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81
481화 승자 독식 (7)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만들었지만, 과분할 정도로 수많은 대중의 사랑 속에서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 대륙 랭킹 1위로 성장한 길드.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
오로지 덱스 한 사람에 대한 존경과 동경심만 가지고 만들어 낸 이 길드는 다른 곳과 다르게 그 어떤 야망이나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더는 남들 다 한다는 길드 간의 전쟁이나 레이드 독점, 사냥터 통제와 같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유분방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마음껏 내버려 두었다.
애초에 아더 본인 자체도 길드장이라는 직책이나 권력에 욕심이 없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덱팬무라는 이 길드에 소속된 이들 대다수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 역시 크게 영향을 끼쳤다.
-하아……. 엘빈 클라인 검은색 팬티 언제 물량 풀린대요?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장비 모두 검은색으로 맞춤하고 사냥 갑니다.
-덱스! 덱스! 검은색!!!!
-그래서, 혹시 덱스 님 최근 위치 아시는 분?
-마지막에 검은 골짜기에서 출몰했다는 제보가 있었음.
-아, 덱스 머리 핥아 보고 싶다아.
-핥짝!
언제나 늘 그렇듯 길드 게시판에다가 자신들의 기괴하고 추악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욕망 덩어리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은 평소에는 지극히도 정상인이나 다름없는 행동 양상을 보였다. 덱스와 관련해서 특정 스위치가 눌리게 되면 그제야 광기 어린 미친놈들로 돌변해 버리는 그림자 속의 존재들.
평범한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검은 팬티를 휘날리는 광기 어린 변태 스토커가 되어 버리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 스토커다운 특성이야말로 덱팬무 길드가 가진 진정한 무서움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덱팬무의 저력을 간과한 세계 길드 연합.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하게 되돌아오는 격렬한 저항의 후폭풍 속에서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하하! 다 뒤져라!”
“검은색!”
“덱팬무 만세!”
콰아아아앙.
“아! 저 새끼들도 또 찾아왔어?”
“진압조! 진압조 어디 갔어?”
“저놈들 다 조져!”
히어로즈 길드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사무소.
그곳에 평범한 방문객인 것처럼 찾아와서는 갑자기 검은색을 외치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테러범들. 하지만,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듯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히어로즈 길드의 진압조에 의해서 채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갔지만, 이들은 죽어 가는 그 와중에서도 항전의 의지를 결연히 다졌다.
“네놈들이 아무리 우리를 짓밟아도 위대한 검은색의 정신은 꺼지지 않는다!”
“덱팬무…… 만세……!”
“검은색 팬티를 걸고…… 복수하겠다…….”
마치 나라를 빼앗긴 독립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원망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며 회색빛으로 쓰러져 가는 테러범들. 그들이 죽고 난 후에 길드의 사무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평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치가 떨린다는 듯이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어휴! 진짜 지겹지도 않나.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부터는 그냥 길드 소속 아닌 외부인은 출입 자체를 막아야 한다니까.”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 새끼들은 도대체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수십, 수백 번이 넘어가는 침입.
히어로즈 길드의 핵심 본부도 아닌, 변방 지역에 있는 사무소에도 이렇게 미친 듯이 테러를 자행하며 불 속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무식하게 들이밀고 있는 이들이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말도 마라. 우리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 그 심판 길드인가? 거기는 떼로 몰려가서 아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더라.”
기습적으로 길드의 본거지가 털리기는 했지만, 이내 세력을 규합해서 반격까지 보란 듯이 성공해 내며 전 세계의 거대 길드 연합과 외로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덱팬무. 최단시간 안에 이들을 무릎 꿇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과는 다르게 한 달이 넘게 질질 끌리게 되었다.
“아더인지 뭔지 하는 그 자식을 잡아야 끝나는 건데 어디로 도망을 다니는지 아주 신출귀몰이야. 잡힐 것 같으면 계속 물량으로 밀어 대면서 시간을 벌어 주는 바람에 어쩌지도 못하고.”
시나리오가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준비된 위치 추적 시스템과 한계 로그아웃 시간.
24시간마다 현재 플레이어의 위치가 공개되고 한계 시간인 12시간을 넘길 시, 자동으로 패배한다는 시스템 때문에 본거지를 잃고 계속해서 도망만 다니는 아더에게 현재 시나리오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아니, 덱펜무는 버티고 있었다. 단 한 가지 신념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오직 덱스 님의, 덱스 님에 의한, 덱스 님만을 위해 존재하는 길드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줄도 모를 이상한 잡상인 같은 놈들에게 무릎 꿇을 수 없다!]서로 대화를 해 본 적도,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 전혀 알지 못하는 생판 남남인 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며 달려드는…… 광신에 가까운 수준의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이 승자 독식 시나리오는 블루록이 예상하고 설계했던 시나리오와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 검은색을 위하여!”
콰아아아앙.
또다시 난입한 정체불명의 변태 테러범들의 공격과 함께.
* * *
[종말 프로젝트, No. 2 승자 독식.] [현재 장악률 분석…….]아르카디아 곳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와 그로 인해서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길드 간의 장악률. 대부분은 그 수가 너무나도 작았기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그래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몇몇 세력들은 유의미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좀 어때? 상황이 그 녀석 예상대로 굴러가고 있어?]엘리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방대하고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잭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주지 못하는 그녀에게 재차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현재 세계 길드 연합의 장악률은 72%. 덱팬무의 장악률은 11%. 그 이외의 기타 군소 길드들의 장악률이 17%로 추산됩니다. 최고 관리자님께서 기대하신 상황과는 거리가 멀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 긍정적이라고……?]세계 길드 연합이 압도적인 수치의 장악률을 보이며 차근차근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 그 이외의 어떤 세력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엘리스는 이 상황을 긍정적이라고 말하자 잭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 일명 덱팬무가 예상외로 항전을 지속하자 세계 길드 연합의 내부 결속이 강해졌습니다. 세계 길드 연합의 내분과 그로 인한 세력 붕괴로 벌어질 대륙 전쟁이라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오직 아르카디아의 세상만을 고려하는 엘리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길드 연합의 분열과 그로 인해 대륙 전역에서 수십억 명의 모험가들 사이에서 벌어질 대전쟁이었다.
하지만, 덱팬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단단하게 결속한 세계 길드 연합. 지금 당장 누군가가 배신을 해서 지금의 연합을 깨트릴 만한 움직임은 관측되고 있지 않았기에 엘리스는 지금 이 상황을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추가적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시나리오가 종료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세계 길드 연합이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승리할 확률은 99.9%입니다.]가상현실 기술을 노리는 전 세계의 거대 자본과 국가 기관들이 한데 모여 있는 세계 길드 연합. 이들의 승리를 거의 확정적으로 점치고 있는 엘리스의 말에 잭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시간만 끌고 있을 뿐, 어떤 유의미한 승리나 중대한 역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덱팬무. 그리고 그들의 전략도 슬슬 그 약효가 다해 가고 있었다.
[또한, 세계 길드 연합이 덱팬무를 무시하고 다른 군소 길드들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덱팬무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나리오의 승리 기준인 80%를 충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격렬히 저항하는 덱팬무를 버리고 다른 방법으로 승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세계 길드 연합.
언제나 NPC들로만 모든 것이 움직이던 이 아르카디아에서 유저들의 손으로 거대한 하나의 절대적인 세력이 탄생하고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이것을 바라보고 있는 잭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큰일이네…….] [어떤 것이 말입니까?] [세계 길드 연합 말이야……. 이미연 사장님이 말하기를, 게임 속에서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고 경고했거든.]처음부터 기회가 없었다면 모를까, 어쩌면 (주)아르카디아의 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 주었기에 눈이 돌아가 버린 수많은 거대 권력들. 그리고 이들의 내부적인 다툼과 치열한 정치적 계산 속에서 어떤 군사적 도발이나 무력 충돌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저의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오직 아르카디아의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만을 관조하고 분석하며 그에 따른 판단을 내리는 엘리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알아. 하지만, 그런 다른 이유를 다 차치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나도 저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걸.]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화면 속에 등장한 히어로즈 길드와 세계 길드 연합의 핵심 수장들을 바라보는 잭.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엘리스는 물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내가 이 아르카디아를 만들면서…… 그리고 수많은 영웅의 서사를 만들어 가면서 느낀 게 있다? 엘리스, 그게 뭔지 알아?]무에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잭.
그는 이 아르카디아의 영겁에 가까운 끝없는 역사를 만들어 가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하나의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을 관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명석하고 뛰어나고 마음씨 좋은 영웅을 만들어도, 그가 통치하는 국가가 막대한 힘과 권력을 가진 압도적인 제국으로 성장하게 되면 하나같이 결국 처음과는 다르게 향락과 권력에 취해 눈이 멀더라고.]강대한 권력과 힘을 가진 성인은 이 세상에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에, 거대한 힘을 가진 세력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이 세상에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폭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가득했다. 그것도, 일시적인 이해관계로 뭉친 여러 세력이 합쳐져 있다면 더더욱.
마치 미래를 예언하는 듯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잭.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기에 엘리스는 이에 대해서 형식적인 대답만을 내놓았다.
[해당 길드를 최우선 분석 대상으로 지정하여 면밀하게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뭐 그렇다고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그렇게 해 줘.]그렇게 이번 시나리오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과 결과에 대한 논의를 끝마친 잭과 엘리스. 하지만 그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이 시나리오를 완전히 뒤엎을 거대한 변수가 생겨나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환상의 세계, 아르카디아에 오신 것을.]두 번째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난 이후로 완전히 게임에 발길을 끊어 버린 재영.
그가 다시 아르카디아에 복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