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64)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64화
97. 아로아의 등장(4)
윤아와 사귀기 시작한 직후 태연은 새로운 취미에 눈을 떴다.
독서? 공부? 게임?
‘물론 그것도 재미있지만…….’
운동!
사실 이 취미는 철저히 윤아의 취향, 혹은 사고에 맞춰 시작한 것이다.
‘난 예전부터 운동 같이 할 수 있는 애인을 가지고 싶었어.’
이렇게 말하는데…… 운동 그 까짓거. 해줘야지.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운동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데 팔찌의 신비한 힘.
특정 시간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 능력치를 올려주는 옵션은 태연의 체질을 뼈대부터 바꿔놓기 시작했다.
골격이 좋아졌고, 근육의 질이 엘리트 운동선수 수준으로 좋아졌다.
덕분에 원래도 나쁘지 않았던 비주얼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근래에 어디를 가도 카리스마 있게 잘생겼다는 칭찬을 듣게 된 이유였다. 어떤 이들은 피부 관리 비결이 뭐냐며 귀찮을 정도로 캐묻기도 했다. 성형 의혹도 적잖았지만…… 같이 일하는 이들의 반박으로 무시됐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체력의 상승이 업무 효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
예전에는 몇 시간 집중을 하고 나면 피로가 확연히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는 끄떡도 없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체력 관리는 필수였기에, 태연은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트레이닝에 전념하고 있었다.
“후우우…….”
아침 운동 끝!
땀을 닦는데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뭘 그렇게 봐?”
윤아였다.
같은 타이밍에 운동을 마친 그녀가 총총 다가오더니 몸 이곳저곳을 꾹꾹 찔러보며 크게 감탄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응? 뭐가?”
“안 그래도 몸 굉장히 좋은데……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
“몸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느낌이야. 한계 같은 게 없어 보여.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윤아가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오빠 운동했었으면 금메달 휩쓸었겠다.”
그 말에 태연이 나름 농담으로 받았다.
“네가 원한다면…… 한 번 도전해볼까?”
“어? 정말?”
“…….”
“우리나라는 모르지만 외국에서는 사회 체육인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경우가 있거든? 내가 보기에 오빠 재능이라면 올림픽…… 금메달까지는 무리겠지만 출전은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거야!”
어…… 농담이었는데?
급발진을 하는 아내의 모습에 태연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오늘은 윤아와 함께 출근이었다.
Y&K 게임즈?
“오늘은 과천으로 갈 거야.”
“과천이다! 과천!”
아니다!
테마파크 시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날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테마파크 시티 공사가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놀라운 속도에 외신은 물론, 국내에서도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이곳에 테마파크뿐만 아니라 넥플을 비롯, 크고 작은 기업들의 거점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부동산 뮤튜버 대다수가 여기로 몰릴 정도였으니…….
“와, 여긴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 발전 속도가 굉장하네. 사람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고…….”
“원래도 부동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이었으니까. 그게 테마시티 사업으로 날개를 단 셈이지.”
투기꾼도 몰려들고 다수의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출입하고…….
그중에는 넥플, Y&K 게임즈 직원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미러 컴퍼니는 이곳에 안 들어와?”
“입주하긴 할 거야. Y&K 게임즈 사옥에 임대로 들어가는 형태로.”
재작년.
Y&K 게임즈 사옥 이슈가 점화되었고 계획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회사 성장 속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게임은 정령사 키우기 하나였지만 이 게임이 전 세계 어지간한 게임들을 가볍게 압도할 정도로 워낙 대단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괜히 단일 게임 매출 전 세계 신기록을 쓰고 있는 게임이 아닌 것이다. 만약 상장사였다면 그 가치는 수조 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미러 컴퍼니에 엄청난 자금을 현재 진행형으로 퍼붓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했으니, 차후 스마트 글라스 와 연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참고로 안경원의 최종 목표인 가상현실 게임 역시 Y&K 게임즈를 통해 미러 컴퍼니와 합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Y&K 사옥 임대 입주는 이런 부분을 고려한 사항이었다.
설명을 듣고 난 윤아는 입을 헤 벌렸다.
“대체 오빠가 관여하고 있는 게 얼마나 되는 거야?”
주위를 둘러본다.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인 장소를 포함, 거대한 시티 전체가 태연의 관할 구역이었다. 윤아도 그것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와닿는 게 컸던 것이다.
“오빠 정말 굉장한 사람이었구나.”
시티를 천천히 둘러본 직후 오후 네 시쯤이 되어서야 테마파크에 입성했다.
기존에 존재했던 파크를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었기에 진행 속도가 굉장했다.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자타 공인, 꿈과 환상의 나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장소답게, 벌써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 언제 오픈이지?”
“내년 중순?”
“와, 그렇게 빨라?”
“공사 기술 수준과 투입된 인력, 자금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지.”
당초 고려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지금이었다. 해외 여러 가지 이슈로 각종 자제 값이 폭등했고, 인력 고용 이슈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춤하는 기색 없이 공사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중심 구역이 활기를 띠니 시티 전체에 생기가 넘쳤다.
드림씨어터 시티.
말 그대로 꿈과 희망이 넘쳐 흐르고 있는 장소였다.
마지막 방문 장소는 드림씨어터.
디즈니랜드 코리아를 포함해 테마시티 사업 및 운영 주체가 되는 회사였다.
본사가 이미 과천에 위치해 있었다.
태연은 회의실 상석에 앉아 주요 사안과 이슈에 논의를 진행했다. 윤아는 드림씨어터 관계자는 아니었기에 외곽에 의자를 놓고 앉아 조용히 참관 중이었다.
실무팀 인원 중 한 명이 태연에게 말했다.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건 사실 저만의 아이디어는 아니고 이 회사에서 얼마 전부터 크게 불거지고 있었던 이슈였습니다.”
“네. 말씀해 보시죠.”
“우리 테마파크에…… 를 전격 도입하고 싶습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극한의 AR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 글라스 아로아.
태연은 이 이슈가 분명히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에 그리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국. 내외에서 집결한 테마파크 관련 최고의 인력들이었다. 지금 제안한 이도 미국 올랜도에서 근무하다가 이직해 온 고급 인력으로, 이름은 조던이라는 흑인 사내였다.
“아로아의 전격 도입이라, 프레젠테이션도 준비를 해놨겠죠?”
“물론이죠!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 * *
테마파크 기획은 게임 기획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동선이 중요하다는 것.
테마 디테일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
곳곳에 ‘재미’적인 요소를 부여해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과정’조차도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등.
이번 제안은 바로 그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바로 캐릭터 가이드입니다.”
“가이드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만의 가이드가 되어, 계속 따라다니며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는 콘텐츠입니다.”
등록을 하고, 가동을 해서 캐릭터를 구현하면 이후 인공지능 AI가 입장객의 동선, 대화 내용 등…… 다양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가 추후 재 방문 시 활용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전환된 빔 프로젝트 화면에, 유명 캐릭터가 입장객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내일 생일이구나! 저기 앞에 우리 캐스터분 보이지? 가서 생일이라고 말하면 생일 축하 배지와 스티커를 줄 거야. 그거 꼭 받아서 잘 보이도록 착용하라고!
-혹시 그 애니메이션 봤어? 모른다고? 이런, 그거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 내가 간단히 알려줄게!
단순한 가이드가 아니었다.
“정을 붙일 친구를 만들어 주자는 의도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언제든 나를 반겨주며 가이드이자 친구로서 하루 종일 함께 있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발표자, 조던은 슥 웃었다.
“그 친구가 보고 싶어서라도 다시 찾게 되지 않겠습니까?”
“흠…….”
“이외에 아로아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다크 라이더에 AR을 적용하면 바로 내 머리 위로 캐릭터나 유령들이 다가와서……!”
* * *
늦은 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윤아가 말했다.
“오늘 피곤하잖아. 내가 운전한다니까?”
“난 괜찮으니 눈 좀 붙여.”
“나 오늘 한 거 없어서 쌩쌩하다니까?”
“거울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 당장에라도 눈이 감길 것 같은데.”
“…….”
무의식적으로 룸미러를 확인한 윤아는 피로가 가득한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메일 이 정도 일정을 소화하는 거야?”
“뭐…… 그렇지.”
소속된 회사, 맡은 업무량이 워낙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넥플, 드림씨어터, 마스 게임즈, Y&K게임즈, 미러 컴퍼니…….
윤아는 혀를 내둘렀다.
“오빠는 초인이야. 아마 오빠처럼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없을 거야.”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적응이 된 거지.”
아침에 출근했을 때와 별다를 바 없는 담담한 모습.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그렇게 엄청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거구나.’
어떤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항시 냉철한 판단을 내리며 날카로운 지적, 조언을 하는 모습은 수많은 직원들에게 엄청난 신뢰감을 심어준다.
당장 그가 테마시티에 등장하자 사람들이 달려 나와 한 명씩 따라붙더니, 나중에는 무리를 이끌고 다니기도 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다.
“오늘 지루하지 않았어?”
“응. 재미있었어.”
“그래? 어떤 점이?”
“음…….”
잠시 고민해 보던 윤아가 씩 웃었다.
“안 알려줘.”
“뭐?”
“나 잘래!”
눈을 감아 버리는 윤아.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어.’
눈을 감은 채 윤아는 생각했다.
오늘, 따라오길 정말 잘했다고.
‘열심히 일하는 오빠 모습이 정말 멋있었으니까.’
일에 전념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잊지 않고 계속 배려해주고, 챙겨주려던 모습이 더 좋았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거나, 힘들지 않냐며 조용히 말을 걸어주기만을 기다리게 됐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오늘…… 정말 좋은 하루였어.’
가끔 이런 데이트도 나쁘지 않을지도……?
태연은 깊이 잠든 윤아의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에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온도를 맞춰주고, 윤아가 좋아하는 조용한 재즈 음악을 틀며 최대한 조심히 운전한다.
윤아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