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40
140. 오랜만이야
칸에서 진혁이 브라더픽처스의 로건 윌리엄스를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기자는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조금 의아했던 LA 팬 미팅 일정.
일본, 중국, 대만, 태국, 4개국 일정에 뜬금없이 북미의 LA가 포함되었다는 건 누가 봐도 좀 어색했다.
물론 첫 팬 미팅 투어에 대표적인 한인 해외커뮤니티를 포함한다는 의미라고 포장은 했지만.
기자의 촉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파파라치가 보내온 건, 로건 윌리엄스와 우진혁, 그리고 긴급 입국한 WP 이광수 실장의 회동 사진.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리고 방금 소식통 존이 전해온 첩보.
– 캐스팅에 관한 얘기가 오갔던 건 확실해. 배역을 제의한 영화는 “스페이스 히어로”. 여기까지도 확실한 것 같아.
– 현재 로건이 캐스팅을 조율하는 영화는 내부적으로 “스페이스 히어로”밖에 없다고 하니까. 뻐꾸기 말로는 뮤탄 역이 아니겠느냐 하는데 그건 추정이고.
뮤탄 역이라…. 추정이 아니겠지. 거의 확실할 것이다.
기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중 없는 단역 캐스팅을 위해 칸에서 로건이 직접 진혁을 만났다? 말이 안 됐다.
진혁이 LA까지 직접와서 로건과 다시 만날 이유는 더욱더 없었을 것이고.
최소한 뮤탄 정도의 비중이 돼야 납득이 된다.
그리고 현재 스토리 상 새롭게 등장할, 그리고 진혁에게 어울릴 만한 배역이라고 하면 뮤탄 외에 다른 조연은 없었다.
뮤탄이라.
기자의 심장이 쫄깃해졌다.
이 정도 블록버스터에 뮤탄 정도의 고정 조연을 맡는다는 건, 한국 배우로서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테니.
게다가 진혁은 이제 고작 한국 나이 21살의 배우가 아니던가.
기자의 머릿속에 기사 제목과 내용이 주르륵 떠올랐다.
– 배우 우진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페이스 히어로”에 캐스팅되나? 제작자 로건 윌리엄스와 할리우드 비밀 회동 포착.
–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열렸던 칸 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태수 감독의 영화 “복수의 이유”를 관람했던, 할리우드 제작자 로건 윌리엄스가 우진혁의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미팅을 제안한 것.
로건 윌리엄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 중 하나인 “스페이스 히어로”의 제작자로….
‘으히히. 특종이다. 특종이야.’
기자의 머릿속에서 팬 미팅 스케치 같은 건 이미 지워지고 없었다.
***
KBC 한주의 연예가 리포트 본방송.
–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 정말, 정말…. 와우! 진혁, 그는 정말… 흑….
진혁의 팬 미팅을 마치고 울먹이는 팬들의 인터뷰와 함께 LA 팬 미팅의 몇몇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화면에 비추었다.
아울러 리포터의 코멘트가 덧대어졌다.
– 이날 모인 3,000명의 관객이 정말 하나가 되어 열광했던 그런 시간이었는데요….
현장 분위기를 전한 뒤, 이어지는 화면에는 진혁의 일본 입국 장면이 비쳤다.
– 꺄악! 진혁!
– 진혁! 여기요! 여기!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과 비명.
– LA 팬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일본에 입국하는 우진혁 씨입니다.
우진혁 씨의 일본 팬 미팅은 도쿄돔 5만 5천 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정말 치열했다고 하죠.
그 열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입국 장면입니다.
– 네 정말 대단하네요.
화면이 MC와 리포터를 잡았다.
– 그런데 이번 우진혁 씨의 해외 팬 미팅 투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어요?
– 네. 안 그래도 3일 정도의 일정으로 팬 미팅을 소화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LA 팬 미팅 일정이 일주일 이상 잡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의아함을 보이는 팬들이 있었는데요.
– 기획사 측에서는 시차 적응 문제, 또 아시아에서는 우진혁 씨의 운신이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편안한 미국에서 조금 휴식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길 했었죠.
–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배우 우진혁 씨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의 회동이 한 기자에게 포착되면서 큰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 이게 단순히 우진혁 씨와의 회동만이 아니라, 소속사에서 책임자까지 LA로 날아갔고요.
– 소속사 측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만, 기사의 정황 제시가 꽤 상세합니다.
– 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페이스 히어로”가 언급 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아주 커지고 있죠?
– 네 그렇습니다.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지금까지 한국 배우로서는 맡아 본 적이 없는, 대단히 의미 있는 배역이 될 텐데요….
같은 시각 도쿄.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있던 이광수 실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얘기가 어떻게 이렇게 돌아가 가냐.”
“그러게요.”
김용수 매니저 역시 고개를 저었다.
이광수 실장이 LA까지 날아가 로건 윌리엄스를 만난 것은 정중하고도 공식적인 거절을 위해서였다.
진혁의 입장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한 고민이 있었고, 정중한 거절이라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어차피 도쿄로 이동해야 하는 진혁과 함께 도쿄 일정도 살피고 들어가는 겸사겸사의 여정.
물론 오해를 피하기 위해 로건 윌리엄스와의 회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극비사항을 유지하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보안을 한 AU스튜디오와는 달리 보안 유지에 한계가 있었다.
물론 그 정도로 보안을 유지해야 할 사항이 아니었던 측면도 있고.
하지만 지금 벌어진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일이 순식간에 스노우볼이 되고 있는 상황.
팬들의 기대감이 너무 커지면서 생긴 문제가 되고 있었다.
– 진혁이라면 뮤탄 찐 인정이지.
– 역시 우진혁! 한 건 하는 구만. 스페이스 히어로의 뮤탄이라니. 웬일이야.
– 진혁! 믿었다구! 할리우드를 씹어먹어 줘!
└ 뮤탄 역으로 할리우드를 씹어 먹는다고 하는 건 좀….
└ 진혁은 조연으로 나와도 주연을 씹어 먹었다. 하이스쿨2. 인정?
이런 상황에 ‘사실무근이다.’를 시전하려면, 로건과의 회동을 설명해야 했다. 할리우드에서의 만남뿐 아니라, 칸에서부터.
그렇다고 거절했다고 말하려면 거절의 이유를 납득시켜야 하고. 그리고 어지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아니면 팬들의 광분을 보게 될 상황이었다.
또 사실상 일방적인 거절을 당한 브라더픽처스의 입장도 생각해야 했다.
WP엔터에서 잘못 입장을 밝히면 브라더픽처스, 정확히는 로건 윌리엄스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LA까지 날아간 이광수 실장의 수고는 물거품이 될 터였다.
진혁이 “와일드 솔저”의 ‘크로우’로 캐스팅됐다. 이 한 마디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었지만, 그걸 밝힐 수가 없으니.
홍길동으로 주연을 시작해서 그런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고뇌가 이처럼 뒤따르고 있었다.
WP 홍보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였다.
“지금 회사에서 브라더픽처스와 얘기 중이라니까. 일단 우리는 여기 팬 미팅에만 집중하자고.”
“네. 그래야죠.”
“진혁이 너도 신경 쓰지 말고.”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동안은 회사가 신경 쓰면 될 일이었고.
진혁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진혁에게 중요한 건, 곧 있을 팬 미팅.
눈앞의 팬들에게 집중하는 것이었다.
***
한 달 전.
칸 영화제 직후. 도쿄.
“이츠키! 잘 지냈냐?”
“어서 와. 삼촌.”
후지와라 시게루가 잔뜩 손에든 선물 한 보따리를 조카 이츠키에게 건넸다.
“우와. 이게 다 뭐야.”
“그냥 뭐, 이것저것 샀다. 뭐가 마음에 들지 몰라서.”
“으아…. 고마워. 삼촌….”
이츠키가 감동한 표정으로 선물을 건네받았다.
“지금 풀어 봐도 돼?”
“일단 삼촌에게 차 한 잔은 줘야지. 조카님.”
“아! 뭐 마실 건데?”
“시원한 녹차 한잔 부탁.”
“오케이.”
곧 이츠키가 시원한 녹차 한잔을 후지와라에게 건네며 물었다.
“칸은 어땠어?”
“음…. 지난번에 갔을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없었지만?”
“영화 상영이 끝나고 정말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는 게 조금 달랐을까?”
“우와!”
이츠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혁은? 진혁은 어땠는데?”
“그 녀석이야…. 여전히 잘 생겼지.”
“아니, 그거 말고. 진혁은 거기서 뭐 했냐고.”
진혁의 일거수일투족을 묻는 이츠키의 질문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으아…. 나도 칸에 가보고 싶다. 칸에 가면 진혁이 갔던 곳을 한곳한곳 방문해 볼거야.”
“그래? 그럼 이번 여름 휴가에라도 다녀오든가.”
“삼촌, 그게 아니지. 나 배우야. 초청받아갈 거라고. 언젠가는.”
“으하하. 그런 거야? 삼촌은 100% 응원하마.”
기분이 좋아진 이츠키가 말했다.
“히히. 이제 선물을 풀어 봐야지!”
“으하하. 너무 기대하진 말고.”
말과는 달리 조카의 반응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후지와라. 이츠키 역시 기대 어린 표정으로 선물을 풀어보았다.
첫 번째 선물은 화장품, 두 번째 선물은 화장품, 세 번째 선물은 화장품….
“……”
화장품은 화장품인데, 다 자신이 쓰지 않는 화장품이었다.
기초 화장품이라면 그나마 어떻게든 해보겠으나, 이런 색조 화장품을 사다 주면….
삼촌이 무슨 기준으로 화장품을 고른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츠키였다.
사실 기준은 간단했다. 호탕한 후지와라의 눈에 예쁜 색 기준이었다.
그러니까. 바꿔말하자면, 엉망진창이라는 뜻이었다.
이츠키의 침묵을 감동으로 받아들인 후지와라가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 지난번에 이츠키 네가 면세점 화장품을 부탁한 적이 있었잖냐. 삼촌은 그런 걸 세심하게 기억하는 남자라고.”
이 삼촌 어쩌지?
화장품이면 그냥 다 똑같은 화장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그때 분명히 상세한 제품명을 알려줬을 텐데….
“놀라지 마라. 이츠키. 이건 면세점에서 산 게 아니라고. 내가 특별히 프랑스 현지 제품으로 사 왔지. 패션 하면 프랑스 아니겠냐! 으하하!”
아…. 교환 환불을 하려면 프랑스까지 가야 한다는 뜻이군.
이츠키가 한껏 톤을 높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삼촌 감동이야! 정말 고마워!”
역시 그녀는 배우였다. 감동한 조카 역할쯤이야 식은 죽 먹기인.
보아라. 이 글썽이는 눈물을.
안습을 감동의 눈물로 전환하는 배우의 스킬을 보여주는 이츠키.
“으하하! 뭘, 이런 걸 가지고. 사실은 진짜 선물은 따로 있다고 이츠키.”
“아하하…. 진짜 선물?”
안 줘도 될 것 같은데.
정말이야 삼촌. 마음만 받을게.
차마 삼촌의 저 천진한 얼굴 앞에서 입 밖에 낼 수는 없는 말이었다.
“아하하…. 삼촌 이거로도 충분한데, 또 선물을 준비했어? 나 괜찮은데….”
“너 진혁이 팬 미팅에 갈 수 있게 됐다.”
“아니, 삼촌 괜찮….. 어? 지금 뭐라고?”
“으하하! 너 진혁이 팬 미팅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뭐?!”
이츠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삼촌! 어디서 티켓을 구한 거야!”
“아, 티켓을 구한 건 아니고.”
“뭐?”
갑자기 흥분이 사그라든 이츠키가 후지와라를 향해 커다란 눈을 끔벅였다.
“뭐야. 삼촌. 나 놀린 거야? 분명 팬 미팅에 갈 수 있게 됐다고….”
“아, 그게. 진혁이가 너한테 게스트로 좀 서주면 어떻겠냐고. 게스트 석은 뺄 수 있대.”
“뭐?!!!”
이츠키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곧 입을 틀어막은 채 얼어버렸다.
“……”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뗀 이츠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내가…. 진혁의 팬 미팅 게스트로 선다고…?”
“응. 뭐, 진혁 말로는 노래 한 곡 정도 같이 하고, 토크 좀 나누는 정도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이츠키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맞출 수는 있다고 해.”
“노, 노래를…? 진혁하고 같이….?”
후지와라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꺄악―!”
이츠키가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으아아아!”
“이츠키. 진정해.”
“으아앙! 삼촌 고마워. 진짜 고마워.”
이츠키가 눈물을 글썽이며 후지와라를 와락 끌어안았다.
“녀석, 그렇게 좋으냐.”
“으아앙….”
후지와라가 울음을 터트린 자그마한 조카의 등을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
꼼지락. 꼼지락.
후지와라 이츠키가 대기실에서 쉴 새 없이 손을 꼼지락거리며,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츠키. 뭘 이렇게까지 긴장을 하는 거야.”
그녀의 매니저가 웃으며 등을 다독였지만, 도저히 긴장감을 이길 수 없었던 이츠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 시작했다.
밖은 본격적인 여름 날씨로 후끈한 도쿄였지만, 지금 이츠키는 오사카의 늦가을 냄새를 맡고 있었다.
4년 전, 뉘엿뉘엿 해가 저물던 도톤보리강 강가.
짙은 화장의 열여섯 그녀가 서 있었다.
세상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얼굴에 짙은 가면을 썼던 그녀가.
그녀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츠키, 가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이츠키, 너 정도 노래하는 애는 도쿄에 가면 발에 채인다고.’
‘이츠키, 이럴 때가 아니야. 공부해야지.’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얼굴에 가면을 그렸다.
그 짙은 가면 뒤에 서야 그나마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그를 만났다.
이국땅에서 당당하게,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얼굴로 세상을 향해 노래하던 아름다운 소년.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던 노래.
자신이 그리던 자신의 그 모습이, 자신과 나이가 꼭 같은 소년의 모습으로 거기 서 있었다.
‘일본 나이로 열여섯이에요.’
‘아! 나돈데!’
‘아, 화장 때문에….’
‘저기. 친구 해도 돼요?’
‘친구면 말은 놔야겠지.’
‘나 이츠키. 후지와라 이츠키. 꼭 기억해줘. 이름.’
그와의 인사는…. 그날의 도톤보리강처럼 잔잔했다.
하지만 이츠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 소년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에 일었던 그 깊고 복잡한 감정을 이츠키는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일 이츠키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츠키의 가슴에 일었던 폭풍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이츠키가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그날 이후였다.
이츠키가 더 이상 짙은 화장을 하지 않게 되었던 건.
자신과 나이가 꼭 같았던.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얼굴로 세상을 향해 아름답게 노래하던 그 빛나는 아이처럼.
자신도 그렇게 자신으로 빛나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 아이처럼.
그리고.
자신의 얼굴로 버스킹을 나섰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찾아온 오디션의 기회.
그렇게 이츠키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길을, 그날 그 아이가 그려 준 마음을 따라, 그렇게 걷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을 다시 만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TV 화면에서.
도톤보리의 그 날과 전혀 다름없는 모습으로 빛나는 그 아이를 TV에서 다시 보게 되었던 그날의 전율. 그녀는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났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혁은 그녀의 이상형이 아니었다.
진혁은 그녀의 이상(理想) 그 자체였다.
‘아….’
이츠키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더욱 떨려오는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대기실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환한 빛이 화르르 쏟아지고는
꿈인 듯, 환상인 듯
그녀에게 다가오는 도톤보리의 그 아이.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공간.
차마 입을 뗄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소녀에게
꿈결같이,
소년이 인사를 건네 왔다.
“이츠키. 오랜만이야.”
소녀의 눈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