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55
155. 용병의 격투기
‘와우! 제법 배포는 있는 녀석인가.’
명백히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진혁의 미소를 보며, 로빈 메이슨이 실소를 흘렸다.
‘아니지.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이 풋내기의 자신감은 그저 운동 좀 했다는 놈들이 자주 보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그런 우쭐거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터였다.
영화에서의 몸놀림을 보면 운동을 제법 한 녀석임은 확실해 보였지만…. 영화 연출에나 어울릴 그런 화려한 액션과 실제 격투 사이에는 한참이나 간격이 있는 법.
복싱과 이종격투기에서 세계랭커였던 로빈은 진다는 가능성은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녀석이 만약 격투기 쪽에 발을 담갔고, 세계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도드라진 성적을 보였다면 자신이 모를 리 없었다.
고로 녀석은 격투기 프로가 아니라는 뜻이었고, 혹시 프로에 입문했다 하더라도 세계무대에는 명함도 못 내밀 그런 실력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자신의 압살. 그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로빈 메이슨의 시선이 엘리아나에게 향했다.
‘쳇. 엘리아나 네가 왜 그런 눈으로 놈을 보는지 모르겠으나. 곧 그 눈으로 놈이 묵사발 나는 것을 보게 될 거다.’
엘리아나 캠벨. 로빈이 진혁에게 시비를 건 주된 이유는 바로 그녀였다.
물론 인종차별주의자인 로빈에게 동양인 크로우가 몹시 거슬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로빈이 여러 차례 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엘리아나.
그녀는 할리우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화려한 연애 전적에 어울리지 않게, 단 한 번도 자신이 먼저 남자에게 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고 대시를 하는 남자를 다 받아주느냐 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니었고.
이미 여러 번 거절을 당한 로빈 메이슨은 엘리아나에게 빈정이 상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동양인 배우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엘리아나를 주시하고 있던 로빈은 엘리아나의 행동과 눈빛에 담긴 의미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명백한 엘리아나의 호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로빈이 느낀 것은 모욕감이었고.
어디 감히 동양인 따위가!
로빈 메이슨이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가 덫에 걸려든 짐승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던 그 순간.
에단 스미스가 진혁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진혁. 아무래도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
“로빈은 저래 보여도 프로 복서 출신에다가 프로 이종격투기 선수였어. 그것도 세계랭커였고.”
“그래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적당히 무마할 테니, 모르는 척 자리를 피하자.”
진혁이 에단을 향해 빙긋 웃었다.
“재밌겠네요.”
“뭐?”
“세계 랭커였다니. 시합이 싱겁지는 않겠어요.”
진혁의 목소리가 조금 컸던지 로빈이 눈썹을 꿈틀했다.
“오호! 배짱 하나는 세계랭커 감이구만. 어디 실력도 배짱만큼 되는지 몹시 궁금해지네.”
불쑥 끼어든 로빈의 말에 진혁과 에단이 그를 쳐다보았다.
“설마, 그렇게 큰소리쳐놓고 슬쩍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지. 사람이 겁먹을 수 있지. 내빼면 뭐. 퍽킹 옐로우 치킨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되니까. 으하하!”
로빈의 말에 엘리아나가 인상을 구겼다.
“진짜. 저질이네. 진혁. 상대하지 말고 가자. 이건 도망치는 거 아니야. 저런 치하고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엘리아나가 진혁을 끌고 가려고 했지만, 진혁이 엘리아나의 두른 손을 내렸다.
“어이. 그렇게 계속 입만 털 건가? 나는 준비 다 됐는데.”
“오우. 좋아. 좋아. 남자라면 그래야지. 크크.”
로빈이 눈빛을 반짝였다.
“근데, 우리끼리 주먹질해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치? 시합은 자고로 관객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진혁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로빈이 파티장 앞 단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지금 이번 파티에 어울리는 꽤 재밌는 일이 벌어졌어요.”
몇몇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로빈 메이슨의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구겼다.
“우리 멋진 크로우께서 이종격투기에 관심이 있으신 듯해서요. 요 옆 체육관에서 작은 시합을 한번 열어볼까 합니다. 물론 상대는 저고요.”
얘기를 듣던 손님들이 전부 눈이 휘둥그레져서 진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WWC 체육관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와서 관람하시죠. 음…. 지금부터 정확히 1시간 뒤에 시합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파티의 손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관람은 무료입니다. 프리하게 오셔서 시합을 즐기시길. 그럼 전 이만.”
로빈이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진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 그가 말했다.
“헤이. 옐로우. 이제 튀면 개망신이다. 1시간 뒤 시합 시작이야. 준비할 거 하고, 알아서 오라고.”
로빈 메이슨이 진혁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파티장 밖으로 사라졌다.
로빈이 사라지자마자, 몇몇 배우들과 영화사 관계자들이 진혁을 향해 달려왔다.
“진혁, 이게 무슨 일이야?”
“로빈 저 녀석이 프로 격투기 선수 출신인 건 알고 있는 거야?”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스티브 제럴드 감독과 함께 다가온 제작자 토미 로빈슨이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진혁. 무슨 일이진 모르겠지만,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빈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선을 그을게요.”
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회사가 배우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하시려고요? 개인적인 취미로 하는 격투기 시합일 뿐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혁이 곤란하면 회사 이름으로 커버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진혁도 그걸 모를 리 없었고. 그리고.
“지금 진혁의 몸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촬영 일정에 큰 지장이 있는 건 알죠?”
“만약 그 문제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생기면 책임지겠습니다. 사생활이 촬영에 지장을 주면 그건 배우가 감당해야죠.”
진혁이 이렇게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길거리에서 싸움박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링 위에서 정식 시합을 하겠다는데, 더 이상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허허. 혹시 문제가 생기면 촬영 일정 문제는 내가 해결하지.”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 여유 있게 웃으며 진혁의 편을 들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진혁에 대한 전적인 신뢰였다.
진혁이 하는 행동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진혁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
물론 진혁의 실전 격투기를 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 한몫했지만.
“감사합니다. 감독님.”
진혁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저 늘 보시던 그런 격투기 시합일 뿐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오셔서 즐겨 주세요. 그럼, 전 이만 준비하러 가 볼게요.”
주차장으로 내려온 진혁이 김용수에게 연락했다.
– 어? 벌써 내려왔어?
김용수가 금세 차량을 끌고 진혁 앞에 도착했다.
“뭐야. 왜 이렇게 일찍 내려와?”
“그렇게 됐어요. 형, 우리 이 근처 WWC 체육관으로 좀 가야겠어요.”
“응? 체육관? 왜?”
“아. 거기서 격투기 시합이 있어요.”
“뭐야. 왜 갑자기 격투기 시합을 보러 가는 건데.”
“시합을 보러 가는 건 아니고, 하러 가는 거예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는 김용수를 향해 진혁이 빙그레 웃었다.
그때였다.
똑. 똑.
차량 문을 두드리는 건, 엘리아나였다.
드르륵.
차 문이 열리자, 엘리아나가 진혁의 차에 훌쩍 올라탔다.
“나도 같이 가요.”
김용수 매니저의 표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
진혁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진혁이 엘리아나와 함께 체육관에 나타나자, 로빈 메이슨의 눈길이 더욱 질투로 불타올랐다.
“헤이. 로빈. 상대는 아마추어라고. 너무 심하게 몰고 가진 마.”
로빈의 눈빛에서 불안감을 느낀 체육관 코치가 조심스레 말했다.
코치는 우진혁의 선수 이력을 조회해 보았다. 주요 단체 어디에서도 우진혁이라는 동양 배우가 선수로 뛴 기록은 없었다.
결국 아마추어.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를 정말 본격적으로 상대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로빈에 비해 한 2~3체급은 아래인 것 같은데.’
키는 비슷했지만, 상당한 체격과 근육량을 자랑하는 로빈 메이슨에 비해, 진혁은 굉장히 날렵한 체형.
격투기에서는 한 체급 차이가 컸다. 그런데 2~3체급 아래라면…. 거기다가 프로와 아마추어.
코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사자들이 하겠다니 더 이상 말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이 대형 체육관의 지분 자체가 절반은 로빈 메이슨의 것이었다.
코치가 마음대로 못 하게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걱정하지 마. 죽이진 않을 테니.”
로빈이 엘리아나와 함께 있는 진혁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더 불안해진 코치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종격투기장이 아닌, 복싱 링에서 시합하는 것으로 설득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여차하면 뛰어 올라가 시합을 말릴 수 있으니까. 물론 심판에게도 신신당부해두었지만.
코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몇몇 젊은 트레이너들은 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영화 속 크로우를 보았으니. 그 비현실적인 외모를 눈앞에서 목도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물론 호기심의 이유는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아마추어가 무슨 배짱으로 로빈하고 붙겠다고 하는 거야.”
“그러게. 아휴. 저 잘생긴 얼굴 망가지는 꼴을 보게 생겼네.”
“혹시 모르지. 꽤 선전할지도. 영화에서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던데.”
“인마. 격투기가 어디 운동 신경만 가지고 되냐. 그라운딩 기술은 둘째 치고, 로빈의 주먹을 피하는 것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세계 랭킹에 오른 프로 복서의 주먹은 그 스피드와 파워가 상상을 초월한다.
로빈 역시 발차기나, 그라운딩 보다는 주먹을 쓰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었고.
복싱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아마추어라면 그걸 피하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트레이너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파티장에 있던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체육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면서도, 역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단. 이거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는 거 아냐?”
“……”
격투기를 아는 배우들은 여전히 깊은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고.
“진혁. 지금이라도 그만둬요. 하나도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격투기를 모르지만, 누구보다 깊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엘리아나도 있었다.
그런 엘리아나를 향해 진혁이 안심하라는 뜻의 웃음을 보내는 순간.
“자, 그럼 이제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링 위에 올라간 심판이 양쪽 코너 아래 있던 진혁과 로빈을 불러올렸다.
진혁이 엘리아나와 김용수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링 위에 올랐다.
어쩔 수 없이 새겨진 본능이던가.
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번 생에서 두 번의 싸움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불량배들, 학교에서 만났던 일진들.
하지만 그건 진혁에겐 싸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종의 교육 행위였을 뿐.
진짜 싸운다는 감정은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상대는 프로선수. 진혁이 딱히 조심해야 할 것은 없었다.
아. 죽이는 것만 빼고.
그나마 민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실전에 가까운 격투 무대. 진혁의 심장이 뛰는 이유였다.
반대편 코너에 선 로빈의 여유 있는 웃음이 진혁의 눈에 들어왔다.
“자, 시합은….”
심판이 시합 룰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링 아래서 이미 들었던 얘기였다.
“자, 그럼,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파이트!”
관객들이 고요해졌다.
슥― 슥―
자신 있는 스텝으로 빠르게 다가온 로빈이 거침없이 주먹을 내뻗었다. 프로 복서 출신다운 날카롭고 묵직한 펀치였다.
휘익! 휙!
퍼벅!
진혁이 첫 번째와 두 번째 펀치는 몸을 흔들어 가볍게 피하더니, 뒤이은 주먹 몇 방을 가드로 막아냈다.
‘호오. 제법….’
이라고 로빈이 생각을 하던 순간, 가드로 웅크리며 로빈의 대시를 받아낸 진혁이 로빈의 몸을 툭 밀어내었다.
그 순간.
‘어?’
링 아래서 둘을 지켜보고 있던 코치의 뇌리에 뭔가 위화감이 스침과 동시에.
쉭!
웅크리고 있던 진혁의 몸이 로켓처럼 튀어 올랐고.
퍼억!!!
진혁의 무시무시한 니킥이 로빈의 턱을 그대로 강타했다.
“헉!”
모두의 경악과 함께, 로빈의 몸이 통나무가 쓰러지듯 그대로 링 바닥을 들이받았다.
쿵!
로빈이 정신을 잃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상황.
심판이 황급히 뛰어들어 진혁을 로빈으로부터 떼어 놓았다.
“스톱! 스톱! 의료진!”
의료진이 급하게 링 위로 올랐다.
‘뭐, 뭐야. 이게!’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모두 황당하다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진혁이 로빈의 주먹을 가드로 막아내고, 툭하고 밀치며 거리를 확보한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감히 인간의 몸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탄력과 스피드. 마치 맹수가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에나 볼 것 같은 그런 몸놀림이었다.
코치가 튀어나올 듯 커진 눈으로 링 위에 서 있는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분명히.
‘고작 이걸로 끝이냐.’는 표정.
뭐라 말을 내뱉지도 못한 채, 코치의 몸이 그저 부르르 떨렸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던지, 장내는 고요했다.
그저 다들 경악한 얼굴로 진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