더만. 나쁜 건 너희들이지, 형님이 아니야.”
“설마…… 중립이 아니라는 말씀은.”
“그래. 나 태수 형님 편이야.”
박성일이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중앙에 소용돌이 모양으로 마나가 모이는가 싶더니, 펑! 소리가 나며 터졌다.
동시에 김철원의 머리통이 폭발해 그 파편이 최희수에게로 튀었다.
“어, 이, 이런…….”
가만히 서 있다가 골수를 뒤집어쓴 최희수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왜? 사람 시체 처음 봐? 너 던전에도 들어가 본 적 없지?”
최희수는 20살이었다.
박성일보다 2살 아래.
고등학생 때 각성해서 단숨에 유명해졌다.
하지만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던전에 들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