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인턴이 너무 강함 (1)
대한민국의 재계 서열 2위의 기업, KG 전자.
한때 아진 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하며 내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엄청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혁신을 이끌어 가는 그들과 발맞추지 못해 결국 이들은 주력 업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아진 전자가 스마트폰 G-시리즈와 드리머와 같은 첨단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비해서 우리 KG 전자는 기본적인 백색 가전 제품에 좀 더 치중하고 있어. 그래서 요즘 분기별 매출이나 영업이익 쪽에서는 성장세가 많이 뒤떨어지지.”
수요량이 제한적이고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해서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생활 가전 사업. 그렇기에 이들은 조금 남다른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 부서에서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어.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유통 마진을 높이는 전략이지. 대충 인터넷 쇼핑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
재영과 함께 방금 있었던 회의에서 사용했던 자료들을 정리하는 고동호 대리. 그의 손에 들린 회의 자료에 커다랗게 적혀 있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가상현실 가전제품 종합 쇼핑몰 – KG 랜드 기획안]KG 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전자제품을 한곳에 모아 둔 거대한 가상의 쇼핑몰.
그곳에서 사람들이 직접 기계들을 사용해 보고 구매를 결정하게 되면 그 즉시 전산을 통해서 주문이 들어가고 배송까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가상현실 속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계획. 이미 윌마트를 비롯해 수많은 유통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식이었기에 재영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비용은 많이 줄어들긴 하겠네요.”
“그렇지. 전국에 깔아 놓은 판매점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거든. 부지 매입 비용이나 건물 임대료 같은 건 그렇다 하더라도 재고 쌓아 두고 영업 사원들 굴리면서 드는 비용은……. 어휴…… 진짜 말도 마라.”
각 주요 도시마다 곳곳에 깔아 놓은 KG 매장. 하지만 최근 들어서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기에 그 적자 폭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 회의 중에는 왜 그렇게 고성이 오갔던 거예요? 다들 화난 것 같던데.”
박진태 부장을 비롯해 담당자들이 모두 한데 모인 자리. 하지만 회의는 생각보다 꽤 난항을 겪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렇기에 고동호 대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람들이 있거든.”
“이해관계요……?”
인턴인 재영이 알지 못하는 회사 내부의 속사정.
고동호 대리는 살짝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간략하게 회의실에서 고성이 오간 이유에 대해서 알려 주기 시작했다.
“영업 이사 쪽에서 이번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발하는 중이거든. 아무리 그래도 국내외의 영업 부서를 전면 혹은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이거지.”
아무리 현실에서 사람들이 매장에 발걸음을 안 한다 하더라도 판매점들은 계속해서 존속해야 한다는 영업 파트의 강력한 주장. 하지만, 고동호 대리의 말에 따르면 이들이 단순히 그런 이유로 반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이번 문제는 사실상 경영권 다툼에 가까워. KG 전자의 지배권을 가지고 서로의 영역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거든.”
국내외의 모든 영업 파트를 책임지는 김영진 전무.
회사의 미래 사업 전략과 혁신적인 먹거리를 기획하는 김영찬 상무.
같은 핏줄의 형제이지만, 대한민국 재벌로 태어나 서로 기업의 승계를 가지고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두 사람. 그렇기에 회사 내부에서도 다양한 안건들을 통해서 서로의 영향력을 깎아내리려는 치열한 공방전들이 오가곤 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 가상현실 부서는 김영찬 상무 라인이거든. 이번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영업 라인은 대대적으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인사이동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 아마 해외 사업 팀부터 그 규모를 팍 줄여 버릴 테고, 그러면 김영진 전무 쪽은 제대로 한 방 먹는 모양새가 되어 버리는 거지.”
경쟁자인 김영진 전무의 회사 내 영향력을 현저히 깎아내릴 비장의 한 수가 될 프로젝트라는 고동호 대리의 이야기. 만약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회사 내의 이런 정치 싸움에 관한 가십을 들은 재영은 복잡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어렵네요. 그냥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었군요?”
“뭐…… 회사가 다 그렇지. 그렇다고 너무 의식하지는 마. 어차피 너나 나나 그저 한낱 대리에 인턴일 뿐인데. 우리는 그냥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돼. 어차피 이거 하나로 무너질 사람도 아니고, 두 분 모두 재벌가 자식인데 뭐 길바닥에서 굶기나 하겠어?”
어차피 우리가 걱정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종이 뭉치들을 책상에 탁탁 두드리는 고동호 대리. 그는 회의실 밖에서 들려오는 박진태 부장의 고함에 화들짝 놀라며 재영을 내버려 둔 채 후다닥 달려 나갔다.
“고동호! 고동호! 이 자식 어디 있어?”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혼자 남아서 뒷마무리를 하던 재영. 그리고 그는 아직도 가득 남은 서류 뭉치를 정리하다가 이내 어느 한 종이에 어지럽게 적혀 있는 메모를 발견하고는 밀려드는 호기심에 찬찬히 읽어 보았다.
-(주)아르카디아. 프로젝트 추진 관련해서 매우 비협조적인 입장.
-담당자의 지속적인 설득 필요. 전문적인 인력 확보와 기술 협조가 필수적.
-유능한 크리에이터 확보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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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과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에 대해서 적혀 있는 메모. 그리고 그것을 잠깐 내려다보던 재영은 이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하지. 안 그래도 지금 회사 전체가 활활 불타고 있는데 이런 프로젝트에 어떻게 신경을 써?”
(주)아르카디아의 회사 사옥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다녔던 재영.
불과 한 달 전에 이미연 사장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회사를 방문했었기에, 현재 그들의 상태와 사내 분위기를 그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후반 위기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그거 관련한 내용 파악하고 대응하느라 모든 일반 업무는 전부 중단된 상태인데 당연히 담당자가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지.”
어느 부서고 담당이고 할 것 없이 전사적으로 (주)아르카디아의 모든 직원이 매달리고 있는 사안. 혼란과 광기의 도가니 속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그 내부 상황에서 이런 잡다한 일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KG 전자를 그들이 반길 리가 없었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어차피 그저 대학생 인턴에 불과한 재영.
경영권 경쟁이나 외부 업체와의 갈등이니 하는 건 높으신 분들의 숙제이기에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회의 자료들을 파쇄기에 집어넣었다. 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하고 더러운 사내 정치와 암투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 * *
콰앙.
“그 망할 새끼들이!”
가상현실 사업부에서 진행한 회의에 참석했던 김영진 전무.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로 거칠게 문을 걷어차며 으르렁댔다.
“영업 인력을 대폭 감축? 고정비용의 감소? 이 새끼들이 감히 겉만 번지르르한 명분만 들이대면서 날 엿 먹이려고 해?”
경영 혁신을 꾀한다며 영업 부서 전체를 거의 절반 이상으로 토막 내 버리겠다는 가상현실 사업부의 기획안. 아무리 회사를 위한 충심에서 비롯된 사업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직격타를 맞게 된 그로서는 도무지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너, 허완재 이 새끼야. 너는 영업 총괄 본부장이라는 놈이 저런 같잖은 수작질이 들어오는데 그것도 모르고 머저리처럼 가만히 있다 당해? 이게 다 네놈들 실적이 엉망진창이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냐?”
김영진 전무의 최측근이자 핵심 라인인 영업 부서들을 책임지는 허완재 본부장. 그는 면전에 날아드는 서류 더미를 맞고도 면목이 없는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무님. 저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실적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최근에 중국 쪽에서 물량이 대거 들어오면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바람에 도무지…….”
어느 정도의 기술력만 있으면 조금은 떨어져도 쓸 만한 성능의 저가형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백색 가전. 그렇기에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초대형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같은 마케팅을 펼치다 보니 실적은 계속해서 하향 그래프를 타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더욱 발로 뛰어서 만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깟 고객들 물건 몇 개 사게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렇게 가격 깎아서 많이 팔아 봤자 뭐 해? 마음을 움직여서 최대한 비싸게 사게 만들어야 할 거 아냐! 하여간 못 배워 먹은 무식한 새끼들이 무능한 건 어쩔 수 없다니까…….”
영업 한번 직접 뛰어 보지 않고 탁상공론이나 다름없는 소리를 해 대는 김영진 전무의 말에 순간 얼굴을 실룩이는 본부장.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표정을 관리하고는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제가 확실하게 더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일단 정확하게 판단이 안 서서 유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정확하게 실물이 나온 것이 없기에 일단 판단을 보류한 KG 전자의 김영회 사장. 그를 언급하자 김영진 전무는 이내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흥, 그 꼰대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어? 이래 놓고 또 괜찮은 것 같다 싶으면 당장에 그 새끼 편들어 줄 게 뻔한데.”
자신이 치명타를 볼 게 뻔한데 그걸 알면서도 이익이 될 것 같다 싶으면 동생인 김영찬 상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결정을 할 김영회 사장. 하지만 그런 그의 중립적인 태도가 김영진 전무는 너무나도 싫었다.
“회사는 장남인 내가 당연히 물려받아야 하는 거 아냐? 왜 자꾸 그 새끼한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이딴 식으로 경쟁을 시키는지 모르겠어. 그렇지 않나?”
장남인 자신을 두고 자꾸 동생에게 눈길을 보내는 아버지가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그. 하지만 허완재 본부장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억지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마 회장님도 차후에 뒤에서 말 나오는 게 싫어서 그런 거지 전무님을 염두에 두고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시는 걸 겁니다. 누가 뭐래도 영업 파트가 핵심이지 않습니까.”
회사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 동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임원진들이 거쳐 가는 부서. 그렇기에 그 끈끈하고 거대한 라인을 총괄하는 김영진 전무는 분명히 경영권 승계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는 전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혹시 모르지. 그 여우 같은 새끼가 경영권을 손에 쥐고 싶어서 또 무슨 수작질을 부릴지.”
어릴 때부터 여러 방면에서 유능한 모습만을 보여 주었던 동생에게 평생을 비교당하면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했던 그. 그렇기에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김영진 전무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혹시…… (주)아르카디아 직원들과 관련해서 몇 가지 정보들 좀 알아볼 수 있나?”
“(주)아르카디아 직원들 말입니까……? 무슨 정보를 말씀하시는지…….”
뭘 알고 싶냐는 물음에 몇 가지를 이야기하는 김영진 전무. 그리고 그걸 들은 본부장의 얼굴은 더욱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런 건 대체 왜 알아보려고 그러시는지…….”
“일단 한번 알아봐.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무언가 음흉한 계획을 꾸미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보다는 쌀 씻을 때부터 재 뿌려 놓는 게 확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