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새로운 테마
일본 모험가들의 대집결과 함께 시작된 기습적인 총공세.
가엘 연방을 정복하기 위해 시작된 이들의 첫 번째 공격은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저게 도대체 뭐야! 저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은!
-공성 무기……? 아니, 이런 건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수십만이나 되는 대규모 병력을 이렇게 쓸어버린다니! 이게 말이 돼?
작은 소도시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외곽 도시 페르비움.
오랫동안 방치되어 그저 장식에 가까울 정도로 허약한 성벽만이 하나 존재하는 이 같잖은 도시에서 미친 듯이 쏟아지는 공격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며 단숨에 수천, 수만의 유저를 산화시키는 광경. 그것을 영상으로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에 물들었다.
-저, 저거 설마…… 화포……?
-뭐냐, 저 화력은?
-저건 그냥 융단폭격 수준이네.
-폭탄 한 방에 죄다 쓸려 나가는 것 보소.
그야말로 현대전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화력전.
압도적인 사거리와 막강한 파괴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딜교로 일본 대륙의 모험가들을 쓸어버리는 상황. 그것을 보며 수많은 유저들이 온갖 예측과 추측을 쏟아 냈지만, 이들은 덱스의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서 그 공격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엘 연방에는 다양한 마법 공학 학파가 존재해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곳에는 아티팩트라고 하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죠. 마치 스팀펑크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여하튼 판타지 세계인 이 아르카디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많죠.]한국 대륙 내부의 설정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해외 유저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가엘 연방의 세계관을 설명해 주는 덱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뒤에서 크고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거대한 포신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마법 공학 학파, 캐논필리아(Canon philia) 학파에서 개발해 낸 아티팩트, 마법 포탑이에요. 마나석을 이용해서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일시에 섬멸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신개념 공성 무기죠.]마법 포탑(Magic Turret).
하이머와 강제 징용된 마법 공학자들이 매일같이 갈려 나가며 만들어 낸 역작. 그리고 그것이 덱스의 방송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자 채팅창은 일시에 뒤집어졌다.
-???
-저거 그냥 완전 야포 아니냐??
-X발 ㅋㅋㅋㅋ 세계관이 붕괴하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이 망할 X망겜 수준 봐라 엌ㅋㅋㅋㅋㅋ 이러다 나중에는 뭐 핵이라도 나오겠네.
-마붕이들 피눈물 잼 ㅋㅋㅋㅋㅋㅋㅋ.
-운영자 새끼들 진짜 밸런스 X창 내려고 작정했나. 저건 선 너무 씨게 넘었지.
마법 포탑이라고 이름만 붙었지 그냥 누가 봐도 저건 삼진 화포로 강제 개명 당할 것 같은 외형의 아티팩트. 너무나도 사기적인 성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이들은 이딴 정신 나간 물건을 게임 속에 집어넣은 게임사를 욕하면서도 이내 그 탐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저거 탐나기는 한다…….
-그러게? 나중에 길드들끼리 공성전 할 때는 무조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마나석이 날아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법사들 기용하는 것보다는 싸게 먹힐 듯.
-저거 어디서 구함? 가엘 연방에 가면 파는 건가?
화력의 꽃이라고 불리며 대규모 전투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존중받고 대우받는 귀족 계급의 직업, 마법사.
하지만 저 거대하고 우람한 포신이 돋보이는 마법 포탑은 이러한 마법사들의 역할을 대체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한 화력을 보여 주었다.
그렇기에 길드를 운영하는 마스터나 몇몇 간부들이 관심을 가지는 상황. 그런 와중에 눈을 까뒤집고 발광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력! 화려어어어억!!!!
-제23포병여단 출신이다! 포병 만세! 화력 만세! 대포 만만세!
-전장의 신은 포병이지! 드디어 아르카디아에 포병이 생기는 건가……!
-화력! 포! 화력! 포! 저것이 사나이의 로망이다!
화력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자들.
하이머의 학파가 추구하는 신념에 가장 적합한 화력 덕후들.
이들은 채팅창을 통해서 자신들만 아는 것들을 연신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음……. 대충 겉으로 보기에는 원시적인 야포의 모습이네요. 기동성이 뒤떨어져 방어용으로밖에 사용이 안 될 것 같은데, 일단 바퀴를 달고 조금 더 구조설계적인 측면에서 개량하면…….
-전장 전술에서도 화력전의 기초 개념이 부족해 보이네요. 일단, 화력을 쏟아부을 때는 저런 식으로 집중 포격이 아니라 포격의 피해 범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분산적으로…….
-직사포랑 곡사포 방식이 혼용된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럴 거면 차라리 저런 디자인으로 구조를 설계할 게 아니라, 이번에 독일에서 전력화한 XDC-321 모델처럼…….
-그게 뭔데, 이 X덕들아.
-ㄹㅇ ㅋㅋ 하여간 밀덕 새끼들 분위기 파악 못하네.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여러모로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하이머의 마법 포탑. 그것을 영상을 통해 공개하며 그는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다.
[이 포탑을 직접 구경하고 사용하고, 또 만들고 개량해 보고 싶으세요?]그야말로 전 세계의 모든 화력 덕후와 밀덕들의 발작 스위치를 누르며.
그리고 그는 또다시 눌렀다.
[두 자루의 리볼버를 들고 제가 한 것처럼 화려한 전투를 하고 싶으세요?]카우보이와 리볼버에 이상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양덕들의 발작 스위치까지 말이다.
[그러면…… 이곳 가엘 연방으로 오세요.]그렇게 그는 모두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여러분의 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한국 대륙 남쪽, 저 변두리에 자리한 가엘 연방으로.
그렇게 중세 판타지 세계관인 아르카디아에 기묘한 대통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화포라는 현대적인 최신식 무기 체계와.
대화력전과 란체스터 법칙이라는 듣도 보도 못 한 현대전의 전략 전술이.
이곳 아르카디아에 등장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
그녀는 집무실에 앉아 엘리스와 해당 사태에 대한 논의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까…… 엘리스 네 말은 작금의 상황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밸런스가 그야말로 붕괴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가엘 연방의 상황. 그렇기에 이미연 사장은 조금 의외라는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현대의 과학기술이 가미된 발전은 철저히 제한하기로 했던 것 아니었어?”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에서 그 어떠한 것도 구현 가능한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하지만, 이러한 이 세상 속에서도 절대 금기시되는 것들이 있었다.
현대 과학 문명의 이식.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문명 속을 드나드는 유저들.
엘리스는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이 아르카디아의 주민인 NPC에 이러한 과학 문명의 지식을 넘겨주는 상황에서는 유저들의 행동을 철저하게 막아섰다.
[음? 방금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나?] [어……. 자네는 누구지?]NPC들의 인식 방해나 기억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현대 과학기술이나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것이 이들에게 인식될 수 없도록 제한하던 그녀.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대의 화포가 저렇게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과정 그 어느 것에서도 엘리스는 개입하지 않았다.
[제한하려고 해도 그럴 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현재 가엘 연방에서 만들어진 아티팩트…… 일명 ‘마법 포탑’의 경우에는 철저히 마법에 존재하는 설정(設定)에 따른 것이니까요.]“뭐……?”
[상세 내용은 첨부한 자료를 확인해 주십시오.]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마법과 마나.
현실에는 없는, 오로지 상상 속에서 비롯된 이 가상의 능력과 에너지원에 대해 수백 쪽의 페이지로 빼곡하게 적혀 있는 설정과 법칙들을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저 물건이 철저하게 마법과 마나의 설정 아래에 구현된 상황이라고?”
제한하려고 해도 제한할 마땅한 이유가 없는 난처한 상황. 그렇기에 이미연 사장은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이건 그래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아? 저 캐논 슈터인지 뭔지 하는 직업은 너무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하잖아.”
두 손에 총을 들고 수천이 넘는 적을 홀로 쓸어버리는 경이적인 전투력을 발휘하던 덱스.
압도적인 사거리와 어마어마한 연사 능력, 거기에 출중해 보이는 대미지까지.
그야말로 사기캐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저 영상은 이미 근접 유저들을 폭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격노하게 했다.
-망할 게임사 새끼들아! 근접 유저들은 뭐 어쩌라는 거냐!
-이러려고 내가 칼 들었나 자괴감이 들어!
-마법사 하지 말고 칼이나 들라더니 네놈들이 다 속셈이 있었구나! 이 새끼들아!
-사장 나와! 당장 사장 불러와아아아아!!!!
그야말로 회사 사옥까지 찾아와서 온갖 깽판을 치는 유저들.
자칫하면 회사가 성난 군중들에게 장악될 수 있는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엘리스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했다.
[밸런스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최고 개발자님과 조율을 거쳐서 추가적인 검토를 해야 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이번에 공개된 전투 영상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그래……?”
아르카디아를 만든 창조주이자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최고 개발자, 잭.
그가 이번 상황을 모두 용인했다는 말에 이미연 사장은 의외라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캐논 슈터라는 직업의 단점을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마나석으로 인한 캐릭터의 전체적인 유지비가 많이 들고, 다른 직업에 비해서 투자해야 하는 능력치가 많아서 전체적인 성장 한계치가 낮고 성장 속도가 더딘 편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있고 강력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실제로는 극악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육성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직업.
그렇기에 엘리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재차 강조했다.
[저런 강력한 전투력은 해당 유저가 특이한 경우일 뿐, 전반적인 일반 유저들의 기대 전투력은 한없이 낮을 것으로 분석됩니다.]“밸런스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는 생길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똥이었다며 온갖 원성을 높이며 또다시 드러누울 것 같은 유저들을 상상하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에게 엘리스는 이번 사태로 발생할 추가적인 이익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 사태의 결과로 양산된 마법사 유저들에 대한 일부 적체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마법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도 속에서 양산된 마법사 유저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극도로 제한된 상위 마법서의 수량 때문에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아예 막혀 버린 상황.
그렇기에 이 캐논 슈터는 마법사 유저들에게 좋은 대체재가 될 공산이 컸다.
“그러니까 마법서를 얻지 못하는 대다수의 유저들을 저 캐논 슈터라는 직업으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자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직업에는 지능 능력치에 따른 추가적인 보너스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추가 조정 하여 적용할 예정입니다.]이미 만들어진 직업을 없앨 수는 없는 상황.
그렇기에 최대한 밸런스적인 부분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엘리스의 계획에 이미연 사장은 나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런 이유라면 나도 밑에서 난리가 난 직원들에게 설명할 정도는 되겠네.”
일단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해 광분한 유저들에게 아무런 말도 해 주지 못하고 침묵하는 직원들. 이들에게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해명거리를 던져 줄 수 있겠단 생각에 안도하는 이미연 사장이었지만, 그런 그녀에게 엘리스는 또 다른 거대한 무언가를 던져 주었다.
[또한, 메인 시나리오의 최종적인 테마가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오.]“음……? 그게 무슨…….”
대륙 통합 첫 번째 메인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난세.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거대한 변수 속에서 그 시나리오는 완전히 폐기되어 전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대륙 통합 메인 시나리오, Act. 1] [마도 과학의 시대(The Era of Arcane machinery)]진짜 마법사들에게 유사 마법이라는 조롱과 비웃음 속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으며 묵묵하게 발전해 오던 마법 공학(Hex Tech).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들은 전 대륙에 그 존재감을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기존 마법 체계의 패러다임을 뒤집어엎으며.
마도 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